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촌 돋보기] “미국 전역이 사정권”…동북아 정세 영향은?

입력 2023.12.21 (10:46) 수정 2023.12.21 (10: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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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북한이 고체연료로 탄도미사일을 쏘는데 기술적으로 꽤 진전을 이룬 것으로 평가받으면서 한미일은 물론 국제사회의 고민도 커지고 있는데요.

동북아 정세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자세히 짚어봅니다.

세종연구소 정성장 한반도전략센터장, 화상으로 연결돼 있습니다.

북한이 지난 18일에 또 탄도미사일을 쐈는데요.

이번 발사가 예전과는 다른 점이 있다면 어떤 걸까요?

[답변]

북한이 지난 18일 화성포-18형 고체연료 ICBM을 세 번째로 발사했는데, 뜻밖에도 ‘시험발사’라는 표현 대신 ‘발사훈련’이라는 표현을 사용했습니다.

북한이 ‘발사훈련’이라는 표현을 쓴 것은 ‘시험발사’라는 표현을 쓸 필요가 없을 정도로 신형 ICBM의 고체연료 추진시스템에 자신감을 갖고 있다는 의미이죠.

북한이 12월 18일 세 번째로 발사한 화성포-18형 ICBM은 최대 정점 고도 6,518.2㎞까지 상승하여 1002.3㎞를 비행해 두 번째 시험발사 때와 거의 비슷한 최대정점 고도와 비행거리를 보여주었습니다.

이로써 북한 신형 ICBM의 비행 안정성과 기술적 신뢰성이 검증되었다고 평가할 수 있습니다.

고각으로 발사해 1,000km를 날아간 ICBM을 정상각도로 발사하면 최장 사거리가 1만5,000km가 되어 미 본토 전역이 사정권에 들어갑니다.

북한이 신형 ICBM에 사용한 고체연료의 장점은 신속성입니다.

액체연료는 부식성이 강해 발사 직전 주입해야 하기 때문에 시간이 많이 걸리는 반면, 고체 연료는 주입 시간이 필요없어 미 정찰위성 감시 등을 피해 은밀하고 기습적인 발사가 가능합니다.

따라서 북한이 신속발사가 가능한 고체연료 ICBM의 보유량이 늘어나게 되면 될수록 미국의 요격 능력도 한계에 직면할 수밖에 없습니다.

[앵커]

북한의 ICBM, 대륙간탄도미사일이 미국까지 겨냥한다고 보면, 이른바 재진입 기술이 관건이 될 텐데요.

이 부분에 진전이 있었다는 분석도 나옵니다.

어떻게 평가하십니까?

[답변]

북한은 현재 생존이나 협상에 필요한 수준을 훨씬 넘어서서 핵전력을 강화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방금 앵커께서 말씀하신 것처럼 북한의 목표는 한반도와 동북아에서 현상을 타파하고, 미국의 핵우산을 약화시켜 한반도 유사시 미군의 군사적 개입을 막는데 있다고 보여집니다.

그런데 북한이 대기권 재진입 기술을 확보했는지는 확실치 않습니다.

북한이 지금까지 ICBM을 정상각도로 발사한 적이 없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북한이 내년에 ICBM을 정상각도로 발사할 것이라는 전망도 있지만, 그것은 북미 간의 긴장을 극도로 끌어올릴 것이기 때문에 북한이 과연 그런 선택을 할지는 의문입니다.

북한은 그보다는 당분간 정찰위성 추가 발사와 ICBM 다탄두 기술 확보에 더욱 주력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앵커]

북한이 미사일을 쏴도 중국과 러시아 때문에 유엔 차원의 대응이 쉽지 않은데요.

한미일 대 북중러의 대결구도가 이렇게 또 더 강화되는 건가요?

[답변]

중국은 무엇보다도 경제적인 이유 때문에 동북아에서 한미일 대 북중러의 대결 구도가 형성되는 것을 원하지 않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19일 소집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서 중국은 북한의 ICBM 발사를 미국의 위협에 대처하기 위한 것이라며 그 책임을 미국에 돌렸습니다.

결국 거부권을 지닌 상임이사국 중국과 러시아가 북한의 입장을 옹호하면서 이날 안보리 회의는 아무런 성과 없이 종료됐습니다.

