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악의 축’ 연대 오나”…‘천조국’의 군사력 걱정

입력 2023.12.23 (21:46) 수정 2023.12.23 (2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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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지금 미국은 우크라이나와 중동에서 두 개의 전쟁을 치르고 있죠.

그도 모자라 타이완해협과 남중국해에선 중국과도 충돌하고 있고요.

이렇게 바쁜 미군이 최근에는 군사력 부진으로 인한 불안에 시달리고 있다고 합니다.

우리 돈 천조 원이 넘는 국방예산을 자랑해 '천조국'이란 별명까지 붙은 미국의 고민은 뭘까요.

이정민 특파원이 미국 최대 해군기지를 찾아가 알아봤습니다.

[리포트]

미국 최대, 세계 최대의 해군기지가 있는 버지니아 노퍽.

입구를 통과해 20분을 달려야 겨우 정박한 함정을 볼 수 있을 정도 규모의 기지입니다.

이날 미 해군이 소개한 항공모함은 '조지워싱턴'함.

'떠다니는 군사 기지'라는 별명처럼 크기부터 취재진을 압도합니다.

아침 8시, 성조기 게양으로 함정의 하루도 시작됩니다.

가파른 사다리를 한참 오르자, 탁 트인 갑판이 나옵니다.

전투기가 뜨고 내릴 이 곳에선 며칠 뒤 비행 훈련 시작을 앞두고 청소와 준비 작업이 한창입니다.

[패트리샤 크레즈버거/조지워싱턴함 공보관 : "우리가 서 있는 곳은 미국이 보유한 항공모함 11척 중 하나인 조지워싱턴 CVN73입니다. 바다 한가운데 있는 동안에도 국가가 필요로 하면 어디서든 항공기를 띄우거나 회수할 수 있습니다."]

그만큼 규모도 압도적입니다.

이곳은 전투기가 이착륙하는 조지워싱턴함의 가장 상부입니다.

맨 앞부터 가장 끝까지 전체 길이는 332m에 달합니다.

조지워싱턴함에 거는 미 해군의 기대는 큽니다.

대규모 수리를 거쳐 성능을 새 것처럼 향상시켰고, 공중에서 전투기에 급유할 수 있는 최신형 무인 드론도 처음으로 탑재할 예정입니다.

내년부턴 아시아를 관할하는 7함대에 소속돼 일본 요코스카에 배치됩니다.

[제이슨 테런트/조지워싱턴호 부함장/대령 : "인도 태평양 지역에서 조지워싱턴함은 가까운 국가, 동맹국들과 함께 작전을 수행하게 될 것이며, 한국군은 물론 일본군과도 많은 작전을 수행할 것입니다."]

조지워싱턴호의 목표를 묻는 질문에 함장의 답은 명확했습니다.

[브렌트 가우트/조지워싱턴함장 : "제법에 따라 지역 안정과 자유로운 상거래, 통항권을 보장하기 위해 우리가 그곳에있다는 걸 알리는 겁니다."]

역시 7함대 관할 지역인 남중국해에서 미국과 부딪히는 일이 잦은 중국을 우회적으로 거론한 말입니다.

지난 2월, 중국의 정찰풍선이 미국 영공을 침범했다고 해 미국이 발칵 뒤집히고, 미국 국방부가 정찰풍선의 사진까지 공개하며 중국을 압박하던 날.

미국 해군성 장관은 한 강연회에 참석해 걱정을 털어놓습니다.

[카를로스 델 토로/미국 해군성 장관 : "중국은 이제 더 큰 함대를 보유하고 있습니다. 그 함대를 세계 곳곳에 배치해 전 세계 전략 거점을 찾기 위해 노력하고 있죠."]

미국 군함 제조 능력이나 속도가 중국에 비해 현저히 떨어진다는 겁니다.

중국 해군이 배치할 군함의 수는 현재 340척, 2년 뒤엔 400척으로 늘어나겠지만, 미국 군함은 300척도 안 된다는 것.

2045년까지 목표치도 350척에 불과하다고 했습니다.

[카를로스 델 토로/미국 해군성 장관/2월 : "중국이 13개나 조선소를 보유하고 있다는 게 현실입니다. 어떤 조선소는 한 곳의 생산 능력이 미국 조선소의 생산능력을 모두 합친 것보다 큰 곳도 있습니다."]

