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국민은 예금이 많을까 대출이 많을까?

입력 2024.01.13 (0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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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예금이 더 많습니다. 우리 국민(가계 및 비영리단체)의 금융자산은 지난해 3분기 기준 5,073조 원입니다. 그중 예금 2,279조 원 그리고 증권과 펀드에도 1,099조 원의 금융자산을 갖고 있습니다. 채권도 160조 원어치를 갖고 있습니다.

반면 가계의 대출금은 2,164조 원입니다. 그러니 예금이 대출보다 많고 여기저기 투자해놓은 금융 자산을 합치면 대출보다 2배 이상 많습니다. 정확히 표현하면 '가계의 금융자산이 금융부채의 2.2배'입니다. (한국은행 3분기 자금 순환)

우리 기업(비금융법인)은 같은 기간 3,942조 원의 금융자산을 갖고 있고, 금융부채는 3,735조 원입니다. 그러니 200조 원 정도 흑자입니다. 기업은 가계와 다르게 흑자가 꼭 좋은 것은 아니죠. 곳간에 돈이 있는데도 투자를 안 한다는 뜻이니까요. 우리가 학교에서 자금이 남는(자금 잉여 주체) 가계는 저축을 하고, 기업은 이를 빌려 투자를 한다고 배운 것과 같습니다.

2. 그러니 '금리를 올리면 국민 부담이 커진다'는 표현은 절반만 맞는 표현입니다. 한편에선 그만큼 이자 수익이 불어납니다. 고금리가 반가운 사람들도 많습니다. 한국은행은 기준금리를 50bp(0.5%p) 인상하면 가계와 기업의 이자 부담이 약 12조 2천억 원 정도 늘어난다고 추정했는데요. (대출이자율보다 예금이자율이 조금 낮은 것을 감안해도) 예금에 대한 이자수익도 그만큼 따라 올라갑니다.

또 하나 오해하기 쉬운 게, 기준금리를 올리면 빚이 많은 서민의 이자 부담이 높아질 것이라고 생각하기 쉬운데요. 꼭 그렇지는 않습니다. 빚은 주로 소득이 높은 가구가 갖고 있습니다. 서민들은 은행 대출 자체가 어렵고 특히 우리 가계대출의 절반(54%)이 넘는 주택담보대출은 그야말로 집이 있는 사람들만 빌릴 수 있으니까요.

2023년 기준 소득 5분위 중 5분위(상위 20%)의 평균 부채는 2억 634만 원입니다. 반면 1분위(소득 하위 20%) 가구의 평균 부채는 2,004만 원이었습니다.(2023년 가계금융복지조사). 그러니 시중 금리가 오르면 서민보다는 중산층이 대출 이자에 대한 부담이 커지고, 그래서 중산층이 지갑을 더 닫는 문제가 생깁니다.


3. 그렇다면 서민들은 진짜 빚이 없을까. 저신용자(신용점수 1,000점 중 664점 이하)들이 은행 가계대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9%에 불과합니다(2023년 3분기). 우리 사회 모든 시스템이 경제적 약자에게 혜택을 주지만 금융은 그렇지 않죠. 경제적 약자에게는 대출을 안 해주거나 더 높은 이자를 받습니다 . 결국 금융 약자들은 저축은행이나 카드사, 새마을금고 같은 제2금융권에서 비싼 이자율로 대출을 받습니다. 여기서도 밀려나면 대부업체나 불법 사금융을 찾죠. 이 중 상당수는 통계에 잡히지도 않습니다.

제2금융권에서 대출이 안 되면 흔히 카드 돌려막기(리볼빙)나 카드론을 받습니다. 리볼빙 잔액과 카드론 잔액은 2023년 11월 말 기준 7조 5천억 원과 1조 6천억 원으로 역대 최대입니다. 빚을 못 갚을수록 대출 이자율은 계속 높아지죠. 지난해 2월 기준, 신용점수 600점 이하 저신용자의 카드론 평균 대출금리는 18.7%였습니다. (여신금융협회) 이는 소득이 낮은 계층이 진 빚의 규모는 고소득층에 비해 작아도, 그 무게는 훨씬 무거울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이번 가계금융복지조사에서 빚을진 가구 중 5.5%는 '빚을 갚는 게 불가능할 것'이라고 답했습니다.


4. 가계가 돈을 쓰면 '소비'라고 하고 기업이 돈을 쓰면 '투자'라고 합니다. 지난 2022년 3분기 5.2%까지 올랐던 민간 소비는 지난해 3분기에는 0.2%까지 내려왔습니다. 코로나로 못 썼던 돈을 다 소비하고 민간 소비는 다시 제자리로 돌아왔습니다. 기업들의 설비투자 역시 지난해 3분기 기준으로 1년 새 4.2%가 줄었습니다.(최근경제동향 기획재정부 2024년 1월). 우리 국민이 갖고 있는 2,279조 원의 예금을 소비로 돌리려면, 또 기업의 투자를 늘리려면 금리를 좀 내려야 할 텐데요.

