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다 기사는 근로자인가?…타다는 멈췄지만 소송은 진행 중

입력 2023.12.28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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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다 베이직' 서비스의 운전기사는 프리랜서일까요? 근로자일까요?

타다 운전기사였다가 계약이 해지된 A 씨의 근로자성을 다툰 사건의 항소심 판결이 최근 선고됐습니다.

서울고법은 "타다 운전기사는 근로기준법상 근로자, 사용자는 쏘카"라고 판결했는데, '타다 기사는 근로자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1심 판결이 뒤집혔습니다.

쏘카 측이 상고하겠다는 입장이라 대법원에서 다시 한번 판단이 이뤄지게 됐습니다.

타다 서비스는 출범 직후부터 혁신이라는 환호와 법의 사각지대에서 시작된 거라는 회의적 시각이 부딪히다가, 2020년 3월 '타다 금지법'이 국회를 통과하며 결국 서비스가 종료됐습니다.

서비스가 중단된 지 곧 4년이 되지만, 운전기사의 근로자성에 대한 법정 다툼은 아직도 현재 진행형입니다.

■ 협력업체의 타다 운전기사 인력 감축 통보…쏘카의 부당해고일까?

이 사건 당사자 A 씨는 2019년 5월 23일, 한 협력업체와 '드라이버 프리랜서 계약'을 체결하고 타다 베이직 서비스의 운전기사로 일하기 시작했습니다.

타다 베이직은 차량대여업체 쏘카의 자회사 VCNC가 개발한 앱을 기반으로 이뤄지는 '기사 알선 포함 차량대여' 서비스였습니다.

승객이 타다 앱을 통해 차량을 호출하면 쏘카 소유 렌터카를 임대하는 동시에 용역업체 소속 드라이버나 프리랜서 드라이버를 알선하는 방식으로 서비스가 제공됐습니다.

운전기사인 A 씨는 협력업체와 프리랜서 계약을 맺었고 협력업체는 쏘카와 프리랜서 공급 계약을 체결한 구조 아래에서 일했습니다.

타다 운전기사는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 해당하는 파견 기사와 A 씨처럼 근로자성이 불분명한 프리랜서 기사로 나뉘었습니다.

2020년 3월 기준, 전체 타다 운전기사 1만 1,444명 중 파견 기사는 1,368명으로 10% 정도였고 대부분은 A 씨와 비슷한 프리랜서 기사들이었습니다.


사건은 A 씨가 타다 운전기사로 일한 지 두 달쯤 됐던 때에 시작됐습니다.

2019년 7월 12일, A 씨와 계약한 협력업체 측은 기사들이 모인 단체 대화방에 인원 감축 사실을 알렸습니다. 그러면서 향후 배차될 드라이버는 22명이라며 명단을 공지했고 여기에 A 씨는 없었습니다.

A 씨는 이 같은 인원 감축 통보가 부당해고에 해당한다며 그해 10월 서울지방노동위원회에 쏘카를 상대로 부당해고 구제를 신청했습니다. 이후 3년 반에 걸친 법정 다툼으로 이어졌습니다.

■ 2심 재판부 "타다 기사는 근로자, 실질적 사용자는 쏘카"

이 사건은 서울지방노동위원회, 중앙노동위원회의 판정과 서울행정법원, 서울고법의 판결까지 총 4번의 판단이 있었습니다.

핵심 쟁점인 타다 운전기사의 근로자성에 대한 판단은 정반대로 계속 뒤집혔습니다.

서울지노위와 서울행정법원은 프리랜서라고 봤고, 중노위와 서울고법은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라고 판단했습니다.

소송은 A 씨를 근로자라고 판단한 중노위의 판정에 불복해 쏘카 측이 제기했습니다.


가장 최근에 나온 판단인 서울고법의 판결부터 살펴보겠습니다.

서울고법 행정7부(부장판사 김대웅)는 "타다 기사는 근로자고 쏘카는 실질적 사용자"라고 판단했습니다.

대기 장소부터 차량 운행경로, 복장, 고객 응대, 근태관리, 근무실적 평가 등이 쏘카의 구체적인 지휘·감독 아래 이뤄졌다는 것이 주된 이유였습니다.

재판부는 “A 씨의 업무 내용은 기본적으로 타다 서비스 운영자가 애플리케이션 등을 통해 만들어 놓은 틀 안에서 정해졌고, A 씨가 그런 틀을 벗어나 자신의 업무 내용을 스스로 정할 수 있는 부분은 없었다”고 설명했습니다.

