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장 후보 시절 연구 윤리 부정 의혹으로 홍역을 치렀던 전민현 인제대학교 총장이 관련 논문으로 재조사를 받게 됐습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산하 한국연구재단은 지난달 29일 인제대에 전 총장에 대한 추가조사를 실시할 것을 권고했다고 오늘(4일) 밝혔습니다.
앞서 인제대는 해당 문제에 대해 본조사를 열어 '연구부정행위에 해당하지 않음'이라고 결론 내렸지만 공공기관인 한국연구재단은 다른 결론을 낸 겁니다.
인제대 나노융합공학부 교수이던 전 총장은 2019년 총장에 취임해 지난해 8월 연임됐습니다.
■ "같은 실험 자료로 논문 4편 만들어"... '자기복제' 의혹
조사 대상 논문은 2007년 한국진공학회지에 게재된 'Zinc Oxide와 갈륨이 도핑 된 Zinc Oxide를 이용하여 Radio Frequency Magnetron Sputtering 방법에 의해 상온에서 제작된 박막 트랜지스터의 특성 평가' 등 5편입니다.
관련 논문
전 총장이 교수 시절 고체 표면에 물질을 부착시켜 물성을 측정하는 실험을 한 번 하고는 논문 5편에 실험 자료를 중복으로 써 '자기복제'를 했다는게 의혹의 핵심입니다.
5편의 논문을 쓰면서 전 총장은 '2단계 연구중심대학 육성사업' 등 4개 사업에 선정돼 한국연구재단 등으로부터 연구비를 지원받기도 했습니다.
관련 논문 중 해외 학술지 'Optics Communications'에 게재한 논문은 해당 학회가 2022년 "자료가 중복됐으나 출처를 밝히지 않았다"고 우려를 표명한 바가 있습니다.
학술지 Optics Communications의 판단 결과
■ 인제대 자체 조사에선 "연구부정 아니다" 결론
인제대는 최초 한국연구재단의 조사 요청에 따라 본조사를 실시하고는 지난해 7월쯤 연구부정행위가 아니라고 판단했습니다.
5편의 논문이 유사한 가설과 재료를 사용하기는 했지만 결과가 상이하기 때문에 부당한 중복게재가 아니라는 겁니다.
또 각 논문들의 유사도가 1~16%로 정도가 낮고, 유사한 부분도 실험 방법의 서술이 비슷해 발생했다고 봤습니다.
단순히 전 총장이 2007~2008년 당시 '자기표절'이나 '부당한 중복게재'에 대한 인식이 부족했던 탓이라고도 덧붙였습니다.
중복 게재 의혹 자료
■ "선행 연구에 대해 충실히 기술하는 건 학자의 양심"
하지만 7차례에 걸쳐 소위원회를 개최한 한국연구재단의 판단은 달랐습니다.
재단은 조사보고서를 통해 "선행 유사 연구에 대해서 충실히 기술하는 것은 학자로서 마땅히 지켜야 하는 양심"이라며 "전 총장은 논문들에 데이터를 중복으로 사용하고 있으나 인용 표시를 하지 않았다"고 지적했습니다.
전 총장이 당시 자기표절에 대한 인식이 부족했다고 판단한 것도 적절하지 않다고 했습니다.
다른 논문에 사용한 데이터를 재사용할 때 출처를 표기하고 인용해야 한다는 원칙은 당시에도 있었기 때문에 윤리 원칙에 어긋난다는 겁니다.
특히, 이공계 논문은 데이터에 대한 해석에 국한돼 있는데 동일한 저자가 동일한 데이터를 활용해 해석을 달리하는 것은 관행이라고 볼 수 없다고 지적했습니다.
전 총장이 동일한 자료를 사용해 짧은 기간 내에 여러 편의 논문을 발표하면서 연구비를 지원받을 때 부당한 이익을 취한 사실이 있는지도 조사하라고 권고했습니다.
한국연구재단 외경
■ 한국연구재단, 3가지 사항 담아 결과보고서 재제출 권고
한국연구재단은 재조사를 요청하며 인제대 연구진실성위원회가 결과보고서에 담을 내용에 대해 아래와 같이 구체적인 지시 사항도 제시했습니다.
첫째, 결과 보고서에 과학기술 분야에서 동일 저자가 동일 데이터를 활용해 해석을 달리하는 논문을 발표하는 게 통상적으로 용인되는지 판단하라. 둘째, 전 총장의 행위가 '그 밖에 인문·사회 및 과학기술 분야 등 각 학문 분야에서 통상적으로 용인되는 범위를 심각하게 벗어난 행위 등'에 해당하는지 판단하라 셋째, 논문 게재 당시 부당한 이득을 취한 사실이 있는지 조사하고 해당 내용을 담아라 |
통상 한국연구재단이 재조사를 요청하면 해당 대학교에서 위원회를 꾸려 조사 절차가 진행됩니다.
이후 대학에서 재조사 결과를 통보하면, 재단은 다시 해당 조사가 적절한 지 검토합니다.
인제대학교 외경
■ 전민현 총장 "이미 연구부정 아니라고 판단받은 사안"
전 총장은 "독립성을 가진 연구윤리위원회와 학회 등에서 이미 문제가 없다고 판단받았다"고 해명했습니다.
연구윤리위원회는 총장이 관여할 수 없고, 외부위원이 60% 수준이라 객관적인 조사가 이뤄졌다는겁니다.
같은 사안을 가지고 일각에서 지속적으로 문제를 제기해 시달리고 있다는 심정도 토로했습니다.
