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온 ‘뚝’ 주취자 응급실행 역대 최고치

입력 2024.01.02 (1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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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대부분 지역에 추위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신년 모임 술자리 등으로 과음하는 분들도 적지 않을 텐데요.

술에 취해 몸을 가누지 못하거나, 길거리에서 잠드는 주취자의 사고를 막기 위해 경찰은 주취자를 발견하면 주취자 상태에 따라 병원 가까운 주취자 응급의료센터로 데리고 갑니다. 병원 의료진들은 응급 환자를 치료하느라 바쁜 와중에 주취자 보호까지 하게 되면 업무 부담이 크다고 호소하고 있습니다.

경찰은 지자체 등과 협업해 응급의료센터 대신 주취자 보호시설을 만드는 내용의 법안을 처리해달라는 입장인데요. 해당 법안은 국회에서 논의도 되지 못한 채 방치되고 있습니다. 어떤 사연인지, 주취자 응급의료센터는 현재 어떻게 운영되고 있는지 알아보겠습니다.

■ 주취자 112 신고 94만 건....전년보다 '증가세'


먼저 주취자 112 신고 건수를 살펴볼까요? 지난해 11월까지 주취자 신고 건수가 94만 5천여 건에 달했습니다. 한 달 평균 8만5천여 건 신고가 들어오는 셈이었습니다. 이런 추세가 이어진다면, 지난해 주취자 신고 건수는 전년(2022년)보다도 크게 증가할 것으로 보입니다.

주취자 보호 업무는 경찰관 직무집행법 4조에 명시되어 있습니다. 해당 조항을 보면 "술에 취해 자신 또는 다른 사람의 생명ㆍ신체ㆍ재산에 위해를 끼칠 우려가 있는 사람을 발견했을 때 의료기관이나 공공구호기관에 긴급 구호를 요청하거나 경찰관서에 보호하는 등 조치를 취하여야 한다"고 되어 있습니다.

주취자 신고 건수가 늘고 있는 만큼 주취자 응급의료센터 이용도 증가세로 나타났는데요. 관련 통계도 살펴보겠습니다.

■주취자 응급의료센터 이용자 '역대 최고치'...경찰 "주취자 상태 파악 어려워"


주취자 응급의료센터 이용자 수는 지난해 11월까지 8천772명으로 전년 6천402명보다 37% 가량 증가했습니다.

경찰관은 주취자를 발견한 뒤 의식이 없거나, 호흡곤란이나 출혈이 있는지 등을 체크한 뒤 응급의료센터로 주취자를 보내는데요.

지난해 경남 창원에서는 경찰서 지구대로 보내진 주취자가 두개골 골절로 의식 불명에 빠진 사실이 뒤늦게 드러나기도 했고, 지난해 11월에는 도로에 쓰러져 있던 주취자 2명이 승용차에 깔려 다치는 사고가 발생하기도 했습니다.

이렇다보니 요즘 같은 겨울철에는 경찰관들도 주취자의 저체온증 등 인명 피해를 우려해 주취자의 의식이 있더라도 응급센터로 보낼 수밖에 없다는 게 현장 경찰관들의 설명입니다.

노동진 경찰청 생활질서계장은 "주취자가 자신의 이름도 말 못하고 아예 깨어나지 않고 횡설수설하는 경우, 잘 걷지도 못하는 경우에도 의식이 있지만 병원으로 데려갈 수밖에 없다. 경찰관이 주취자의 건강 상태 파악이 어렵기 때문"이라고 설명했습니다.

계절별로 응급센터 이용자 수에도 차이가 있는지도 알아보겠습니다.


지난해에는 월평균 800명의 주취자가 응급의료센터를 찾았습니다. 지난해 8월까지 이용자 수가 6,453명으로 이미 전년 수준을 웃돌았습니다. 날씨가 더운 8월에 850명에서 9월 853명까지 많았고, 기온이 떨어지는 10월부터 이용자 수가 줄었다가 날이 풀리는 2월에 급증했습니다.

■의료진 "주취자까지 보호 힘들어"...서울의료원·보라매병원 주취자 하루 4명 온다


주취자 응급센터는 2012년 서울을 시작으로 전국 곳곳에 설치되었습니다. 지난해 11월에는 강원도 원주에 첫 주취자 응급의료센터가 문을 열면서 전국에 22곳이 운영되고 있는데요.

경찰에 따르면, 주취자 응급센터에 별도로 들어가는 예산은 없습니다. 경찰이 병원 측과 업무 협약을 맺고, 의료진 보호 차원에서 상주 경찰관을 두어 주취자의 응급 치료를 원활하게 한다는 취지입니다.

지역별로 이용자 수는 크게 차이가 났는데요. 전국에서 주취자를 많이 돌보는 응급센터는 서울의료원과 서울 보라매병원 순으로 나타났습니다. 하루 평균 4명 가량 찾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반면 제주 지역의 응급센터와 충북 청주의료원은 하루에 1명도 찾지 않았습니다.


