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의원 해외 출장’ 심사기준도 없어…“셀프용역 차단 필요”

입력 2023.12.21 (11:15) 수정 2023.12.21 (1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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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의원들의 해외출장, 누가 심사하고 보고서는 얼마나 면밀하게 검토될까요?

특정 공무원이 연구 용역 과제를 발주하고, 이해관계가 있는 특정 업체에 일감을 준다면 구청이나 구의회에서 걸러질 수 있을까요?

국민권익위원회가 17개 광역시·도의 61개 자치구(지난해 점검한 서울 강남구, 부산 진구 등 8개 자치구 제외)와 구의회의 법령과 자치 법규들을 모두 살펴봤습니다. 규정이 허술해서 부패를 유발하는 요인이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선데요.

부패 유발요인을 무려 1천 763건이나 찾아서 자치구와 구의회에 개선을 권고했습니다. 어떤 문제들이 있는지 살펴보겠습니다.

■"서울 양천구의회, 해외출장 심사기준 규정 없어...동작·종로구 '구체적' 기준 필요"

권익위가 살펴본 결과, 서울 양천구의회는 공무국외출장 심사기준 규정이 없었습니다. 양천구의회 국외출장 심사위원회에는 민간위원의 참여 비율에 관한 규정을 만들고, 심사위 구성도 7명으로 확대할 것도 권고했습니다.

서울 동작·종로구도 상황은 비슷했는데요. 두 자치구는 심사기준이 모호해 자의적 해외 출장이 우려되는 만큼 구체적 심사 기준을 새로 만들 필요가 있었습니다.

서울 중랑구와 부산 사상구에는 출장 심의위원이 출장 당사자인 경우 심의에서 배제하는 규정을 만들도록 했습니다.


이렇게 구의원과 공무원들이 해외출장을 다녀오면 결과보고서도 제출해야 하는데요. 권익위가 관련 규정을 살펴봤더니 허술한 보고서를 내도 별다른 제재가 없는 사례가 많았습니다.

■"대구 북구의회, 나무위키 그대로 베껴"...권익위 "전국 자치구 61곳, 보고서 충실성·표절 검토 근거도 없어"

대구 북구의회 동유럽 4개국 공무국외출장 보고서. 온라인 백과사전 ‘나무위키’의 내용을 그대로 가져다 게재했다.(지난 4월 제출, KBS 대구 6월 보도 캡처)대구 북구의회 동유럽 4개국 공무국외출장 보고서. 온라인 백과사전 ‘나무위키’의 내용을 그대로 가져다 게재했다.(지난 4월 제출, KBS 대구 6월 보도 캡처)

지난 4월 대구 북구의회는 8박 10일 동안 동유럽 4개국으로 공무국외출장을 다녀왔습니다. 연수 목적은 선진 자치 분권 등 '우수 제도 견학'이었는데 방문기관 12곳 중 8곳이 관광지로 나타났습니다.

해당 출장은 당시 심의에서도 "외유성이 짙다"는 지적이 있었고, "상임위별로 연수 일정을 분리해 구체적 방문 목적, 자치구와의 관련성을 밝혀라"라는 조건을 들어 출장은 승인됐지만 심의 조건은 무시됐습니다.

보고서의 절반 이상이 온라인 백과사전, 블로그 글과 같았습니다.

[연관 기사] ‘연수비용 최고’ 대구 북구의회…보고서는 인터넷 베끼기?
https://news.kbs.co.kr/news/pc/view/view.do?ncd=7704074

권익위가 살펴보니, 서울 강북·서초구 등 점검 대상인 61개 자치구 모두가 '표절 의혹'의 부실한 보고서를 제출해도 검토하고 보완을 요구할 수 있는 근거조차 마련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구의회도 상황은 비슷했습니다. KBS가 보도했던 대구 북구의회뿐만 아니라 서울 영등포구 의회 등 49개 구의회가 보고서 검토 기준이나 근거가 없었습니다.

부실한 보고서를 내도 검증하거나, 보완을 요구하는 등의 제도가 사실상 없다는 것입니다.

■"셀프 용역' 우려...용역 심사에 이해관계자 '배제' 규정 필요"

구의회는 구의원들이 정책 개발이나 연구 활동을 할 수 있도록 연구 용역비(의원 정책개발비)와 연구 활동비 등을 지원하는데요. 상당수 구의회에서는 해당 용역 추진이 타당한지, 예산이 적정한지 의원들 스스로 심의할 수 있게 합니다.

따라서, 무분별한 용역이 발주되거나 특혜 우려가 있고, 목적과 달리 쓰여도 환수할 근거가 없어 용역 예산이 낭비될 우려가 있다는 게 권익위의 지적입니다.

권익위는 서울 송파·마포구의회 등 전국 43개 구의회에는 의원들이 '셀프 심의'를 하지 못하도록 외부 전문가가 심의에 참여하도록 규정을 신설할 것을 권고했습니다. 아울러 연구 결과물을 의무적으로 공개하고, 연구활동비 목적 외에 사용된 비용은 의무적으로 환수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용역 관련 규정이 미흡한 경우도 많았습니다.

서울 서대문구의회와 대구 북구의회 등 49개 구의회에는 심의 안건과 이해 관계가 있는 위원은 심의에서 배제되도록 제척과 기피 등 회피 규정을 마련토록 했습니다.



