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 마주치자 서로 당황했죠”…절도범이 잠복차량 문을 연 순간 [취재후]

입력 2024.01.15 (16:14) 수정 2024.01.15 (1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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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약

강원도 춘천 일대의 아파트 주차장을 돌며 차량털이를 하던 절도범이 범행 한 달여 만인 지난해 12월 25일 붙잡혔습니다.

하필이면 절도범을 잡으려고 잠복 중이던 형사들의 차 문을 벌컥 열었다가 잡힌 겁니다.


"문이 열리니까 너무 당황스러웠는데, 일단 손이 나가더라고요"

당시 차 안에 잠복 중이던 건 춘천경찰서 형사과 강력 1팀 정재관 경사. 위의 영상에서 차 문을 열고 내린 바로 그 형사입니다.

정 경사는 지난해 12월 24일 밤, 같은 팀 소속 이상준 경사와 함께 춘천의 한 아파트 지하주차장으로 향했습니다.

"아파트 주차장에 세워둔 차에서 돈이 사라졌다"는 신고가 한 달여간 10건 넘게 접수돼 잠복 근무에 들어간 겁니다.

정 경사와 이 경사는 일부러 사이드미러가 접히지 않은 차를 골라, 맞은편에 차를 댔습니다. 사이드미러가 접히지 않은 차량의 경우 문이 열려 있을 가능성이 있어, 차량털이범의 타깃이 된다는 걸 노린 겁니다.

그런데 얼마 지나지 않아 주차장 저쪽에서부터 전등이 하나씩 켜졌습니다. 주차장 차량을 샅샅이 훑던 남성은 잠복 근무 중인 형사들의 차량으로 다가왔습니다.

이 남성이 차 뒤쪽으로 접근하는가 싶더니, 조수석 문이 벌컥 열렸습니다.

"눈이 마주치니까 서로 당황했죠"

조수석에 앉아있던 정 경사는 당시 상황을 이렇게 기억했습니다. 하지만 당황한 것도 잠시. 정 경사는 반사적으로 손을 뻗어 남성을 움켜 잡았습니다.

한 달 넘게 강력팀 형사들을 괴롭혔던 차량털이범을 붙잡은 순간이었습니다.

처음엔 "왜 이러세요."라며 버티던 절도범은 곧, 체념한 듯 순순히 수갑을 차고 형사들의 차량에 올라탔습니다.


경찰에 붙잡힌 건 일정한 직업이 없던 28살 오 모 씨. 지난해 11월부터 한 달여에 걸쳐 춘천의 아파트를 돌며 최소 15차례에 걸쳐 주차된 차에서 현금 280만 원을 훔친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오 씨는 주차장에서 문이 잠기지 않은 차량만 골라 범행했습니다. 차 문이 잠기지 않으면 사이드미러도 접히지 않는 경우가 대다수란 점을 범행에 이용했다고 했습니다.

정은희 춘천경찰서 형사과장은 "검거 며칠 전 잠복근무를 시작했는데, 우연히도 범인이 잠복 차량이 시정 장치가 되어있지 않은 차량이라고 오인을 해서 문을 여는 바람에 검거가 됐다"고 말했습니다.

차량털이범 오 씨는 빚이 많아서 생활고를 겪다가 범행했다고 진술했다.차량털이범 오 씨는 빚이 많아서 생활고를 겪다가 범행했다고 진술했다.

정재관 경사는 "오 씨의 범행은 전형적인 차량털이 수법"이라며 "외부인 출입 통제가 되는 주차장이라도 주차를 한 뒤 반드시 차를 잠가야 피해를 막을 수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한편, 경찰 조사에서 오 씨는 "빚이 많아 생활고를 겪다 범행을 저질렀다"고 진술했습니다. 다만, 구체적인 범행 횟수나 일시에 대해선 "기억나지 않는다"는 취지로 일관하고 있다고 합니다.

