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검찰총장 분노의 지시…“책 쓰던 시점부터 감찰하라” [주말엔]

입력 2024.01.14 (09:00) 수정 2024.01.14 (1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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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상민 검사의 마이웨이…이원석 총장 "대체 뭐하는 사람인가"

지난달 29일, 김상민 당시 서울중앙지검 형사9부장검사(사법연수원 35기)은 사직서를 제출한 직후 본인의 SNS에 출판기념회 개최 소식을 알리며 정치 도전 의사를 공개적으로 드러냈습니다. 지난해 추석 "뼛속까지 창원사람"이라며 지역 주민들에게 문자메시지를 돌린 사실이 알려져, '정치적 중립 의무 위반'으로 감찰을 받고 검사장 경고 처분을 받은 바로 다음 날이기도 했습니다.


이원석 검찰총장은 격노했습니다. 김 부장검사를 두고 "대체 뭐 하는 사람인가"라고도 말한 것으로 전해집니다.

대검 감찰팀에 대한 질타도 이어졌던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대검 감찰팀은 김 부장검사의 "정치적 목적이 전혀 없다"는 취지의 해명을 듣고 비교적 가벼운 처분으로 마무리하려고 했었는데, 김 부장검사가 보란 듯이 정치 행보를 시작하며 체면을 제대로 구겼습니다.

김 부장검사는 즉각 대전고검 검사로 전보 조치됐고 재감찰이 시작됐습니다.

■총선 출마 강행…"사직서 제출 이후는 공직 후보자로서 행보"


하지만 김 검사는 지난 6일 창원대학교에서 예정대로 출판기념회를 열었고, 지난 9일에는 출마 기자회견도 가졌습니다.

김 검사는 이 자리에서 "사직서 제출 이후는 공직 후보자로서의 행보"라고 주장했습니다. 현직 검사 신분의 출마라는 비판이 이어지는데 대해서는 "현재 검사로서 활동은 전혀 하고 있지 않다"고 해명했습니다.

김 검사가 현직 검사 신분에서 출마를 강행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황운하 의원이 남긴 선례가 있습니다.

황 의원은 지난 2020년 현직 경찰 신분으로 총선에 출마해 당선됐습니다. 당시 경찰은 황 의원이 '청와대 울산시장 선거개입 의혹' 사건으로 기소돼 재판을 받고 있어 국가공무원법에 따라 사표를 받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황 의원이 당선되자 조건부 형식으로 사표를 수리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국가공무원법 제78조의4(퇴직을 희망하는 공무원의 징계 사유 확인 및 퇴직 제한 등)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경우 퇴직을 허용해서는 아니 된다.

1. 비위(非違)와 관련하여 형사사건으로 기소된 때
2. 징계위원회에 파면ㆍ해임ㆍ강등 또는 정직에 해당하는 징계 의결이 요구 중인 때
3. 조사 및 수사기관에서 비위와 관련하여 조사 또는 수사 중인 때
4. 각급 행정기관의 감사부서 등에서 비위와 관련하여 내부 감사 또는 조사 중인 때

이후 황 의원의 상대 후보가 겸직금지 위반으로 인한 당선무효 소송을 내면서 법적 다툼은 이어졌는데, 2021년 대법원 1부(주심 김선수 대법관)는 "사직서를 제출한 시점에 직을 그만 둔 것으로 간주한다"고 판단하면서 황 의원은 의원직을 유지할 수 있었습니다.

"공무원이 공직선거 후보자가 되기 위해 공직선거법이 정한 기한 내에 소속 기관의 장 또는 소속위원회에 사직원을 제출했다면 공직선거법 53조 4항에 따라 수리 여부와 관계없이 그 직을 그만 둔 것으로 간주돼 정당에 가입하거나 후보자등록을 할 수 있다."

-황운하 의원 대법원 판결 中-

■이원석 총장 "책을 쓴 시점까지 면밀히 살펴보라"…사직서 제출 이전 행위 감찰해 중징계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검찰청은 그제(12일) 김 검사에 대해 정치적 중립 의무 위반 혐의로 중징계를 청구했습니다. 사직서를 내기 전 행위들만으로도 '정치적 중립 의무'를 위반했다고 볼 여지가 많다는 취지입니다.

