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인사이트] 규정대로 멈췄지만 뒷차 ‘빵!’…‘우회전 일시정지’ 1년, 현장은?

입력 2024.01.15 (18:27) 수정 2024.01.15 (18: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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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우회전 차량에 보행자가 치이는 사고가 계속되면서 우회전 일시정지 의무가 확대되도록 지난해 초 법이 바뀌었죠.

1년이 지난 지금은 어떨지, 현장 취재한 이원희 기자와 자세히 이야기 나눠보겠습니다.

이 기자, 현장은 어디를 다녀온건가요?

[기자]

두 군데를 가봤습니다.

먼저 지난해 5월 우회전하던 버스에 치여 8살 조은결 군이 숨졌던 수원의 한 사거리입니다.

당시 영상을 보시면 우회전 신호가 빨간불인데도 버스가 이를 무시하고 우회전해서 사고가 난건데요.

우회전 신호등이 설치된 곳이어서 그런지 저희가 갔을 때도 대부분 차는 신호에 맞게 우회전을 하고 있었습니다.

또 사고 이후에 횡단보도와 일부 보도블록이 노란색으로 눈에 띄게 바뀌어서 운전자들도 한 번 더 주의를 기울일 수 있게 됐습니다.

[앵커]

우회전 신호등이 있는 곳은 거기에 맞게 주행하면 되니까 운전자 입장에서도 쉬울 것 같은데요.

신호등이 없는 다른 곳은 바뀐 규칙이 잘 지켜지고 있습니까?

[기자]

두 번째로 간 교차로가 그런 곳이었는데, 서울에서 우회전 사고가 많은 곳 중 하나로 꼽혔던 영등포구의 한 사거리입니다.

차량이 많아지기 시작하는 퇴근시간대쯤에 가봤는데요.

우회전 차선에서 저희 취재진 차량이 규정에 맞게 멈추려 했더니 뒤에 있던 차들이 이렇게 경적을 울리면서 재촉했습니다.

바뀐 법대로면, 전방 신호가 빨간색일 때 반드시 정지선 앞에서 멈춘 뒤 우회전을 해야 하는데요.

대부분 차가 속도를 줄이지 않고 그대로 지나갔습니다.

[앵커]

운전자들 반응은 어떤가요?

[기자]

제가 만난 시민들 대부분은 바뀐 규칙을 인지하고 지키는 편이라고 말했습니다.

다만, 경우의 수가 많아 헷갈린다는 반응도 있었습니다.

[이한국/서울 서초구 : "(전방 신호가 적색이면 무조건 정지한 다음 가야 하는 것도 알고 계셨나요?) 본 것 같기도 하고 안 본 것 같기도 하고 좀 많이 헷갈리네요."]

[앵커]

1년이 지났지만 아직 일시정지를 안 하고 있다는 건데, 바뀐 규정이 실효성은 있는 건가요?

[기자]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아직 실효성을 판단하기는 이릅니다.

바뀐 법이 적용된 지난해 우회전 교통사고 건수는 시행 전인 2022년과 비교하면 약 14% 줄었지만, 우회전 사고로 인한 사망자 수는 오히려 늘었습니다.

경찰 관계자는 2022년이 코로나로 인해 사망자 수가 급감했던 시기여서 1년 동안의 단순 비교로 판단하기는 어렵다고 전했습니다.

[앵커]

우회전이 특별히 문제가 된 이유는 뭘까요?

[기자]

보행자 안전과 직결되기 때문입니다.

직진이나 좌회전 차량은 신호가 있었기 때문에 사고 예방이 가능했습니다.

그런데 우회전은 별도의 신호가 없었던 탓에 막을 수 있는 사고들도 계속 발생해 온 건데요.

특히 조은결 군 사고처럼 버스나 대형 화물차에 치이는 사고가 잦습니다.

실제로 매년 우회전 사망 사고 가운데 약 40%는 이런 대형 차량에 의해 생기고 있습니다.

[앵커]

대형 차량이 특히 위험한 이유가 있나요?

[기자]

운전석 위치가 일반 승용차들보다 높아서 운전자가 보지 못하는 사각지대가 많이 생깁니다.

실제 버스로 실험해 본 영상을 보면서 설명하겠습니다.

운전석에서 주위를 둘러봐도 사람이나 장애물은 보이지 않는데요.