쏘카 자회사 VCNC가 제작한 교육자료를 바탕으로 해야 할 일과 하지 말아야 할 일에 대해 직접적이고 구체적으로 지시를 받았다고 판단했습니다.

근태와 관련해서도 "A 씨가 원하지 않는 날에 근무신청을 하지 않을 선택권은 있었지만, 차량이 배차되어야만 근무를 제공할 수 있다는 점에서 근무시간과 장소를 지정하는 최종적인 권한은 A 씨가 아닌 타다 서비스 운영자에게 있었다"고 봤습니다.

또 "배차를 수락하지 않을 경우 각종 인사상 불이익(경고·대면 교육·계약해지)이 예정돼 사실상 자유롭게 결정할 수 없었다"는 측면도 고려됐습니다.

근로제공의 전속성과 관련해서 쏘카 측이 "A 씨가 운행시간 외에는 개인적인 용무를 보거나 겸업을 할 수 있는 등 전속적인 관계를 맺지 않았다"고 주장한 부분도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A 씨가 프리랜서 운전기사로 일하는 동안 겸업을 한 것은 맞지만, 겸업이 가능하다는 점은 근로기준법상 단기간 근로자에게도 흔히 나타나는 특성이라 A 씨의 근로자성을 부정할 사정이 되지 못한다고 본 겁니다.

그러면서 A 씨의 사용자를 쏘카라고 판단했습니다.

재판부는 "쏘카는 타다 서비스 사업의 주체로서 사업 운영에 필요한 A 씨와 같은 운전기사를 협력업체로부터 공급받고, VCNC를 통해 A 씨의 업무를 지휘·감독하고 근로조건을 정함으로써 A 씨로부터 종속적인 관계에서 근로를 제공받았다"며 "쏘카가 A 씨의 실질적 사용자"라고 설명했습니다.


■ "플랫폼 노동자 보호 필요하다"면서도 "프리랜서 계약 존중" 강조했던 1심

이 사건 소장은 2020년 7월 서울행정법원에 접수됐습니다. 타다는 그보다 3개월 전인 2020년 4월 이미 서비스를 종료했습니다.

그러니까 1심과 2심 재판 모두 타다 서비스가 종료된 뒤에 심리가 진행됐던 겁니다. 재판이 진행됐던 내내 별다른 사정변경이 없었죠.

하지만 1심 재판부였던 서울행정법원 행정3부(부장판사 유환우)는 지난해 7월, 같은 내용에 대해 정반대로 "타다 운전기사는 근로자가 아니다"라고 판단했습니다.

재판부는 '플랫폼 노동자 보호 필요성'을 언급하면서도 "공유경제 질서의 출현에 따른 다양한 형태의 사적 계약 관계를 존중할 필요성이 있다"며 타다 운전기사를 '프리랜서'라고 봤습니다.

A 씨와 쏘카의 관계부터 살펴보면 재판부는 이들 사이에는 직접적인 계약 관계가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A 씨가 협력업체와 계약을 맺었다는 점을 중요하게 봤습니다.

재판부는 "쏘카가 A 씨의 출퇴근 여부 등 근태 정보를 관리한 건 맞지만, 타다 서비스의 질 향상을 위해 살펴본 것이고 실제 재교육이나 징계 조치 등은 협력업체가 담당했다"고 봤습니다.

기사들의 업무 내용을 누가 정했는지와 관련한 판단은 '플랫폼 서비스의 특성'에 주목해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재판부는 "타다 앱에 의해 운전기사들의 구체적 업무 내용이 지정되고 사실상 강제되는 측면이 일부 존재하기는 한다"면서도 "빅데이터와 로직에 기반을 둔 타다 서비스를 유지하기 위해 필연적인 측면이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그러면서 "쏘카나 VCNC가 플랫폼을 이용해 타다 서비스 사업 구조를 설계했더라도 기사들의 업무 내용을 지시했다고 보긴 어렵다"고 명시했습니다.


■ 쏘카 "상고해서 대법원 판단 받겠다"…1심 재판부는 '입법 필요성' 강조하기도

쏘카는 항소심 판결을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입장입니다.

4번의 판단이 매번 정반대로 뒤집혀 나왔던 만큼, 상고장을 제출해 대법원 판단을 받아보겠다는 겁니다.

이 사건이 국내에선 플랫폼 종사자의 근로자성 인정 문제를 다룬 첫 소송이기 때문에 대법원 판결에 많은 이들이 주목할 것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개별 판결 결과에 의존하기보단, 입법을 통해 보다 종합적인 해법이 나와야 한다는 목소리도 큽니다.

