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돌아오면 한미일 협력 중단될까…내년 정세 전망은?

입력 2023.12.28 (18: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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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프게도 미국을 가장 이용한 것은 우리의 동맹이다.나는 세계의 대통령이 아니라 미국의 대통령이다"
- 2019년 11월, 도널드 트럼프 당시 미국 대통령

내년 한국 외교의 최대 변수 중 하나는 미국 대선입니다. 4년 전 바이든 대 트럼프 상황이 재현될거란 전망이 큽니다. 중국 견제를 위해 동맹을 활용했던 바이든 대통령은 한미일 3국 협력 및 한미동맹 강화를 주도해왔습니다. 한국도 '가치동맹' 기조에 따라 미국에 적극 협력해 왔는데, 트럼프 전 대통령 귀환은 이런 흐름에 큰 충격이 될 수밖에 없습니다.

국책연구기관인 국립외교원은 21일 출간한 내년도 정세전망 보고서에서 "미국의 대중국 정책에는 근본적 변화가 없을 것"이라고 봤습니다. 트럼프 2기 정부가 들어선다 해도, 미국 내 반중국 정서를 고려해 중국을 견제하는 강경 정책은 계속 이어질 거란 겁니다. 그러나 한미, 한미일 협력에는 영향이 있을 거로 보입니다.

윤석열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현지시각 8월 18일  워싱턴DC 인근 미국 대통령 별장인 캠프 데이비드에서 회동했다.윤석열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현지시각 8월 18일 워싱턴DC 인근 미국 대통령 별장인 캠프 데이비드에서 회동했다.
■"트럼프 집권시 한미일 협력 의구심… 통상 분야 도전 있을 것"

민정훈 국립외교원 미주연구부 교수는 어제(27일) 외교부 브리핑에서 "트럼프 1기 행정부는 소(小)다자나 다자협력 중요성을 많이 느끼지 못했다"며 "한미일 협력 (유지)에는 의구심이 든다"고 밝혔습니다. 2개 이상의 나라와 협력하기보다 1대1 협상을 선호했던 트럼프 전 대통령 성향이 재집권 시에도 유지될 거라는 분석입니다.

따라서 내년에 한미일 협력 관계에서 조기에 성과를 수확해 제도화 수준을 높여놓는 것, 즉 분야별 협력이 안정기에 접어들어 외부 요인에도 영향을 덜 받을 수 있도록 대처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민 교수는 밝혔습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모든 역량을 중국 견제에 집중할 것"이라고 공언한 만큼, 한국과 일본은 여전히 미국에 전략적으로 중요한 파트너가 될 거라고 봤습니다.

다만 한미일, 쿼드(QUAD), 오커스(AUKUS) 등 소다자협의체를 통해 중국을 압박했던 바이든 대통령과 달리, 트럼프 전 대통령의 중국 견제는 한층 노골화될 수 있으며 동맹국에도 이에 동참하라고 '강압'할 수 있다고 민 교수는 전망했습니다.

트럼프 1기에도 문제가 됐던 방위비 분담금 대폭 증가와 관세 인상 등도 도전 요인으로 꼽았습니다. 다만 일각에서 제기하는 '주한미군' 철수에 대해, 국립외교원은 보고서에서 "현재 공화당 내에서 한미동맹 규모 축소 및 약화를 요구하는 목소리는 존재하지 않는다"며 가능성이 작다고 봤습니다.

미국 대선 변수와 관계없이 한미일 3국 협력은 예정대로 진전될 거로 보입니다. 올해 8월 미국 캠프데이비드에 이어 내년 초 2차 한미일 정상회의가 예정돼 있고, 한미일 군사훈련이 정례적으로 실시될 예정입니다. 이달 시작된 북한 미사일 경보정보 실시간 공유로 정밀 탐지가 가능해지는 등, 바이든 대통령 집권 말에도 3국 협력 동력은 떨어지지 않을 거로 전망됐습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현지시각 9월 15일 러시아 하바롭스크주 전투기 공장을 방문했다.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현지시각 9월 15일 러시아 하바롭스크주 전투기 공장을 방문했다.
■ "'오인'으로 인한 핵 사용 위협 높아… 러, 北에 재래식 무기 지원 우려"

비핵화 외교는 내년에도 여전히 멈춰 설 거로 보입니다. 한반도 긴장이 높아지며 '핵 사용 위협'이 높아졌단 분석도 나왔습니다.

