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 초유의 검사 탄핵…‘대법원 판결 뒤집기’ 가능할까

입력 2023.12.28 (17:00) 수정 2023.12.28 (17: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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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정사상 처음으로 검사에 대한 탄핵소추 절차가 시작됐습니다.

헌법재판소는 오늘(28일) '서울시 공무원 간첩조작' 사건 피해자인 유우성 씨를 이른바 '보복 기소'해 기소권을 남용했다는 이유로 탄핵소추된 안동완 검사에 대한 탄핵심판 변론준비기일을 진행했습니다.

변론준비기일은 본격적인 변론에 앞서 쟁점과 증거를 정리하는 절차로, 피청구인의 출석 의무가 없어 안 검사는 출석하지 않았습니다.

■ 기소유예한 유우성 씨 외국환거래법 혐의, 재수사해 기소

앞서 유 씨는 2011년부터 서울시 공무원으로 일하던 중, 국내 탈북자 정보를 북한에 넘겨줬다는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2013년 재판에 넘겨졌습니다.

하지만 유 씨의 재판 과정에서 국정원이 핵심 증거를 조작한 정황이 드러나며 유 씨는 2015년 10월 무죄가 확정됐습니다.

조작된 증거를 재판부에 낸 검사들도 징계를 받았는데, 이후 검찰은 과거 기소유예 처분했던 유 씨의 불법 대금 송금(외국환거래법 위반) 등 혐의를 재차 수사해 유 씨를 재판에 넘겼습니다.

당장 '보복 기소' 논란이 일었는데, 당시 유 씨를 재차 기소한 검사가 안 검사였습니다

하지만 서울고법은 유 씨의 외국환거래법 위반 혐의에 대해 "검찰이 공소권을 남용했다"며 2016년 공소기각했고, 대법원도 2021년 항소심 결론을 수용하고 검찰의 공소권 남용 사실을 인정했습니다.

■ 국회 "공소권 남용 자체가 직권남용"

우선 공무원이 그 직무집행에서 헌법이나 법률을 위반한 경우여야 탄핵이 가능한데, 이번 변론준비기일에선 법률 위반이 있었는지, 어떤 법률을 위반했는지가 핵심 쟁점이었습니다.

구 검찰청법 제4조 ②
검사는 그 직무를 수행할 때 국민 전체에 대한 봉사자로서 정치적 중립을 지켜야 하며 주어진 권한을 남용하여서는 아니 된다.

형법 제123조
공무원이 직권을 남용하여 사람으로 하여금 의무 없는 일을 하게 하거나 사람의 권리행사를 방해한 때에는 5년 이하의 징역, 10년 이하의 자격정지 또는 1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국가공무원법 제56조
모든 공무원은 법령을 준수하며 성실히 직무를 수행하여야 한다.

먼저 국회 측은 △안 검사가 2014년 5월 유 씨를 외국환거래법 위반 혐의로 기소한 행위 △서울고법이 공소권 남용에 해당한다고 판단했음에도 상고한 행위를 문제 삼았습니다.

국회는 "대법원이 이미 유 씨에 대한 외국환거래법 위반 기소를 '공소권 남용'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며 "유 씨에 대한 기소는 주어진 권한 남용을 금지하는 구 검찰청법 조항을 위반한 것이고, 형법상 직권남용에도 해당된다"고 주장했습니다.

즉 직권을 남용해 타인에게 의무 없는 일을 했단 건데, 검사의 공소권 남용으로 유 씨가 대법원에서 무죄가 확정될 때까지 의무 없는 재판에 대응해야 하는 불이익을 입었다는 취지로 풀이됩니다.

그러면서 "검찰의 가장 중요한 권한은 기소권인데 이를 위반했고, 법령을 준수하고 성실할 의무 역시 위반했다"고 덧붙였습니다.

