“병실은 변화 중”…입원전담·종양전문의 함께 ‘암 환자’ 치료

입력 2023.12.17 (09:00) 수정 2023.12.17 (1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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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스피탈리스트, 이른바 '입원전담전문의'와 암 치료를 하는 '종양내과전문의'가 함께 '입원 암 환자'를 관리하면 입원 기간을 단축하고 안전사고도 줄일 수 있다는 연구결과가 나왔습니다.

■ 병원에서 입원환자 어떻게 관리?

외래에서 전문의가 환자를 입원시키면 같은 과 전공의가 주·야간으로 환자를 돌보고 담당 전문의가 매일 회진을 돌며 치료의 방향을 잡아주는 것이 전통적인 방식입니다. 하지만 3~4년 전부터 입원 환자만을 전문적으로 돌보는 입원전담의사가 도입돼 입원시킨 담당 전문의와 공동으로 환자를 치료하는 방식으로 바뀌고 있습니다. 이런 협업 방식은 전공의(레지던트) 위주로 입원환자를 관리했던 과거와는 확연히 다른 형태입니다.

■ 치료 복잡한 암 환자…입원전담전문의 도움 될까?

암 환자는 기존 항암 치료를 하던 담당 교수에 대한 의존도가 매우 높아서, 암으로 인한 합병증으로 입원했을 때 담당 교수가 아닌 입원전담전문의가 독립적으로 보기에 어려움이 크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그래서 분당서울대병원 연구팀은 '입원전담전문의'와 '종양내과전문의'가 입원 암 환자를 함께 관리하는 HOME(Hospitalist-Oncologist co-ManagemEnt) 시스템을 구축해 치료 효과를 분석했습니다.

해당 병원도 2020년 이전까진 종양내과전문의가 매일 병동 회진을 돌고 주·야간엔 내과 전공의들이 입원 환자를 관리하는 방식으로 입원 암 환자를 관리해왔습니다. 그러다 2020년에 HOME 시스템을 도입한 뒤론 입원 환자의 주요 불만 사항을 포함한 다양한 문제를 입원전담전문의가 맡았습니다. 환자 치료 계획은 종양내과전문의와 정기적으로 논의하며 조정했습니다.

■ 입원전담·종양전문의 공동 관리... 암 환자 입원 기간 3일 줄여

'공동 관리'에 효과가 있었는지 확인하기 위해 연구팀은 2019년부터 2021년 1월까지 HOME 시스템을 도입하기 전 입원한 암 환자 591명과 도입 후 입원한 1,068명의 의무기록을 비교했습니다. 분석 결과, 평균 입원 기간이 15.9일에서 12.9일로 3일 단축된 걸로 조사됐습니다. 입원전담전문의가 환자와 더 가까운 곳에서 신속하고 정확하게 진단하고 치료를 했기 때문으로 보입니다. 특히 입원전담전문의가 종양내과전문의를 비롯해 전담간호사, 약사, 영양사 등 다양한 전문가들과 긴밀하게 소통하며 환자의 특성에 맞게 진료한 것이 효과적이었습니다.

온정헌 분당서울대병원 입원전담진료센터 교수는 " 수차례 기획 회의를 하면서 서로의 업무영역을 명확히 하는 작업이 필요했다"며 "종양내과 전문 영역인 항암제의 선택이나 투약 시기는 종양내과에서 담당하고, 그 이외의 모든 일반 내과 진료는 입원전담전문의가 전적으로 치료하는 시스템을 구축한 것이 주효했다"고 설명했습니다.

■ 안전사고 절반 '뚝'…원내 사망률 등은 큰 차이 없어

또 이번 분석에서는 낙상이나 투약 오류 같은 환자 안전 사고 발생 빈도도 5.6%에서 2.8%로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환자를 더 가까이 모니터링한 결과입니다.

병원 내 긴급대응팀이 활성화된 경우도 7.3%에서 2.2%로 크게 감소했습니다. 긴급대응팀은 입원환자 상태가 갑자기 나빠질 때 빠르게 대응하는 팀으로, 이들의 활동이 줄었다는 건 그만큼 입원환자 상태가 안정적이었다는 의미입니다.

다만, 심폐소생술이나 중환자실 전원, 재입원이나 응급실 방문 빈도, 병원 내 사망률은 큰 차이가 나타나지 않았습니다. 연구팀은 상당수가 암 진행에 따른 합병증으로 입원한 것으로 미루어 볼 때, 암 환자의 특성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추정했습니다.

■ "입원 기간 단축…더 많은 암 환자에 입원 기회"

연구팀은 종양내과전문의 주도로 입원환자를 돌본 경우보다 입원전담전문의와 함께 관리한 경우 더 나은 의료서비스가 제공됐다고 강조했습니다. 또 입원 기간 단축으로 더 많은 암 환자에게 입원 기회가 돌아가기 때문에 국가 차원에서 의료자원의 효율적인 사용에 기여 한다고 평가했습니다.

김선욱 분당서울대병원 입원전담진료센터 교수는 "국내에 암센터를 주축으로 중증 암 환자가 많이 치료받는 상급종합병원, 종합병원에서 HOME 시스템을 구축하면 안전하면서도 질 높은 입원진료 서비스를 효율적으로 제공할 수 있다"며 "입원환자에 대한 다학제 협업 모델은 향후 암 치료 프로토콜(절차)을 개선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말했습니다.