■주취자 응급의료센터 대신 '보호센터' 요구도...법안 논의도 안 돼

취재진이 만나 본 의료진들은 응급 치료가 필요한 주취자는 당연히 치료하지만, 별다른 치료가 필요하지 않은 주취자나 난동을 부리는 주취자가 많아 응급실 업무에 지장이 있다고 입을 모았습니다.

경찰은 주취자를 보호하려면 건강 상태를 살펴야 해서 주취자 응급의료센터가 필요하고, 병원의 여건이 어렵다면 지자체와 협력해 주취자 보호센터라도 만들 수 있게 해달라는 입장인데요.

지난해 6월 국민의힘 이주환 의원과 민주당 임호선 의원 등은 주취자 보호가 필요할 경우 '주취자 보호시설'에 인계하고 이를 위해 경찰과 소방, 지자체 등이 협력하는 내용의 '주취자 보호법'을 발의했지만 이번 국회에서는 별다른 논의도 없이 막혀 있는 상황입니다.

국민의힘 이주환 의원실 관계자는 "경찰 쪽에서는 찬성하겠지만 지자체나 소방, 이런 쪽에서는 주취자 보호 업무까지 떠넘기냐는 식으로 이견이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이어 "법안 추진 당시에도 반대 입장들이 있어서 (법안 처리가) 쉽지 않겠다는 생각은 있었다"고 덧붙였습니다.

민주당 임호선 의원실 관계자는 "해당 법안의 논의 사항이 아직 없다"고 말했습니다. "각 부처 간 의견 조율이 안 될 거고 이번 국회에서 논의는 힘들 수도 있다"면서 "올해 22대 국회에서 필요시 법안을 다시 낼 수도 있다"고 전했습니다.

[연관 기사] 기온 ‘뚝’, 주취자 응급실행…“보호 힘들어요”
https://news.kbs.co.kr/news/pc/view/view.do?ncd=7855030

앞서 KBS는 이 같은 내용을 <기온 ‘뚝’, 주취자 응급실행…“보호 힘들어요”>를 통해서도 전해드렸는데요. 내일(3일)은 취재진이 만난 의료진과 경찰들의 업무 고충과 응급의료센터를 둘러싼 각 부처의 입장을 담은 취재 뒷얘기를 보도하겠습니다.

인포그래픽: 김홍식, 권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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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온 ‘뚝’ 주취자 응급실행 역대 최고치
    • 입력 2024-01-02 14:1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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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대부분 지역에 추위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신년 모임 술자리 등으로 과음하는 분들도 적지 않을 텐데요.

술에 취해 몸을 가누지 못하거나, 길거리에서 잠드는 주취자의 사고를 막기 위해 경찰은 주취자를 발견하면 주취자 상태에 따라 병원 가까운 주취자 응급의료센터로 데리고 갑니다. 병원 의료진들은 응급 환자를 치료하느라 바쁜 와중에 주취자 보호까지 하게 되면 업무 부담이 크다고 호소하고 있습니다.

경찰은 지자체 등과 협업해 응급의료센터 대신 주취자 보호시설을 만드는 내용의 법안을 처리해달라는 입장인데요. 해당 법안은 국회에서 논의도 되지 못한 채 방치되고 있습니다. 어떤 사연인지, 주취자 응급의료센터는 현재 어떻게 운영되고 있는지 알아보겠습니다.

■ 주취자 112 신고 94만 건....전년보다 '증가세'


먼저 주취자 112 신고 건수를 살펴볼까요? 지난해 11월까지 주취자 신고 건수가 94만 5천여 건에 달했습니다. 한 달 평균 8만5천여 건 신고가 들어오는 셈이었습니다. 이런 추세가 이어진다면, 지난해 주취자 신고 건수는 전년(2022년)보다도 크게 증가할 것으로 보입니다.

주취자 보호 업무는 경찰관 직무집행법 4조에 명시되어 있습니다. 해당 조항을 보면 "술에 취해 자신 또는 다른 사람의 생명ㆍ신체ㆍ재산에 위해를 끼칠 우려가 있는 사람을 발견했을 때 의료기관이나 공공구호기관에 긴급 구호를 요청하거나 경찰관서에 보호하는 등 조치를 취하여야 한다"고 되어 있습니다.

주취자 신고 건수가 늘고 있는 만큼 주취자 응급의료센터 이용도 증가세로 나타났는데요. 관련 통계도 살펴보겠습니다.

■주취자 응급의료센터 이용자 '역대 최고치'...경찰 "주취자 상태 파악 어려워"


주취자 응급의료센터 이용자 수는 지난해 11월까지 8천772명으로 전년 6천402명보다 37% 가량 증가했습니다.

