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 관리하랬더니…바다에 오수 방류한 연구소

입력 2024.01.08 (15:25) 수정 2024.01.08 (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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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수산자원연구소 관리동에 설치한 간이 샤워실.부산수산자원연구소 관리동에 설치한 간이 샤워실.

■ 바다 환경 관리하는 줄 알았더니…하수 무단 방류한 부산수산자원연구소

보리새우 방류, 스마트 연어 육성…부산에서 사는 사람들이라면 뉴스에서 한 번씩 들어보는 바다 종자 사업들입니다. 이 사업을 진두지휘하는 곳은 부산시 산하 '부산수산자원연구소'입니다.

부산 연안의 바다환경과 자원을 관리하는 중책을 맡고 있습니다.

그런데 환경에 누구보다 민감해야 할 이곳에서, 3년 동안 생활하수가 무단으로 방류됐습니다.

오수가 나온 곳은 바로 '간이 샤워장'이었습니다. 기계 설비를 담당하는 관리동 귀퉁이 창고에 임시로 설치된 한 평도 되지 않는 공간입니다. 취재진이 찾았을 때는 샤워기를 뜯은 지 얼마 되지 않아, 흔적이 남아있었습니다.

샤워실 바로 옆에 설치되어 있던 세탁기 모습.샤워실 바로 옆에 설치되어 있던 세탁기 모습.

■ 배수시설 없이 바다로 흘러간 연구소 생활하수

샤워실은 직원 편의를 위해 3년 전에 만들었다고 했습니다. 하지만 최근 구청에서 하수도법 위반 혐의로 행정명령을 받아 시설을 해체했습니다. 샤워실을 설치하는 건 괜찮지만, 배수시설을 갖추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그러니까 씻은 물을 그대로 버렸다는 이야기입니다. 빗물이 흘러가는 우수관으로 생활하수가 고스란히 흘러간 건데, 이 물은 바다로 방출됐습니다.

샤워시설뿐만이 아닙니다. 세탁기와 손 씻는 개수대도 설치되어 있었습니다.

세탁기 한 번 돌리는데 평균 50L, 사람 한 명이 씻는데 10L의 물이 들어간다고 보면, 3년 동안 흘러간 물은 결코 작은 양이 아닙니다.

샤워시설을 설치할 때는 하수도법에 따라 배수시설을 설치해야 합니다. 사전에 관계기관에 신고도 마쳐야 합니다.

취재결과, 이런 절차를 거치지 않고 간이 샤워실을 만들었는데, 연구소 측은 지난해 10월쯤에야 직원 면담 과정에서 이 같은 사정을 알게 됐다고 말합니다.

1평 남짓 되는 작은 샤워실. 지금은 창고로 쓰고 있다.1평 남짓 되는 작은 샤워실. 지금은 창고로 쓰고 있다.

■멀쩡한 샤워실 있지만 "거의 안 써 또 만들었다"?

그런데 철거마저도 예산 편성 기간을 놓쳐 두 달 가까이 시설이 방치됐습니다. 결국, 강서구청에 적발되고 나서야 시설을 철거한 겁니다.

황당한 건 바로 옆 건물인 휴게동에 멀쩡한 샤워실이 있다는 겁니다. 관리동 직원들은 이곳을 거의 쓰지 않는다고만 했습니다.

샤워실이 있어도 모든 직원이 사용하지 못한 데에 대해 연구소 측은 '잘 모르겠다'는 말만 되풀이했습니다.

절차를 밟아 새로 샤워시설을 짓기 위해서는 추가로 5백만 원의 예산을 들여야 하는 상황입니다.

연구소는 샤워실 설치와 관리를 맡았던 직원들이 이미 퇴직해 징계 절차 등은 밟지 않겠다는 입장입니다.

바다 환경을 가장 먼저 생각해야 할 부산수산자원연구소에서 3년간, 생활 하수를 바다에 무단 방류했지만 책임지는 사람은 아무도 없는 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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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수산자원연구소 관리동에 설치한 간이 샤워실.
■ 바다 환경 관리하는 줄 알았더니…하수 무단 방류한 부산수산자원연구소

보리새우 방류, 스마트 연어 육성…부산에서 사는 사람들이라면 뉴스에서 한 번씩 들어보는 바다 종자 사업들입니다. 이 사업을 진두지휘하는 곳은 부산시 산하 '부산수산자원연구소'입니다.

부산 연안의 바다환경과 자원을 관리하는 중책을 맡고 있습니다.

그런데 환경에 누구보다 민감해야 할 이곳에서, 3년 동안 생활하수가 무단으로 방류됐습니다.

오수가 나온 곳은 바로 '간이 샤워장'이었습니다. 기계 설비를 담당하는 관리동 귀퉁이 창고에 임시로 설치된 한 평도 되지 않는 공간입니다. 취재진이 찾았을 때는 샤워기를 뜯은 지 얼마 되지 않아, 흔적이 남아있었습니다.

샤워실 바로 옆에 설치되어 있던 세탁기 모습.
■ 배수시설 없이 바다로 흘러간 연구소 생활하수

샤워실은 직원 편의를 위해 3년 전에 만들었다고 했습니다. 하지만 최근 구청에서 하수도법 위반 혐의로 행정명령을 받아 시설을 해체했습니다. 샤워실을 설치하는 건 괜찮지만, 배수시설을 갖추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그러니까 씻은 물을 그대로 버렸다는 이야기입니다. 빗물이 흘러가는 우수관으로 생활하수가 고스란히 흘러간 건데, 이 물은 바다로 방출됐습니다.

샤워시설뿐만이 아닙니다. 세탁기와 손 씻는 개수대도 설치되어 있었습니다.

세탁기 한 번 돌리는데 평균 50L, 사람 한 명이 씻는데 10L의 물이 들어간다고 보면, 3년 동안 흘러간 물은 결코 작은 양이 아닙니다.

샤워시설을 설치할 때는 하수도법에 따라 배수시설을 설치해야 합니다. 사전에 관계기관에 신고도 마쳐야 합니다.

취재결과, 이런 절차를 거치지 않고 간이 샤워실을 만들었는데, 연구소 측은 지난해 10월쯤에야 직원 면담 과정에서 이 같은 사정을 알게 됐다고 말합니다.

1평 남짓 되는 작은 샤워실. 지금은 창고로 쓰고 있다.
■멀쩡한 샤워실 있지만 "거의 안 써 또 만들었다"?

그런데 철거마저도 예산 편성 기간을 놓쳐 두 달 가까이 시설이 방치됐습니다. 결국, 강서구청에 적발되고 나서야 시설을 철거한 겁니다.

황당한 건 바로 옆 건물인 휴게동에 멀쩡한 샤워실이 있다는 겁니다. 관리동 직원들은 이곳을 거의 쓰지 않는다고만 했습니다.

샤워실이 있어도 모든 직원이 사용하지 못한 데에 대해 연구소 측은 '잘 모르겠다'는 말만 되풀이했습니다.

절차를 밟아 새로 샤워시설을 짓기 위해서는 추가로 5백만 원의 예산을 들여야 하는 상황입니다.

연구소는 샤워실 설치와 관리를 맡았던 직원들이 이미 퇴직해 징계 절차 등은 밟지 않겠다는 입장입니다.

바다 환경을 가장 먼저 생각해야 할 부산수산자원연구소에서 3년간, 생활 하수를 바다에 무단 방류했지만 책임지는 사람은 아무도 없는 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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