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안가 출입 자제’하라더니 광안리에서는 ‘드론쇼’…엇박자 행정

입력 2024.01.02 (1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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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저녁 광안리해수욕장에서 열린 드론쇼에 몰린 인파어제 저녁 광안리해수욕장에서 열린 드론쇼에 몰린 인파

새해 첫날 발생한 일본 강진으로 우리나라 동해안에도 지진해일이 발생했습니다. 동해안과 남해안 경계에 있는 부산시는 어제(1일) 저녁 시민들에게 재난 문자를 보내 해안가 출입을 자제해달라고 당부했습니다. 하지만 1시간쯤 지났을 무렵 부산 광안리 해수욕장에는 수만 명의 인파가 몰렸습니다. 부산 수영구가 새해 맞이 '드론 쇼'를 진행했기 때문입니다.

■ '해안가 출입 자제' 재난 문자 보낸 부산시…구청은 해변에서 대규모 행사

당초 수영구는 새해가 시작되는 어제 새벽 0시, 광안리해수욕장 밤 하늘에 2천 대의 드론을 띄우는 행사를 기획했습니다. 하지만 사람들이 새해 카운트다운을 외친 뒤에도 드론은 나타나지 않았습니다. 지난해보다 2배 이상 늘어난 8만 여명의 인파가 몰리면서 통신 장애를 빚었기 때문입니다. 추운 날씨에 몇 시간씩 행사를 기다린 시민들이 불만을 쏟아내자 수영구는 '1일 저녁 7시에 행사를 재개하겠다'고 약속하고 사람들을 귀가시켰습니다.

어제 새벽 드론쇼가 취소되자 귀가하는 시민들어제 새벽 드론쇼가 취소되자 귀가하는 시민들

구청 직원들이 통신 장애를 해결하고 두번 째 드론 쇼를 준비하던 어제 저녁 5시 50분쯤, 부산시는 시민들에게 재난 문자를 발송했습니다. '저녁 6시 28분 이후 동해안 해수면 변동이 예상되니 해안가 출입을 자제하라'는 내용이었습니다. 일본 강진으로 지진해일이 동해안으로 밀려와 부산 인근 해수면도 높아질 우려가 있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부산 광안리해수욕장에서는 예정대로 저녁 7시 드론 쇼가 열렸고 5만 명이 넘는 관람객이 백사장을 가득 메웠습니다.

어제 부산시가 보낸 재난 문자어제 부산시가 보낸 재난 문자

■ "출입 자제하세요." vs "행사 구경 오세요." 엇박자 행정에 황당한 시민들

부산시가 시민들에게 재난 문자까지 발송했는데도 예정대로 드론 쇼가 열리는 걸 지켜본 일부 시민들은 황당하다는 반응을 내놨습니다. 부산시는 해안가 출입을 자제하라고 했는데, 구청은 해변에 시민을 불러 모아 행사를 열었기 때문입니다. 한 시민은 취재진에게 "같은 지역에서 대응이 엇갈려 혼란스러웠다. 더 큰 재해가 발생했을 때 대응 체계가 제대로 작동할지 우려스럽다."고 말했습니다.

어제 저녁 광안리 해수욕장에서 열린 드론 쇼를 지켜보는 시민들어제 저녁 광안리 해수욕장에서 열린 드론 쇼를 지켜보는 시민들

실제 부산 수영구청은 해수면 변동이 예상된다는 재난문자와는 별도로 부산시청 자연재난과로 부터 해수면 상승 등에 관한 추가 연락까지 받은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하지만 행사 진행에 앞서 관련 상황을 검토하는 유관부서 대책회의조차 열지 않았습니다. 이에 대해 수영구는 "부산은 지진해일 영향이 적고 해수면 높이도 높지 않으리라고 판단했다."고 해명했습니다. 무엇보다 앞선 행사 파행으로 실망했을 시민들과의 약속을 어길 수 없었다고 말했습니다.