대검 감찰팀은 먼저 김 검사의 출판기념회가 열린 시점에 주목했습니다. 사직서를 내자마자 예고한 출판기념회는 대체 언제 준비를 했냐는 겁니다. 이 총장은 한 걸음 더 나아가 "책을 쓴 시점까지 면밀히 살펴보라"고 지시했다고 합니다.

대검 관계자는 "사직서를 낸 이후 행위는 '황운하 판례'에 따라 징계 대상에 포함하지 않을 것"이라면서도 "출마 준비를 언제부터 준비했고, 어떤 인사들과 만나 어떻게 준비했는지 꼼꼼히 확인해 최대한 엄정히 처리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김 검사가 지난 추석 명절에 보낸 문자메시지의 의도도 '정치를 염두에 둔 행위'로 변경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현역 의원들과 잇따라 회동하며 출마 상의…박대범 검사도 중징계 청구

대검찰청이 중징계를 청구한 검사는 또 있습니다. 박대범 광주고검 검사(전 마산지청장·연수원 33기)입니다.

박 검사는 지난해 말 김영선 국민의힘 의원(5선·경남 창원시 의창구)과 지역 출마 준비자들이 모인 자리에 참석했던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이후 박 검사는 김 의원의 소개로 검사 출신인 정점식 국민의힘 의원(재선·경남 통영시고성군)도 만났고, 정 의원에게 출마 준비 과정 등을 묻기도 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감찰이 시작되자 박 검사는 "총선 출마 의사가 전혀 없다"고 해명했습니다. 본인의 행위에 대해 깊게 반성한다고도 했습니다. 하지만 대검 감찰팀은 총선을 앞두고 현직 국회의원들을 잇따라 만나고 총선 관련 이야기를 나눈 것은 정치적 중립 의무 위반이라고 판단하고 김 검사와 마찬가지로 중징계를 청구했습니다.

김 의원은 정치자금법 위반 의혹이 불거져 창원지검의 수사 선상에 오른 상태이기도 합니다. 앞서 경남선관위는 지난달 중순 김 의원의 회계책임자를 고발하고 김 의원 등 5명에 대해서는 수사의뢰했습니다.

■징계 큰 의미 없어…"출마 제한 기간 늘려야"

하지만 대검의 강경대응 방침에도 이 같은 일을 막기는 쉽지 않습니다.
사의를 표한 검사들에게 해임이나 면직 등의 징계가 큰 의미를 갖기 힘들기 때문입니다.

검찰청법은 "검사는 탄핵이나 금고 이상의 형을 선고받은 경우를 제외하고는 파면되지 아니한다"고 규정하고 있는데, 파면을 제외한 가장 높은 징계인 해임의 경우에도 3년 간의 공무원 임용 결격 등의 불이익만 있을 뿐 연금 수령액 삭감 등은 없습니다. (단, 금품 비리자의 경우는 조금 다릅니다.)


이성윤 법무연수원 연구위원과 신성식 법무연수원 연구위원도 각기 '김학의 불법 출금 의혹'과 '검언유착 허위 제보 의혹'으로 형사재판을 받고 있고, 여러 건의 감찰을 받고 있지만 아랑곳하지 않고 정치 행보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두 검사 모두 출판기념회를 이미 여는 등 이번 총선 출마가 확실시되고 있죠.

때문에 법조계에서는 대법원 전원합의체를 통해 이른바 '황운하 판례'를 수정하거나 공직자들의 사퇴 시한을 일괄적으로 늘리는 입법 등이 대안으로 언급되고 있습니다. 최소한 현직 신분에서 정치권으로 직행하는 상황만은 막자는 거죠.

'바르게 국민을 섬기겠다'는 신입검사들의 초심과 포부가 그리워집니다.

