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관리 앱’ 넘쳐나는데…노인 63% “앱 설치도 어려워” [박광식의 닥터K]

입력 2024.01.15 (07:00) 수정 2024.01.15 (07: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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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에선 세계 1위 수준의 스마트폰 보급률에 힘 입어 병원 진료 예약이나 건강 검진 결과 확인, 당뇨 같은 만성 질환 관리 등 '건강' 관련 앱이 쏟아지고 있습니다. 일상적인 건강 관리에서 병원 진료까지 스마트폰을 포함한 각종 디지털 기기의 역할이 커지고 있는데, 새로운 방식을 받아들이는 데 시간이 걸리는 노인들에겐 또 다른 장벽이 되기도 합니다.

■ 노인 13%, 스마트폰으로 '전화'나 '문자'만 이용

분당서울대병원 등 공동연구팀이 2022년 6월부터 7월까지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65세 이상 노인 505명을 대면 조사한 결과
노인 10명 중 8~9명은 스마트폰을 사용 중이지만 '앱'은 전혀 사용하지 않는 노인이 13% 였습니다. 단순히 전화나 문자 용도로만 사용한 겁니다.

스마트폰 앱을 사용 중인 87%의 노인은 주로 검색(87%)이나 메신저(86%), 뉴스(76%), 동영상(76%) 앱을 쓰고 있었습니다. 반면 쇼핑, 전자책, 교육, 이메일 관련 앱은 거의 사용하지 않았습니다.

건강 정보 관련 앱 사용률은 중간 수준인 57%였습니다.


■ 노쇠할수록 '건강 관리'·'복약 지도' 앱 찾아... 활용은 저조

연구팀은 건강한 노인과 '노쇠'한 노인을 구분해 건강 관련 앱 사용 실태를 비교했습니다.

의학적으로는 급격히 신체 기능이 허약해져 장애나 입원 가능성이 높아지면 노쇠(fraility)한 상태로 보는데, '노쇠한 노인' 은 '만성질환 관리'나 '복약 지도' 같은 질병에 특화된 앱을 더 많이 찾았습니다. 하지만 대부분은 걸음 수 측정 같은 평범한 기능 위주로 사용했습니다. 건강 관련 앱을 필요로 하지만, 실제로 잘 활용하는 사람은 적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김광일 분당서울대병원 노인병내과 교수는 "많은 노인들이 실제 건강 관리에 스마트폰의 도움을 받고자 하지만 실제 사용하는 건 단순 운동량 측정 정도"라며 그 이유로 "건강 앱들을 잘 모르는 경우가 많고, 앱을 설치했어도 신체 각종 정보를 사용자가 일일이 입력해야 하는 경우가 많아 고령자가 사용하는데 어려움을 느끼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습니다.


■ 노인 10명 중 6명, '스마트폰 앱 설치' 스스로 못 해

연구팀은 노인들이 스마트폰의 기본 기능을 제대로 사용할 수 있는지도 조사했습니다.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노인 10명 중 6명은 스스로 스마트폰 앱을 설치하거나 삭제할 수 없다고 답했습니다. 대부분 배우자나 자녀의 도움을 받는다고 했고, 앱을 설치한 이유도 '자녀 추천'이라고 답한 경우가 절반을 차지했습니다.

■ 노인에게 불친절한 스마트폰, 활용도 크게 떨어뜨려

자녀 등의 도움을 받아 수많은 건강관리 앱 중에 필요한 것으로 골라 설치해줘도 지속적으로 사용하는 건 쉽지 않습니다.
노인 입장에선 업데이트나 개인 정보 입력 등 앱 사용 절차가 번거롭기 때문입니다. 복잡한 사용 과정을 감수할만큼 효용성을 느끼기 어려워 방치되는 경우도 많습니다.

더욱이 스마트워치 같은 웨어러블 기기 사용률은 노인 중 7%에 불과했으며, 만족도도 매우 낮았습니다.

김 교수는 "(고령의) 사용자가 디지털 기기에서 취합된 데이터를 갖고 어떻게 활용하는가에 대해서 잘 모르거나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는 게 가장 큰 문제" 라며 "웨어러블 기기를 착용하는 것만으로도 자동으로 혈압, 혈당, 수면 등 각종 신체정보가 스마트폰으로 업로드돼 사용자의 불편을 줄이고 건강관리에 실제적인 도움을 주는 모델들이 개발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 디지털 격차 해소 '중요 기능 단순화, 사용 편의성 개선, 효용감 증대'

이어 김 교수는 "고령자에선 다양한 기능보다는 본질적으로 중요한 기능에 집중할 수 있고 단순하게 활용할 수 있는 제품이 효과적"이라며 "사용 편의성을 개선하고 실질적인 도움을 경험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했습니다.

이번 연구는 국제학술지인 대한의학회지(Journal of Korean Medical Science) 최신호에 실렸습니다.