실제 고금리 시대가 서서히 저물고 있습니다. 다만 지난주 열린 금융통화위원회에서 이창용 한은 총재는 "섣불리 금리 인하에 나설 경우 인플레이션 기대심리를 자극하면서 물가상승률이 다시 높아질 수 있고, 경기를 부양하는 효과보다 부동산가격 상승기대를 자극하는 부작용이 더 클 수 있다"라고 밝혔습니다. 빠른 금리인하도, 큰 폭의 금리 인하도 기대하지 말라는 뜻입니다.

그럼 은행권에서 밀려나 고금리에 시달리는 경제적 약자는 어떻게 할까. 이에 대해 이 총재는 "고금리의 부정적 영향이 취약업종에 차별적으로 크게 파급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이들에 대한 선별적이고 한시적인 지원이 필요하다'고 밝혔습니다.

정부는 대출이 막힌 서민들을 위해 '새희망홀씨대출'이나 '햇살론' 등 여러 정책 금융 상품을 내놓고 있습니다. '햇살론'은 저축은행에서도 대출이 막힌 서민들을 위한 대출상품입니다. 정부는 또 은행들을 설득해 자영업자들이 은행에 낸 이자 중 4%가 넘는 부분은 1인당 최대 3백만 원까지 돌려주기로 했습니다.

'햇살론'마저 자격이 안 되는 서민들을 위해 소액을 대출해주는 '최저 신용자 특례보증' 상품은 팔기가 무섭게 매진됩니다. 저신용자에게 최대 100만 원을 긴급대출해주는 '소액생계비대출'도 흥행(?)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이자율이 15.9%나 되지만 일부 은행에서는 창구 문을 열자마자 소진됐습니다. '급전'이 간절한 것입니다.

신한카드 등 국내 8개 카드사의 신용카드 연체총액(1개월 이상 연체기준)은 2조 516억 원까지 높아졌습니다. 1년새 53.1%(7,118억 원)나 급증했습니다(금융통계정보시스템/2023년 3분기). 통계만 보면 가계 대출보다 예금이 더 많지만, 우리 사회 한쪽에선 여전히 급전이 궁합니다. 당정은 지난주 대출이 쉽지 않은 서민들을 위해서 연체 기록을 삭제해 주기로 했습니다. 2천만 원 이하 대출이어야 하고 5월까지 모두 갚는 조건입니다. 최대 290만 명이 혜택을 볼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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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우리 국민은 예금이 많을까 대출이 많을까?
    • 입력 2024-01-13 09:0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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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예금이 더 많습니다. 우리 국민(가계 및 비영리단체)의 금융자산은 지난해 3분기 기준 5,073조 원입니다. 그중 예금 2,279조 원 그리고 증권과 펀드에도 1,099조 원의 금융자산을 갖고 있습니다. 채권도 160조 원어치를 갖고 있습니다.

반면 가계의 대출금은 2,164조 원입니다. 그러니 예금이 대출보다 많고 여기저기 투자해놓은 금융 자산을 합치면 대출보다 2배 이상 많습니다. 정확히 표현하면 '가계의 금융자산이 금융부채의 2.2배'입니다. (한국은행 3분기 자금 순환)

우리 기업(비금융법인)은 같은 기간 3,942조 원의 금융자산을 갖고 있고, 금융부채는 3,735조 원입니다. 그러니 200조 원 정도 흑자입니다. 기업은 가계와 다르게 흑자가 꼭 좋은 것은 아니죠. 곳간에 돈이 있는데도 투자를 안 한다는 뜻이니까요. 우리가 학교에서 자금이 남는(자금 잉여 주체) 가계는 저축을 하고, 기업은 이를 빌려 투자를 한다고 배운 것과 같습니다.

2. 그러니 '금리를 올리면 국민 부담이 커진다'는 표현은 절반만 맞는 표현입니다. 한편에선 그만큼 이자 수익이 불어납니다. 고금리가 반가운 사람들도 많습니다. 한국은행은 기준금리를 50bp(0.5%p) 인상하면 가계와 기업의 이자 부담이 약 12조 2천억 원 정도 늘어난다고 추정했는데요. (대출이자율보다 예금이자율이 조금 낮은 것을 감안해도) 예금에 대한 이자수익도 그만큼 따라 올라갑니다.

또 하나 오해하기 쉬운 게, 기준금리를 올리면 빚이 많은 서민의 이자 부담이 높아질 것이라고 생각하기 쉬운데요. 꼭 그렇지는 않습니다. 빚은 주로 소득이 높은 가구가 갖고 있습니다. 서민들은 은행 대출 자체가 어렵고 특히 우리 가계대출의 절반(54%)이 넘는 주택담보대출은 그야말로 집이 있는 사람들만 빌릴 수 있으니까요.