경찰관은 주취자를 발견한 뒤 의식이 없거나, 호흡곤란이나 출혈이 있는지 등을 체크한 뒤 응급의료센터로 주취자를 보내는데요.

지난해 경남 창원에서는 경찰서 지구대로 보내진 주취자가 두개골 골절로 의식 불명에 빠진 사실이 뒤늦게 드러나기도 했고, 지난해 11월에는 도로에 쓰러져 있던 주취자 2명이 승용차에 깔려 다치는 사고가 발생하기도 했습니다.

이렇다보니 요즘 같은 겨울철에는 경찰관들도 주취자의 저체온증 등 인명 피해를 우려해 주취자의 의식이 있더라도 응급센터로 보낼 수밖에 없다는 게 현장 경찰관들의 설명입니다.

노동진 경찰청 생활질서계장은 "주취자가 자신의 이름도 말 못하고 아예 깨어나지 않고 횡설수설하는 경우, 잘 걷지도 못하는 경우에도 의식이 있지만 병원으로 데려갈 수밖에 없다. 경찰관이 주취자의 건강 상태 파악이 어렵기 때문"이라고 설명했습니다.

계절별로 응급센터 이용자 수에도 차이가 있는지도 알아보겠습니다.


지난해에는 월평균 800명의 주취자가 응급의료센터를 찾았습니다. 지난해 8월까지 이용자 수가 6,453명으로 이미 전년 수준을 웃돌았습니다. 날씨가 더운 8월에 850명에서 9월 853명까지 많았고, 기온이 떨어지는 10월부터 이용자 수가 줄었다가 날이 풀리는 2월에 급증했습니다.

■의료진 "주취자까지 보호 힘들어"...서울의료원·보라매병원 주취자 하루 4명 온다


주취자 응급센터는 2012년 서울을 시작으로 전국 곳곳에 설치되었습니다. 지난해 11월에는 강원도 원주에 첫 주취자 응급의료센터가 문을 열면서 전국에 22곳이 운영되고 있는데요.

경찰에 따르면, 주취자 응급센터에 별도로 들어가는 예산은 없습니다. 경찰이 병원 측과 업무 협약을 맺고, 의료진 보호 차원에서 상주 경찰관을 두어 주취자의 응급 치료를 원활하게 한다는 취지입니다.

지역별로 이용자 수는 크게 차이가 났는데요. 전국에서 주취자를 많이 돌보는 응급센터는 서울의료원과 서울 보라매병원 순으로 나타났습니다. 하루 평균 4명 가량 찾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반면 제주 지역의 응급센터와 충북 청주의료원은 하루에 1명도 찾지 않았습니다.


■주취자 응급의료센터 대신 '보호센터' 요구도...법안 논의도 안 돼

취재진이 만나 본 의료진들은 응급 치료가 필요한 주취자는 당연히 치료하지만, 별다른 치료가 필요하지 않은 주취자나 난동을 부리는 주취자가 많아 응급실 업무에 지장이 있다고 입을 모았습니다.

경찰은 주취자를 보호하려면 건강 상태를 살펴야 해서 주취자 응급의료센터가 필요하고, 병원의 여건이 어렵다면 지자체와 협력해 주취자 보호센터라도 만들 수 있게 해달라는 입장인데요.

지난해 6월 국민의힘 이주환 의원과 민주당 임호선 의원 등은 주취자 보호가 필요할 경우 '주취자 보호시설'에 인계하고 이를 위해 경찰과 소방, 지자체 등이 협력하는 내용의 '주취자 보호법'을 발의했지만 이번 국회에서는 별다른 논의도 없이 막혀 있는 상황입니다.

국민의힘 이주환 의원실 관계자는 "경찰 쪽에서는 찬성하겠지만 지자체나 소방, 이런 쪽에서는 주취자 보호 업무까지 떠넘기냐는 식으로 이견이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이어 "법안 추진 당시에도 반대 입장들이 있어서 (법안 처리가) 쉽지 않겠다는 생각은 있었다"고 덧붙였습니다.

민주당 임호선 의원실 관계자는 "해당 법안의 논의 사항이 아직 없다"고 말했습니다. "각 부처 간 의견 조율이 안 될 거고 이번 국회에서 논의는 힘들 수도 있다"면서 "올해 22대 국회에서 필요시 법안을 다시 낼 수도 있다"고 전했습니다.

[연관 기사] 기온 ‘뚝’, 주취자 응급실행…“보호 힘들어요”
https://news.kbs.co.kr/news/pc/view/view.do?ncd=7855030

앞서 KBS는 이 같은 내용을 <기온 ‘뚝’, 주취자 응급실행…“보호 힘들어요”>를 통해서도 전해드렸는데요. 내일(3일)은 취재진이 만난 의료진과 경찰들의 업무 고충과 응급의료센터를 둘러싼 각 부처의 입장을 담은 취재 뒷얘기를 보도하겠습니다.

인포그래픽: 김홍식, 권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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