1심 판결을 선고한 재판부도 판결문 말미에 입법 필요성을 언급했습니다.

"플랫폼을 기반으로 하는 노동에 종사하는 자가 증가하고 있고, 이에 따라 종속적 노동자와 독립계약자 사이의 경계가 모호해지고 있다. 이로 인해 플랫폼 노동 종사자가 근로기준법이 정한 근로자로서의 보호가 상실될 위험에 노출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고, 이에 플랫폼 노동 종사자를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로 포섭해 보호할 필요성은 더욱 높아지고 있다.

그러나 플랫폼 노동 종사자에 대한 보호 필요성이 있다는 이유만으로 근로기준법상 해고 제한 법리를 적용하는 것은 한계가 존재한다. 한편 공유경제 질서의 출현에 따른 다양한 형태의 사적 계약관계를 존중할 필요성도 있다. 따라서 플랫폼 노동 종사자에 대한 계약관계의 일방적 종료 등에 대하여 규제가 필요하다고 하더라도 별도의 입법이나 근로기준법의 개정을 통해 규율하는 것이 더 타당하다."

양대 노총도 입법이 필요하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한국노총은 지난 21일 항소심 판결이 선고된 뒤 "지금부터라도 근로기준법상 근로자 개념을 확대해 법적 사각지대 해소로 나아가야 할 것"이라는 입장을 냈습니다.

민주노총도 "정부와 국회는 특수고용, 플랫폼 노동자의 노동자성과 노동기본권 확대를 위한 입법을 포함한 제도적 논의에 착수하고 속도를 높여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직종도 회사도 계약 유형도 모두 천차만별인 플랫폼 종사자의 규모는 날로 커지고 있습니다.

한국고용정보원이 펴낸 보고서를 보면, 지난해 9월 기준 플랫폼 종사자는 291만 9천여 명으로, 15~69살 취업자의 11%를 차지합니다.

모바일을 기반으로 한 플랫폼 서비스의 이용이 매년 늘어나는 만큼, 종사자의 규모는 앞으로도 계속 늘어날 것으로 예상됩니다.

타다 운전기사 사건의 대법원 판결이 선고되더라도, 입법으로 근본적 해결이 되지 않는 한 현장의 혼란은 계속될 것으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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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3-12-28 06:0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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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다 베이직' 서비스의 운전기사는 프리랜서일까요? 근로자일까요?

타다 운전기사였다가 계약이 해지된 A 씨의 근로자성을 다툰 사건의 항소심 판결이 최근 선고됐습니다.

서울고법은 "타다 운전기사는 근로기준법상 근로자, 사용자는 쏘카"라고 판결했는데, '타다 기사는 근로자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1심 판결이 뒤집혔습니다.

쏘카 측이 상고하겠다는 입장이라 대법원에서 다시 한번 판단이 이뤄지게 됐습니다.

타다 서비스는 출범 직후부터 혁신이라는 환호와 법의 사각지대에서 시작된 거라는 회의적 시각이 부딪히다가, 2020년 3월 '타다 금지법'이 국회를 통과하며 결국 서비스가 종료됐습니다.

서비스가 중단된 지 곧 4년이 되지만, 운전기사의 근로자성에 대한 법정 다툼은 아직도 현재 진행형입니다.

■ 협력업체의 타다 운전기사 인력 감축 통보…쏘카의 부당해고일까?

이 사건 당사자 A 씨는 2019년 5월 23일, 한 협력업체와 '드라이버 프리랜서 계약'을 체결하고 타다 베이직 서비스의 운전기사로 일하기 시작했습니다.

타다 베이직은 차량대여업체 쏘카의 자회사 VCNC가 개발한 앱을 기반으로 이뤄지는 '기사 알선 포함 차량대여' 서비스였습니다.

승객이 타다 앱을 통해 차량을 호출하면 쏘카 소유 렌터카를 임대하는 동시에 용역업체 소속 드라이버나 프리랜서 드라이버를 알선하는 방식으로 서비스가 제공됐습니다.

운전기사인 A 씨는 협력업체와 프리랜서 계약을 맺었고 협력업체는 쏘카와 프리랜서 공급 계약을 체결한 구조 아래에서 일했습니다.

타다 운전기사는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 해당하는 파견 기사와 A 씨처럼 근로자성이 불분명한 프리랜서 기사로 나뉘었습니다.

2020년 3월 기준, 전체 타다 운전기사 1만 1,444명 중 파견 기사는 1,368명으로 10% 정도였고 대부분은 A 씨와 비슷한 프리랜서 기사들이었습니다.