2023년 기준 소득 5분위 중 5분위(상위 20%)의 평균 부채는 2억 634만 원입니다. 반면 1분위(소득 하위 20%) 가구의 평균 부채는 2,004만 원이었습니다.(2023년 가계금융복지조사). 그러니 시중 금리가 오르면 서민보다는 중산층이 대출 이자에 대한 부담이 커지고, 그래서 중산층이 지갑을 더 닫는 문제가 생깁니다.


3. 그렇다면 서민들은 진짜 빚이 없을까. 저신용자(신용점수 1,000점 중 664점 이하)들이 은행 가계대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9%에 불과합니다(2023년 3분기). 우리 사회 모든 시스템이 경제적 약자에게 혜택을 주지만 금융은 그렇지 않죠. 경제적 약자에게는 대출을 안 해주거나 더 높은 이자를 받습니다 . 결국 금융 약자들은 저축은행이나 카드사, 새마을금고 같은 제2금융권에서 비싼 이자율로 대출을 받습니다. 여기서도 밀려나면 대부업체나 불법 사금융을 찾죠. 이 중 상당수는 통계에 잡히지도 않습니다.

제2금융권에서 대출이 안 되면 흔히 카드 돌려막기(리볼빙)나 카드론을 받습니다. 리볼빙 잔액과 카드론 잔액은 2023년 11월 말 기준 7조 5천억 원과 1조 6천억 원으로 역대 최대입니다. 빚을 못 갚을수록 대출 이자율은 계속 높아지죠. 지난해 2월 기준, 신용점수 600점 이하 저신용자의 카드론 평균 대출금리는 18.7%였습니다. (여신금융협회) 이는 소득이 낮은 계층이 진 빚의 규모는 고소득층에 비해 작아도, 그 무게는 훨씬 무거울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이번 가계금융복지조사에서 빚을진 가구 중 5.5%는 '빚을 갚는 게 불가능할 것'이라고 답했습니다.


4. 가계가 돈을 쓰면 '소비'라고 하고 기업이 돈을 쓰면 '투자'라고 합니다. 지난 2022년 3분기 5.2%까지 올랐던 민간 소비는 지난해 3분기에는 0.2%까지 내려왔습니다. 코로나로 못 썼던 돈을 다 소비하고 민간 소비는 다시 제자리로 돌아왔습니다. 기업들의 설비투자 역시 지난해 3분기 기준으로 1년 새 4.2%가 줄었습니다.(최근경제동향 기획재정부 2024년 1월). 우리 국민이 갖고 있는 2,279조 원의 예금을 소비로 돌리려면, 또 기업의 투자를 늘리려면 금리를 좀 내려야 할 텐데요.

실제 고금리 시대가 서서히 저물고 있습니다. 다만 지난주 열린 금융통화위원회에서 이창용 한은 총재는 "섣불리 금리 인하에 나설 경우 인플레이션 기대심리를 자극하면서 물가상승률이 다시 높아질 수 있고, 경기를 부양하는 효과보다 부동산가격 상승기대를 자극하는 부작용이 더 클 수 있다"라고 밝혔습니다. 빠른 금리인하도, 큰 폭의 금리 인하도 기대하지 말라는 뜻입니다.

그럼 은행권에서 밀려나 고금리에 시달리는 경제적 약자는 어떻게 할까. 이에 대해 이 총재는 "고금리의 부정적 영향이 취약업종에 차별적으로 크게 파급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이들에 대한 선별적이고 한시적인 지원이 필요하다'고 밝혔습니다.

정부는 대출이 막힌 서민들을 위해 '새희망홀씨대출'이나 '햇살론' 등 여러 정책 금융 상품을 내놓고 있습니다. '햇살론'은 저축은행에서도 대출이 막힌 서민들을 위한 대출상품입니다. 정부는 또 은행들을 설득해 자영업자들이 은행에 낸 이자 중 4%가 넘는 부분은 1인당 최대 3백만 원까지 돌려주기로 했습니다.

'햇살론'마저 자격이 안 되는 서민들을 위해 소액을 대출해주는 '최저 신용자 특례보증' 상품은 팔기가 무섭게 매진됩니다. 저신용자에게 최대 100만 원을 긴급대출해주는 '소액생계비대출'도 흥행(?)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이자율이 15.9%나 되지만 일부 은행에서는 창구 문을 열자마자 소진됐습니다. '급전'이 간절한 것입니다.

신한카드 등 국내 8개 카드사의 신용카드 연체총액(1개월 이상 연체기준)은 2조 516억 원까지 높아졌습니다. 1년새 53.1%(7,118억 원)나 급증했습니다(금융통계정보시스템/2023년 3분기). 통계만 보면 가계 대출보다 예금이 더 많지만, 우리 사회 한쪽에선 여전히 급전이 궁합니다. 당정은 지난주 대출이 쉽지 않은 서민들을 위해서 연체 기록을 삭제해 주기로 했습니다. 2천만 원 이하 대출이어야 하고 5월까지 모두 갚는 조건입니다. 최대 290만 명이 혜택을 볼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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