■ 안 검사 "공소권 남용 부인 …'보복 기소'는 프레임에 불과"

하지만 안 검사 측은 '공소권 남용' 사실 자체를 부인했습니다. 당시 유 씨에 대한 기소가 정당한 직무 수행이었다는 취지입니다.

앞서 지난 9월 탄핵안이 국회에서 통과된 직후 안 검사는 입장문을 통해 "유 씨는 탈북자로 위장한 북한거주 화교로서 중국인이었고, 공범과 환치기 범행을 분담 수행하며 필수 역할을 담당하는 등 적극적으로 범행에 가담했다"며 "탈북 대학생으로 계좌를 빌려준 것에 불과하여 가담 정도가 경미하고 얻은 이익 또한 적다고 보아 기소유예처분을 하였는데, 이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전혀 다른 사실과 사정이 확인된 것"이라며 재수사 경위를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1심에서는 전부 유죄가 선고됐고 2심에서도 일부 유죄가 선고됐지만, 왼국환거래법위반죄는 공소권남용에 해당한다는 이유로 공소기각된 뒤 대법원은 별다른 판단 없이 2심을 확정했다"고 주장했습니다.



이날도 안 검사 측은 "위기에 빠진 조직의 이익이나 복수를 위해 기소한 것이 아니라, 유 씨의 외국환거래법 위반 혐의가 기소유예 당시와 배치되는 사실이 발견돼 '사정 변경'이 있어 기소한 것"이라며, "공소권 남용으로 볼 수 없고, 자연히 형법상 직권남용에도 해당되지 않는다"고 주장했습니다.

이어 안 검사 측은 "공소제기가 본래의 직무수행으로 평가할 수 없을 정도로 권한을 남용한 것이 아니어서 직권남용이 아니고, 법과 양심에 따라 종전 기소유예가 부당하다 생각해 기소한 것이어서 고의 역시 없다"고 주장했습니다.

특히 안 검사 측은 대법원에서 인정된 '공소권 남용' 부분을 부인하고 나섰습니다. 대법원에서 확정된 사실관계는 당시 제출되지 못했던 새로운 증거가 나왔다거나 하는 등의 강력한 사정변경이 없으면 사실상 뒤집기 불가능하다는 점에서, 쉽게 접하기 어려운 주장이었습니다.

쟁점 정리를 진행하던 이영진 헌법재판관도 "대법원의 판결에도 불구하고 공소권 남용 여부를 다투는 것이냐"고 재차 물었습니다. 안 검사 측 대리인은 "그렇다"고 확답했습니다.

■ "검찰 내부 문서 제출받겠다" vs "이례적 처리 아냐"

증거 제출 절차에서도 양 측은 팽팽히 맞섰습니다. 국회 측은 우선 유 씨의 외국환거래법 위반 사건 수사 당시 작성됐던 검찰 내부의 시행공문 등에 대한 자료를 받아 증거로 내겠다고 밝혔습니다.

또 안 검사가 2013년부터 2014년까지 담당했던 사건들의 내역을 파악해 증거로 신청하겠다고도 밝혔습니다. 유 씨의 외국환거래법 수사 및 공소제기가 다른 사건과 달리 이례적으로 신속하게 진행됐다는 점을 증명하겠다는 것이었습니다.

안 검사 측은 이를 반박하기 위해 각 검찰청 사무감사에서 장기 방치로 지적받은 사례나 부당 기소유예 건수, 외국환거래법 위반 사건 관련 사건평정위원회 내역 등을 증거로 내겠다고 밝혔습니다. 유 씨 사건이 이례적인 처리가 아니었다는 점을 강조하려는 취지로 판단됩니다.

헌법재판소는 변론준비절차를 한 차례로 마칠지를 결정하고 양측에 일정을 통보해주기로 했습니다.

한편 이전까지 검사에 대한 탄핵소추안은 2007년 BBK 주가조작 사건 당시 검사였던 김홍일 방송통신위원장 후보자에 대한 탄핵소추안 발의가 마지막이었고, 국회 본회의에서 의결된 검사 탄핵안은 안 검사에 대한 게 처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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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정사상 처음으로 검사에 대한 탄핵소추 절차가 시작됐습니다.

