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모텔 직원 목 조른 80대 ‘단순 폭행’?…“또 마주칠까 겁나”

입력 2024.01.02 (17: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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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의정부의 한 숙박업소에서 3년째 카운터 직원으로 일하고 있는 30대 한 모 씨.

하루하루 가족을 위해 열심히 일하던 일상은 지난해 10월, 일면식도 없는 80대 노인에게 폭행을 당한 이후부터 한순간에 두려움으로 바뀌었습니다.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요?

■ 목 조르고 얼굴 누르고…"열쇠 뺏으려는 게 화나서"


KBS가 확보한 CCTV를 보면, 중심을 잃고 넘어진 한 씨의 몸 위로 순식간에 노인이 올라타 목을 조르기 시작합니다.

손으로 얼굴을 바닥에 누르는 행위가 계속되고, 심지어 주머니에서 무언가를 꺼내 한 씨의 입 안으로 집어넣는 모습도 포착됐습니다.

피해자 한 씨는 취재진에게 "노인이 욕을 하면서 숨을 못 쉬게 얼굴과 목 부분을 눌렀다"면서 "발버둥 쳐봤지만 워낙 힘이 세서 손을 쓸 수 없었다"고 말했습니다.

이같은 노인의 행동은 '살려달라'는 소리에 상황을 파악하러 나온 옆방 투숙객이 제지하고 나서야 멈췄습니다.

지난해 10월 당시 폭행을 당한 장소에서 상황을 설명하는 한 모 씨지난해 10월 당시 폭행을 당한 장소에서 상황을 설명하는 한 모 씨

노인의 이같은 행동은 퇴실 시간 객실 열쇠를 두고 벌어진 실랑이 때문이었습니다.

퇴신 시간이 지나도 노인이 열쇠를 반납하지 않고 나오지 않아 한 씨가 직접 안내를 하기 위해 갔는데, 노인이 퇴실을 거부하던 과정에서 갑자기 달려든 겁니다.

■ 피해자 "신고 이후 노인 수사 상황 감감무소식"

한 씨는 사건 발생 이후 노인에 대한 소식을 알 길이 없어 더 답답했다고 말합니다.

사건 당일 현장에 출동한 경찰이 노인을 임의동행해 지구대로 데려간 뒤부터 경찰 조사가 어떻게 이뤄지는지, 어떤 혐의로 처벌을 받는지 등 피해자에게 제대로 된 안내가 없었다는 겁니다.

CCTV 영상을 보며 지난해 10월 폭행 당시 상황을 설명하는 한 모 씨CCTV 영상을 보며 지난해 10월 폭행 당시 상황을 설명하는 한 모 씨

상황을 알고 싶어 한 씨가 지구대에 확인해봤지만, 지구대에선 "노인의 인적사항을 받고 귀가조치시켰고 경찰서로 사건이 넘어갔다"고 안내했다고 합니다.

사건 발생 일주일이 지나고 다시 경찰에 전화해봐도 노인에 대한 조사는 아직 이뤄지지 않았던 상황. 하지만 경찰은 한 씨에게 '사건이 단순 폭행으로 처리될 것'이라 안내했습니다.


한 씨는 "경찰이 처리해야 할 사건이 많다는 건 이해하지만, 먼저 연락 온 적은 한 번도 없었고 오히려 전화를 걸 때마다 '통화하는 걸 되게 싫어하는구나'라는 느낌을 받았다"며 "법을 잘 모르는 일반인 피해자가 직접 모든 걸 다 알아봐야 하는 상황이 힘들었다"고 토로했습니다.

■경찰 "단순 폭행, 불구속 송치"…피해자 "마주칠까 무서워"

해당 사건에 대해 경찰은 취재진에게 "노인이 객실에 좀 더 있다 가려고 하는데 추가 요금이 필요하다고 안내하는 직원 사이에서 시비가 붙은 것"이라며 "큰 피해 사실이 있는 것은 아니어서 노인을 폭행 혐의로 불구속 송치했다"고 밝혔습니다.

또 "당시 노인이 정신적으로 문제가 있거나 술에 취한 상태는 아닌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경찰은 "상해가 중하거나 계획·보복 범죄 등 사안이 중대하면 구속영장을 신청하는데, 이 건은 시비에서 비롯된 80대 고령 노인의 우발적 범행이라 구속영장을 신청할 사안은 아니라고 판단했다"고 덧붙였습니다.

이후 사건을 넘겨받은 검찰은 노인을 벌금형에 약식기소했습니다.

해당 내용마저 문자로 통보받은 한 씨는 여전히 당시 사건이 일어난 층을 마주하는 것도 힘들다고 말합니다. 하지만 생계 유지를 위해 당장 일을 그만둘 수도 없다고 했습니다.

저는 이 일을 되게 좋아했었어요. 그런데 이 일 겪고 나서 무서워요. 비슷한 연령대의 손님 분이 지나가시는 것만 봐도 숨게 되고. 하지만 일을 못 그만둬요. 지켜야 할 아이들이 있으니까.

한 씨는 "수사 결과를 바꿀 수 없다는 걸 알기에 아쉽다"면서 "가해자가 아닌 피해자 편을 들어줬으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비용 부담을 감수하고서라도 민사소송까지 제기해볼 계획"이라고 전했습니다.

