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절한 뉴스K] ‘웅담’ 위해 철창에서 평생…비극 끝날까

입력 2023.12.19 (12:17) 수정 2023.12.19 (12: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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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사설 농장에서 사육하는 곰이 탈출하는 사고가 또 발생했습니다.

열악한 사육 환경과 불법 증식 등 그동안 사육곰에 대한 논란도 끊이지 않았습니다.

환경부가 곰 사육 농가들과 2026년부터 곰 사육을 금지하는 협약을 맺었는데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 친절한 뉴스에서 전해드립니다.

김세희 기자입니다.

[리포트]

평생을 1평 남짓한 철창에 사는 '사육곰' 들어보셨을텐데요.

이들이 사육되는 이유는 대부분 '웅담' 때문입니다.

10살이 넘은 사육곰에게서 웅담을 채취하는 건 합법인데요.

정부는 1980년대 농가의 소득 증대를 위해 곰의 사육과 수입을 허가했습니다.

이후 국제 협약에 의해 곰 수출길이 막혔고, 환경부가 중성화 사업을 벌이면서 증식도 막았습니다.

하지만 아직도 전국 곳곳엔 곰 사육 농장들이 남아있죠.

이곳에서 사육곰이 또 우리를 뜯고 탈출했습니다.

엽사들이 철망 뒤편의 곰을 향해 총을 겨눕니다.

무게 100kg인 반달가슴곰 한 마리가 사육 농장 철창을 뜯고 탈출했다가 두 시간 만에 사살됐습니다.

이 농장에서 곰이 탈출한 건 2013년과 2017년에 이어 벌써 세 번째.

지난해 12월 울산에서는 사육 농장 주인 부부가 탈출한 곰의 습격을 받아 숨지기도 했습니다.

이후 정부는 전국 사육장 21곳의 안전 실태를 조사해 시설 교체와 수리 비용으로 모두 5천만 원을 지원했지만 효과는 크지 않다는 반응입니다.

[탈출 곰 사육 농장주 : "그거 가지고 수리비는 턱도 없어요. 한 칸에도 천만 원씩 들어가는, 그 정도 수리비 필요한 데도 있어요."]

동물보호단체는 웅담 채취를 위한 곰 사육을 합법으로 유지하는 한 탈출은 반복될 수밖에 없다고 지적합니다.

[최태규/곰 보금자리 프로젝트 대표 : "전문적이지 않은 개인 시설들에서 대형 포유류들을 그렇게 키우게 해놓은 상태 자체가 문제가 되는 거고요. 그래서 이 곰들을 빨리 보호시설로 옮기는 것이 필요하고…."]

국내 민간시설에서 사육하는 곰은 지난 9월 기준으로 580여 마리입니다.

절반 가량은 웅담 채취를 위한 곰이고 나머지 절반은 전시·관람용인데요.

지난해 1월 이들에게 의미 있는 협약이 맺어졌습니다.

환경부가 곰 사육 농가, 동물권 단체들과 함께 '곰 사육 종식 협약'을 맺은 겁니다.

2026년부터 곰 사육을 금지하고 남아 있는 사육곰들을 보호시설 등 보다 좋은 환경으로 옮긴다는 내용인데요.

합의 후 처음으로 민간시설의 곰들이 보금자리를 옮겼습니다.

경기도 용인에서 무진동 차량을 타고 전남 완도항으로, 다시 배를 타고 제주항까지.

14시간의 긴 여정 끝에 반달곰 4마리가 제주로 이주했습니다.

이들은 한 달간 적응 훈련을 거친 후, 생태 관찰장에서 지낼 예정입니다.

[강명균/제주도 환경정책과장 : "야외 방목장이 있는데요. 좀 더 이제 놀이 시설이라든지 운동 시설들을 더 확충해 나가도록."]

지난 10년간 모 제약회사의 전시용 사육장에서 살아온 반달곰들.

딱딱한 시멘트 바닥에 철창으로 에워싸인 곳이었는데요.

천3백 제곱미터 규모 새 보금자리에서 이제 마음껏 뛰어다니며 자연을 만끽할 것으로 보입니다.

환경부는 2025년, 전남 구례와 충남 서천에 119마리를 수용하는 전용 시설이 완공되면 이주가 본격적으로 진행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보호시설 건립 등을 위한 '야생생물법 개정안'은 아직 국회를 통과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KBS 뉴스 김세희입니다.

