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가 돌아가신 날 마구 맞았다…가해자는 ‘강제 전학’ 동급생

입력 2024.01.04 (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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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약

친구의 연락을 받고 나갔다가 또래 고등학생 2명에게 10여 차례 폭행당한 고등학생이 있습니다. 전화를 제때 받지 않았다는 게 이유였습니다. 피해 학생은 아버지가 돌아가신 날 이들의 폭력에 휘둘렸습니다.
가해 학생 둘 가운데 하나는 전학생이었습니다. 이전 학교에서 폭력을 행사해 강제 전학을 하고서도 이전 학교 학생인 피해자에게 폭력을 행사했습니다. 이 학생은 결국 공동 폭행 혐의로 경찰 조사를 받고 처벌을 피할 수 없게 됐습니다.

출처: 피해자 가족출처: 피해자 가족

■ 아버지 돌아가신 날 동급생이 무차별 폭행

남학생의 다리에 긁힌 상처와 멍 자국이 선명합니다. 발목에도 멍이 들었습니다. 이 고등학생은 가슴에도 시퍼런 멍이 남았고 얼굴도 빨갛게 부어올랐습니다.

제주의 한 고등학생이 무차별 폭행을 당한 건 지난달 8일. 친구의 연락을 받고 불려 나갔다가 또래 고등학생에게 온몸에 폭행을 당했습니다. 전화했는데 제때 받지 않았다는 이유에서였습니다.

가해 학생은 피해 학생과 얼마 전까지 같은 학교에 다닌 사이였습니다. 운동을 하며 학교에서 폭력 행위를 일삼다 강제 전학한 뒤 이전 학교 동급생을 불러 폭력을 행사한 겁니다.

피해 학생이 피멍이 들도록 맞은 날은 피해 학생 아버지가 돌아가신 날이었습니다.

피해 학생은 아버지 발인이 있던 날, 가슴이 아프다며 가족들에게 고통을 호소했지만, 폭행을 당했다는 사실은 말하지 않았습니다.


■ 아버지 장례식 이후 더 심해진 폭행

가해 학생의 폭행은 피해 학생 아버지의 장례식 이후 더 심해졌습니다. 첫 폭행이 있고서 6일 뒤인 지난달 14일 새벽, 가해 학생들은 피해 학생을 2시간가량 무차별 폭행했습니다.

피해 학생은 제주시 건입동의 한 빌라에서부터 인근 공원까지 CCTV가 없는 곳으로 끌려다니며 폭행을 당했습니다.

"유도하는 친구가 힘 조절 없이 계속 때린 거죠. 유도 기술 업어치기로 정자에 부딪히게 하고, 온 감정을 실어서 죽으라는 식으로 때린 거예요."
- 피해 학생 가족

피해 학생은 계속되는 폭행에 그만 하라고 말할 힘조차 없었습니다. 인적이 드문 새벽 사람들이 다니지 않는 곳으로 끌고 갔기에 주변의 도움도 받지 못했습니다.

"피를 토하고 코피를 흘렸다는데, 가슴 치다가 뺨 때리다가 그게 계속 반복되니까 애가 말할 힘도 없었대요. 집에 올 때는 피를 다 씻게 한 후에 택시 태웠다고 하더라고요. 얼마나 비참했을까요."
- 피해 학생 가족


집에 들어온 피해 학생의 얼굴은 평소보다 4배 정도 부어있었습니다. 철렁 가슴이 내려앉은 피해 학생 어머니는 무슨 일이 있었냐고 물었지만 "단순히 부딪힌 거다, 넘어진 거다"는 답만 돌아왔습니다.

이날, 극심한 고통에 피해 학생은 결국 친척과 함께 병원을 찾았고, 피해 학생 어머니는 상처를 본 의사의 진단을 통해 뒤늦게 아들이 폭행당한 사실을 알았습니다. 의사의 말은 충격 그 자체였습니다.

"(의사가) 살인 미수라고 조금만 더 맞았으면 너 심장 찔려서 죽을 뻔했다. 그것으로 해서 입원을 했어요."
- 피해 학생 가족

난청도 시작됐습니다. 피해 학생은 오열하며 귀가 들리지 않는다고 했습니다.

