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촌 돋보기] EU-중국 관계 변곡점 왔나?

입력 2023.12.19 (10:48) 수정 2023.12.19 (1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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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최근 유럽연합, EU와 중국의 정상회담이 이뤄지면서, 미중 패권경쟁 속에 EU의 행보가 주목받고 있는데요.

앞으로 유럽과 중국의 관계가 어떤 방향으로 나갈지 짚어봅니다.

주 프랑크푸르트 총영사를 역임하신 백범흠 서울대 초빙교수를 화상으로 연결했습니다.

지난 7일이었죠,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베이징에서 EU 집행위원을 비롯한 EU 수뇌부를 만났는데요.

4년 만의 첫 대면 정상회담, 어떤 의미가 있었을까요?

[답변]

금년은 EU와 중국이 “포괄적 전략동반자 관계”를 수립한지 20주년이 되는 해입니다.

EU는 15년 전만해도 세계 제1위 경제단위였습니다만, 미국에 밀린데 이어 중국에도 밀려 이제 세계 제3위 경제단위가 되었습니다.

EU는 인플레이션과 저성장의 경제난을 겪고 있습니다.

코로나 팬데믹과 우크라이나 전쟁 등으로 인해 에너지 가격 포함 물가 급상승과 산업 경쟁력 약화로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중국 역시 리오프닝 이후에도 경제상황이 예상했던 만큼 호전되지 않고 있습니다.

중국은 팬데믹에 이은 경제성장 지체로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EU-중국 정상회담은 바로 이 시점에 개최되었습니다.

EU의 최대 관심사는 중국과의 무역적자 문제입니다.

우크라이나 전쟁도 우려 사항입니다.

EU는 2022년 중국과의 무역에서 약 4000억 유로, 563조 원 적자를 보았습니다.

EU가 불만을 가질 수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우크라이나 전쟁과 관련해서는 EU와 중국 간 입장차가 크게 드러났습니다.

시진핑은 “EU는 미국과 관계없이 독자 외교를 펼쳐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EU를 미국으로부터 떼어놓으려는 중국의 속내를 드러냈습니다.

[앵커]

EU도 결국 중국의 기업들로부터 유럽의 산업을 보호하기 위해 나선 거다.

이런 분석이 많은데요, 어떻게 보십니까?

[답변]

EU는 중국이 개도국 지위를 유지하면서도 보조금 지급을 통해 유럽의 주요 산업을 위협해 왔다고 보고 있습니다.

미국은 물론 EU도 “중국 제조 2025” 정책이 유럽 산업에 비수가 될 수 있다고 우려해 왔습니다.

전기차같이 늘 볼 수 있고, 전후방 파급효과도 큰 제품의 EU 시장 진출 강화는 EU의 두려움을 배가시키기에 충분했습니다.

자동차산업은 EU GDP의 7% 이상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자동차 산업이 무너지면, EU는 엄청난 타격을 입겠지요.

EU는 EU산보다 20% 저렴한 가격으로 판매되는 중국산 전기차에 대해 반보조금 조사를 시작했습니다.

EU가 반보조금 조사와 함께 지난 9월 핵심원자재법, 즉 CRMA를 제정한 것은 중국에 대한 EU의 우려가 명확하게 표출된 결과이지요.

저는 1995년부터 98년까지 3년 간 독일연방행정원에서 외교관 연수를 했습니다.

그 때 제가 독일 관리들에게 “중국이 20-30년 내 독일 포함 유럽 시장에 자동차를 수출하게 될 것이다.”라고 말했더니 그 누구도 안 믿었습니다.

[앵커]

유럽에서도 제조업이 중국에 종속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적지 않은데요.

유럽의 나라들마다 사정은 다르겠습니다만, 경제 대국 독일의 입장이 가장 궁금하네요?

[답변]

독일인들은 나폴레옹이 말한 ‘잠자던 사자 중국이 깨어나 유럽을 위협하는 때가 언젠가는 올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 독일인들도 중국 산업의 위협이 이렇게 빨리 가시화될 것으로는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독일 정부는 국가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해 독일 국내를 R&D와 첨단산업 기지, 동유럽 국가들을 제조업 기지, 러시아를 주요 에너지 공급원, 중국 포함 아시아를 주요 시장으로 하는 발전전략을 추구해 왔습니다.

팬데믹과 중국 산업의 경쟁력 상승, 우크라이나 전쟁 등은 독일의 국가전략을 뿌리 채 흔들어 놓았습니다.