"나는 불의의 어둠을 걷어내는 용기 있는 검사, 힘없고 소외된 사람들을 돌보는 따뜻한 검사, 오로지 진실만을 따라가는 공평한 검사, 스스로에게 엄격한 바른 검사로서 처음부터 끝까지 혼신의 힘을 다해 국민을 섬기고 국가에 봉사할 것을 다짐합니다"

-검사 선서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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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단독] 검찰총장 분노의 지시…“책 쓰던 시점부터 감찰하라” [주말엔]
    • 입력 2024-01-14 09:00:20
    • 수정2024-01-14 10:33: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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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상민 검사의 마이웨이…이원석 총장 "대체 뭐하는 사람인가"

지난달 29일, 김상민 당시 서울중앙지검 형사9부장검사(사법연수원 35기)은 사직서를 제출한 직후 본인의 SNS에 출판기념회 개최 소식을 알리며 정치 도전 의사를 공개적으로 드러냈습니다. 지난해 추석 "뼛속까지 창원사람"이라며 지역 주민들에게 문자메시지를 돌린 사실이 알려져, '정치적 중립 의무 위반'으로 감찰을 받고 검사장 경고 처분을 받은 바로 다음 날이기도 했습니다.


이원석 검찰총장은 격노했습니다. 김 부장검사를 두고 "대체 뭐 하는 사람인가"라고도 말한 것으로 전해집니다.

대검 감찰팀에 대한 질타도 이어졌던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대검 감찰팀은 김 부장검사의 "정치적 목적이 전혀 없다"는 취지의 해명을 듣고 비교적 가벼운 처분으로 마무리하려고 했었는데, 김 부장검사가 보란 듯이 정치 행보를 시작하며 체면을 제대로 구겼습니다.

김 부장검사는 즉각 대전고검 검사로 전보 조치됐고 재감찰이 시작됐습니다.

■총선 출마 강행…"사직서 제출 이후는 공직 후보자로서 행보"


하지만 김 검사는 지난 6일 창원대학교에서 예정대로 출판기념회를 열었고, 지난 9일에는 출마 기자회견도 가졌습니다.

김 검사는 이 자리에서 "사직서 제출 이후는 공직 후보자로서의 행보"라고 주장했습니다. 현직 검사 신분의 출마라는 비판이 이어지는데 대해서는 "현재 검사로서 활동은 전혀 하고 있지 않다"고 해명했습니다.

김 검사가 현직 검사 신분에서 출마를 강행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황운하 의원이 남긴 선례가 있습니다.

황 의원은 지난 2020년 현직 경찰 신분으로 총선에 출마해 당선됐습니다. 당시 경찰은 황 의원이 '청와대 울산시장 선거개입 의혹' 사건으로 기소돼 재판을 받고 있어 국가공무원법에 따라 사표를 받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황 의원이 당선되자 조건부 형식으로 사표를 수리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국가공무원법 제78조의4(퇴직을 희망하는 공무원의 징계 사유 확인 및 퇴직 제한 등)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경우 퇴직을 허용해서는 아니 된다.

1. 비위(非違)와 관련하여 형사사건으로 기소된 때
2. 징계위원회에 파면ㆍ해임ㆍ강등 또는 정직에 해당하는 징계 의결이 요구 중인 때
3. 조사 및 수사기관에서 비위와 관련하여 조사 또는 수사 중인 때
4. 각급 행정기관의 감사부서 등에서 비위와 관련하여 내부 감사 또는 조사 중인 때

이후 황 의원의 상대 후보가 겸직금지 위반으로 인한 당선무효 소송을 내면서 법적 다툼은 이어졌는데, 2021년 대법원 1부(주심 김선수 대법관)는 "사직서를 제출한 시점에 직을 그만 둔 것으로 간주한다"고 판단하면서 황 의원은 의원직을 유지할 수 있었습니다.

"공무원이 공직선거 후보자가 되기 위해 공직선거법이 정한 기한 내에 소속 기관의 장 또는 소속위원회에 사직원을 제출했다면 공직선거법 53조 4항에 따라 수리 여부와 관계없이 그 직을 그만 둔 것으로 간주돼 정당에 가입하거나 후보자등록을 할 수 있다."

-황운하 의원 대법원 판결 中-

■이원석 총장 "책을 쓴 시점까지 면밀히 살펴보라"…사직서 제출 이전 행위 감찰해 중징계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검찰청은 그제(12일) 김 검사에 대해 정치적 중립 의무 위반 혐의로 중징계를 청구했습니다. 사직서를 내기 전 행위들만으로도 '정치적 중립 의무'를 위반했다고 볼 여지가 많다는 취지입니다.