'친구들에게 구타당한 이후 생긴 어지럼증 두통 좌측 난청 증상, 향후 최소 3~4주 이상의 약물 치료와 경과 관찰 필요하다.' 의사가 작성한 진단서를 보면 피해 학생의 고통이 고스란히 담겨있었습니다.

피해 학생은 결국 전치 4주의 진단을 받아 병원에 입원했습니다.


■ 가해 학생 경찰 조사…강제전학 뒤 또 학폭 저질러

가해 학생은 2명입니다. 이 가운데 폭행을 주도한 학생은 다른 학교폭력 문제로 강제 전학 처분된 뒤 다시 이전 학교 동급생에게 폭력을 행사했습니다.

교육 당국은 진상조사를 실시한 다음 학교폭력 대책위원회를 열어 징계 수위를 결정할 예정이었지만 가해 학생은 이미 자퇴를 해버렸습니다.

박기현 제주도교육청 학교폭력사안처리 지원관은 "보통 학교폭력 대책위원회를 열면 가해 학생에 대한 보복 행위 금지 등 다양한 선도 조치가 이루어지지만, 가해 학생이 학생 신분이 아닌 경우 가해 학생에 대한 선도 조치가 이루어질 수 없다"고 했습니다.

제주 동부경찰서는 피해자 진술 등을 토대로 가해 학생 2명을 공동폭행 혐의로 입건하고, 수사를 벌이고 있습니다.

그러나 피해 학생의 상처는 아물지 않았습니다. 또다시 폭행을 당할까 두려움에 떨고 있는 피해 학생의 마음엔 가슴에 든 멍보다 더 큰 멍이 들었습니다.

"밖에 나가서 노는 걸 좋아하던 아이였는데, 요즘은 집 밖에 나가는 걸 좀 두려워해요. 아주 불안한 상태죠. 갑자기 말도 횡설수설할 때가 있어요. 끌려가서 또 폭행당할까 봐 이제는 이사까지 생각하고 있어요."
- 피해 학생 가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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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버지가 돌아가신 날 마구 맞았다…가해자는 ‘강제 전학’ 동급생
    • 입력 2024-01-04 13:0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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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rong>친구의 연락을 받고 나갔다가 또래 고등학생 2명에게 10여 차례 폭행당한 고등학생이 있습니다. 전화를 제때 받지 않았다는 게 이유였습니다. 피해 학생은 아버지가 돌아가신 날 이들의 폭력에 휘둘렸습니다.<br /></strong><strong>가해 학생 둘 가운데 하나는 전학생이었습니다. 이전 학교에서 폭력을 행사해 강제 전학을 하고서도 이전 학교 학생인 피해자에게 </strong><strong>폭력을 행사했습니다. 이 학생은 결국 공동 폭행 혐의로 경찰 조사를 받고 처벌을 피할 수 없게 됐습니다.<br /></strong>
출처: 피해자 가족
■ 아버지 돌아가신 날 동급생이 무차별 폭행

남학생의 다리에 긁힌 상처와 멍 자국이 선명합니다. 발목에도 멍이 들었습니다. 이 고등학생은 가슴에도 시퍼런 멍이 남았고 얼굴도 빨갛게 부어올랐습니다.

제주의 한 고등학생이 무차별 폭행을 당한 건 지난달 8일. 친구의 연락을 받고 불려 나갔다가 또래 고등학생에게 온몸에 폭행을 당했습니다. 전화했는데 제때 받지 않았다는 이유에서였습니다.

가해 학생은 피해 학생과 얼마 전까지 같은 학교에 다닌 사이였습니다. 운동을 하며 학교에서 폭력 행위를 일삼다 강제 전학한 뒤 이전 학교 동급생을 불러 폭력을 행사한 겁니다.

피해 학생이 피멍이 들도록 맞은 날은 피해 학생 아버지가 돌아가신 날이었습니다.

피해 학생은 아버지 발인이 있던 날, 가슴이 아프다며 가족들에게 고통을 호소했지만, 폭행을 당했다는 사실은 말하지 않았습니다.


