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봉투 10개 테이블에 올렸다”…송영길 공소장 보니

입력 2024.01.17 (06:00)

읽어주기 기능은 크롬기반의
브라우저에서만 사용하실 수 있습니다.


"조직적·대규모 '정경유착' '금권선거' 범행"

지난 4일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를 재판에 넘긴 검찰은 민주당 전당대회 돈 봉투' 의혹 사건을
이렇게 규정했습니다. 특히 송 전 대표를 범행의 정점이자 최대 수혜자로서 최종적인 책임이 있다는 것을 수차례 강조하기도 했습니다.

■ 당 대표 출마했지만 낙선…공익법인, 정치 외곽후원조직으로 운영 가동

법무부가 국회에 제출한 송 전 대표 공소장에 따르면, 송 전 대표의 후원 조직 '평화와 먹고사는 문제 연구소(먹사연)'가 사적 외곽조직으로 변질된 시점은 2020년 1월쯤입니다.

2018년 8월 민주당 당대표 경선에 출마했던 송 전 대표는 30.7%를 득표해, 42.9%를 얻어 당 대표에 당선된 이해찬 당시 민주당 대표에 밀려 낙선하게 됐습니다.

송 전 대표는 자신의 지원 세력이 약해 낙선했다고 보고, 먹사연을 통해 인적·물적 자원을 확보해 차기 당대표 당선과 정치적 입지 강화를 도모하기로 했다고 보는 게 검찰의 판단입니다.

송 전 대표는 실무진으로부터 후원회원 관리와 조직 기능 강화 방안을 보고받는 등 2019년 11월 당 대표 경선을 본격적으로 준비하기에 앞서 먹사연을 전면 개편하는 활동을 펼칩니다.

이를 위해 당시 사무국장을 사임시키고, 소장으로 부임할 예정이었던 이 모 씨 취임 한 달 전부터 ‘친문(친문재인)’ 네트워크가 있는 전문가를 상근 인력으로 고용할 필요가 있다는 등의 운영 방향에 대해 논의합니다.

먹사연은 이 씨가 취임한 이후인 2020년 3월 송 전 대표의 당대표 경선을 지원하는 '기획안'을 꾸리기도 합니다. 먹사연의 업무영역을 △(조직)사랑방 △정책네트워크 및 킬러 콘텐츠 개발 △
SNS 및 메시지 △후원회원 관리 등 4가지로 구분해, 조직 기능 강화를 통해 송 전 대표에 대한 지지도를 규합하고, 당대표 경선에 필요한 공약과 정책개발 추진 등 향후 업무 비전에 대한 골격이 등장한 겁니다.

앞서 송 전 대표가 "먹사연은 정책 싱크탱크일 뿐"이라고 주장한 내용에 배치되는 대목입니다.



■ 고향 후배, 지역구 병원장, 기업인까지…지연·학연 인맥으로 자금 끌어모아

송 전 대표 공소장에선 먹사연의 정치자금 모집을 위해 송 전 대표와 특별한 친분 관계가 없는 고향 후배, 지역구 병원장, 동문 출신 재력가나 기업인들을 통해 억대 후원금을 끌어모은 정황도 담겨 있습니다.

검찰은 먹사연을 통해 기부를 이끌어내는 과정에 먹사연 회계담당자인 박 모 씨의 역할이 컸다고 봤습니다. 박 씨는 송 전 대표와 동문 재력가, 기업인 간의 식사 자리를 마련해 먹사연 후원금을 요청했습니다.

대표적으로 송 전 대표의 광주 대동고 8년 후배이자 경남 창원의 건설업체 대표인 A 씨는 2019년 12월 한 포럼 창립총회에서 처음 송 전 대표를 만난 뒤 기부를 권유받고 이듬해 현금 1억 원의 정치자금을 기부했습니다.

송 전 대표의 광주 대동고 4년 후배로, 인천 계양구에서 화장품 부자재 제조업체 대표인 B 씨 역시 박 씨로부터 먹사연 후원금을 요청받자, 다음해 4월 1억 원의 후원금을 송금했습니다.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정책이 한창일 당시에도 '탈원전 반대' 기조를 명분으로 원자력업체에 후원금을 받은 정황도 드러났습니다. 먹사연은 2020년 원자력발전 설비 제조업체로부터 모두 7,500만 원을 기부받기도 했습니다.