이번 한국연구재단의 권고에 대해서는 "학내 위원회에서 판단할 것이고, 결과에 따르겠다"고 밝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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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단독] 한국연구재단 “인제대 총장 논문 자기복제 의혹 재조사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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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력 2024-01-04 14:21:27
총장 후보 시절 연구 윤리 부정 의혹으로 홍역을 치렀던 전민현 인제대학교 총장이 관련 논문으로 재조사를 받게 됐습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산하 한국연구재단은 지난달 29일 인제대에 전 총장에 대한 추가조사를 실시할 것을 권고했다고 오늘(4일) 밝혔습니다.
앞서 인제대는 해당 문제에 대해 본조사를 열어 '연구부정행위에 해당하지 않음'이라고 결론 내렸지만 공공기관인 한국연구재단은 다른 결론을 낸 겁니다.
인제대 나노융합공학부 교수이던 전 총장은 2019년 총장에 취임해 지난해 8월 연임됐습니다.
■ "같은 실험 자료로 논문 4편 만들어"... '자기복제' 의혹
조사 대상 논문은 2007년 한국진공학회지에 게재된 'Zinc Oxide와 갈륨이 도핑 된 Zinc Oxide를 이용하여 Radio Frequency Magnetron Sputtering 방법에 의해 상온에서 제작된 박막 트랜지스터의 특성 평가' 등 5편입니다.
전 총장이 교수 시절 고체 표면에 물질을 부착시켜 물성을 측정하는 실험을 한 번 하고는 논문 5편에 실험 자료를 중복으로 써 '자기복제'를 했다는게 의혹의 핵심입니다.
5편의 논문을 쓰면서 전 총장은 '2단계 연구중심대학 육성사업' 등 4개 사업에 선정돼 한국연구재단 등으로부터 연구비를 지원받기도 했습니다.
관련 논문 중 해외 학술지 'Optics Communications'에 게재한 논문은 해당 학회가 2022년 "자료가 중복됐으나 출처를 밝히지 않았다"고 우려를 표명한 바가 있습니다.
■ 인제대 자체 조사에선 "연구부정 아니다" 결론
인제대는 최초 한국연구재단의 조사 요청에 따라 본조사를 실시하고는 지난해 7월쯤 연구부정행위가 아니라고 판단했습니다.
5편의 논문이 유사한 가설과 재료를 사용하기는 했지만 결과가 상이하기 때문에 부당한 중복게재가 아니라는 겁니다.
또 각 논문들의 유사도가 1~16%로 정도가 낮고, 유사한 부분도 실험 방법의 서술이 비슷해 발생했다고 봤습니다.
단순히 전 총장이 2007~2008년 당시 '자기표절'이나 '부당한 중복게재'에 대한 인식이 부족했던 탓이라고도 덧붙였습니다.
■ "선행 연구에 대해 충실히 기술하는 건 학자의 양심"
하지만 7차례에 걸쳐 소위원회를 개최한 한국연구재단의 판단은 달랐습니다.
재단은 조사보고서를 통해 "선행 유사 연구에 대해서 충실히 기술하는 것은 학자로서 마땅히 지켜야 하는 양심"이라며 "전 총장은 논문들에 데이터를 중복으로 사용하고 있으나 인용 표시를 하지 않았다"고 지적했습니다.
전 총장이 당시 자기표절에 대한 인식이 부족했다고 판단한 것도 적절하지 않다고 했습니다.
다른 논문에 사용한 데이터를 재사용할 때 출처를 표기하고 인용해야 한다는 원칙은 당시에도 있었기 때문에 윤리 원칙에 어긋난다는 겁니다.
특히, 이공계 논문은 데이터에 대한 해석에 국한돼 있는데 동일한 저자가 동일한 데이터를 활용해 해석을 달리하는 것은 관행이라고 볼 수 없다고 지적했습니다.
전 총장이 동일한 자료를 사용해 짧은 기간 내에 여러 편의 논문을 발표하면서 연구비를 지원받을 때 부당한 이익을 취한 사실이 있는지도 조사하라고 권고했습니다.
■ 한국연구재단, 3가지 사항 담아 결과보고서 재제출 권고
한국연구재단은 재조사를 요청하며 인제대 연구진실성위원회가 결과보고서에 담을 내용에 대해 아래와 같이 구체적인 지시 사항도 제시했습니다.
첫째, 결과 보고서에 과학기술 분야에서 동일 저자가 동일 데이터를 활용해 해석을 달리하는 논문을 발표하는 게 통상적으로 용인되는지 판단하라. 둘째, 전 총장의 행위가 '그 밖에 인문·사회 및 과학기술 분야 등 각 학문 분야에서 통상적으로 용인되는 범위를 심각하게 벗어난 행위 등'에 해당하는지 판단하라 셋째, 논문 게재 당시 부당한 이득을 취한 사실이 있는지 조사하고 해당 내용을 담아라 |
통상 한국연구재단이 재조사를 요청하면 해당 대학교에서 위원회를 꾸려 조사 절차가 진행됩니다.
이후 대학에서 재조사 결과를 통보하면, 재단은 다시 해당 조사가 적절한 지 검토합니다.
■ 전민현 총장 "이미 연구부정 아니라고 판단받은 사안"
전 총장은 "독립성을 가진 연구윤리위원회와 학회 등에서 이미 문제가 없다고 판단받았다"고 해명했습니다.
연구윤리위원회는 총장이 관여할 수 없고, 외부위원이 60% 수준이라 객관적인 조사가 이뤄졌다는겁니다.
같은 사안을 가지고 일각에서 지속적으로 문제를 제기해 시달리고 있다는 심정도 토로했습니다.
이번 한국연구재단의 권고에 대해서는 "학내 위원회에서 판단할 것이고, 결과에 따르겠다"고 밝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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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청윤 기자 cyworld@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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