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영업 10명 중 7명 ‘건강검진’ 불참…사망률 껑충 [박광식의 닥터K]

입력 2024.01.08 (17:03) 수정 2024.01.08 (18: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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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보험공단에서 보내는 '건강검진' 안내를 받아보신 적이 있으신가요?

■ 국가건강검진, 일반 검진은 무료... 올해 대상자는 짝수 년생 성인

국가건강검진은 20살부터 2년에 한 번씩 무료로 받을 수 있는 일반 건강검진으로, 홀수년에는 홀수 년생, 짝수년에는 짝수 년생이 대상이 됩니다. 2024년인 올해는 짝수년생이 대상인데, 검진의 주 목적은 고혈압, 당뇨 등을 조기 발견하여 심뇌혈관 질환을 예방하는 것입니다. 또한, 40세 이상의 경우 본인부담금 10%만 내면 주요 암 검진도 받을 수 있습니다.

■ 무료 검진인데도 못 받는 국민 상당수

무료로 질병을 조기 발견할 기회지만, 현실에서는 국가건강검진을 받지 못하는 경우가 꽤 많습니다.
특히, 소득과 고용 형태에 따라 검진 여건이 천차만별입니다. 임금을 받는 근로자들은 대부분 꾸준히 검진을 받습니다. 직장에서 건강검진을 재촉받기도 하고 검진을 받지 않으면 과태료까지 부과하는 경우도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자영업자는 조금 다릅니다. 건강보험공단에서 보내는 이메일, 문자메시지, 우편 안내를 받긴 하지만, 검진에 참여하지 않는다고 해서 곧바로 불이익이 생기지는 않습니다. 무엇보다 검진을 받기 위해 주중 한나절 혹은 하루는 일을 쉬어야 하는데, 이로 인한 '소득 감소'를 감수해야 합니다. 자영업자들이 근로자보다 건강 검진에 소극적인 이유입니다.

■ 자영업 10명 중 7명 건강검진 불참


실제로 연세의대 예방의학교실 연구팀이 420만 명의 건강검진 대상자를 조사한 결과, 자영업자 10명 중 7명(69%)이 건강검진을 받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는 근로자의 검진 불참 비율인 10%와 비교하면 7배 높은 수치입니다.

이는 자영업자와 근로자 모두 건강보험료를 내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자영업자에게는 유급 휴가 같은 유인책이나 과태료 부과 등 강제 수단이 없어 검진 접근성이 떨어진 탓으로 보입니다.

■ 그 결과, 자영업자 검진 '0회'.... 사망 위험 2배 이상

검진율 차이는 사망 위험에도 영향을 미치는 걸로 보입니다. 연구팀이 건강검진 대상 420만 명을 두고, 2006년부터 2010년까지 검진받은 횟수를 따져 12년 넘게 추적 관찰한 결과, 전체의 2%인 8만 9천 명이 사망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사망률 자료에서 근로자와 자영업자의 수치를 각각 뽑아 비교해보니, 고용형태에 따라 결과에도 차이가 있었습니다.
검진을 매번 받은 근로자(남성 기준)의 경우 10만 인년(person-years. 1명을 1년 관찰한 것을 1인년으로 산정)당 126명의 사망률을 보였으나, 검진을 전혀 받지 않은 자영업자는 386.6명으로 3배 이상 높았습니다.


또 자영업자 중에서 검진을 전혀 받지 않은 사람은 암이나 심혈관질환 등으로 사망할 위험이 검진을 2년에 한 번씩 꼬박꼬박 받은 사람보다 2배 이상 높았습니다. 특히, 소득이 낮은 자영업자일수록 검진 참여율이 저조하고 사망 위험은 최대 3~4배 높았습니다.

■ "근로자와 자영업자, 검진을 권유받는 정도가 전혀 달라"

이 같은 차이는 자영업자가 시간적·금전적 손해를 감수하고 검진을 받는 게 쉽지 않아 질병을 발견할 기회를 놓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됩니다.

윤병윤 연세의대 예방의학교실 연구교수는 " 근로자가 건강검진을 받지 않으면 산업안전보건법상 과태료를 부과받는 등 강제력이 작동하지만, 자영업자는 이러한 구속력이 없어 검진을 권유받는 정도가 전혀 다르다"고 설명했습니다.

윤 교수는 "이번 빅데이터 연구는 검진 참여율과 고용 형태, 소득 수준에 따른 전체 사망률을 살펴본 최초의 연구"라며, "국가에서 제공하는 무료 건강검진 혜택이 사회경제적 차이에 따라 이용률에 차이가 있으며, 이로 인해 건강 영향의 격차가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을 시사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전문가들은 무엇보다 자영업자들이 국가건강검진의 취약계층으로 확인된 만큼 정부 차원에서 이들을 대상으로 검진의 중요성을 적극적으로 알려야 한다고 조언합니다.

올해 짝수년 생인 자영업자는 아무리 바쁘더라도 자신의 건강을 위해 검진을 꼭 챙기는 게 좋습니다.

이번 연구는 대한의학회 국제학술지(JKMS, Journal of Korean Medical Science) 최신호에 실렸습니다.