[촬영기자 : 정준희 / 영상편집: 노철호 / 그래픽 : 김홍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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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단독] 모텔 직원 목 조른 80대 ‘단순 폭행’?…“또 마주칠까 겁나”
    • 입력 2024-01-02 17:43:31
    단독

경기도 의정부의 한 숙박업소에서 3년째 카운터 직원으로 일하고 있는 30대 한 모 씨.

하루하루 가족을 위해 열심히 일하던 일상은 지난해 10월, 일면식도 없는 80대 노인에게 폭행을 당한 이후부터 한순간에 두려움으로 바뀌었습니다.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요?

■ 목 조르고 얼굴 누르고…"열쇠 뺏으려는 게 화나서"


KBS가 확보한 CCTV를 보면, 중심을 잃고 넘어진 한 씨의 몸 위로 순식간에 노인이 올라타 목을 조르기 시작합니다.

손으로 얼굴을 바닥에 누르는 행위가 계속되고, 심지어 주머니에서 무언가를 꺼내 한 씨의 입 안으로 집어넣는 모습도 포착됐습니다.

피해자 한 씨는 취재진에게 "노인이 욕을 하면서 숨을 못 쉬게 얼굴과 목 부분을 눌렀다"면서 "발버둥 쳐봤지만 워낙 힘이 세서 손을 쓸 수 없었다"고 말했습니다.

이같은 노인의 행동은 '살려달라'는 소리에 상황을 파악하러 나온 옆방 투숙객이 제지하고 나서야 멈췄습니다.

지난해 10월 당시 폭행을 당한 장소에서 상황을 설명하는 한 모 씨
노인의 이같은 행동은 퇴실 시간 객실 열쇠를 두고 벌어진 실랑이 때문이었습니다.

퇴신 시간이 지나도 노인이 열쇠를 반납하지 않고 나오지 않아 한 씨가 직접 안내를 하기 위해 갔는데, 노인이 퇴실을 거부하던 과정에서 갑자기 달려든 겁니다.

■ 피해자 "신고 이후 노인 수사 상황 감감무소식"

한 씨는 사건 발생 이후 노인에 대한 소식을 알 길이 없어 더 답답했다고 말합니다.

사건 당일 현장에 출동한 경찰이 노인을 임의동행해 지구대로 데려간 뒤부터 경찰 조사가 어떻게 이뤄지는지, 어떤 혐의로 처벌을 받는지 등 피해자에게 제대로 된 안내가 없었다는 겁니다.

CCTV 영상을 보며 지난해 10월 폭행 당시 상황을 설명하는 한 모 씨
상황을 알고 싶어 한 씨가 지구대에 확인해봤지만, 지구대에선 "노인의 인적사항을 받고 귀가조치시켰고 경찰서로 사건이 넘어갔다"고 안내했다고 합니다.

사건 발생 일주일이 지나고 다시 경찰에 전화해봐도 노인에 대한 조사는 아직 이뤄지지 않았던 상황. 하지만 경찰은 한 씨에게 '사건이 단순 폭행으로 처리될 것'이라 안내했습니다.


한 씨는 "경찰이 처리해야 할 사건이 많다는 건 이해하지만, 먼저 연락 온 적은 한 번도 없었고 오히려 전화를 걸 때마다 '통화하는 걸 되게 싫어하는구나'라는 느낌을 받았다"며 "법을 잘 모르는 일반인 피해자가 직접 모든 걸 다 알아봐야 하는 상황이 힘들었다"고 토로했습니다.

■경찰 "단순 폭행, 불구속 송치"…피해자 "마주칠까 무서워"

해당 사건에 대해 경찰은 취재진에게 "노인이 객실에 좀 더 있다 가려고 하는데 추가 요금이 필요하다고 안내하는 직원 사이에서 시비가 붙은 것"이라며 "큰 피해 사실이 있는 것은 아니어서 노인을 폭행 혐의로 불구속 송치했다"고 밝혔습니다.

또 "당시 노인이 정신적으로 문제가 있거나 술에 취한 상태는 아닌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경찰은 "상해가 중하거나 계획·보복 범죄 등 사안이 중대하면 구속영장을 신청하는데, 이 건은 시비에서 비롯된 80대 고령 노인의 우발적 범행이라 구속영장을 신청할 사안은 아니라고 판단했다"고 덧붙였습니다.

이후 사건을 넘겨받은 검찰은 노인을 벌금형에 약식기소했습니다.

해당 내용마저 문자로 통보받은 한 씨는 여전히 당시 사건이 일어난 층을 마주하는 것도 힘들다고 말합니다. 하지만 생계 유지를 위해 당장 일을 그만둘 수도 없다고 했습니다.

저는 이 일을 되게 좋아했었어요. 그런데 이 일 겪고 나서 무서워요. 비슷한 연령대의 손님 분이 지나가시는 것만 봐도 숨게 되고. 하지만 일을 못 그만둬요. 지켜야 할 아이들이 있으니까.

한 씨는 "수사 결과를 바꿀 수 없다는 걸 알기에 아쉽다"면서 "가해자가 아닌 피해자 편을 들어줬으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비용 부담을 감수하고서라도 민사소송까지 제기해볼 계획"이라고 전했습니다.

[촬영기자 : 정준희 / 영상편집: 노철호 / 그래픽 : 김홍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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