대검 감찰팀은 먼저 김 검사의 출판기념회가 열린 시점에 주목했습니다. 사직서를 내자마자 예고한 출판기념회는 대체 언제 준비를 했냐는 겁니다. 이 총장은 한 걸음 더 나아가 "책을 쓴 시점까지 면밀히 살펴보라"고 지시했다고 합니다.

대검 관계자는 "사직서를 낸 이후 행위는 '황운하 판례'에 따라 징계 대상에 포함하지 않을 것"이라면서도 "출마 준비를 언제부터 준비했고, 어떤 인사들과 만나 어떻게 준비했는지 꼼꼼히 확인해 최대한 엄정히 처리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김 검사가 지난 추석 명절에 보낸 문자메시지의 의도도 '정치를 염두에 둔 행위'로 변경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현역 의원들과 잇따라 회동하며 출마 상의…박대범 검사도 중징계 청구

대검찰청이 중징계를 청구한 검사는 또 있습니다. 박대범 광주고검 검사(전 마산지청장·연수원 33기)입니다.

박 검사는 지난해 말 김영선 국민의힘 의원(5선·경남 창원시 의창구)과 지역 출마 준비자들이 모인 자리에 참석했던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이후 박 검사는 김 의원의 소개로 검사 출신인 정점식 국민의힘 의원(재선·경남 통영시고성군)도 만났고, 정 의원에게 출마 준비 과정 등을 묻기도 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감찰이 시작되자 박 검사는 "총선 출마 의사가 전혀 없다"고 해명했습니다. 본인의 행위에 대해 깊게 반성한다고도 했습니다. 하지만 대검 감찰팀은 총선을 앞두고 현직 국회의원들을 잇따라 만나고 총선 관련 이야기를 나눈 것은 정치적 중립 의무 위반이라고 판단하고 김 검사와 마찬가지로 중징계를 청구했습니다.

김 의원은 정치자금법 위반 의혹이 불거져 창원지검의 수사 선상에 오른 상태이기도 합니다. 앞서 경남선관위는 지난달 중순 김 의원의 회계책임자를 고발하고 김 의원 등 5명에 대해서는 수사의뢰했습니다.

■징계 큰 의미 없어…"출마 제한 기간 늘려야"

하지만 대검의 강경대응 방침에도 이 같은 일을 막기는 쉽지 않습니다.
사의를 표한 검사들에게 해임이나 면직 등의 징계가 큰 의미를 갖기 힘들기 때문입니다.

검찰청법은 "검사는 탄핵이나 금고 이상의 형을 선고받은 경우를 제외하고는 파면되지 아니한다"고 규정하고 있는데, 파면을 제외한 가장 높은 징계인 해임의 경우에도 3년 간의 공무원 임용 결격 등의 불이익만 있을 뿐 연금 수령액 삭감 등은 없습니다. (단, 금품 비리자의 경우는 조금 다릅니다.)


이성윤 법무연수원 연구위원과 신성식 법무연수원 연구위원도 각기 '김학의 불법 출금 의혹'과 '검언유착 허위 제보 의혹'으로 형사재판을 받고 있고, 여러 건의 감찰을 받고 있지만 아랑곳하지 않고 정치 행보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두 검사 모두 출판기념회를 이미 여는 등 이번 총선 출마가 확실시되고 있죠.

때문에 법조계에서는 대법원 전원합의체를 통해 이른바 '황운하 판례'를 수정하거나 공직자들의 사퇴 시한을 일괄적으로 늘리는 입법 등이 대안으로 언급되고 있습니다. 최소한 현직 신분에서 정치권으로 직행하는 상황만은 막자는 거죠.

'바르게 국민을 섬기겠다'는 신입검사들의 초심과 포부가 그리워집니다.

"나는 불의의 어둠을 걷어내는 용기 있는 검사, 힘없고 소외된 사람들을 돌보는 따뜻한 검사, 오로지 진실만을 따라가는 공평한 검사, 스스로에게 엄격한 바른 검사로서 처음부터 끝까지 혼신의 힘을 다해 국민을 섬기고 국가에 봉사할 것을 다짐합니다"

-검사 선서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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