최근엔 러시아도 북극권을 중심으로 미국보다 군사력이 앞섰다는 보도까지 나왔습니다.

해군력을 기반으로 세계의 경찰 노릇을 해온 미국이 군사력의 위기를 느끼기 시작한 겁니다.

동시에 두 개의 전쟁, 유일한 경쟁자인 중국의 존재까지, 모자라는 군사력으로 모두 방어해야 하는 건 미국에게도 부담입니다.

[에드윈 퓰너/미국 헤리티지재단 창립자 : "2024년의 가장 큰 위협은 악의 축들이 서로 협력하는 겁니다. (러시아가) 중국에 값싼 석유를 판다거나 이란이 러시아에 드론을 공급하거나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북한이 러시아로 포탄을 공급하는 것 등이죠."]

미국은 그래서 군사력의 질적 측면을 높이는데 힘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그 핵심도 바로 이 노퍽 기지입니다.

이곳 노퍽 해군 기지의 규모는 여의도 면적의 2.5배나 됩니다.

항공모함과 이지스함, 각종 잠수함 등 거의 모든 종류의 함정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이런 함정과 잠수함, 탑재하는 전투기와 헬리콥터를 꾸준히 개량하고, 병사들의 훈련 수준도 높인다는 겁니다.

[대릴 커들/미 해군 함대전력사령관 : "모두 인정하듯 (군의) 질적인 요소가 고려돼야 합니다. 저는 미국이 세계에서 가장 뛰어나고 강력한 해군을 보유하고 있다는 점은 명확하다고 봅니다."]

그러면서도 혼자선 경쟁국들을 상대하기 어렵다는 생각에 미국은 동맹국들에게도 꾸준히 손을 벌리고 있습니다.

[대릴 커들/미 해군 함대전력사령관 : "마지막으로 말씀드리고 싶은 건 동맹과 파트너 없이는 이런 일들을 해낼 수 없다는 겁니다."]

미국 버지니아 노퍽에서 이정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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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새 ‘악의 축’ 연대 오나”…‘천조국’의 군사력 걱정
    • 입력 2023-12-23 21:46:04
    • 수정2023-12-23 22:2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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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지금 미국은 우크라이나와 중동에서 두 개의 전쟁을 치르고 있죠.

그도 모자라 타이완해협과 남중국해에선 중국과도 충돌하고 있고요.

이렇게 바쁜 미군이 최근에는 군사력 부진으로 인한 불안에 시달리고 있다고 합니다.

우리 돈 천조 원이 넘는 국방예산을 자랑해 '천조국'이란 별명까지 붙은 미국의 고민은 뭘까요.

이정민 특파원이 미국 최대 해군기지를 찾아가 알아봤습니다.

[리포트]

미국 최대, 세계 최대의 해군기지가 있는 버지니아 노퍽.

입구를 통과해 20분을 달려야 겨우 정박한 함정을 볼 수 있을 정도 규모의 기지입니다.

이날 미 해군이 소개한 항공모함은 '조지워싱턴'함.

'떠다니는 군사 기지'라는 별명처럼 크기부터 취재진을 압도합니다.

아침 8시, 성조기 게양으로 함정의 하루도 시작됩니다.

가파른 사다리를 한참 오르자, 탁 트인 갑판이 나옵니다.

전투기가 뜨고 내릴 이 곳에선 며칠 뒤 비행 훈련 시작을 앞두고 청소와 준비 작업이 한창입니다.

[패트리샤 크레즈버거/조지워싱턴함 공보관 : "우리가 서 있는 곳은 미국이 보유한 항공모함 11척 중 하나인 조지워싱턴 CVN73입니다. 바다 한가운데 있는 동안에도 국가가 필요로 하면 어디서든 항공기를 띄우거나 회수할 수 있습니다."]

그만큼 규모도 압도적입니다.

이곳은 전투기가 이착륙하는 조지워싱턴함의 가장 상부입니다.

맨 앞부터 가장 끝까지 전체 길이는 332m에 달합니다.

조지워싱턴함에 거는 미 해군의 기대는 큽니다.