어제 저녁 광안리 해수욕장 행사에 모인 사람은 주최 측 추산 5만 2천 150명입니다. 해안가 출입을 자제하라는 부산시와 대규모 해변 행사를 개최한 수영구를 지켜본 시민들은 어떻게 행동해야 바람직했을까요. 부산시도, 구청도 명확한 답을 내놓지 못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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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저녁 광안리해수욕장에서 열린 드론쇼에 몰린 인파
새해 첫날 발생한 일본 강진으로 우리나라 동해안에도 지진해일이 발생했습니다. 동해안과 남해안 경계에 있는 부산시는 어제(1일) 저녁 시민들에게 재난 문자를 보내 해안가 출입을 자제해달라고 당부했습니다. 하지만 1시간쯤 지났을 무렵 부산 광안리 해수욕장에는 수만 명의 인파가 몰렸습니다. 부산 수영구가 새해 맞이 '드론 쇼'를 진행했기 때문입니다.

■ '해안가 출입 자제' 재난 문자 보낸 부산시…구청은 해변에서 대규모 행사

당초 수영구는 새해가 시작되는 어제 새벽 0시, 광안리해수욕장 밤 하늘에 2천 대의 드론을 띄우는 행사를 기획했습니다. 하지만 사람들이 새해 카운트다운을 외친 뒤에도 드론은 나타나지 않았습니다. 지난해보다 2배 이상 늘어난 8만 여명의 인파가 몰리면서 통신 장애를 빚었기 때문입니다. 추운 날씨에 몇 시간씩 행사를 기다린 시민들이 불만을 쏟아내자 수영구는 '1일 저녁 7시에 행사를 재개하겠다'고 약속하고 사람들을 귀가시켰습니다.

어제 새벽 드론쇼가 취소되자 귀가하는 시민들
구청 직원들이 통신 장애를 해결하고 두번 째 드론 쇼를 준비하던 어제 저녁 5시 50분쯤, 부산시는 시민들에게 재난 문자를 발송했습니다. '저녁 6시 28분 이후 동해안 해수면 변동이 예상되니 해안가 출입을 자제하라'는 내용이었습니다. 일본 강진으로 지진해일이 동해안으로 밀려와 부산 인근 해수면도 높아질 우려가 있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부산 광안리해수욕장에서는 예정대로 저녁 7시 드론 쇼가 열렸고 5만 명이 넘는 관람객이 백사장을 가득 메웠습니다.

어제 부산시가 보낸 재난 문자
■ "출입 자제하세요." vs "행사 구경 오세요." 엇박자 행정에 황당한 시민들

부산시가 시민들에게 재난 문자까지 발송했는데도 예정대로 드론 쇼가 열리는 걸 지켜본 일부 시민들은 황당하다는 반응을 내놨습니다. 부산시는 해안가 출입을 자제하라고 했는데, 구청은 해변에 시민을 불러 모아 행사를 열었기 때문입니다. 한 시민은 취재진에게 "같은 지역에서 대응이 엇갈려 혼란스러웠다. 더 큰 재해가 발생했을 때 대응 체계가 제대로 작동할지 우려스럽다."고 말했습니다.

어제 저녁 광안리 해수욕장에서 열린 드론 쇼를 지켜보는 시민들
실제 부산 수영구청은 해수면 변동이 예상된다는 재난문자와는 별도로 부산시청 자연재난과로 부터 해수면 상승 등에 관한 추가 연락까지 받은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하지만 행사 진행에 앞서 관련 상황을 검토하는 유관부서 대책회의조차 열지 않았습니다. 이에 대해 수영구는 "부산은 지진해일 영향이 적고 해수면 높이도 높지 않으리라고 판단했다."고 해명했습니다. 무엇보다 앞선 행사 파행으로 실망했을 시민들과의 약속을 어길 수 없었다고 말했습니다.

어제 저녁 광안리 해수욕장 행사에 모인 사람은 주최 측 추산 5만 2천 150명입니다. 해안가 출입을 자제하라는 부산시와 대규모 해변 행사를 개최한 수영구를 지켜본 시민들은 어떻게 행동해야 바람직했을까요. 부산시도, 구청도 명확한 답을 내놓지 못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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