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롱 속 신사임당 돌아왔다…5만 원권 환수율↑

입력 2024.01.14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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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색깔 돈은 찾아보기 쉽지 않은 요즘입니다. 대세는 신사임당입니다.

고액권이 등장하면서 경조사비부터 용돈까지 모든 돈이 5만 원권으로 통합니다.

기본이 5만 원부터 시작하니 부담을 호소하는 사람들도 늘었죠.

실제로 화폐발행잔액(한국은행이 발행해서 시중에 공급한 화폐 중 환수한 금액을 뺀 잔액)에서 5만 원권이 차지하는 비중은 90%에 육박합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8월 말 기준 전체 화폐발행잔액 176조 8,000억 원 가운데 5만 원권 지폐는 155조 7,000억 원이었습니다. 화폐발행잔액 가운데 88.1%가 5만 원권이었습니다.

만 원권 비중은 10% 아래로 떨어졌고, 오천 원과 천 원권은 1%에도 못 미칩니다.

■ 돌아온 신사임당…환수율 67.1%


이렇게 수요가 많은 5만 원권은 코로나 확산 당시 한때는 품귀 현상을 빚기도 했습니다. 찾는 사람은 많은데 막상 돈이 잘 안 돌았다는 뜻이죠.

장롱이나 금고 깊은 곳에 있던 5만 원권 지폐가 최근 다시 시장에서 활발히 유통되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한국은행이 오늘(14일) 발표한 자료를 보면 지난해 5만 원권 환수율(발행한 화폐가 다시 한국은행으로 돌아오는 비율)은 역대 최고치를 기록한 2018년(67.4%) 수준에 거의 근접한 67.1%를 기록했습니다.

코로나19 이후 대면 상거래가 회복되고 화폐 환수경로가 정상화되면서 돈이 돌기 시작한 겁니다.


5만 원권 환수율은 코로나 19 확산 등으로 2021년엔 17.4%까지 하락했습니다. 그러다가 2022년부터 환수액이 증가하기 시작했는데요.


특히 코로나가 심했던 2020~2021년에는 5만 원권 환수 금액이 4~6조 원 수준까지 축소됐지만, 지난해에는 14조 원까지 대폭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한국은행은 코로나 19 확산 당시와 비교해 2022~2023년 5만 원권 발행액은 크게 줄어들지 않았으나 환수 금액이 크게 증가한 것이 특징이라고 설명했습니다.

■ "돈이 다시 돈다"…현금 거래 정상화

환수율이 높아졌다는 건 다시 말하면 화폐가 시중에서 활발히 유통되고 있다는 뜻입니다. 돈이 다시 돌고 있다는 거죠.

화폐 유통은 코로나19 기간 중 대면 상거래가 위축된 영향으로 위축됐다가 거리 두기가 완화된 2022년부터 확대되기 시작했습니다.

한은은 특히 음식·숙박업과 운수업, 여가서비스업 등 전통적으로 현금 매출 비중이 높은 업종을 중심으로 화폐 유통이 다시 늘면서 5만 원권 환수금액도 증가한 것으로 분석했습니다.

■ 시중금리 상승 …예비적 화폐수요 감소


시중금리가 상승하면서 현금 보유에 따른 기회비용이 더 커진 점도 화폐 유통이 활발해진 이유로 꼽힙니다.

한국은행은 예비적 화폐 수요가 큰 폭으로 줄어들면서 코로나 19 기간 중 대규모 순발행된 자금의 환수가 증가했다고 설명했습니다.

이런 현상은 우리나라만이 아니라 미국 등 주요국에서도 유사하게 나타나고 있습니다.


미국의 경우 100달러 기준으로 보면 2020년 환수율이 75.7%에서 2022년 105.6%까지 늘었습니다. 유로 지역도 100유로 이상 고액권의 환수율이 2020년 51.0%에서 2022년 81.3%까지 증가했습니다.

■ 환수율 상승세 당분간 계속

한국은행은 2020~2021년 중 대규모로 순발행된 5만 원권 물량이 점진적으로 환수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또 당시보다 높아진 현재 시장금리 수준 등의 영향으로 환수율 상승세는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습니다.

현금이 아닌 다른 결제 수단을 많이 사용하는 상황도 5만 원권 환수율에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현금 가운데는 5만 원권이 압도적으로 많이 사용되고 있지만, 결제수단 전체로 보면 카드나 페이 같은 비현금 사용이 많아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2009년 최초로 발행된 5만 원권이 통상 화폐 유통수명(15.6년)에 다가감에 따라 초기 발행 물량을 중심으로 손상권 환수가 늘어날 가능성도 있습니다.


다만 코로나처럼 예상치 못한 상황이 발생할 경우 화폐수급 경로상 부정적 충격을 받을 수 있는 점은 변수입니다.

한은은 또 시장금리 변동 폭 확대, 경제 불확실성 증가 등에 따라 환수율 변동성이 단기적으로 확대될 가능성이 있는 만큼 시장 상황을 면밀히 지켜보겠다고 밝혔습니다.