국립외교원 전봉근 명예교수는 "사고나 오인, 잘못된 소통으로 인해 핵무기가 사용될 위협이 굉장히 높다"며 "국내에서는 많은 논의는 없지만 계속 고민해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핵무기를 의도적으로 사용하는 것이 아닌, 군사 긴장 수준이 높고 양측이 선제타격할 태세가 완료된 상황에서는, 잘못된 판단으로 인해 핵이 사용될 가능성도 커진다는 겁니다.

전 교수는 "치킨게임처럼 서로 달려가는 상황이 아닌가 한다"며 "군사적 긴장 완화를 위해 한반도에서 남북, 북미 간 정치 군사회담이 필요하다는 얘기가 외부에서 나온다"고 지적했습니다.

또한 북러 군사협력으로 북한이 재래식 무기를 지원받아 전시 역량이 상당히 강해질 수 있다고 우려했습니다. 다만 러시아가 북한에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핵탄두 관련 기술을 제공하는 등의 조력을 할 가능성은 작다고 봤습니다.

전 교수는 "러시아는 안보리 상임이사국이고 핵비확산조약(NPT)에 따른 핵보유국이기 때문에, 최소한의 책임을 버리는 행동은 안 할 거로 본다"고 내다봤습니다.

우크라이나전쟁은 최소 4~5년 더 이어지는 장기화 국면으로 접어들었다는 게 외교원 분석입니다. 양측 모두 상대를 압도할 군사력을 보유하지 못한 탓이 큽니다. 서방이 회의론 속에서도 우크라이나를 여전히 지원하고 있고, 러시아는 내년 국방 예산을 68% 늘리며 장기전 대비 의지를 드러냈습니다.

최우선 국립외교원 통일안보연구부 교수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재집권 시 양측 협상으로 종전을 이끌어내려 할 가능성이 있겠지만,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모두 이를 받아들이지 않을 가능성이 크기에 한쪽이 완전히 나가떨어지기 전에는 전쟁이 끝나기 어려우리라 전망했습니다.


■ "대중관계, 공고한 한미동맹 바탕으로 전략적 자율성 필요"

중국과는 상호 협력이 필요하다는 공감대 하에, 지금처럼 긴장 요인을 '관리'하는 움직임이 계속될 거로 예상됩니다. 한미-한미일 협력 강화로 중국 내에서 한국에 대한 불만이 높아졌지만, 그럼에도 중국에 대한 각국의 견제 수위를 조절하기 위해선 한국과의 우호적 관계를 맺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입니다.

국립외교원은 "2024년 한·중은 양자 간 협력 증진이 필요하다는 인식을 공유하며 양국 사이 구조적인 도전요인을 해소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며 "특히 한·중·일 정상회의 개최, 한·중 산업공급망 안정, 한반도 정세 안정을 위한 한·중 관계의 대화와 협력을 추구하는 한 해가 될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김한권 국립외교원 중국연구센터 교수는 한중관계가 "문제점을 다독이면서 관리해 나가려는 수준이지, 근본적 치유나 국익 증진을 위한 본격적 협력에는 이르지 못했다"고 밝혔습니다. 다만 "대중국 갈등 전선을 높이지 않는 대외전략에서, 한국은 (중국에) 매우 중요한 국가 중 하나로 인식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한미일 협력이 공고화된 상황에서 한중관계의 교착을 벗어나려면 "한미동맹 공고화 하에서의 한국의 대미 전략적 자율성을 어떻게 확보하느냐가 관건"이라고 밝혔습니다. 미국과 확실한 우방 관계를 맺되 사안에 따라 독립적 결정을 내렸던 유럽연합이나 호주 등과 같이 "전략적 자율성 영역에서는 중국과 적극 협력하겠다는 정책으로 달라져야 한중관계에도 근본적 변화가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북중 협력에 대해선 "중국은 북한과 협력을 강화해야 한다는 인식은 분명 갖고 있다"면서도, "(한미일-북중러라는) 동북아 지역 진영화 구도에 대해 북한이 바라는 모습과 중국이 우려하는 모습이 충돌할 것이기에 이 같은 인식 차를 관리해 나가려 할 것"이라고 분석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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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3-12-28 18:1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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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프게도 미국을 가장 이용한 것은 우리의 동맹이다.나는 세계의 대통령이 아니라 미국의 대통령이다"
- 2019년 11월, 도널드 트럼프 당시 미국 대통령