(그래픽 김지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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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자영업 10명 중 7명 ‘건강검진’ 불참…사망률 껑충 [박광식의 닥터K]
    • 입력 2024-01-08 17:03:37
    • 수정2024-01-08 18:43: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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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가건강검진, 일반 검진은 무료... 올해 대상자는 짝수 년생 성인

국가건강검진은 20살부터 2년에 한 번씩 무료로 받을 수 있는 일반 건강검진으로, 홀수년에는 홀수 년생, 짝수년에는 짝수 년생이 대상이 됩니다. 2024년인 올해는 짝수년생이 대상인데, 검진의 주 목적은 고혈압, 당뇨 등을 조기 발견하여 심뇌혈관 질환을 예방하는 것입니다. 또한, 40세 이상의 경우 본인부담금 10%만 내면 주요 암 검진도 받을 수 있습니다.

■ 무료 검진인데도 못 받는 국민 상당수

무료로 질병을 조기 발견할 기회지만, 현실에서는 국가건강검진을 받지 못하는 경우가 꽤 많습니다.
특히, 소득과 고용 형태에 따라 검진 여건이 천차만별입니다. 임금을 받는 근로자들은 대부분 꾸준히 검진을 받습니다. 직장에서 건강검진을 재촉받기도 하고 검진을 받지 않으면 과태료까지 부과하는 경우도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자영업자는 조금 다릅니다. 건강보험공단에서 보내는 이메일, 문자메시지, 우편 안내를 받긴 하지만, 검진에 참여하지 않는다고 해서 곧바로 불이익이 생기지는 않습니다. 무엇보다 검진을 받기 위해 주중 한나절 혹은 하루는 일을 쉬어야 하는데, 이로 인한 '소득 감소'를 감수해야 합니다. 자영업자들이 근로자보다 건강 검진에 소극적인 이유입니다.

■ 자영업 10명 중 7명 건강검진 불참


실제로 연세의대 예방의학교실 연구팀이 420만 명의 건강검진 대상자를 조사한 결과, 자영업자 10명 중 7명(69%)이 건강검진을 받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는 근로자의 검진 불참 비율인 10%와 비교하면 7배 높은 수치입니다.

이는 자영업자와 근로자 모두 건강보험료를 내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자영업자에게는 유급 휴가 같은 유인책이나 과태료 부과 등 강제 수단이 없어 검진 접근성이 떨어진 탓으로 보입니다.

■ 그 결과, 자영업자 검진 '0회'.... 사망 위험 2배 이상

검진율 차이는 사망 위험에도 영향을 미치는 걸로 보입니다. 연구팀이 건강검진 대상 420만 명을 두고, 2006년부터 2010년까지 검진받은 횟수를 따져 12년 넘게 추적 관찰한 결과, 전체의 2%인 8만 9천 명이 사망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사망률 자료에서 근로자와 자영업자의 수치를 각각 뽑아 비교해보니, 고용형태에 따라 결과에도 차이가 있었습니다.
검진을 매번 받은 근로자(남성 기준)의 경우 10만 인년(person-years. 1명을 1년 관찰한 것을 1인년으로 산정)당 126명의 사망률을 보였으나, 검진을 전혀 받지 않은 자영업자는 386.6명으로 3배 이상 높았습니다.


또 자영업자 중에서 검진을 전혀 받지 않은 사람은 암이나 심혈관질환 등으로 사망할 위험이 검진을 2년에 한 번씩 꼬박꼬박 받은 사람보다 2배 이상 높았습니다. 특히, 소득이 낮은 자영업자일수록 검진 참여율이 저조하고 사망 위험은 최대 3~4배 높았습니다.

■ "근로자와 자영업자, 검진을 권유받는 정도가 전혀 달라"

이 같은 차이는 자영업자가 시간적·금전적 손해를 감수하고 검진을 받는 게 쉽지 않아 질병을 발견할 기회를 놓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됩니다.

윤병윤 연세의대 예방의학교실 연구교수는 " 근로자가 건강검진을 받지 않으면 산업안전보건법상 과태료를 부과받는 등 강제력이 작동하지만, 자영업자는 이러한 구속력이 없어 검진을 권유받는 정도가 전혀 다르다"고 설명했습니다.

윤 교수는 "이번 빅데이터 연구는 검진 참여율과 고용 형태, 소득 수준에 따른 전체 사망률을 살펴본 최초의 연구"라며, "국가에서 제공하는 무료 건강검진 혜택이 사회경제적 차이에 따라 이용률에 차이가 있으며, 이로 인해 건강 영향의 격차가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을 시사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전문가들은 무엇보다 자영업자들이 국가건강검진의 취약계층으로 확인된 만큼 정부 차원에서 이들을 대상으로 검진의 중요성을 적극적으로 알려야 한다고 조언합니다.

올해 짝수년 생인 자영업자는 아무리 바쁘더라도 자신의 건강을 위해 검진을 꼭 챙기는 게 좋습니다.

이번 연구는 대한의학회 국제학술지(JKMS, Journal of Korean Medical Science) 최신호에 실렸습니다.

(그래픽 김지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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