■ 아버지 장례식 이후 더 심해진 폭행

가해 학생의 폭행은 피해 학생 아버지의 장례식 이후 더 심해졌습니다. 첫 폭행이 있고서 6일 뒤인 지난달 14일 새벽, 가해 학생들은 피해 학생을 2시간가량 무차별 폭행했습니다.

피해 학생은 제주시 건입동의 한 빌라에서부터 인근 공원까지 CCTV가 없는 곳으로 끌려다니며 폭행을 당했습니다.

"유도하는 친구가 힘 조절 없이 계속 때린 거죠. 유도 기술 업어치기로 정자에 부딪히게 하고, 온 감정을 실어서 죽으라는 식으로 때린 거예요."
- 피해 학생 가족

피해 학생은 계속되는 폭행에 그만 하라고 말할 힘조차 없었습니다. 인적이 드문 새벽 사람들이 다니지 않는 곳으로 끌고 갔기에 주변의 도움도 받지 못했습니다.

"피를 토하고 코피를 흘렸다는데, 가슴 치다가 뺨 때리다가 그게 계속 반복되니까 애가 말할 힘도 없었대요. 집에 올 때는 피를 다 씻게 한 후에 택시 태웠다고 하더라고요. 얼마나 비참했을까요."
- 피해 학생 가족


집에 들어온 피해 학생의 얼굴은 평소보다 4배 정도 부어있었습니다. 철렁 가슴이 내려앉은 피해 학생 어머니는 무슨 일이 있었냐고 물었지만 "단순히 부딪힌 거다, 넘어진 거다"는 답만 돌아왔습니다.

이날, 극심한 고통에 피해 학생은 결국 친척과 함께 병원을 찾았고, 피해 학생 어머니는 상처를 본 의사의 진단을 통해 뒤늦게 아들이 폭행당한 사실을 알았습니다. 의사의 말은 충격 그 자체였습니다.

"(의사가) 살인 미수라고 조금만 더 맞았으면 너 심장 찔려서 죽을 뻔했다. 그것으로 해서 입원을 했어요."
- 피해 학생 가족

난청도 시작됐습니다. 피해 학생은 오열하며 귀가 들리지 않는다고 했습니다.

'친구들에게 구타당한 이후 생긴 어지럼증 두통 좌측 난청 증상, 향후 최소 3~4주 이상의 약물 치료와 경과 관찰 필요하다.' 의사가 작성한 진단서를 보면 피해 학생의 고통이 고스란히 담겨있었습니다.

피해 학생은 결국 전치 4주의 진단을 받아 병원에 입원했습니다.


■ 가해 학생 경찰 조사…강제전학 뒤 또 학폭 저질러

가해 학생은 2명입니다. 이 가운데 폭행을 주도한 학생은 다른 학교폭력 문제로 강제 전학 처분된 뒤 다시 이전 학교 동급생에게 폭력을 행사했습니다.

교육 당국은 진상조사를 실시한 다음 학교폭력 대책위원회를 열어 징계 수위를 결정할 예정이었지만 가해 학생은 이미 자퇴를 해버렸습니다.

박기현 제주도교육청 학교폭력사안처리 지원관은 "보통 학교폭력 대책위원회를 열면 가해 학생에 대한 보복 행위 금지 등 다양한 선도 조치가 이루어지지만, 가해 학생이 학생 신분이 아닌 경우 가해 학생에 대한 선도 조치가 이루어질 수 없다"고 했습니다.

제주 동부경찰서는 피해자 진술 등을 토대로 가해 학생 2명을 공동폭행 혐의로 입건하고, 수사를 벌이고 있습니다.

그러나 피해 학생의 상처는 아물지 않았습니다. 또다시 폭행을 당할까 두려움에 떨고 있는 피해 학생의 마음엔 가슴에 든 멍보다 더 큰 멍이 들었습니다.

"밖에 나가서 노는 걸 좋아하던 아이였는데, 요즘은 집 밖에 나가는 걸 좀 두려워해요. 아주 불안한 상태죠. 갑자기 말도 횡설수설할 때가 있어요. 끌려가서 또 폭행당할까 봐 이제는 이사까지 생각하고 있어요."
- 피해 학생 가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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