사건은 A 씨가 타다 운전기사로 일한 지 두 달쯤 됐던 때에 시작됐습니다.

2019년 7월 12일, A 씨와 계약한 협력업체 측은 기사들이 모인 단체 대화방에 인원 감축 사실을 알렸습니다. 그러면서 향후 배차될 드라이버는 22명이라며 명단을 공지했고 여기에 A 씨는 없었습니다.

A 씨는 이 같은 인원 감축 통보가 부당해고에 해당한다며 그해 10월 서울지방노동위원회에 쏘카를 상대로 부당해고 구제를 신청했습니다. 이후 3년 반에 걸친 법정 다툼으로 이어졌습니다.

■ 2심 재판부 "타다 기사는 근로자, 실질적 사용자는 쏘카"

이 사건은 서울지방노동위원회, 중앙노동위원회의 판정과 서울행정법원, 서울고법의 판결까지 총 4번의 판단이 있었습니다.

핵심 쟁점인 타다 운전기사의 근로자성에 대한 판단은 정반대로 계속 뒤집혔습니다.

서울지노위와 서울행정법원은 프리랜서라고 봤고, 중노위와 서울고법은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라고 판단했습니다.

소송은 A 씨를 근로자라고 판단한 중노위의 판정에 불복해 쏘카 측이 제기했습니다.


가장 최근에 나온 판단인 서울고법의 판결부터 살펴보겠습니다.

서울고법 행정7부(부장판사 김대웅)는 "타다 기사는 근로자고 쏘카는 실질적 사용자"라고 판단했습니다.

대기 장소부터 차량 운행경로, 복장, 고객 응대, 근태관리, 근무실적 평가 등이 쏘카의 구체적인 지휘·감독 아래 이뤄졌다는 것이 주된 이유였습니다.

재판부는 “A 씨의 업무 내용은 기본적으로 타다 서비스 운영자가 애플리케이션 등을 통해 만들어 놓은 틀 안에서 정해졌고, A 씨가 그런 틀을 벗어나 자신의 업무 내용을 스스로 정할 수 있는 부분은 없었다”고 설명했습니다.

쏘카 자회사 VCNC가 제작한 교육자료를 바탕으로 해야 할 일과 하지 말아야 할 일에 대해 직접적이고 구체적으로 지시를 받았다고 판단했습니다.

근태와 관련해서도 "A 씨가 원하지 않는 날에 근무신청을 하지 않을 선택권은 있었지만, 차량이 배차되어야만 근무를 제공할 수 있다는 점에서 근무시간과 장소를 지정하는 최종적인 권한은 A 씨가 아닌 타다 서비스 운영자에게 있었다"고 봤습니다.

또 "배차를 수락하지 않을 경우 각종 인사상 불이익(경고·대면 교육·계약해지)이 예정돼 사실상 자유롭게 결정할 수 없었다"는 측면도 고려됐습니다.

근로제공의 전속성과 관련해서 쏘카 측이 "A 씨가 운행시간 외에는 개인적인 용무를 보거나 겸업을 할 수 있는 등 전속적인 관계를 맺지 않았다"고 주장한 부분도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A 씨가 프리랜서 운전기사로 일하는 동안 겸업을 한 것은 맞지만, 겸업이 가능하다는 점은 근로기준법상 단기간 근로자에게도 흔히 나타나는 특성이라 A 씨의 근로자성을 부정할 사정이 되지 못한다고 본 겁니다.

그러면서 A 씨의 사용자를 쏘카라고 판단했습니다.

재판부는 "쏘카는 타다 서비스 사업의 주체로서 사업 운영에 필요한 A 씨와 같은 운전기사를 협력업체로부터 공급받고, VCNC를 통해 A 씨의 업무를 지휘·감독하고 근로조건을 정함으로써 A 씨로부터 종속적인 관계에서 근로를 제공받았다"며 "쏘카가 A 씨의 실질적 사용자"라고 설명했습니다.


■ "플랫폼 노동자 보호 필요하다"면서도 "프리랜서 계약 존중" 강조했던 1심

이 사건 소장은 2020년 7월 서울행정법원에 접수됐습니다. 타다는 그보다 3개월 전인 2020년 4월 이미 서비스를 종료했습니다.

그러니까 1심과 2심 재판 모두 타다 서비스가 종료된 뒤에 심리가 진행됐던 겁니다. 재판이 진행됐던 내내 별다른 사정변경이 없었죠.

