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위 연령’ 46세 시대…2024년 청년의 기준은?

입력 2024.01.03 (21:39) 수정 2024.01.04 (0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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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1992년, 서울의 한 초등학교 입학식입니다.

신입생이 정말 빼곡하게 서 있죠.

이때 초등학교에 입학한 1985년 서울의 출생아 수는 16만 명이 넘었습니다.

30여 년이 지난 올해 입학식은 어떨까요?

2024년 서울의 초등학교 취학 대상자가 사상 처음으로 5만 명대로 내려앉았습니다.

KBS는 저출산-고령화 현주소를 살피고 과제를 점검하는 순서를 마련했습니다.

먼저 크게 변한 우리 사회 '청년' 기준부터 짚어봅니다.

황현규 기자의 보돕니다.

[리포트]

27살이던 사진 속 조윤자 씨는 회사에서 노처녀로 통했고, 집안에선 어른 대접을 받았습니다.

[조윤자/1969년생 : "(저는) 결혼을 안 했어도 아이들 두세 명을 둔 부모와 친구잖아요. 30대 가까이 되면서부터는 40대 이후의 분들하고 같이 싸잡아서 취급을 당하죠."]

20대 후반만 돼도 가정에선 부모 역할을, 직장에선 허리 역할을 했습니다.

실제로 1996년 중위연령, 즉 우리나라 국민들을 나이순으로 세웠을 때 딱 중간 나이는 29.8세였습니다.

[조윤자/1969년생 : "34살에 결혼을 한 것도, 정말 골동품 취급당했고. 노처녀 히스테리라고, 조금 톤이 높아지거나 이러면……."]

2024년 서른네 살인 라유빈 씨는 단 한 번도 들어본 적이 없는 표현입니다.

[라유빈/1989년생 : "(혹시 노처녀라는 얘기 들어보신 적 있으세요?) 그런 얘기는 한 번도 들어본 적 없습니다."]

중위 연령은 나이순으로 정 한가운데라는 점에서 우리나라에서 어디까지가 청년인지 가늠하는 기준이기도 합니다.

올해 기준으론 마흔여섯 살인데, 40대 중반까지 청년처럼 일 해야 우리 사회가 문제없이 돌아간다고 볼 수 있습니다.

현실에서는 이미 예전보다 더 늦게 사회에 진출하고 더 늙어서까지 일하며 '나이든 청년'이 늘어가고 있습니다.

그런데 각종 정부 정책에서 청년을 가르는 '기준'만큼은 한참 뒤떨어져 있습니다.

청년기본법상 청년은 19세 이상부터 34세 이하이고, 법에 따라 29세까지 범위를 더 좁히기도 했습니다.

각 자치단체 조례를 통해 조정이 가능하다지만 충북 보은군과 충남 태안군, 경남 남해군, 그리고 서울 도봉구 등 극히 일부에서만 청년 나이 기준을 45세까지 올렸을 뿐입니다.

[구정우/성균관대 사회학과 교수 : "내가 아직 청년인데, 나는 아직 청년이라고 생각하는데 사회는 내가 청년이 아니라고 정의를 내리고 사회적인 보호 시스템으로 보호하지 않는 그런 상황이라는 거죠."]

청년 기준에 따라 정부는 일자리와 자산 형성 등을 지원합니다.

최근 10년 동안 중위 연령이 6살이나 더 많아진 것과는 달리 법적 청년 기준은 거의 그대로고 기준을 올리자는 법안도 국회에 계류 중입니다.

KBS 뉴스 황현규입니다.

촬영기자:정민욱 연봉석/영상편집:이기승/그래픽:박미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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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중위 연령’ 46세 시대…2024년 청년의 기준은?
    • 입력 2024-01-03 21:39:58
    • 수정2024-01-04 08:25:11
    뉴스 9
[앵커]

1992년, 서울의 한 초등학교 입학식입니다.

신입생이 정말 빼곡하게 서 있죠.

이때 초등학교에 입학한 1985년 서울의 출생아 수는 16만 명이 넘었습니다.

30여 년이 지난 올해 입학식은 어떨까요?

2024년 서울의 초등학교 취학 대상자가 사상 처음으로 5만 명대로 내려앉았습니다.

KBS는 저출산-고령화 현주소를 살피고 과제를 점검하는 순서를 마련했습니다.

먼저 크게 변한 우리 사회 '청년' 기준부터 짚어봅니다.

황현규 기자의 보돕니다.

[리포트]

27살이던 사진 속 조윤자 씨는 회사에서 노처녀로 통했고, 집안에선 어른 대접을 받았습니다.

[조윤자/1969년생 : "(저는) 결혼을 안 했어도 아이들 두세 명을 둔 부모와 친구잖아요. 30대 가까이 되면서부터는 40대 이후의 분들하고 같이 싸잡아서 취급을 당하죠."]

20대 후반만 돼도 가정에선 부모 역할을, 직장에선 허리 역할을 했습니다.

실제로 1996년 중위연령, 즉 우리나라 국민들을 나이순으로 세웠을 때 딱 중간 나이는 29.8세였습니다.

[조윤자/1969년생 : "34살에 결혼을 한 것도, 정말 골동품 취급당했고. 노처녀 히스테리라고, 조금 톤이 높아지거나 이러면……."]

2024년 서른네 살인 라유빈 씨는 단 한 번도 들어본 적이 없는 표현입니다.

[라유빈/1989년생 : "(혹시 노처녀라는 얘기 들어보신 적 있으세요?) 그런 얘기는 한 번도 들어본 적 없습니다."]

중위 연령은 나이순으로 정 한가운데라는 점에서 우리나라에서 어디까지가 청년인지 가늠하는 기준이기도 합니다.

올해 기준으론 마흔여섯 살인데, 40대 중반까지 청년처럼 일 해야 우리 사회가 문제없이 돌아간다고 볼 수 있습니다.

현실에서는 이미 예전보다 더 늦게 사회에 진출하고 더 늙어서까지 일하며 '나이든 청년'이 늘어가고 있습니다.

그런데 각종 정부 정책에서 청년을 가르는 '기준'만큼은 한참 뒤떨어져 있습니다.

청년기본법상 청년은 19세 이상부터 34세 이하이고, 법에 따라 29세까지 범위를 더 좁히기도 했습니다.

각 자치단체 조례를 통해 조정이 가능하다지만 충북 보은군과 충남 태안군, 경남 남해군, 그리고 서울 도봉구 등 극히 일부에서만 청년 나이 기준을 45세까지 올렸을 뿐입니다.

[구정우/성균관대 사회학과 교수 : "내가 아직 청년인데, 나는 아직 청년이라고 생각하는데 사회는 내가 청년이 아니라고 정의를 내리고 사회적인 보호 시스템으로 보호하지 않는 그런 상황이라는 거죠."]

청년 기준에 따라 정부는 일자리와 자산 형성 등을 지원합니다.

최근 10년 동안 중위 연령이 6살이나 더 많아진 것과는 달리 법적 청년 기준은 거의 그대로고 기준을 올리자는 법안도 국회에 계류 중입니다.

KBS 뉴스 황현규입니다.

촬영기자:정민욱 연봉석/영상편집:이기승/그래픽:박미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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