(그래픽: 권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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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액권이 등장하면서 경조사비부터 용돈까지 모든 돈이 5만 원권으로 통합니다.

기본이 5만 원부터 시작하니 부담을 호소하는 사람들도 늘었죠.

실제로 화폐발행잔액(한국은행이 발행해서 시중에 공급한 화폐 중 환수한 금액을 뺀 잔액)에서 5만 원권이 차지하는 비중은 90%에 육박합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8월 말 기준 전체 화폐발행잔액 176조 8,000억 원 가운데 5만 원권 지폐는 155조 7,000억 원이었습니다. 화폐발행잔액 가운데 88.1%가 5만 원권이었습니다.

만 원권 비중은 10% 아래로 떨어졌고, 오천 원과 천 원권은 1%에도 못 미칩니다.

■ 돌아온 신사임당…환수율 67.1%


이렇게 수요가 많은 5만 원권은 코로나 확산 당시 한때는 품귀 현상을 빚기도 했습니다. 찾는 사람은 많은데 막상 돈이 잘 안 돌았다는 뜻이죠.

장롱이나 금고 깊은 곳에 있던 5만 원권 지폐가 최근 다시 시장에서 활발히 유통되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한국은행이 오늘(14일) 발표한 자료를 보면 지난해 5만 원권 환수율(발행한 화폐가 다시 한국은행으로 돌아오는 비율)은 역대 최고치를 기록한 2018년(67.4%) 수준에 거의 근접한 67.1%를 기록했습니다.

코로나19 이후 대면 상거래가 회복되고 화폐 환수경로가 정상화되면서 돈이 돌기 시작한 겁니다.


5만 원권 환수율은 코로나 19 확산 등으로 2021년엔 17.4%까지 하락했습니다. 그러다가 2022년부터 환수액이 증가하기 시작했는데요.


특히 코로나가 심했던 2020~2021년에는 5만 원권 환수 금액이 4~6조 원 수준까지 축소됐지만, 지난해에는 14조 원까지 대폭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한국은행은 코로나 19 확산 당시와 비교해 2022~2023년 5만 원권 발행액은 크게 줄어들지 않았으나 환수 금액이 크게 증가한 것이 특징이라고 설명했습니다.

■ "돈이 다시 돈다"…현금 거래 정상화

환수율이 높아졌다는 건 다시 말하면 화폐가 시중에서 활발히 유통되고 있다는 뜻입니다. 돈이 다시 돌고 있다는 거죠.

화폐 유통은 코로나19 기간 중 대면 상거래가 위축된 영향으로 위축됐다가 거리 두기가 완화된 2022년부터 확대되기 시작했습니다.

한은은 특히 음식·숙박업과 운수업, 여가서비스업 등 전통적으로 현금 매출 비중이 높은 업종을 중심으로 화폐 유통이 다시 늘면서 5만 원권 환수금액도 증가한 것으로 분석했습니다.

■ 시중금리 상승 …예비적 화폐수요 감소


시중금리가 상승하면서 현금 보유에 따른 기회비용이 더 커진 점도 화폐 유통이 활발해진 이유로 꼽힙니다.

한국은행은 예비적 화폐 수요가 큰 폭으로 줄어들면서 코로나 19 기간 중 대규모 순발행된 자금의 환수가 증가했다고 설명했습니다.

이런 현상은 우리나라만이 아니라 미국 등 주요국에서도 유사하게 나타나고 있습니다.


미국의 경우 100달러 기준으로 보면 2020년 환수율이 75.7%에서 2022년 105.6%까지 늘었습니다. 유로 지역도 100유로 이상 고액권의 환수율이 2020년 51.0%에서 2022년 81.3%까지 증가했습니다.

■ 환수율 상승세 당분간 계속

한국은행은 2020~2021년 중 대규모로 순발행된 5만 원권 물량이 점진적으로 환수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또 당시보다 높아진 현재 시장금리 수준 등의 영향으로 환수율 상승세는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습니다.

현금이 아닌 다른 결제 수단을 많이 사용하는 상황도 5만 원권 환수율에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현금 가운데는 5만 원권이 압도적으로 많이 사용되고 있지만, 결제수단 전체로 보면 카드나 페이 같은 비현금 사용이 많아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2009년 최초로 발행된 5만 원권이 통상 화폐 유통수명(15.6년)에 다가감에 따라 초기 발행 물량을 중심으로 손상권 환수가 늘어날 가능성도 있습니다.


다만 코로나처럼 예상치 못한 상황이 발생할 경우 화폐수급 경로상 부정적 충격을 받을 수 있는 점은 변수입니다.

한은은 또 시장금리 변동 폭 확대, 경제 불확실성 증가 등에 따라 환수율 변동성이 단기적으로 확대될 가능성이 있는 만큼 시장 상황을 면밀히 지켜보겠다고 밝혔습니다.

(그래픽: 권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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