영상편집:신선미/그래픽:민세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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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친절한 뉴스K] ‘웅담’ 위해 철창에서 평생…비극 끝날까
    • 입력 2023-12-19 12:17:57
    • 수정2023-12-19 12:32:07
    뉴스 12
[앵커]

사설 농장에서 사육하는 곰이 탈출하는 사고가 또 발생했습니다.

열악한 사육 환경과 불법 증식 등 그동안 사육곰에 대한 논란도 끊이지 않았습니다.

환경부가 곰 사육 농가들과 2026년부터 곰 사육을 금지하는 협약을 맺었는데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 친절한 뉴스에서 전해드립니다.

김세희 기자입니다.

[리포트]

평생을 1평 남짓한 철창에 사는 '사육곰' 들어보셨을텐데요.

이들이 사육되는 이유는 대부분 '웅담' 때문입니다.

10살이 넘은 사육곰에게서 웅담을 채취하는 건 합법인데요.

정부는 1980년대 농가의 소득 증대를 위해 곰의 사육과 수입을 허가했습니다.

이후 국제 협약에 의해 곰 수출길이 막혔고, 환경부가 중성화 사업을 벌이면서 증식도 막았습니다.

하지만 아직도 전국 곳곳엔 곰 사육 농장들이 남아있죠.

이곳에서 사육곰이 또 우리를 뜯고 탈출했습니다.

엽사들이 철망 뒤편의 곰을 향해 총을 겨눕니다.

무게 100kg인 반달가슴곰 한 마리가 사육 농장 철창을 뜯고 탈출했다가 두 시간 만에 사살됐습니다.

이 농장에서 곰이 탈출한 건 2013년과 2017년에 이어 벌써 세 번째.

지난해 12월 울산에서는 사육 농장 주인 부부가 탈출한 곰의 습격을 받아 숨지기도 했습니다.

이후 정부는 전국 사육장 21곳의 안전 실태를 조사해 시설 교체와 수리 비용으로 모두 5천만 원을 지원했지만 효과는 크지 않다는 반응입니다.

[탈출 곰 사육 농장주 : "그거 가지고 수리비는 턱도 없어요. 한 칸에도 천만 원씩 들어가는, 그 정도 수리비 필요한 데도 있어요."]

동물보호단체는 웅담 채취를 위한 곰 사육을 합법으로 유지하는 한 탈출은 반복될 수밖에 없다고 지적합니다.

[최태규/곰 보금자리 프로젝트 대표 : "전문적이지 않은 개인 시설들에서 대형 포유류들을 그렇게 키우게 해놓은 상태 자체가 문제가 되는 거고요. 그래서 이 곰들을 빨리 보호시설로 옮기는 것이 필요하고…."]

국내 민간시설에서 사육하는 곰은 지난 9월 기준으로 580여 마리입니다.

절반 가량은 웅담 채취를 위한 곰이고 나머지 절반은 전시·관람용인데요.

지난해 1월 이들에게 의미 있는 협약이 맺어졌습니다.

환경부가 곰 사육 농가, 동물권 단체들과 함께 '곰 사육 종식 협약'을 맺은 겁니다.

2026년부터 곰 사육을 금지하고 남아 있는 사육곰들을 보호시설 등 보다 좋은 환경으로 옮긴다는 내용인데요.

합의 후 처음으로 민간시설의 곰들이 보금자리를 옮겼습니다.

경기도 용인에서 무진동 차량을 타고 전남 완도항으로, 다시 배를 타고 제주항까지.

14시간의 긴 여정 끝에 반달곰 4마리가 제주로 이주했습니다.

이들은 한 달간 적응 훈련을 거친 후, 생태 관찰장에서 지낼 예정입니다.

[강명균/제주도 환경정책과장 : "야외 방목장이 있는데요. 좀 더 이제 놀이 시설이라든지 운동 시설들을 더 확충해 나가도록."]

지난 10년간 모 제약회사의 전시용 사육장에서 살아온 반달곰들.

딱딱한 시멘트 바닥에 철창으로 에워싸인 곳이었는데요.

천3백 제곱미터 규모 새 보금자리에서 이제 마음껏 뛰어다니며 자연을 만끽할 것으로 보입니다.

환경부는 2025년, 전남 구례와 충남 서천에 119마리를 수용하는 전용 시설이 완공되면 이주가 본격적으로 진행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보호시설 건립 등을 위한 '야생생물법 개정안'은 아직 국회를 통과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KBS 뉴스 김세희입니다.

영상편집:신선미/그래픽:민세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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