이번 연구는 건강서비스 분야 국제학술지 BMC Health Service Research 최근호에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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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스피탈리스트, 이른바 '입원전담전문의'와 암 치료를 하는 '종양내과전문의'가 함께 '입원 암 환자'를 관리하면 입원 기간을 단축하고 안전사고도 줄일 수 있다는 연구결과가 나왔습니다.

■ 병원에서 입원환자 어떻게 관리?

외래에서 전문의가 환자를 입원시키면 같은 과 전공의가 주·야간으로 환자를 돌보고 담당 전문의가 매일 회진을 돌며 치료의 방향을 잡아주는 것이 전통적인 방식입니다. 하지만 3~4년 전부터 입원 환자만을 전문적으로 돌보는 입원전담의사가 도입돼 입원시킨 담당 전문의와 공동으로 환자를 치료하는 방식으로 바뀌고 있습니다. 이런 협업 방식은 전공의(레지던트) 위주로 입원환자를 관리했던 과거와는 확연히 다른 형태입니다.

■ 치료 복잡한 암 환자…입원전담전문의 도움 될까?

암 환자는 기존 항암 치료를 하던 담당 교수에 대한 의존도가 매우 높아서, 암으로 인한 합병증으로 입원했을 때 담당 교수가 아닌 입원전담전문의가 독립적으로 보기에 어려움이 크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그래서 분당서울대병원 연구팀은 '입원전담전문의'와 '종양내과전문의'가 입원 암 환자를 함께 관리하는 HOME(Hospitalist-Oncologist co-ManagemEnt) 시스템을 구축해 치료 효과를 분석했습니다.

해당 병원도 2020년 이전까진 종양내과전문의가 매일 병동 회진을 돌고 주·야간엔 내과 전공의들이 입원 환자를 관리하는 방식으로 입원 암 환자를 관리해왔습니다. 그러다 2020년에 HOME 시스템을 도입한 뒤론 입원 환자의 주요 불만 사항을 포함한 다양한 문제를 입원전담전문의가 맡았습니다. 환자 치료 계획은 종양내과전문의와 정기적으로 논의하며 조정했습니다.

■ 입원전담·종양전문의 공동 관리... 암 환자 입원 기간 3일 줄여

'공동 관리'에 효과가 있었는지 확인하기 위해 연구팀은 2019년부터 2021년 1월까지 HOME 시스템을 도입하기 전 입원한 암 환자 591명과 도입 후 입원한 1,068명의 의무기록을 비교했습니다. 분석 결과, 평균 입원 기간이 15.9일에서 12.9일로 3일 단축된 걸로 조사됐습니다. 입원전담전문의가 환자와 더 가까운 곳에서 신속하고 정확하게 진단하고 치료를 했기 때문으로 보입니다. 특히 입원전담전문의가 종양내과전문의를 비롯해 전담간호사, 약사, 영양사 등 다양한 전문가들과 긴밀하게 소통하며 환자의 특성에 맞게 진료한 것이 효과적이었습니다.

온정헌 분당서울대병원 입원전담진료센터 교수는 " 수차례 기획 회의를 하면서 서로의 업무영역을 명확히 하는 작업이 필요했다"며 "종양내과 전문 영역인 항암제의 선택이나 투약 시기는 종양내과에서 담당하고, 그 이외의 모든 일반 내과 진료는 입원전담전문의가 전적으로 치료하는 시스템을 구축한 것이 주효했다"고 설명했습니다.

■ 안전사고 절반 '뚝'…원내 사망률 등은 큰 차이 없어

또 이번 분석에서는 낙상이나 투약 오류 같은 환자 안전 사고 발생 빈도도 5.6%에서 2.8%로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환자를 더 가까이 모니터링한 결과입니다.

병원 내 긴급대응팀이 활성화된 경우도 7.3%에서 2.2%로 크게 감소했습니다. 긴급대응팀은 입원환자 상태가 갑자기 나빠질 때 빠르게 대응하는 팀으로, 이들의 활동이 줄었다는 건 그만큼 입원환자 상태가 안정적이었다는 의미입니다.

다만, 심폐소생술이나 중환자실 전원, 재입원이나 응급실 방문 빈도, 병원 내 사망률은 큰 차이가 나타나지 않았습니다. 연구팀은 상당수가 암 진행에 따른 합병증으로 입원한 것으로 미루어 볼 때, 암 환자의 특성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추정했습니다.

■ "입원 기간 단축…더 많은 암 환자에 입원 기회"

연구팀은 종양내과전문의 주도로 입원환자를 돌본 경우보다 입원전담전문의와 함께 관리한 경우 더 나은 의료서비스가 제공됐다고 강조했습니다. 또 입원 기간 단축으로 더 많은 암 환자에게 입원 기회가 돌아가기 때문에 국가 차원에서 의료자원의 효율적인 사용에 기여 한다고 평가했습니다.

김선욱 분당서울대병원 입원전담진료센터 교수는 "국내에 암센터를 주축으로 중증 암 환자가 많이 치료받는 상급종합병원, 종합병원에서 HOME 시스템을 구축하면 안전하면서도 질 높은 입원진료 서비스를 효율적으로 제공할 수 있다"며 "입원환자에 대한 다학제 협업 모델은 향후 암 치료 프로토콜(절차)을 개선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말했습니다.

이번 연구는 건강서비스 분야 국제학술지 BMC Health Service Research 최근호에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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