실제로는 제가 이 앞쪽에 앉아서 무릎을 굽히고 있습니다.

횡단보도를 건너는 어린아이였다면 사고로 이어질 수 있는 겁니다.

일시정지를 하는 게 사고 예방에도 도움이 될지 비교해봤습니다.

차량이 천천히 갈수록 회전반경이 확보돼 안전하게 우회전 할 수 있지만, 속도를 줄이지 않았더니 반경이 좁아지면서 뒷바퀴 근처에 있던 구조물이 바로 차에 치였습니다.

[앵커]

네, 그럼 바뀐 규정 마지막으로 한번 더 짚어주시죠.

[기자]

전방 신호가 빨간불이라면 반드시 멈췄다가 우회전해야 합니다.

녹색불일 때는 그냥 지나가도 되지만, 길을 건너려고 하거나 건너는 사람이 있는 경우엔 멈췄다 출발해야 합니다.

경우의 수가 많아서 복잡하다는 지적도 있는데요.

교통 정책을 결정할때 크게 두 가지 축이 있습니다.

하나는 차량의 원활한 소통이고 다른 하나는 안전입니다.

안전만 생각한다면 전방 신호가 빨간색일 때 우회전도 못 하도록 막으면 됩니다.

실제로 유럽에서도 그렇게 하고 있고요.

그런데 이렇게 하려면 우회전 신호등도 추가로 설치해야 되고, 그동안 우회전을 자유롭게 해온 우리나라 정서를 이른 시일 내에 바꾸기도 어렵습니다.

그래서 소통과 안전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기 위한 절충안으로 나온게 우회전 일시정지 규정입니다.

[하승우/한국교통안전공단 화성교통안전체험교육센터 처장 : "운전자들은 늘 습관적으로 주행(우회전)을 그렇게 해도 큰 문제 없으니까 하는 착각 속에 빠져 있다는 거죠. 절대 자만하지 마시고, 우회전할 때는 보행자가 치일 수 있다는 거 꼭 명심을…."]

전문가들도 잘 모르겠으면 빨간불일 때 일단 멈추는 게 좋다고 조언합니다.

[앵커]

여기까지 듣겠습니다.

사회부 이원희 기자였습니다.

촬영기자:김경민/영상편집:김종선/그래픽:박미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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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4-01-15 18:27:06
    • 수정2024-01-15 18:4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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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회전 차량에 보행자가 치이는 사고가 계속되면서 우회전 일시정지 의무가 확대되도록 지난해 초 법이 바뀌었죠.

1년이 지난 지금은 어떨지, 현장 취재한 이원희 기자와 자세히 이야기 나눠보겠습니다.

이 기자, 현장은 어디를 다녀온건가요?

[기자]

두 군데를 가봤습니다.

먼저 지난해 5월 우회전하던 버스에 치여 8살 조은결 군이 숨졌던 수원의 한 사거리입니다.

당시 영상을 보시면 우회전 신호가 빨간불인데도 버스가 이를 무시하고 우회전해서 사고가 난건데요.

우회전 신호등이 설치된 곳이어서 그런지 저희가 갔을 때도 대부분 차는 신호에 맞게 우회전을 하고 있었습니다.

또 사고 이후에 횡단보도와 일부 보도블록이 노란색으로 눈에 띄게 바뀌어서 운전자들도 한 번 더 주의를 기울일 수 있게 됐습니다.

[앵커]

우회전 신호등이 있는 곳은 거기에 맞게 주행하면 되니까 운전자 입장에서도 쉬울 것 같은데요.

신호등이 없는 다른 곳은 바뀐 규칙이 잘 지켜지고 있습니까?

[기자]

두 번째로 간 교차로가 그런 곳이었는데, 서울에서 우회전 사고가 많은 곳 중 하나로 꼽혔던 영등포구의 한 사거리입니다.

차량이 많아지기 시작하는 퇴근시간대쯤에 가봤는데요.

우회전 차선에서 저희 취재진 차량이 규정에 맞게 멈추려 했더니 뒤에 있던 차들이 이렇게 경적을 울리면서 재촉했습니다.

바뀐 법대로면, 전방 신호가 빨간색일 때 반드시 정지선 앞에서 멈춘 뒤 우회전을 해야 하는데요.

대부분 차가 속도를 줄이지 않고 그대로 지나갔습니다.

[앵커]

운전자들 반응은 어떤가요?