내년 한국 외교의 최대 변수 중 하나는 미국 대선입니다. 4년 전 바이든 대 트럼프 상황이 재현될거란 전망이 큽니다. 중국 견제를 위해 동맹을 활용했던 바이든 대통령은 한미일 3국 협력 및 한미동맹 강화를 주도해왔습니다. 한국도 '가치동맹' 기조에 따라 미국에 적극 협력해 왔는데, 트럼프 전 대통령 귀환은 이런 흐름에 큰 충격이 될 수밖에 없습니다.

국책연구기관인 국립외교원은 21일 출간한 내년도 정세전망 보고서에서 "미국의 대중국 정책에는 근본적 변화가 없을 것"이라고 봤습니다. 트럼프 2기 정부가 들어선다 해도, 미국 내 반중국 정서를 고려해 중국을 견제하는 강경 정책은 계속 이어질 거란 겁니다. 그러나 한미, 한미일 협력에는 영향이 있을 거로 보입니다.

윤석열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현지시각 8월 18일  워싱턴DC 인근 미국 대통령 별장인 캠프 데이비드에서 회동했다. ■"트럼프 집권시 한미일 협력 의구심… 통상 분야 도전 있을 것"

민정훈 국립외교원 미주연구부 교수는 어제(27일) 외교부 브리핑에서 "트럼프 1기 행정부는 소(小)다자나 다자협력 중요성을 많이 느끼지 못했다"며 "한미일 협력 (유지)에는 의구심이 든다"고 밝혔습니다. 2개 이상의 나라와 협력하기보다 1대1 협상을 선호했던 트럼프 전 대통령 성향이 재집권 시에도 유지될 거라는 분석입니다.

따라서 내년에 한미일 협력 관계에서 조기에 성과를 수확해 제도화 수준을 높여놓는 것, 즉 분야별 협력이 안정기에 접어들어 외부 요인에도 영향을 덜 받을 수 있도록 대처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민 교수는 밝혔습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모든 역량을 중국 견제에 집중할 것"이라고 공언한 만큼, 한국과 일본은 여전히 미국에 전략적으로 중요한 파트너가 될 거라고 봤습니다.

다만 한미일, 쿼드(QUAD), 오커스(AUKUS) 등 소다자협의체를 통해 중국을 압박했던 바이든 대통령과 달리, 트럼프 전 대통령의 중국 견제는 한층 노골화될 수 있으며 동맹국에도 이에 동참하라고 '강압'할 수 있다고 민 교수는 전망했습니다.

트럼프 1기에도 문제가 됐던 방위비 분담금 대폭 증가와 관세 인상 등도 도전 요인으로 꼽았습니다. 다만 일각에서 제기하는 '주한미군' 철수에 대해, 국립외교원은 보고서에서 "현재 공화당 내에서 한미동맹 규모 축소 및 약화를 요구하는 목소리는 존재하지 않는다"며 가능성이 작다고 봤습니다.

미국 대선 변수와 관계없이 한미일 3국 협력은 예정대로 진전될 거로 보입니다. 올해 8월 미국 캠프데이비드에 이어 내년 초 2차 한미일 정상회의가 예정돼 있고, 한미일 군사훈련이 정례적으로 실시될 예정입니다. 이달 시작된 북한 미사일 경보정보 실시간 공유로 정밀 탐지가 가능해지는 등, 바이든 대통령 집권 말에도 3국 협력 동력은 떨어지지 않을 거로 전망됐습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현지시각 9월 15일 러시아 하바롭스크주 전투기 공장을 방문했다. ■ "'오인'으로 인한 핵 사용 위협 높아… 러, 北에 재래식 무기 지원 우려"

비핵화 외교는 내년에도 여전히 멈춰 설 거로 보입니다. 한반도 긴장이 높아지며 '핵 사용 위협'이 높아졌단 분석도 나왔습니다.