우크라이나 전쟁은 에너지 가격 등 물가 급등으로 이어졌습니다.

제조업 부문 경쟁국가로 등장한 중국의 독일 첨단기업 인수는 독일의 위기감을 배가시켜 왔습니다.

독일은 중국이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러시아 시장을 급속도로 장악해 가고 있는데 대해서도 두려움을 느끼고 있습니다.

안보위기로도 다가올 것이기 때문입니다.

독일은 정치적으로 안정되어 있고, 국가 리더십 수준도 높습니다.

높은 과학기술수준과 제조업 경쟁력도 갖고 있습니다.

독일은 당면한 위기를 충분히 극복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독일은 금년 일본을 제치고 세계 제3위 경제대국이 될 것이라 합니다.

[앵커]

EU는 미국의 인플레이션 감축법, IRA와 유사한 CRMA를 추진하고 있는데요.

EU도 미국처럼 중국을 견제하려는 걸로 봐야겠죠?

또 미중 패권 경쟁이 더 가열되면 EU도 입장을 명확히 해야할 텐데, 어떻게 전망하십니까?

[답변]

쌍두마차 독일과 프랑스 등 EU 회원국들은 안보와 경제 측면에서 실리를 취하면서도 미국과 함께 갈 것으로 봅니다.

중국은 지난 8월부터 세계 생산량의 80%를 차지하는 갈륨, 게르마늄 수출을 통제하기 시작했습니다.

12월 1일부터는 흑연도 통제 대상에 포함시켰습니다.

또한 같은 날 '수출 통제법' 시행에 들어갔습니다.

이 법은 데이터·소스 코드·알고리즘 분야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국가 통제권을 강화한 것이지요.

EU가 반보조금 조사에 들어가고, CRMA를 제정한 것은 전기차 등 첨단 분야에서 더 이상 밀리지 않겠다는 의지를 보여준 것이기도 합니다.

미국 주도 핵심광물 대화체와 마찬가지로 CRMA도 주로 중국을 겨냥한 것입니다.

우리나라에도 막대한 영향을 끼치게 되는 만큼 주의 깊은 대응이 필요해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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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구촌 돋보기] EU-중국 관계 변곡점 왔나?
    • 입력 2023-12-19 10:48:29
    • 수정2023-12-19 11:0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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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최근 유럽연합, EU와 중국의 정상회담이 이뤄지면서, 미중 패권경쟁 속에 EU의 행보가 주목받고 있는데요.

앞으로 유럽과 중국의 관계가 어떤 방향으로 나갈지 짚어봅니다.

주 프랑크푸르트 총영사를 역임하신 백범흠 서울대 초빙교수를 화상으로 연결했습니다.

지난 7일이었죠,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베이징에서 EU 집행위원을 비롯한 EU 수뇌부를 만났는데요.

4년 만의 첫 대면 정상회담, 어떤 의미가 있었을까요?

[답변]

금년은 EU와 중국이 “포괄적 전략동반자 관계”를 수립한지 20주년이 되는 해입니다.

EU는 15년 전만해도 세계 제1위 경제단위였습니다만, 미국에 밀린데 이어 중국에도 밀려 이제 세계 제3위 경제단위가 되었습니다.

EU는 인플레이션과 저성장의 경제난을 겪고 있습니다.

코로나 팬데믹과 우크라이나 전쟁 등으로 인해 에너지 가격 포함 물가 급상승과 산업 경쟁력 약화로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중국 역시 리오프닝 이후에도 경제상황이 예상했던 만큼 호전되지 않고 있습니다.

중국은 팬데믹에 이은 경제성장 지체로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EU-중국 정상회담은 바로 이 시점에 개최되었습니다.

EU의 최대 관심사는 중국과의 무역적자 문제입니다.

우크라이나 전쟁도 우려 사항입니다.

EU는 2022년 중국과의 무역에서 약 4000억 유로, 563조 원 적자를 보았습니다.

EU가 불만을 가질 수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우크라이나 전쟁과 관련해서는 EU와 중국 간 입장차가 크게 드러났습니다.

시진핑은 “EU는 미국과 관계없이 독자 외교를 펼쳐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EU를 미국으로부터 떼어놓으려는 중국의 속내를 드러냈습니다.

[앵커]

EU도 결국 중국의 기업들로부터 유럽의 산업을 보호하기 위해 나선 거다.