권익위 정승윤 부위원장은 "지난해 79개의 시‧군‧구를 시작으로 올해 17개 광역시‧도와 61개의 자치구 평가를 마쳤고, 내년 86개의 시‧군을 끝으로 전 지자체 평가를 완료한다"면서 "부패영향평가에 따라 각 지자체의 조례 개정이 마무리되면 지역사회가 보다 투명하고 공정해질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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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구의원 해외 출장’ 심사기준도 없어…“셀프용역 차단 필요”
    • 입력 2023-12-21 11:15:37
    • 수정2023-12-21 11:17: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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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의원들의 해외출장, 누가 심사하고 보고서는 얼마나 면밀하게 검토될까요?

특정 공무원이 연구 용역 과제를 발주하고, 이해관계가 있는 특정 업체에 일감을 준다면 구청이나 구의회에서 걸러질 수 있을까요?

국민권익위원회가 17개 광역시·도의 61개 자치구(지난해 점검한 서울 강남구, 부산 진구 등 8개 자치구 제외)와 구의회의 법령과 자치 법규들을 모두 살펴봤습니다. 규정이 허술해서 부패를 유발하는 요인이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선데요.

부패 유발요인을 무려 1천 763건이나 찾아서 자치구와 구의회에 개선을 권고했습니다. 어떤 문제들이 있는지 살펴보겠습니다.

■"서울 양천구의회, 해외출장 심사기준 규정 없어...동작·종로구 '구체적' 기준 필요"

권익위가 살펴본 결과, 서울 양천구의회는 공무국외출장 심사기준 규정이 없었습니다. 양천구의회 국외출장 심사위원회에는 민간위원의 참여 비율에 관한 규정을 만들고, 심사위 구성도 7명으로 확대할 것도 권고했습니다.

서울 동작·종로구도 상황은 비슷했는데요. 두 자치구는 심사기준이 모호해 자의적 해외 출장이 우려되는 만큼 구체적 심사 기준을 새로 만들 필요가 있었습니다.

서울 중랑구와 부산 사상구에는 출장 심의위원이 출장 당사자인 경우 심의에서 배제하는 규정을 만들도록 했습니다.


이렇게 구의원과 공무원들이 해외출장을 다녀오면 결과보고서도 제출해야 하는데요. 권익위가 관련 규정을 살펴봤더니 허술한 보고서를 내도 별다른 제재가 없는 사례가 많았습니다.

■"대구 북구의회, 나무위키 그대로 베껴"...권익위 "전국 자치구 61곳, 보고서 충실성·표절 검토 근거도 없어"

대구 북구의회 동유럽 4개국 공무국외출장 보고서. 온라인 백과사전 ‘나무위키’의 내용을 그대로 가져다 게재했다.(지난 4월 제출, KBS 대구 6월 보도 캡처)
지난 4월 대구 북구의회는 8박 10일 동안 동유럽 4개국으로 공무국외출장을 다녀왔습니다. 연수 목적은 선진 자치 분권 등 '우수 제도 견학'이었는데 방문기관 12곳 중 8곳이 관광지로 나타났습니다.

해당 출장은 당시 심의에서도 "외유성이 짙다"는 지적이 있었고, "상임위별로 연수 일정을 분리해 구체적 방문 목적, 자치구와의 관련성을 밝혀라"라는 조건을 들어 출장은 승인됐지만 심의 조건은 무시됐습니다.

보고서의 절반 이상이 온라인 백과사전, 블로그 글과 같았습니다.

[연관 기사] ‘연수비용 최고’ 대구 북구의회…보고서는 인터넷 베끼기?
https://news.kbs.co.kr/news/pc/view/view.do?ncd=7704074

권익위가 살펴보니, 서울 강북·서초구 등 점검 대상인 61개 자치구 모두가 '표절 의혹'의 부실한 보고서를 제출해도 검토하고 보완을 요구할 수 있는 근거조차 마련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구의회도 상황은 비슷했습니다. KBS가 보도했던 대구 북구의회뿐만 아니라 서울 영등포구 의회 등 49개 구의회가 보고서 검토 기준이나 근거가 없었습니다.

부실한 보고서를 내도 검증하거나, 보완을 요구하는 등의 제도가 사실상 없다는 것입니다.

■"셀프 용역' 우려...용역 심사에 이해관계자 '배제' 규정 필요"

구의회는 구의원들이 정책 개발이나 연구 활동을 할 수 있도록 연구 용역비(의원 정책개발비)와 연구 활동비 등을 지원하는데요. 상당수 구의회에서는 해당 용역 추진이 타당한지, 예산이 적정한지 의원들 스스로 심의할 수 있게 합니다.

따라서, 무분별한 용역이 발주되거나 특혜 우려가 있고, 목적과 달리 쓰여도 환수할 근거가 없어 용역 예산이 낭비될 우려가 있다는 게 권익위의 지적입니다.

권익위는 서울 송파·마포구의회 등 전국 43개 구의회에는 의원들이 '셀프 심의'를 하지 못하도록 외부 전문가가 심의에 참여하도록 규정을 신설할 것을 권고했습니다. 아울러 연구 결과물을 의무적으로 공개하고, 연구활동비 목적 외에 사용된 비용은 의무적으로 환수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용역 관련 규정이 미흡한 경우도 많았습니다.

서울 서대문구의회와 대구 북구의회 등 49개 구의회에는 심의 안건과 이해 관계가 있는 위원은 심의에서 배제되도록 제척과 기피 등 회피 규정을 마련토록 했습니다.



권익위 정승윤 부위원장은 "지난해 79개의 시‧군‧구를 시작으로 올해 17개 광역시‧도와 61개의 자치구 평가를 마쳤고, 내년 86개의 시‧군을 끝으로 전 지자체 평가를 완료한다"면서 "부패영향평가에 따라 각 지자체의 조례 개정이 마무리되면 지역사회가 보다 투명하고 공정해질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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