박 씨 등은 “송 전 대표가 정부의 완전한 탈원전 정책에는 반대하면서 현행 유지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갖고 있다"면서 "송 전 대표를 적극적으로 지원해 줄 필요가 있을 것 같다”며 먹사연 기부를 권유하자 업체 대표 C 씨는 5,000만 원을 먹사연에 송금했습니다.

하지만 다음 달 송 전 대표 측으로부터 “먹사연에 돈이 많이 든다”는 취지의 말을 듣게 되자, C 씨는 추가로 2,500만 원을 송금하기도 했습니다.

송 전 대표는 자신의 지역구 병원장에게 기부금을 유치 받고 총선 공약에 포함 시키기도 했습니다. 송 전 대표와 특별한 친분 관계가 없던 병원장 D 씨는 송 전 대표에게 종합병원 신설 계획을 말하며 먹사연에 모두 1억 300만 원의 후원금을 기부하자, 송 전 대표는 자신의 총선 공약에 '계양구 종합병원 유치' 계획을 포함 시켰습니다.

검찰은 먹사연 기부금 가운데 7억 6,300만 원이 불법정치자금이라고 보고, 송 전 대표와 박씨가 "(송 전 대표를) 지지하는 '먹사연 고문'이나 '지역 특별 보좌관'에게도 주변 사람들에게 권유해 먹사연 후원금을 모집해줄 것을 요청하기도 했다"고 공소장에 적시했습니다.



■ "잘 전달하겠습니다"…윤관석, 송영길 앞에서 돈 봉투 10개 테이블에 올려

검찰은 1차로 돈 봉투 10개가 살포된 2021년 4월 28일 저녁 무소속 윤관석 의원이 송 전 대표를 찾아가 추가로 살포할 돈 봉투 10개를 보여준 정황도 공소장에 적시했습니다.

이날 오전 국회에서 윤 의원은 송 전 대표를 지지하는 '국회의원 모임' 참석자들에게 300만 원씩 든 돈 봉투 10개를 모두 제공했지만, 애초 제공하려고 계획했던 국회의원 중 일부가 불참해 돈 봉투를 받지 못한 상황이 발생했습니다.

이에 송 전 대표의 최측근으로 경선캠프의 부외 선거자금을 총괄한 박용수 전 보좌관이 300만 원씩 든 봉투 10개를 준비해 종이봉투에 담은 뒤 이정근 전 민주당 사무부총장에게 전했고, 이후 경선캠프 사무실에서 윤 의원에게 전달됐다고 검찰은 보고 있습니다.

추가 자금을 마련한 윤 의원은 같은 건물 후보 사무실에 있던 송 전 대표를 만나 돈 봉투 10개가 담긴 종이봉투를 테이블에 올려놓고 “의원들에게 잘 전달하겠다”는 취지로 대화를 나눴다는 내용이 공소장에 적시되어 있습니다.

검찰은 이런 정황 등을 토대로 송 전 대표가 경선캠프 조직본부 관계자들 사이에 '부외 선거자금'을 조성하고 이를 활용해 국회의원들에게 현금을 제공하는 방안을 보고받고 승인한 것으로도 보고 있습니다.

특히 강래구 전 한국수자원공사 상임감사위원 등으로부터 지역본부장 등에게 금품을 나눠준 사실을 보고하자 송 전 대표가 잘했다고 칭찬하기도 했다는 진술을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 송 전 대표 측 "검찰의 명백한 정치적·별건 수사"

하지만 송 전 대표 측은 수사 초기부터 기소 시점까지 검찰이 정치적 수사, 별건 수사를 벌이고 있다는 입장입니다.

송 전 대표는 지난달 26일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에서 "먹사연 비용 중 제가 개인적으로 가져간 것은 한 푼도 없고 거기서 꽃 하나 화한 하나 보낸 것도 없다"고 주장했습니다. 돈봉투 살포 의혹 역시 "아는 게 없다"는 입장을 고수해 왔습니다.

■ 제보하기
▷ 카카오톡 : 'KBS제보' 검색, 채널 추가
▷ 전화 : 02-781-1234, 4444
▷ 이메일 : kbs1234@kbs.co.kr
▷ 유튜브, 네이버, 카카오에서도 KBS뉴스를 구독해주세요!