(그래픽: 김홍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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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4-01-15 07:00:19
    • 수정2024-01-15 07:18: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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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에선 세계 1위 수준의 스마트폰 보급률에 힘 입어 병원 진료 예약이나 건강 검진 결과 확인, 당뇨 같은 만성 질환 관리 등 '건강' 관련 앱이 쏟아지고 있습니다. 일상적인 건강 관리에서 병원 진료까지 스마트폰을 포함한 각종 디지털 기기의 역할이 커지고 있는데, 새로운 방식을 받아들이는 데 시간이 걸리는 노인들에겐 또 다른 장벽이 되기도 합니다.

■ 노인 13%, 스마트폰으로 '전화'나 '문자'만 이용

분당서울대병원 등 공동연구팀이 2022년 6월부터 7월까지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65세 이상 노인 505명을 대면 조사한 결과
노인 10명 중 8~9명은 스마트폰을 사용 중이지만 '앱'은 전혀 사용하지 않는 노인이 13% 였습니다. 단순히 전화나 문자 용도로만 사용한 겁니다.

스마트폰 앱을 사용 중인 87%의 노인은 주로 검색(87%)이나 메신저(86%), 뉴스(76%), 동영상(76%) 앱을 쓰고 있었습니다. 반면 쇼핑, 전자책, 교육, 이메일 관련 앱은 거의 사용하지 않았습니다.

건강 정보 관련 앱 사용률은 중간 수준인 57%였습니다.


■ 노쇠할수록 '건강 관리'·'복약 지도' 앱 찾아... 활용은 저조

연구팀은 건강한 노인과 '노쇠'한 노인을 구분해 건강 관련 앱 사용 실태를 비교했습니다.

의학적으로는 급격히 신체 기능이 허약해져 장애나 입원 가능성이 높아지면 노쇠(fraility)한 상태로 보는데, '노쇠한 노인' 은 '만성질환 관리'나 '복약 지도' 같은 질병에 특화된 앱을 더 많이 찾았습니다. 하지만 대부분은 걸음 수 측정 같은 평범한 기능 위주로 사용했습니다. 건강 관련 앱을 필요로 하지만, 실제로 잘 활용하는 사람은 적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김광일 분당서울대병원 노인병내과 교수는 "많은 노인들이 실제 건강 관리에 스마트폰의 도움을 받고자 하지만 실제 사용하는 건 단순 운동량 측정 정도"라며 그 이유로 "건강 앱들을 잘 모르는 경우가 많고, 앱을 설치했어도 신체 각종 정보를 사용자가 일일이 입력해야 하는 경우가 많아 고령자가 사용하는데 어려움을 느끼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습니다.


■ 노인 10명 중 6명, '스마트폰 앱 설치' 스스로 못 해

연구팀은 노인들이 스마트폰의 기본 기능을 제대로 사용할 수 있는지도 조사했습니다.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노인 10명 중 6명은 스스로 스마트폰 앱을 설치하거나 삭제할 수 없다고 답했습니다. 대부분 배우자나 자녀의 도움을 받는다고 했고, 앱을 설치한 이유도 '자녀 추천'이라고 답한 경우가 절반을 차지했습니다.

■ 노인에게 불친절한 스마트폰, 활용도 크게 떨어뜨려

자녀 등의 도움을 받아 수많은 건강관리 앱 중에 필요한 것으로 골라 설치해줘도 지속적으로 사용하는 건 쉽지 않습니다.
노인 입장에선 업데이트나 개인 정보 입력 등 앱 사용 절차가 번거롭기 때문입니다. 복잡한 사용 과정을 감수할만큼 효용성을 느끼기 어려워 방치되는 경우도 많습니다.

더욱이 스마트워치 같은 웨어러블 기기 사용률은 노인 중 7%에 불과했으며, 만족도도 매우 낮았습니다.

김 교수는 "(고령의) 사용자가 디지털 기기에서 취합된 데이터를 갖고 어떻게 활용하는가에 대해서 잘 모르거나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는 게 가장 큰 문제" 라며 "웨어러블 기기를 착용하는 것만으로도 자동으로 혈압, 혈당, 수면 등 각종 신체정보가 스마트폰으로 업로드돼 사용자의 불편을 줄이고 건강관리에 실제적인 도움을 주는 모델들이 개발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 디지털 격차 해소 '중요 기능 단순화, 사용 편의성 개선, 효용감 증대'

이어 김 교수는 "고령자에선 다양한 기능보다는 본질적으로 중요한 기능에 집중할 수 있고 단순하게 활용할 수 있는 제품이 효과적"이라며 "사용 편의성을 개선하고 실질적인 도움을 경험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했습니다.

이번 연구는 국제학술지인 대한의학회지(Journal of Korean Medical Science) 최신호에 실렸습니다.

(그래픽: 김홍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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