경찰은 오 씨를 상습절도 혐의로 구속하고, 정확한 범행 규모를 수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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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눈 마주치자 서로 당황했죠”…절도범이 잠복차량 문을 연 순간 [취재후]
    • 입력 2024-01-15 16:14:55
    • 수정2024-01-15 17:05:08
    취재후·사건후
강원도 춘천 일대의 아파트 주차장을 돌며 차량털이를 하던 절도범이 범행 한 달여 만인 지난해 12월 25일 붙잡혔습니다.<br /> <br />하필이면 절도범을 잡으려고 잠복 중이던 형사들의 차 문을 벌컥 열었다가 잡힌 겁니다.

"문이 열리니까 너무 당황스러웠는데, 일단 손이 나가더라고요"

당시 차 안에 잠복 중이던 건 춘천경찰서 형사과 강력 1팀 정재관 경사. 위의 영상에서 차 문을 열고 내린 바로 그 형사입니다.

정 경사는 지난해 12월 24일 밤, 같은 팀 소속 이상준 경사와 함께 춘천의 한 아파트 지하주차장으로 향했습니다.

"아파트 주차장에 세워둔 차에서 돈이 사라졌다"는 신고가 한 달여간 10건 넘게 접수돼 잠복 근무에 들어간 겁니다.

정 경사와 이 경사는 일부러 사이드미러가 접히지 않은 차를 골라, 맞은편에 차를 댔습니다. 사이드미러가 접히지 않은 차량의 경우 문이 열려 있을 가능성이 있어, 차량털이범의 타깃이 된다는 걸 노린 겁니다.

그런데 얼마 지나지 않아 주차장 저쪽에서부터 전등이 하나씩 켜졌습니다. 주차장 차량을 샅샅이 훑던 남성은 잠복 근무 중인 형사들의 차량으로 다가왔습니다.

이 남성이 차 뒤쪽으로 접근하는가 싶더니, 조수석 문이 벌컥 열렸습니다.

"눈이 마주치니까 서로 당황했죠"

조수석에 앉아있던 정 경사는 당시 상황을 이렇게 기억했습니다. 하지만 당황한 것도 잠시. 정 경사는 반사적으로 손을 뻗어 남성을 움켜 잡았습니다.

한 달 넘게 강력팀 형사들을 괴롭혔던 차량털이범을 붙잡은 순간이었습니다.

처음엔 "왜 이러세요."라며 버티던 절도범은 곧, 체념한 듯 순순히 수갑을 차고 형사들의 차량에 올라탔습니다.


경찰에 붙잡힌 건 일정한 직업이 없던 28살 오 모 씨. 지난해 11월부터 한 달여에 걸쳐 춘천의 아파트를 돌며 최소 15차례에 걸쳐 주차된 차에서 현금 280만 원을 훔친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오 씨는 주차장에서 문이 잠기지 않은 차량만 골라 범행했습니다. 차 문이 잠기지 않으면 사이드미러도 접히지 않는 경우가 대다수란 점을 범행에 이용했다고 했습니다.

정은희 춘천경찰서 형사과장은 "검거 며칠 전 잠복근무를 시작했는데, 우연히도 범인이 잠복 차량이 시정 장치가 되어있지 않은 차량이라고 오인을 해서 문을 여는 바람에 검거가 됐다"고 말했습니다.

차량털이범 오 씨는 빚이 많아서 생활고를 겪다가 범행했다고 진술했다.
정재관 경사는 "오 씨의 범행은 전형적인 차량털이 수법"이라며 "외부인 출입 통제가 되는 주차장이라도 주차를 한 뒤 반드시 차를 잠가야 피해를 막을 수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한편, 경찰 조사에서 오 씨는 "빚이 많아 생활고를 겪다 범행을 저질렀다"고 진술했습니다. 다만, 구체적인 범행 횟수나 일시에 대해선 "기억나지 않는다"는 취지로 일관하고 있다고 합니다.

경찰은 오 씨를 상습절도 혐의로 구속하고, 정확한 범행 규모를 수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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