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식간에 와르르…겨울 악몽 된 눈썰매장 붕괴 순간

입력 2023.12.27 (17: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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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악몽으로 변한 성탄절"… CCTV에 포착된 붕괴 순간

고무 튜브를 타고 슬로프 위에서 눈썰매를 즐기는 어린이들.  

슬로프 언덕에서는 부모와 자녀들이 눈썰매를 타기 위해 순서를 기다립니다.

한쪽에서는 눈 덮힌 보행 통로 안팎으로 긴 대기 줄도 이어집니다.

도심에서 눈썰매를 즐길 수 있다는 말에 성탄절 연휴, 나들이 나온 시민들에겐 행복한 순간입니다.

그런데 누구도 예상치 못한 사고가 그것도 순식간에 벌어지고 맙니다.

사고 이후 KBS가 확보한 눈썰매장 CCTV 영상에는 크리스마스의 악몽과도 같았던 눈썰매장 시설물 붕괴 순간이 그대로 담겨 있었습니다.

슬로프 언덕까지 올라가기 위해 수백 명의 인파가 이용해야 했던 보행통로가 눈덩이 무게를 이기지 못하고 그대로 주저앉은 겁니다.  

지난 26일, 신병대 청주시 부시장이 공식 사과 브리핑을 열고 피해자 지원방안 등을 발표하고 있다.지난 26일, 신병대 청주시 부시장이 공식 사과 브리핑을 열고 피해자 지원방안 등을 발표하고 있다.

■ "공식 부상자 11명"…'눈썰매장 잠정 중단' 청주시, "심려 끼쳐 죄송"

성탄절을 앞둔 지난 24일 오후 4시 28분. 충북 청주시 지북동의 한 눈썰매장에서 비닐하우스 형태의 보행통로 구조물이 무너졌습니다.

이 사고로 당시 10대 청소년과 20대 여성 등 두 명이 한 때 의식을 잃는 등 크게 다쳤고, 한 명이 다쳐 병원으로 이송됐습니다.

이후에도  8명이 통증을 호소해 지금까지 청주시에 접수된 공식 부상자만 11명에 이릅니다.

사고 직후, 청주시는 사고수습대책본부를 꾸리고 눈썰매장 운영을 잠정 중단시킨 뒤 공식 사과했습니다.

신병대 청주시 부시장은 어제(26일), 시청 브리핑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눈썰매장에서 안타까운 일이 발생해 매우 가슴이 아프다"며 "시민에게 심려를 끼쳐 죄송하다"고 머리를 숙였습니다.

또, "다친 시민에 대해 직간접적 지원방안을 마련하고, 상해후유장해 심사를 거쳐 시민안전보험금을 지급할 계획"이라고 밝혔습니다.

한 민간업체가 청주시에 위탁받아 운영하기 시작한 눈썰매장은 결국 개장 하루 만에 문을 닫게 됐습니다.

슬로프 위까지 연결된 눈썰매장 보행통로는 밑에서 7 미터 가량이 무너졌다.슬로프 위까지 연결된 눈썰매장 보행통로는 밑에서 7 미터 가량이 무너졌다.

■ "결빙된 눈덩이 무게 견디지 못해"… 경찰, "업무상 과실치상 여부 등 수사"

자체 조사에 나선 청주시는 이번 보행통로 붕괴 사고에 대해 "비닐하우스 형태의 지붕에 쌓인 눈이 결빙된 상태에서 압력을 견디지 못해 아래 계단 쪽으로 밀려 무너졌다"고 분석했습니다.

실제로 사고 당시 CCTV에는 지붕 위 눈덩이가 아래로 쓸려 내려가면서 무너지는 장면이 포착되기도 했습니다.

청주시는 이번 조사에서 "무너진 눈덩이의 두께는 성인 남성 손 한 뼘 정도인 최대 20cm까지 측정됐다"고 밝혔습니다.

또, 취재진이 현장에서 확인한 보행통로 철체물 개수는 어림잡아 30여 개로 추정됐습니다.

경찰도 사고 직후 현장 감식을 벌이는 등 본격적인 수사에 착수했습니다.

다수의 시민이 다친 만큼 눈썰매장을 준비하고 운영했던 업체 측의 업무상 과실치상 여부를 확인할 예정입니다.