대규모 수리를 거쳐 성능을 새 것처럼 향상시켰고, 공중에서 전투기에 급유할 수 있는 최신형 무인 드론도 처음으로 탑재할 예정입니다.

내년부턴 아시아를 관할하는 7함대에 소속돼 일본 요코스카에 배치됩니다.

[제이슨 테런트/조지워싱턴호 부함장/대령 : "인도 태평양 지역에서 조지워싱턴함은 가까운 국가, 동맹국들과 함께 작전을 수행하게 될 것이며, 한국군은 물론 일본군과도 많은 작전을 수행할 것입니다."]

조지워싱턴호의 목표를 묻는 질문에 함장의 답은 명확했습니다.

[브렌트 가우트/조지워싱턴함장 : "제법에 따라 지역 안정과 자유로운 상거래, 통항권을 보장하기 위해 우리가 그곳에있다는 걸 알리는 겁니다."]

역시 7함대 관할 지역인 남중국해에서 미국과 부딪히는 일이 잦은 중국을 우회적으로 거론한 말입니다.

지난 2월, 중국의 정찰풍선이 미국 영공을 침범했다고 해 미국이 발칵 뒤집히고, 미국 국방부가 정찰풍선의 사진까지 공개하며 중국을 압박하던 날.

미국 해군성 장관은 한 강연회에 참석해 걱정을 털어놓습니다.

[카를로스 델 토로/미국 해군성 장관 : "중국은 이제 더 큰 함대를 보유하고 있습니다. 그 함대를 세계 곳곳에 배치해 전 세계 전략 거점을 찾기 위해 노력하고 있죠."]

미국 군함 제조 능력이나 속도가 중국에 비해 현저히 떨어진다는 겁니다.

중국 해군이 배치할 군함의 수는 현재 340척, 2년 뒤엔 400척으로 늘어나겠지만, 미국 군함은 300척도 안 된다는 것.

2045년까지 목표치도 350척에 불과하다고 했습니다.

[카를로스 델 토로/미국 해군성 장관/2월 : "중국이 13개나 조선소를 보유하고 있다는 게 현실입니다. 어떤 조선소는 한 곳의 생산 능력이 미국 조선소의 생산능력을 모두 합친 것보다 큰 곳도 있습니다."]

최근엔 러시아도 북극권을 중심으로 미국보다 군사력이 앞섰다는 보도까지 나왔습니다.

해군력을 기반으로 세계의 경찰 노릇을 해온 미국이 군사력의 위기를 느끼기 시작한 겁니다.

동시에 두 개의 전쟁, 유일한 경쟁자인 중국의 존재까지, 모자라는 군사력으로 모두 방어해야 하는 건 미국에게도 부담입니다.

[에드윈 퓰너/미국 헤리티지재단 창립자 : "2024년의 가장 큰 위협은 악의 축들이 서로 협력하는 겁니다. (러시아가) 중국에 값싼 석유를 판다거나 이란이 러시아에 드론을 공급하거나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북한이 러시아로 포탄을 공급하는 것 등이죠."]

미국은 그래서 군사력의 질적 측면을 높이는데 힘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그 핵심도 바로 이 노퍽 기지입니다.

이곳 노퍽 해군 기지의 규모는 여의도 면적의 2.5배나 됩니다.

항공모함과 이지스함, 각종 잠수함 등 거의 모든 종류의 함정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이런 함정과 잠수함, 탑재하는 전투기와 헬리콥터를 꾸준히 개량하고, 병사들의 훈련 수준도 높인다는 겁니다.

[대릴 커들/미 해군 함대전력사령관 : "모두 인정하듯 (군의) 질적인 요소가 고려돼야 합니다. 저는 미국이 세계에서 가장 뛰어나고 강력한 해군을 보유하고 있다는 점은 명확하다고 봅니다."]

그러면서도 혼자선 경쟁국들을 상대하기 어렵다는 생각에 미국은 동맹국들에게도 꾸준히 손을 벌리고 있습니다.

[대릴 커들/미 해군 함대전력사령관 : "마지막으로 말씀드리고 싶은 건 동맹과 파트너 없이는 이런 일들을 해낼 수 없다는 겁니다."]

미국 버지니아 노퍽에서 이정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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