국립외교원 전봉근 명예교수는 "사고나 오인, 잘못된 소통으로 인해 핵무기가 사용될 위협이 굉장히 높다"며 "국내에서는 많은 논의는 없지만 계속 고민해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핵무기를 의도적으로 사용하는 것이 아닌, 군사 긴장 수준이 높고 양측이 선제타격할 태세가 완료된 상황에서는, 잘못된 판단으로 인해 핵이 사용될 가능성도 커진다는 겁니다.

전 교수는 "치킨게임처럼 서로 달려가는 상황이 아닌가 한다"며 "군사적 긴장 완화를 위해 한반도에서 남북, 북미 간 정치 군사회담이 필요하다는 얘기가 외부에서 나온다"고 지적했습니다.

또한 북러 군사협력으로 북한이 재래식 무기를 지원받아 전시 역량이 상당히 강해질 수 있다고 우려했습니다. 다만 러시아가 북한에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핵탄두 관련 기술을 제공하는 등의 조력을 할 가능성은 작다고 봤습니다.

전 교수는 "러시아는 안보리 상임이사국이고 핵비확산조약(NPT)에 따른 핵보유국이기 때문에, 최소한의 책임을 버리는 행동은 안 할 거로 본다"고 내다봤습니다.

우크라이나전쟁은 최소 4~5년 더 이어지는 장기화 국면으로 접어들었다는 게 외교원 분석입니다. 양측 모두 상대를 압도할 군사력을 보유하지 못한 탓이 큽니다. 서방이 회의론 속에서도 우크라이나를 여전히 지원하고 있고, 러시아는 내년 국방 예산을 68% 늘리며 장기전 대비 의지를 드러냈습니다.

최우선 국립외교원 통일안보연구부 교수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재집권 시 양측 협상으로 종전을 이끌어내려 할 가능성이 있겠지만,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모두 이를 받아들이지 않을 가능성이 크기에 한쪽이 완전히 나가떨어지기 전에는 전쟁이 끝나기 어려우리라 전망했습니다.


■ "대중관계, 공고한 한미동맹 바탕으로 전략적 자율성 필요"

중국과는 상호 협력이 필요하다는 공감대 하에, 지금처럼 긴장 요인을 '관리'하는 움직임이 계속될 거로 예상됩니다. 한미-한미일 협력 강화로 중국 내에서 한국에 대한 불만이 높아졌지만, 그럼에도 중국에 대한 각국의 견제 수위를 조절하기 위해선 한국과의 우호적 관계를 맺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입니다.

국립외교원은 "2024년 한·중은 양자 간 협력 증진이 필요하다는 인식을 공유하며 양국 사이 구조적인 도전요인을 해소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며 "특히 한·중·일 정상회의 개최, 한·중 산업공급망 안정, 한반도 정세 안정을 위한 한·중 관계의 대화와 협력을 추구하는 한 해가 될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김한권 국립외교원 중국연구센터 교수는 한중관계가 "문제점을 다독이면서 관리해 나가려는 수준이지, 근본적 치유나 국익 증진을 위한 본격적 협력에는 이르지 못했다"고 밝혔습니다. 다만 "대중국 갈등 전선을 높이지 않는 대외전략에서, 한국은 (중국에) 매우 중요한 국가 중 하나로 인식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한미일 협력이 공고화된 상황에서 한중관계의 교착을 벗어나려면 "한미동맹 공고화 하에서의 한국의 대미 전략적 자율성을 어떻게 확보하느냐가 관건"이라고 밝혔습니다. 미국과 확실한 우방 관계를 맺되 사안에 따라 독립적 결정을 내렸던 유럽연합이나 호주 등과 같이 "전략적 자율성 영역에서는 중국과 적극 협력하겠다는 정책으로 달라져야 한중관계에도 근본적 변화가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북중 협력에 대해선 "중국은 북한과 협력을 강화해야 한다는 인식은 분명 갖고 있다"면서도, "(한미일-북중러라는) 동북아 지역 진영화 구도에 대해 북한이 바라는 모습과 중국이 우려하는 모습이 충돌할 것이기에 이 같은 인식 차를 관리해 나가려 할 것"이라고 분석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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