중국과 러시아가 이처럼 북한의 입장을 계속 옹호하고 북한의 핵과 미사일 능력이 갈수록 고도화된다면 한중 관계도 그 영향으로 악화될 수밖에 없습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북러, 한러 관계는 이미 냉전시대로 돌아갔고, 만약 중국이 대만을 침공한다면 북중, 한중 관계도 완전히 냉전시대로 돌아갈 것으로 예상됩니다.

[앵커]

유럽과 중동에선 전쟁이 계속되고, 북한의 도발은 되풀이되고, 한반도의 안보상황을 재평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데요.

내년 한반도의 상황, 어떻게 전망하십니까?

[답변]

우크라이나 전쟁에 이어 올해 하마스의 이스라엘 공격까지 이어지면서 최근 미국 국민들의 48%가 바이든 대통령이 우크라이나 전쟁에 너무 많은 돈을 쓰고 있다고 본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나왔습니다.

특히 공화당 지지자 중 65%가 “우크라이나에 너무 많은 지출을 하고 있다”고 답했습니다.

그런데 만약 한반도에서 무력충돌이 발생한다고 하면 미국 국민들의 전쟁 피로감은 더욱 높아질 것이고, 미국의 한국에 대한 적극적인 지원도 기대하기 어려울 수 있습니다.

북한이 고체연료 ICBM을 본격적으로 양산하고, 북한의 핵무기가 200~300개 수준으로까지 증가한다면 미국은 더욱 더 북한 핵과 미사일의 방어 능력에 한계를 느끼게 될 것입니다.

그리고 만약 2024년 미 대선에서 고립주의와 미국우선주의를 추구하는 공화당 후보가 당선된다면 미국의 한국 방어 의지까지 약화될 수 있습니다.

그러므로 한국의 운명을 4년 또는 8년마다 대통령이 바뀌는 미국에 거의 전적으로 의탁하는 것은 현명하지 않고, 북한의 오판에 의한 핵사용과 핵전쟁을 막기 위해 남북 핵 균형을 포함한 독자적인 핵 대응 전략을 모색할 필요가 있습니다.

그리고 유사시 일본이 핵무장의 방향으로 나아갈 때 우리만 비핵국가로 남지 않기 위해 최소한 일본 수준의 사용 후 핵연료 재처리와 우라늄 농축 능력을 확보하는 것이 시급하다고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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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구촌 돋보기] “미국 전역이 사정권”…동북아 정세 영향은?
    • 입력 2023-12-21 10:46:47
    • 수정2023-12-21 10:59:11
    지구촌뉴스
[앵커]

북한이 고체연료로 탄도미사일을 쏘는데 기술적으로 꽤 진전을 이룬 것으로 평가받으면서 한미일은 물론 국제사회의 고민도 커지고 있는데요.

동북아 정세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자세히 짚어봅니다.

세종연구소 정성장 한반도전략센터장, 화상으로 연결돼 있습니다.

북한이 지난 18일에 또 탄도미사일을 쐈는데요.

이번 발사가 예전과는 다른 점이 있다면 어떤 걸까요?

[답변]

북한이 지난 18일 화성포-18형 고체연료 ICBM을 세 번째로 발사했는데, 뜻밖에도 ‘시험발사’라는 표현 대신 ‘발사훈련’이라는 표현을 사용했습니다.

북한이 ‘발사훈련’이라는 표현을 쓴 것은 ‘시험발사’라는 표현을 쓸 필요가 없을 정도로 신형 ICBM의 고체연료 추진시스템에 자신감을 갖고 있다는 의미이죠.

북한이 12월 18일 세 번째로 발사한 화성포-18형 ICBM은 최대 정점 고도 6,518.2㎞까지 상승하여 1002.3㎞를 비행해 두 번째 시험발사 때와 거의 비슷한 최대정점 고도와 비행거리를 보여주었습니다.

이로써 북한 신형 ICBM의 비행 안정성과 기술적 신뢰성이 검증되었다고 평가할 수 있습니다.

고각으로 발사해 1,000km를 날아간 ICBM을 정상각도로 발사하면 최장 사거리가 1만5,000km가 되어 미 본토 전역이 사정권에 들어갑니다.

북한이 신형 ICBM에 사용한 고체연료의 장점은 신속성입니다.

액체연료는 부식성이 강해 발사 직전 주입해야 하기 때문에 시간이 많이 걸리는 반면, 고체 연료는 주입 시간이 필요없어 미 정찰위성 감시 등을 피해 은밀하고 기습적인 발사가 가능합니다.