헌법재판소는 오늘(28일) '서울시 공무원 간첩조작' 사건 피해자인 유우성 씨를 이른바 '보복 기소'해 기소권을 남용했다는 이유로 탄핵소추된 안동완 검사에 대한 탄핵심판 변론준비기일을 진행했습니다.

변론준비기일은 본격적인 변론에 앞서 쟁점과 증거를 정리하는 절차로, 피청구인의 출석 의무가 없어 안 검사는 출석하지 않았습니다.

■ 기소유예한 유우성 씨 외국환거래법 혐의, 재수사해 기소

앞서 유 씨는 2011년부터 서울시 공무원으로 일하던 중, 국내 탈북자 정보를 북한에 넘겨줬다는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2013년 재판에 넘겨졌습니다.

하지만 유 씨의 재판 과정에서 국정원이 핵심 증거를 조작한 정황이 드러나며 유 씨는 2015년 10월 무죄가 확정됐습니다.

조작된 증거를 재판부에 낸 검사들도 징계를 받았는데, 이후 검찰은 과거 기소유예 처분했던 유 씨의 불법 대금 송금(외국환거래법 위반) 등 혐의를 재차 수사해 유 씨를 재판에 넘겼습니다.

당장 '보복 기소' 논란이 일었는데, 당시 유 씨를 재차 기소한 검사가 안 검사였습니다

하지만 서울고법은 유 씨의 외국환거래법 위반 혐의에 대해 "검찰이 공소권을 남용했다"며 2016년 공소기각했고, 대법원도 2021년 항소심 결론을 수용하고 검찰의 공소권 남용 사실을 인정했습니다.

■ 국회 "공소권 남용 자체가 직권남용"

우선 공무원이 그 직무집행에서 헌법이나 법률을 위반한 경우여야 탄핵이 가능한데, 이번 변론준비기일에선 법률 위반이 있었는지, 어떤 법률을 위반했는지가 핵심 쟁점이었습니다.

구 검찰청법 제4조 ②
검사는 그 직무를 수행할 때 국민 전체에 대한 봉사자로서 정치적 중립을 지켜야 하며 주어진 권한을 남용하여서는 아니 된다.

형법 제123조
공무원이 직권을 남용하여 사람으로 하여금 의무 없는 일을 하게 하거나 사람의 권리행사를 방해한 때에는 5년 이하의 징역, 10년 이하의 자격정지 또는 1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국가공무원법 제56조
모든 공무원은 법령을 준수하며 성실히 직무를 수행하여야 한다.

먼저 국회 측은 △안 검사가 2014년 5월 유 씨를 외국환거래법 위반 혐의로 기소한 행위 △서울고법이 공소권 남용에 해당한다고 판단했음에도 상고한 행위를 문제 삼았습니다.

국회는 "대법원이 이미 유 씨에 대한 외국환거래법 위반 기소를 '공소권 남용'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며 "유 씨에 대한 기소는 주어진 권한 남용을 금지하는 구 검찰청법 조항을 위반한 것이고, 형법상 직권남용에도 해당된다"고 주장했습니다.

즉 직권을 남용해 타인에게 의무 없는 일을 했단 건데, 검사의 공소권 남용으로 유 씨가 대법원에서 무죄가 확정될 때까지 의무 없는 재판에 대응해야 하는 불이익을 입었다는 취지로 풀이됩니다.

그러면서 "검찰의 가장 중요한 권한은 기소권인데 이를 위반했고, 법령을 준수하고 성실할 의무 역시 위반했다"고 덧붙였습니다.

■ 안 검사 "공소권 남용 부인 …'보복 기소'는 프레임에 불과"

하지만 안 검사 측은 '공소권 남용' 사실 자체를 부인했습니다. 당시 유 씨에 대한 기소가 정당한 직무 수행이었다는 취지입니다.

