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란의 ‘제3자 변제’…해 넘기는 강제동원 배상

[앵커]

일제 강제동원 피해자들이 일본 기업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2차 소송에서 최근 잇따라 승소하고 있습니다.

정부는 추가 소송의 피해자들에게도 '제3자 변제' 방식으로 판결금을 지급하겠다고 밝혔지만, 일부 피해자들이 완강히 거부하면서 문제가 해를 넘길 것으로 보입니다.

김애린 기자입니다.

[리포트]

["만세!"]

일제 강제동원 피해자들과 유족이 미쓰비시중공업과 히타치조선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소송에서 최종 승소했습니다.

지난주 대법원이 같은 취지의 소송에서 피해자들의 손을 들어준 데 이어 이달 들어 두 번째 승소판결입니다.

[이경자/강제동원 피해자 유족 : "일본은 각성하고 미쓰비시는 빨리 빠른 시일 내에 배상도 해주고 사죄하십시오."]

문제는 배상 주체입니다.

외교부는 추가 소송에서 승소한 이들에게도 기업이 낸 돈으로 배상금을 지급하는 '제3자 변제' 방식을 고수하고 있습니다.

[임수석/외교부 대변인 : "지난 3월 발표한 강제징용 확정 판결 관련 정부 입장에 따라 일제강제동원피해자지원재단이 원고분들께 판결금과 지연이자를 지급할 방침입니다."]

하지만 최근 승소한 추가 피해자 일부와 앞서 2018년 대법원에서 확정판결을 받은 생존 피해자와 유족 4명은 '제3자 변제'를 거부하고 있습니다.

[이춘식/강제동원 피해자 : "우리나라에서 (배상금을) 주는 것은 맞지 않아. 일본이 보상을 정당히 자기들이 할 의무가 있는 것이지."]

그러자 정부는 배상금을 법원에 공탁하려 했지만 거절당하고, 이에 불복해 제기한 이의신청마저 기각돼 항고를 진행 중입니다.

일제강제동원피해자지원재단은 항고마저 기각되면 재항고까지 거치겠다고 밝혔습니다.

시간이 지체되는 사이, 판결금 수령을 거부해온 양금덕 할머니는 건강 악화로 요양병원에 입원했습니다.

[박상운/양금덕 할머니 아들 : "인지능력이 좀 떨어지시고 섬망 증세가 좀 있으시다 보니까...진짜 정말 진정한 사죄만 있으면 저희들을 더이상 크게 바랄 게 없어요. 마음이 그냥 너무 억울하고 착잡할 뿐입니다."]

일본 전범기업의 책임을 인정한 대법원 판결에도 누가 배상하느냐를 둘러싼 논란은 계속될 것으로 보입니다.

KBS 뉴스 김애린입니다.

촬영기자:조세준·조민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