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더하기] “수능 다시 봐서 의대 갈래”…‘교단’ 떠나는 젊은 교사들

입력 2024.01.16 (19:33) 수정 2024.01.16 (2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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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에 깊이를 더하는 시간, '뉴스더하기' 박연선입니다.

"교사 1년 차인데, 다시 수능 봐서 치대나 한의대 가는 거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교사 2년 차인데, 의대 정원이 증가해서... 일하면서 수의대 목표로 공부를 병행해 볼까 하는데, 뜬구름 잡는 소릴까요?"

최근 교사 커뮤니티에서 심심찮게 볼 수 있는 글입니다.

교단을 떠나려는 젊은 교사들, 이직 관련 업체가 생기는가 하면 '탈출 성공기'를 담은 브이로그도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한국교육개발원에 따르면, 지난해 전체 초등교사 가운데 20~30대 비율은 43.2%, 10년 전과 비교하면 10% 넘게 낮아졌습니다.

신규채용 규모가 줄어든 탓이 제일 크지만 이렇게 이탈하는 젊은 교사들도 크게 늘었기 때문입니다.

교육 현장의 분위기는 어떨까.

교사들의 이야기를 직접 들어봤습니다.

[대전지역 초등교사/8년 차 : "교사로서의 보람을 느낄 일이 줄어들었고 민원 때문에 어려워하는 게 커요. 그리고 일(행정업무)도 굉장히 많이 늘어났는데, 그에 비해 급여는 적으니 교단을 떠나려고 하는 것 같아요. 실제로도 일하면서 공부를 하는 친구들도 있고요. 수능을 봐서 이번에 한의대에 들어간 동료 교사도 있고요. 사실 저도 교사를 오래 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을 자주 해요."]

[대전지역 초등교사/3년 차 : "이직에 어려움이 있는 교사들은 재테크 공부를 하는 분들도 많이 있어요. 왜 재테크를 하냐고 여쭤보니까 언제 아동학대 신고가 들어올지, (언제) 직장을 잃을지 모른다는 불안감이 한몫을 하는 것 같습니다."]

교육부가 대책을 내놨지만, 실효성이 있을지는 미지수입니다.

이달부터 장기간 동결됐던 담임수당을 50% 이상, 보직교사 수당을 2배 인상키로 했는데, 금액으로 따져보면 월 13만 원이던 담임수당이 20만 원으로 오른 것이어서, 하루로 치면 약 9천 원 가량이 오른 것에 불과합니다.

전문가들은 교사의 전문성을 키워준다는 정부의 의지가 힘을 받기 위해선 인재들이 모일 수 있는 교직시스템의 전면적인 개편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읍니다.

[김성천/한국교원대 교육정책전문대학원 부교수 : "일단은 유능한 인재들이 입직할 수 있도록 국가 차원에서 사회·경제적 처우 개선을 위한 노력을 기울여야 하고요. 현행 교원자격 체계를 보면 2급 정교사, 1급 정교사, 교장과 교감으로 나눠져 있는데 이런 제도들이 수십 년째 변화 없이 이어지고 있거든요. 미래사회에 맞는 자격체계와 승진체계에 대한 변화가 필요합니다."]

교직을 '신의 직장'이라고 부르던 때도 있었지만, 이제는 '극한직업'이라며 자조 섞인 목소리를 내는 교사들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교육현장을 묵묵히 지키는 젊은 교사들이 훨씬 더 많습니다.

지난해, 서이초 사건을 계기로 '교권침해' 사례가 전국 곳곳에서 터져 나오던 그때, 관련 집회를 주도한 교사들도.

정책 TF를 만들어 현장교사들의 목소리를 담은 보고서를 제작해 교육부에 전달한 교사들도 대부분 젊은 교사들이었습니다.

초임 시절, 능력 있고 열정 가득한 교사들이 수직적인 교직 문화와 심각한 교권침해, 비상식적인 민원을 겪을수록 빠르게 지칠 수밖에 없습니다.

공교육의 질은 교사의 질과 동일하다고 하죠.

교사의 꿈이 의사와 변호사, 한의사인 현실.

공교육의 위기를 더욱 키우는 것은 아닐까요?

