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발 현장 털어간 절도범…알고 보니 ‘불법 체류 외국인’

입력 2024.01.10 (1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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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2월 26일 새벽 6시쯤.
어두운색 옷을 입은 남성 두 명이 거리를 활보합니다.

이곳은 지난해 크리스마스 전날, LP가스 폭발로 추정되는 사고가 난 현장 인근입니다.

사고 충격으로 인근 상가 유리창이 온통 깨져있고, 벽도 무너져 내린 잔해만 남아있습니다.

추가 사고나 붕괴 위험 때문에 식당 주변에 경찰 통제선이 둘려 있는데도 이 두 남성은 아무렇지 않게 넘어 들어갑니다.

가게 안을 이리저리 둘러보더니 양손 가득 물건을 들고 아무렇지 않게 식당을 빠져나옵니다.

무슨 물건을 훔친 걸까.
CCTV 확인 결과, 맥주 15병과 밥솥, 통기타까지 식당 살림살이부터 업주 개인 물건까지 골고루 가져갔습니다.

황당한 절도 사건이 알려지게 된 건 사고 이틀 후.

현장을 다시 찾은 취재진에게 상인들은 '누군가' 경찰이 파손된 상가 주변에 설치한 폴리스라인, 즉 경찰 통제선까지 넘어 들어와 술이나 물건 등을 훔쳐가는 모습을 목격했다는 얘길 했습니다.

주점을 운영하는 피해 업주는 "냉장고에 가득 채워둔 맥주가 3분의 1만 남기고 사라졌다"며,
"며칠만 쉬어도 가게 운영이 어려운데, 그나마 남은 물건까지 털렸다"며 고통을 호소하기도 했습니다.

KBS 보도 이후…폴리스라인 넘는 새벽 절도 행각 CCTV에 고스란히 남아

KBS가 폭발 사고 현장에서 벌어진 '뜻밖의 도난 피해'를 보도하고 나서,
경찰은 곧바로 수사에 착수했습니다.

KBS 취재를 통해 사건을 인지한 경찰은 KBS와의 통화에서 "재난 상황의 절도는 일반 절도보다 심각한 범죄로 보고 있다"며
"피해 상인들의 진술과 CCTV 확인 등을 통해 철저히 조사하겠다"고 밝히기도 했습니다.

이후 경찰은 인근 CCTV 영상을 확인하고, 피의자를 특정했습니다.

알고 보니 이웃 주민 …불법체류까지 걸려 '추방'

지난 2일, 경찰에 검거된 이들은 알고 보니 폭발 현장에서 200m 떨어진 곳에 사는 이웃 주민이었습니다.
심지어 피해 상인과 얼굴만 아는 사이로, 불법체류자 신분의 외국인들이었는데요.
이들은 경찰 조사에서 "범죄인 줄 몰랐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경찰은 이들을 특수절도 혐의로 불구속 상태로 출입국사무소에 신병을 인계한 한편,
어제(9일) 검찰에 송치했다고 밝혔습니다.

경찰은 또, "현장 보존 등을 위해 설치하는 통제선, 폴리스라인을 무단 침범하는 행위는 3년 이하의 징역이나 500만 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해질 수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폭발 사고로 다친 사람만 12명. 인근 26개 가구와 상인들은 혹독한 겨울을 보내고 있습니다. 이들이 훔쳐간 밥솥 등은 피해자에게 돌려줬지만, 혼란한 틈을 타 좀도둑까지 기승을 부리면서 상인들의 속은 새까맣게 타들어 갔습니다.

(영상편집 최진석 영상제공 대전경찰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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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폭발 현장 털어간 절도범…알고 보니 ‘불법 체류 외국인’
    • 입력 2024-01-10 18:4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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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2월 26일 새벽 6시쯤.
어두운색 옷을 입은 남성 두 명이 거리를 활보합니다.

이곳은 지난해 크리스마스 전날, LP가스 폭발로 추정되는 사고가 난 현장 인근입니다.

사고 충격으로 인근 상가 유리창이 온통 깨져있고, 벽도 무너져 내린 잔해만 남아있습니다.

추가 사고나 붕괴 위험 때문에 식당 주변에 경찰 통제선이 둘려 있는데도 이 두 남성은 아무렇지 않게 넘어 들어갑니다.

가게 안을 이리저리 둘러보더니 양손 가득 물건을 들고 아무렇지 않게 식당을 빠져나옵니다.

무슨 물건을 훔친 걸까.
CCTV 확인 결과, 맥주 15병과 밥솥, 통기타까지 식당 살림살이부터 업주 개인 물건까지 골고루 가져갔습니다.

황당한 절도 사건이 알려지게 된 건 사고 이틀 후.

현장을 다시 찾은 취재진에게 상인들은 '누군가' 경찰이 파손된 상가 주변에 설치한 폴리스라인, 즉 경찰 통제선까지 넘어 들어와 술이나 물건 등을 훔쳐가는 모습을 목격했다는 얘길 했습니다.

주점을 운영하는 피해 업주는 "냉장고에 가득 채워둔 맥주가 3분의 1만 남기고 사라졌다"며,
"며칠만 쉬어도 가게 운영이 어려운데, 그나마 남은 물건까지 털렸다"며 고통을 호소하기도 했습니다.

KBS 보도 이후…폴리스라인 넘는 새벽 절도 행각 CCTV에 고스란히 남아

KBS가 폭발 사고 현장에서 벌어진 '뜻밖의 도난 피해'를 보도하고 나서,
경찰은 곧바로 수사에 착수했습니다.

KBS 취재를 통해 사건을 인지한 경찰은 KBS와의 통화에서 "재난 상황의 절도는 일반 절도보다 심각한 범죄로 보고 있다"며
"피해 상인들의 진술과 CCTV 확인 등을 통해 철저히 조사하겠다"고 밝히기도 했습니다.

이후 경찰은 인근 CCTV 영상을 확인하고, 피의자를 특정했습니다.

알고 보니 이웃 주민 …불법체류까지 걸려 '추방'

지난 2일, 경찰에 검거된 이들은 알고 보니 폭발 현장에서 200m 떨어진 곳에 사는 이웃 주민이었습니다.
심지어 피해 상인과 얼굴만 아는 사이로, 불법체류자 신분의 외국인들이었는데요.
이들은 경찰 조사에서 "범죄인 줄 몰랐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경찰은 이들을 특수절도 혐의로 불구속 상태로 출입국사무소에 신병을 인계한 한편,
어제(9일) 검찰에 송치했다고 밝혔습니다.

경찰은 또, "현장 보존 등을 위해 설치하는 통제선, 폴리스라인을 무단 침범하는 행위는 3년 이하의 징역이나 500만 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해질 수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폭발 사고로 다친 사람만 12명. 인근 26개 가구와 상인들은 혹독한 겨울을 보내고 있습니다. 이들이 훔쳐간 밥솥 등은 피해자에게 돌려줬지만, 혼란한 틈을 타 좀도둑까지 기승을 부리면서 상인들의 속은 새까맣게 타들어 갔습니다.

(영상편집 최진석 영상제공 대전경찰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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