따라서 북한이 신속발사가 가능한 고체연료 ICBM의 보유량이 늘어나게 되면 될수록 미국의 요격 능력도 한계에 직면할 수밖에 없습니다.

[앵커]

북한의 ICBM, 대륙간탄도미사일이 미국까지 겨냥한다고 보면, 이른바 재진입 기술이 관건이 될 텐데요.

이 부분에 진전이 있었다는 분석도 나옵니다.

어떻게 평가하십니까?

[답변]

북한은 현재 생존이나 협상에 필요한 수준을 훨씬 넘어서서 핵전력을 강화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방금 앵커께서 말씀하신 것처럼 북한의 목표는 한반도와 동북아에서 현상을 타파하고, 미국의 핵우산을 약화시켜 한반도 유사시 미군의 군사적 개입을 막는데 있다고 보여집니다.

그런데 북한이 대기권 재진입 기술을 확보했는지는 확실치 않습니다.

북한이 지금까지 ICBM을 정상각도로 발사한 적이 없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북한이 내년에 ICBM을 정상각도로 발사할 것이라는 전망도 있지만, 그것은 북미 간의 긴장을 극도로 끌어올릴 것이기 때문에 북한이 과연 그런 선택을 할지는 의문입니다.

북한은 그보다는 당분간 정찰위성 추가 발사와 ICBM 다탄두 기술 확보에 더욱 주력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앵커]

북한이 미사일을 쏴도 중국과 러시아 때문에 유엔 차원의 대응이 쉽지 않은데요.

한미일 대 북중러의 대결구도가 이렇게 또 더 강화되는 건가요?

[답변]

중국은 무엇보다도 경제적인 이유 때문에 동북아에서 한미일 대 북중러의 대결 구도가 형성되는 것을 원하지 않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19일 소집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서 중국은 북한의 ICBM 발사를 미국의 위협에 대처하기 위한 것이라며 그 책임을 미국에 돌렸습니다.

결국 거부권을 지닌 상임이사국 중국과 러시아가 북한의 입장을 옹호하면서 이날 안보리 회의는 아무런 성과 없이 종료됐습니다.

중국과 러시아가 이처럼 북한의 입장을 계속 옹호하고 북한의 핵과 미사일 능력이 갈수록 고도화된다면 한중 관계도 그 영향으로 악화될 수밖에 없습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북러, 한러 관계는 이미 냉전시대로 돌아갔고, 만약 중국이 대만을 침공한다면 북중, 한중 관계도 완전히 냉전시대로 돌아갈 것으로 예상됩니다.

[앵커]

유럽과 중동에선 전쟁이 계속되고, 북한의 도발은 되풀이되고, 한반도의 안보상황을 재평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데요.

내년 한반도의 상황, 어떻게 전망하십니까?

[답변]

우크라이나 전쟁에 이어 올해 하마스의 이스라엘 공격까지 이어지면서 최근 미국 국민들의 48%가 바이든 대통령이 우크라이나 전쟁에 너무 많은 돈을 쓰고 있다고 본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나왔습니다.

특히 공화당 지지자 중 65%가 “우크라이나에 너무 많은 지출을 하고 있다”고 답했습니다.

그런데 만약 한반도에서 무력충돌이 발생한다고 하면 미국 국민들의 전쟁 피로감은 더욱 높아질 것이고, 미국의 한국에 대한 적극적인 지원도 기대하기 어려울 수 있습니다.

북한이 고체연료 ICBM을 본격적으로 양산하고, 북한의 핵무기가 200~300개 수준으로까지 증가한다면 미국은 더욱 더 북한 핵과 미사일의 방어 능력에 한계를 느끼게 될 것입니다.

그리고 만약 2024년 미 대선에서 고립주의와 미국우선주의를 추구하는 공화당 후보가 당선된다면 미국의 한국 방어 의지까지 약화될 수 있습니다.

그러므로 한국의 운명을 4년 또는 8년마다 대통령이 바뀌는 미국에 거의 전적으로 의탁하는 것은 현명하지 않고, 북한의 오판에 의한 핵사용과 핵전쟁을 막기 위해 남북 핵 균형을 포함한 독자적인 핵 대응 전략을 모색할 필요가 있습니다.

그리고 유사시 일본이 핵무장의 방향으로 나아갈 때 우리만 비핵국가로 남지 않기 위해 최소한 일본 수준의 사용 후 핵연료 재처리와 우라늄 농축 능력을 확보하는 것이 시급하다고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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