이런 분석이 많은데요, 어떻게 보십니까?

[답변]

EU는 중국이 개도국 지위를 유지하면서도 보조금 지급을 통해 유럽의 주요 산업을 위협해 왔다고 보고 있습니다.

미국은 물론 EU도 “중국 제조 2025” 정책이 유럽 산업에 비수가 될 수 있다고 우려해 왔습니다.

전기차같이 늘 볼 수 있고, 전후방 파급효과도 큰 제품의 EU 시장 진출 강화는 EU의 두려움을 배가시키기에 충분했습니다.

자동차산업은 EU GDP의 7% 이상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자동차 산업이 무너지면, EU는 엄청난 타격을 입겠지요.

EU는 EU산보다 20% 저렴한 가격으로 판매되는 중국산 전기차에 대해 반보조금 조사를 시작했습니다.

EU가 반보조금 조사와 함께 지난 9월 핵심원자재법, 즉 CRMA를 제정한 것은 중국에 대한 EU의 우려가 명확하게 표출된 결과이지요.

저는 1995년부터 98년까지 3년 간 독일연방행정원에서 외교관 연수를 했습니다.

그 때 제가 독일 관리들에게 “중국이 20-30년 내 독일 포함 유럽 시장에 자동차를 수출하게 될 것이다.”라고 말했더니 그 누구도 안 믿었습니다.

[앵커]

유럽에서도 제조업이 중국에 종속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적지 않은데요.

유럽의 나라들마다 사정은 다르겠습니다만, 경제 대국 독일의 입장이 가장 궁금하네요?

[답변]

독일인들은 나폴레옹이 말한 ‘잠자던 사자 중국이 깨어나 유럽을 위협하는 때가 언젠가는 올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 독일인들도 중국 산업의 위협이 이렇게 빨리 가시화될 것으로는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독일 정부는 국가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해 독일 국내를 R&D와 첨단산업 기지, 동유럽 국가들을 제조업 기지, 러시아를 주요 에너지 공급원, 중국 포함 아시아를 주요 시장으로 하는 발전전략을 추구해 왔습니다.

팬데믹과 중국 산업의 경쟁력 상승, 우크라이나 전쟁 등은 독일의 국가전략을 뿌리 채 흔들어 놓았습니다.

우크라이나 전쟁은 에너지 가격 등 물가 급등으로 이어졌습니다.

제조업 부문 경쟁국가로 등장한 중국의 독일 첨단기업 인수는 독일의 위기감을 배가시켜 왔습니다.

독일은 중국이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러시아 시장을 급속도로 장악해 가고 있는데 대해서도 두려움을 느끼고 있습니다.

안보위기로도 다가올 것이기 때문입니다.

독일은 정치적으로 안정되어 있고, 국가 리더십 수준도 높습니다.

높은 과학기술수준과 제조업 경쟁력도 갖고 있습니다.

독일은 당면한 위기를 충분히 극복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독일은 금년 일본을 제치고 세계 제3위 경제대국이 될 것이라 합니다.

[앵커]

EU는 미국의 인플레이션 감축법, IRA와 유사한 CRMA를 추진하고 있는데요.

EU도 미국처럼 중국을 견제하려는 걸로 봐야겠죠?

또 미중 패권 경쟁이 더 가열되면 EU도 입장을 명확히 해야할 텐데, 어떻게 전망하십니까?

[답변]

쌍두마차 독일과 프랑스 등 EU 회원국들은 안보와 경제 측면에서 실리를 취하면서도 미국과 함께 갈 것으로 봅니다.

중국은 지난 8월부터 세계 생산량의 80%를 차지하는 갈륨, 게르마늄 수출을 통제하기 시작했습니다.

12월 1일부터는 흑연도 통제 대상에 포함시켰습니다.

또한 같은 날 '수출 통제법' 시행에 들어갔습니다.

이 법은 데이터·소스 코드·알고리즘 분야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국가 통제권을 강화한 것이지요.

EU가 반보조금 조사에 들어가고, CRMA를 제정한 것은 전기차 등 첨단 분야에서 더 이상 밀리지 않겠다는 의지를 보여준 것이기도 합니다.

미국 주도 핵심광물 대화체와 마찬가지로 CRMA도 주로 중국을 겨냥한 것입니다.

우리나라에도 막대한 영향을 끼치게 되는 만큼 주의 깊은 대응이 필요해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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