[기자]

제가 만난 시민들 대부분은 바뀐 규칙을 인지하고 지키는 편이라고 말했습니다.

다만, 경우의 수가 많아 헷갈린다는 반응도 있었습니다.

[이한국/서울 서초구 : "(전방 신호가 적색이면 무조건 정지한 다음 가야 하는 것도 알고 계셨나요?) 본 것 같기도 하고 안 본 것 같기도 하고 좀 많이 헷갈리네요."]

[앵커]

1년이 지났지만 아직 일시정지를 안 하고 있다는 건데, 바뀐 규정이 실효성은 있는 건가요?

[기자]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아직 실효성을 판단하기는 이릅니다.

바뀐 법이 적용된 지난해 우회전 교통사고 건수는 시행 전인 2022년과 비교하면 약 14% 줄었지만, 우회전 사고로 인한 사망자 수는 오히려 늘었습니다.

경찰 관계자는 2022년이 코로나로 인해 사망자 수가 급감했던 시기여서 1년 동안의 단순 비교로 판단하기는 어렵다고 전했습니다.

[앵커]

우회전이 특별히 문제가 된 이유는 뭘까요?

[기자]

보행자 안전과 직결되기 때문입니다.

직진이나 좌회전 차량은 신호가 있었기 때문에 사고 예방이 가능했습니다.

그런데 우회전은 별도의 신호가 없었던 탓에 막을 수 있는 사고들도 계속 발생해 온 건데요.

특히 조은결 군 사고처럼 버스나 대형 화물차에 치이는 사고가 잦습니다.

실제로 매년 우회전 사망 사고 가운데 약 40%는 이런 대형 차량에 의해 생기고 있습니다.

[앵커]

대형 차량이 특히 위험한 이유가 있나요?

[기자]

운전석 위치가 일반 승용차들보다 높아서 운전자가 보지 못하는 사각지대가 많이 생깁니다.

실제 버스로 실험해 본 영상을 보면서 설명하겠습니다.

운전석에서 주위를 둘러봐도 사람이나 장애물은 보이지 않는데요.

실제로는 제가 이 앞쪽에 앉아서 무릎을 굽히고 있습니다.

횡단보도를 건너는 어린아이였다면 사고로 이어질 수 있는 겁니다.

일시정지를 하는 게 사고 예방에도 도움이 될지 비교해봤습니다.

차량이 천천히 갈수록 회전반경이 확보돼 안전하게 우회전 할 수 있지만, 속도를 줄이지 않았더니 반경이 좁아지면서 뒷바퀴 근처에 있던 구조물이 바로 차에 치였습니다.

[앵커]

네, 그럼 바뀐 규정 마지막으로 한번 더 짚어주시죠.

[기자]

전방 신호가 빨간불이라면 반드시 멈췄다가 우회전해야 합니다.

녹색불일 때는 그냥 지나가도 되지만, 길을 건너려고 하거나 건너는 사람이 있는 경우엔 멈췄다 출발해야 합니다.

경우의 수가 많아서 복잡하다는 지적도 있는데요.

교통 정책을 결정할때 크게 두 가지 축이 있습니다.

하나는 차량의 원활한 소통이고 다른 하나는 안전입니다.

안전만 생각한다면 전방 신호가 빨간색일 때 우회전도 못 하도록 막으면 됩니다.

실제로 유럽에서도 그렇게 하고 있고요.

그런데 이렇게 하려면 우회전 신호등도 추가로 설치해야 되고, 그동안 우회전을 자유롭게 해온 우리나라 정서를 이른 시일 내에 바꾸기도 어렵습니다.

그래서 소통과 안전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기 위한 절충안으로 나온게 우회전 일시정지 규정입니다.

[하승우/한국교통안전공단 화성교통안전체험교육센터 처장 : "운전자들은 늘 습관적으로 주행(우회전)을 그렇게 해도 큰 문제 없으니까 하는 착각 속에 빠져 있다는 거죠. 절대 자만하지 마시고, 우회전할 때는 보행자가 치일 수 있다는 거 꼭 명심을…."]

전문가들도 잘 모르겠으면 빨간불일 때 일단 멈추는 게 좋다고 조언합니다.

[앵커]

여기까지 듣겠습니다.

사회부 이원희 기자였습니다.

촬영기자:김경민/영상편집:김종선/그래픽:박미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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