앞서 지난 9월 탄핵안이 국회에서 통과된 직후 안 검사는 입장문을 통해 "유 씨는 탈북자로 위장한 북한거주 화교로서 중국인이었고, 공범과 환치기 범행을 분담 수행하며 필수 역할을 담당하는 등 적극적으로 범행에 가담했다"며 "탈북 대학생으로 계좌를 빌려준 것에 불과하여 가담 정도가 경미하고 얻은 이익 또한 적다고 보아 기소유예처분을 하였는데, 이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전혀 다른 사실과 사정이 확인된 것"이라며 재수사 경위를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1심에서는 전부 유죄가 선고됐고 2심에서도 일부 유죄가 선고됐지만, 왼국환거래법위반죄는 공소권남용에 해당한다는 이유로 공소기각된 뒤 대법원은 별다른 판단 없이 2심을 확정했다"고 주장했습니다.



이날도 안 검사 측은 "위기에 빠진 조직의 이익이나 복수를 위해 기소한 것이 아니라, 유 씨의 외국환거래법 위반 혐의가 기소유예 당시와 배치되는 사실이 발견돼 '사정 변경'이 있어 기소한 것"이라며, "공소권 남용으로 볼 수 없고, 자연히 형법상 직권남용에도 해당되지 않는다"고 주장했습니다.

이어 안 검사 측은 "공소제기가 본래의 직무수행으로 평가할 수 없을 정도로 권한을 남용한 것이 아니어서 직권남용이 아니고, 법과 양심에 따라 종전 기소유예가 부당하다 생각해 기소한 것이어서 고의 역시 없다"고 주장했습니다.

특히 안 검사 측은 대법원에서 인정된 '공소권 남용' 부분을 부인하고 나섰습니다. 대법원에서 확정된 사실관계는 당시 제출되지 못했던 새로운 증거가 나왔다거나 하는 등의 강력한 사정변경이 없으면 사실상 뒤집기 불가능하다는 점에서, 쉽게 접하기 어려운 주장이었습니다.

쟁점 정리를 진행하던 이영진 헌법재판관도 "대법원의 판결에도 불구하고 공소권 남용 여부를 다투는 것이냐"고 재차 물었습니다. 안 검사 측 대리인은 "그렇다"고 확답했습니다.

■ "검찰 내부 문서 제출받겠다" vs "이례적 처리 아냐"

증거 제출 절차에서도 양 측은 팽팽히 맞섰습니다. 국회 측은 우선 유 씨의 외국환거래법 위반 사건 수사 당시 작성됐던 검찰 내부의 시행공문 등에 대한 자료를 받아 증거로 내겠다고 밝혔습니다.

또 안 검사가 2013년부터 2014년까지 담당했던 사건들의 내역을 파악해 증거로 신청하겠다고도 밝혔습니다. 유 씨의 외국환거래법 수사 및 공소제기가 다른 사건과 달리 이례적으로 신속하게 진행됐다는 점을 증명하겠다는 것이었습니다.

안 검사 측은 이를 반박하기 위해 각 검찰청 사무감사에서 장기 방치로 지적받은 사례나 부당 기소유예 건수, 외국환거래법 위반 사건 관련 사건평정위원회 내역 등을 증거로 내겠다고 밝혔습니다. 유 씨 사건이 이례적인 처리가 아니었다는 점을 강조하려는 취지로 판단됩니다.

헌법재판소는 변론준비절차를 한 차례로 마칠지를 결정하고 양측에 일정을 통보해주기로 했습니다.

한편 이전까지 검사에 대한 탄핵소추안은 2007년 BBK 주가조작 사건 당시 검사였던 김홍일 방송통신위원장 후보자에 대한 탄핵소추안 발의가 마지막이었고, 국회 본회의에서 의결된 검사 탄핵안은 안 검사에 대한 게 처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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