하지만 1심 재판부였던 서울행정법원 행정3부(부장판사 유환우)는 지난해 7월, 같은 내용에 대해 정반대로 "타다 운전기사는 근로자가 아니다"라고 판단했습니다.

재판부는 '플랫폼 노동자 보호 필요성'을 언급하면서도 "공유경제 질서의 출현에 따른 다양한 형태의 사적 계약 관계를 존중할 필요성이 있다"며 타다 운전기사를 '프리랜서'라고 봤습니다.

A 씨와 쏘카의 관계부터 살펴보면 재판부는 이들 사이에는 직접적인 계약 관계가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A 씨가 협력업체와 계약을 맺었다는 점을 중요하게 봤습니다.

재판부는 "쏘카가 A 씨의 출퇴근 여부 등 근태 정보를 관리한 건 맞지만, 타다 서비스의 질 향상을 위해 살펴본 것이고 실제 재교육이나 징계 조치 등은 협력업체가 담당했다"고 봤습니다.

기사들의 업무 내용을 누가 정했는지와 관련한 판단은 '플랫폼 서비스의 특성'에 주목해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재판부는 "타다 앱에 의해 운전기사들의 구체적 업무 내용이 지정되고 사실상 강제되는 측면이 일부 존재하기는 한다"면서도 "빅데이터와 로직에 기반을 둔 타다 서비스를 유지하기 위해 필연적인 측면이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그러면서 "쏘카나 VCNC가 플랫폼을 이용해 타다 서비스 사업 구조를 설계했더라도 기사들의 업무 내용을 지시했다고 보긴 어렵다"고 명시했습니다.


■ 쏘카 "상고해서 대법원 판단 받겠다"…1심 재판부는 '입법 필요성' 강조하기도

쏘카는 항소심 판결을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입장입니다.

4번의 판단이 매번 정반대로 뒤집혀 나왔던 만큼, 상고장을 제출해 대법원 판단을 받아보겠다는 겁니다.

이 사건이 국내에선 플랫폼 종사자의 근로자성 인정 문제를 다룬 첫 소송이기 때문에 대법원 판결에 많은 이들이 주목할 것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개별 판결 결과에 의존하기보단, 입법을 통해 보다 종합적인 해법이 나와야 한다는 목소리도 큽니다.

1심 판결을 선고한 재판부도 판결문 말미에 입법 필요성을 언급했습니다.

"플랫폼을 기반으로 하는 노동에 종사하는 자가 증가하고 있고, 이에 따라 종속적 노동자와 독립계약자 사이의 경계가 모호해지고 있다. 이로 인해 플랫폼 노동 종사자가 근로기준법이 정한 근로자로서의 보호가 상실될 위험에 노출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고, 이에 플랫폼 노동 종사자를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로 포섭해 보호할 필요성은 더욱 높아지고 있다.

그러나 플랫폼 노동 종사자에 대한 보호 필요성이 있다는 이유만으로 근로기준법상 해고 제한 법리를 적용하는 것은 한계가 존재한다. 한편 공유경제 질서의 출현에 따른 다양한 형태의 사적 계약관계를 존중할 필요성도 있다. 따라서 플랫폼 노동 종사자에 대한 계약관계의 일방적 종료 등에 대하여 규제가 필요하다고 하더라도 별도의 입법이나 근로기준법의 개정을 통해 규율하는 것이 더 타당하다."

양대 노총도 입법이 필요하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한국노총은 지난 21일 항소심 판결이 선고된 뒤 "지금부터라도 근로기준법상 근로자 개념을 확대해 법적 사각지대 해소로 나아가야 할 것"이라는 입장을 냈습니다.

민주노총도 "정부와 국회는 특수고용, 플랫폼 노동자의 노동자성과 노동기본권 확대를 위한 입법을 포함한 제도적 논의에 착수하고 속도를 높여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직종도 회사도 계약 유형도 모두 천차만별인 플랫폼 종사자의 규모는 날로 커지고 있습니다.

한국고용정보원이 펴낸 보고서를 보면, 지난해 9월 기준 플랫폼 종사자는 291만 9천여 명으로, 15~69살 취업자의 11%를 차지합니다.

모바일을 기반으로 한 플랫폼 서비스의 이용이 매년 늘어나는 만큼, 종사자의 규모는 앞으로도 계속 늘어날 것으로 예상됩니다.

타다 운전기사 사건의 대법원 판결이 선고되더라도, 입법으로 근본적 해결이 되지 않는 한 현장의 혼란은 계속될 것으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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