경찰은 현재 업체 측의 현장 책임자를 불러 보행통로 위에 눈이 쌓이게 된 경위와 안전 점검 내용 등 당시 사고 경위를 밝히는 데 주력하고 있습니다.

당시 보행통로 지붕 위에 쌓인 눈덩이 두께는 성인 남성 손 한 뼘 정도 크기로 확인됐다.당시 보행통로 지붕 위에 쌓인 눈덩이 두께는 성인 남성 손 한 뼘 정도 크기로 확인됐다.

■ "안점 점검 세 차례 했는데"… 보행통로 구조물 형태 '제각각'

눈썰매장의 보행통로 구조물은 왜 무너졌을까?

청주시는 "개장 전인 지난 19일과 20일, 그리고 개장 하루 전인 지난 22일까지 세 차례 안전 점검했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도 "점검 당시에 보행통로 지붕 위에 눈이 많이 쌓여있지 않아서, 사고 위험을 인지하지 못했다"고 해명했습니다.

그럴만한 이유가 있었습니다. 관련 법령인 체육시설법을 확인해봤습니다.

썰매장업은 '등록'이 아닌 '신고' 체육시설업에 해당합니다.


눈 살포기 등 슬로프 관련 시설이나 편의 시설, 그리고 안전망 등의 안전 시설만 갖추면 문화체육관광부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해당 지방자치단체장 등에게 신고한 뒤 눈썰매장 운영을 할 수 있습니다.

지켜야 할 별도의 안전 기준도 '안전요원 배치' 등 슬로프와 관련된 내용이 전부입니다.

이번에 붕괴 사고가 난 보행통로 구조물처럼, 눈썰매장 주변 시설물에 대해선 구체적인 설치 기준이 없다 보니 사고 대비가 허술할 수밖에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입니다.

실제 이번 사고와 관련해 청주시의 자체 조사 결과, 또 다른 눈썰매장 두 곳의 보행통로 시설물도 비닐하우스나 비 가림 형태로 제각각이었습니다.

행정안전부도 사고 당일 전국의 지자체에 눈썰매장과 스키장, 관광숙박시설과 강당, 겨울 행사장 등에 대해 비슷한 사고가 날 수 있는 모든 시설물에 대해 안전 실태를 점검하라고 요청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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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순식간에 와르르…겨울 악몽 된 눈썰매장 붕괴 순간
    • 입력 2023-12-27 17:57: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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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악몽으로 변한 성탄절"… CCTV에 포착된 붕괴 순간

고무 튜브를 타고 슬로프 위에서 눈썰매를 즐기는 어린이들.  

슬로프 언덕에서는 부모와 자녀들이 눈썰매를 타기 위해 순서를 기다립니다.

한쪽에서는 눈 덮힌 보행 통로 안팎으로 긴 대기 줄도 이어집니다.

도심에서 눈썰매를 즐길 수 있다는 말에 성탄절 연휴, 나들이 나온 시민들에겐 행복한 순간입니다.

그런데 누구도 예상치 못한 사고가 그것도 순식간에 벌어지고 맙니다.

사고 이후 KBS가 확보한 눈썰매장 CCTV 영상에는 크리스마스의 악몽과도 같았던 눈썰매장 시설물 붕괴 순간이 그대로 담겨 있었습니다.

슬로프 언덕까지 올라가기 위해 수백 명의 인파가 이용해야 했던 보행통로가 눈덩이 무게를 이기지 못하고 그대로 주저앉은 겁니다.  

지난 26일, 신병대 청주시 부시장이 공식 사과 브리핑을 열고 피해자 지원방안 등을 발표하고 있다.
■ "공식 부상자 11명"…'눈썰매장 잠정 중단' 청주시, "심려 끼쳐 죄송"

성탄절을 앞둔 지난 24일 오후 4시 28분. 충북 청주시 지북동의 한 눈썰매장에서 비닐하우스 형태의 보행통로 구조물이 무너졌습니다.

이 사고로 당시 10대 청소년과 20대 여성 등 두 명이 한 때 의식을 잃는 등 크게 다쳤고, 한 명이 다쳐 병원으로 이송됐습니다.