지금까지 '뉴스더하기' 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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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4-01-16 19:33:56
    • 수정2024-01-16 21:23: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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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에 깊이를 더하는 시간, '뉴스더하기' 박연선입니다.

"교사 1년 차인데, 다시 수능 봐서 치대나 한의대 가는 거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교사 2년 차인데, 의대 정원이 증가해서... 일하면서 수의대 목표로 공부를 병행해 볼까 하는데, 뜬구름 잡는 소릴까요?"

최근 교사 커뮤니티에서 심심찮게 볼 수 있는 글입니다.

교단을 떠나려는 젊은 교사들, 이직 관련 업체가 생기는가 하면 '탈출 성공기'를 담은 브이로그도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한국교육개발원에 따르면, 지난해 전체 초등교사 가운데 20~30대 비율은 43.2%, 10년 전과 비교하면 10% 넘게 낮아졌습니다.

신규채용 규모가 줄어든 탓이 제일 크지만 이렇게 이탈하는 젊은 교사들도 크게 늘었기 때문입니다.

교육 현장의 분위기는 어떨까.

교사들의 이야기를 직접 들어봤습니다.

[대전지역 초등교사/8년 차 : "교사로서의 보람을 느낄 일이 줄어들었고 민원 때문에 어려워하는 게 커요. 그리고 일(행정업무)도 굉장히 많이 늘어났는데, 그에 비해 급여는 적으니 교단을 떠나려고 하는 것 같아요. 실제로도 일하면서 공부를 하는 친구들도 있고요. 수능을 봐서 이번에 한의대에 들어간 동료 교사도 있고요. 사실 저도 교사를 오래 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을 자주 해요."]

[대전지역 초등교사/3년 차 : "이직에 어려움이 있는 교사들은 재테크 공부를 하는 분들도 많이 있어요. 왜 재테크를 하냐고 여쭤보니까 언제 아동학대 신고가 들어올지, (언제) 직장을 잃을지 모른다는 불안감이 한몫을 하는 것 같습니다."]

교육부가 대책을 내놨지만, 실효성이 있을지는 미지수입니다.

이달부터 장기간 동결됐던 담임수당을 50% 이상, 보직교사 수당을 2배 인상키로 했는데, 금액으로 따져보면 월 13만 원이던 담임수당이 20만 원으로 오른 것이어서, 하루로 치면 약 9천 원 가량이 오른 것에 불과합니다.

전문가들은 교사의 전문성을 키워준다는 정부의 의지가 힘을 받기 위해선 인재들이 모일 수 있는 교직시스템의 전면적인 개편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읍니다.

[김성천/한국교원대 교육정책전문대학원 부교수 : "일단은 유능한 인재들이 입직할 수 있도록 국가 차원에서 사회·경제적 처우 개선을 위한 노력을 기울여야 하고요. 현행 교원자격 체계를 보면 2급 정교사, 1급 정교사, 교장과 교감으로 나눠져 있는데 이런 제도들이 수십 년째 변화 없이 이어지고 있거든요. 미래사회에 맞는 자격체계와 승진체계에 대한 변화가 필요합니다."]

교직을 '신의 직장'이라고 부르던 때도 있었지만, 이제는 '극한직업'이라며 자조 섞인 목소리를 내는 교사들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교육현장을 묵묵히 지키는 젊은 교사들이 훨씬 더 많습니다.

지난해, 서이초 사건을 계기로 '교권침해' 사례가 전국 곳곳에서 터져 나오던 그때, 관련 집회를 주도한 교사들도.

정책 TF를 만들어 현장교사들의 목소리를 담은 보고서를 제작해 교육부에 전달한 교사들도 대부분 젊은 교사들이었습니다.

초임 시절, 능력 있고 열정 가득한 교사들이 수직적인 교직 문화와 심각한 교권침해, 비상식적인 민원을 겪을수록 빠르게 지칠 수밖에 없습니다.

공교육의 질은 교사의 질과 동일하다고 하죠.

교사의 꿈이 의사와 변호사, 한의사인 현실.

공교육의 위기를 더욱 키우는 것은 아닐까요?

지금까지 '뉴스더하기' 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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