이후에도  8명이 통증을 호소해 지금까지 청주시에 접수된 공식 부상자만 11명에 이릅니다.

사고 직후, 청주시는 사고수습대책본부를 꾸리고 눈썰매장 운영을 잠정 중단시킨 뒤 공식 사과했습니다.

신병대 청주시 부시장은 어제(26일), 시청 브리핑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눈썰매장에서 안타까운 일이 발생해 매우 가슴이 아프다"며 "시민에게 심려를 끼쳐 죄송하다"고 머리를 숙였습니다.

또, "다친 시민에 대해 직간접적 지원방안을 마련하고, 상해후유장해 심사를 거쳐 시민안전보험금을 지급할 계획"이라고 밝혔습니다.

한 민간업체가 청주시에 위탁받아 운영하기 시작한 눈썰매장은 결국 개장 하루 만에 문을 닫게 됐습니다.

슬로프 위까지 연결된 눈썰매장 보행통로는 밑에서 7 미터 가량이 무너졌다.
■ "결빙된 눈덩이 무게 견디지 못해"… 경찰, "업무상 과실치상 여부 등 수사"

자체 조사에 나선 청주시는 이번 보행통로 붕괴 사고에 대해 "비닐하우스 형태의 지붕에 쌓인 눈이 결빙된 상태에서 압력을 견디지 못해 아래 계단 쪽으로 밀려 무너졌다"고 분석했습니다.

실제로 사고 당시 CCTV에는 지붕 위 눈덩이가 아래로 쓸려 내려가면서 무너지는 장면이 포착되기도 했습니다.

청주시는 이번 조사에서 "무너진 눈덩이의 두께는 성인 남성 손 한 뼘 정도인 최대 20cm까지 측정됐다"고 밝혔습니다.

또, 취재진이 현장에서 확인한 보행통로 철체물 개수는 어림잡아 30여 개로 추정됐습니다.

경찰도 사고 직후 현장 감식을 벌이는 등 본격적인 수사에 착수했습니다.

다수의 시민이 다친 만큼 눈썰매장을 준비하고 운영했던 업체 측의 업무상 과실치상 여부를 확인할 예정입니다.

경찰은 현재 업체 측의 현장 책임자를 불러 보행통로 위에 눈이 쌓이게 된 경위와 안전 점검 내용 등 당시 사고 경위를 밝히는 데 주력하고 있습니다.

당시 보행통로 지붕 위에 쌓인 눈덩이 두께는 성인 남성 손 한 뼘 정도 크기로 확인됐다.
■ "안점 점검 세 차례 했는데"… 보행통로 구조물 형태 '제각각'

눈썰매장의 보행통로 구조물은 왜 무너졌을까?

청주시는 "개장 전인 지난 19일과 20일, 그리고 개장 하루 전인 지난 22일까지 세 차례 안전 점검했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도 "점검 당시에 보행통로 지붕 위에 눈이 많이 쌓여있지 않아서, 사고 위험을 인지하지 못했다"고 해명했습니다.

그럴만한 이유가 있었습니다. 관련 법령인 체육시설법을 확인해봤습니다.

썰매장업은 '등록'이 아닌 '신고' 체육시설업에 해당합니다.


눈 살포기 등 슬로프 관련 시설이나 편의 시설, 그리고 안전망 등의 안전 시설만 갖추면 문화체육관광부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해당 지방자치단체장 등에게 신고한 뒤 눈썰매장 운영을 할 수 있습니다.

지켜야 할 별도의 안전 기준도 '안전요원 배치' 등 슬로프와 관련된 내용이 전부입니다.

이번에 붕괴 사고가 난 보행통로 구조물처럼, 눈썰매장 주변 시설물에 대해선 구체적인 설치 기준이 없다 보니 사고 대비가 허술할 수밖에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입니다.

실제 이번 사고와 관련해 청주시의 자체 조사 결과, 또 다른 눈썰매장 두 곳의 보행통로 시설물도 비닐하우스나 비 가림 형태로 제각각이었습니다.

행정안전부도 사고 당일 전국의 지자체에 눈썰매장과 스키장, 관광숙박시설과 강당, 겨울 행사장 등에 대해 비슷한 사고가 날 수 있는 모든 시설물에 대해 안전 실태를 점검하라고 요청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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