  • “돈 봉투 10개 테이블에 올렸다”…송영길 공소장 보니
    • 입력 2024-01-17 06:00:09
    심층K

"조직적·대규모 '정경유착' '금권선거' 범행"

지난 4일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를 재판에 넘긴 검찰은 민주당 전당대회 돈 봉투' 의혹 사건을
이렇게 규정했습니다. 특히 송 전 대표를 범행의 정점이자 최대 수혜자로서 최종적인 책임이 있다는 것을 수차례 강조하기도 했습니다.

■ 당 대표 출마했지만 낙선…공익법인, 정치 외곽후원조직으로 운영 가동

법무부가 국회에 제출한 송 전 대표 공소장에 따르면, 송 전 대표의 후원 조직 '평화와 먹고사는 문제 연구소(먹사연)'가 사적 외곽조직으로 변질된 시점은 2020년 1월쯤입니다.

2018년 8월 민주당 당대표 경선에 출마했던 송 전 대표는 30.7%를 득표해, 42.9%를 얻어 당 대표에 당선된 이해찬 당시 민주당 대표에 밀려 낙선하게 됐습니다.

송 전 대표는 자신의 지원 세력이 약해 낙선했다고 보고, 먹사연을 통해 인적·물적 자원을 확보해 차기 당대표 당선과 정치적 입지 강화를 도모하기로 했다고 보는 게 검찰의 판단입니다.

송 전 대표는 실무진으로부터 후원회원 관리와 조직 기능 강화 방안을 보고받는 등 2019년 11월 당 대표 경선을 본격적으로 준비하기에 앞서 먹사연을 전면 개편하는 활동을 펼칩니다.

이를 위해 당시 사무국장을 사임시키고, 소장으로 부임할 예정이었던 이 모 씨 취임 한 달 전부터 ‘친문(친문재인)’ 네트워크가 있는 전문가를 상근 인력으로 고용할 필요가 있다는 등의 운영 방향에 대해 논의합니다.

먹사연은 이 씨가 취임한 이후인 2020년 3월 송 전 대표의 당대표 경선을 지원하는 '기획안'을 꾸리기도 합니다. 먹사연의 업무영역을 △(조직)사랑방 △정책네트워크 및 킬러 콘텐츠 개발 △
SNS 및 메시지 △후원회원 관리 등 4가지로 구분해, 조직 기능 강화를 통해 송 전 대표에 대한 지지도를 규합하고, 당대표 경선에 필요한 공약과 정책개발 추진 등 향후 업무 비전에 대한 골격이 등장한 겁니다.

앞서 송 전 대표가 "먹사연은 정책 싱크탱크일 뿐"이라고 주장한 내용에 배치되는 대목입니다.



■ 고향 후배, 지역구 병원장, 기업인까지…지연·학연 인맥으로 자금 끌어모아

송 전 대표 공소장에선 먹사연의 정치자금 모집을 위해 송 전 대표와 특별한 친분 관계가 없는 고향 후배, 지역구 병원장, 동문 출신 재력가나 기업인들을 통해 억대 후원금을 끌어모은 정황도 담겨 있습니다.

검찰은 먹사연을 통해 기부를 이끌어내는 과정에 먹사연 회계담당자인 박 모 씨의 역할이 컸다고 봤습니다. 박 씨는 송 전 대표와 동문 재력가, 기업인 간의 식사 자리를 마련해 먹사연 후원금을 요청했습니다.

대표적으로 송 전 대표의 광주 대동고 8년 후배이자 경남 창원의 건설업체 대표인 A 씨는 2019년 12월 한 포럼 창립총회에서 처음 송 전 대표를 만난 뒤 기부를 권유받고 이듬해 현금 1억 원의 정치자금을 기부했습니다.

송 전 대표의 광주 대동고 4년 후배로, 인천 계양구에서 화장품 부자재 제조업체 대표인 B 씨 역시 박 씨로부터 먹사연 후원금을 요청받자, 다음해 4월 1억 원의 후원금을 송금했습니다.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정책이 한창일 당시에도 '탈원전 반대' 기조를 명분으로 원자력업체에 후원금을 받은 정황도 드러났습니다. 먹사연은 2020년 원자력발전 설비 제조업체로부터 모두 7,500만 원을 기부받기도 했습니다.

박 씨 등은 “송 전 대표가 정부의 완전한 탈원전 정책에는 반대하면서 현행 유지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갖고 있다"면서 "송 전 대표를 적극적으로 지원해 줄 필요가 있을 것 같다”며 먹사연 기부를 권유하자 업체 대표 C 씨는 5,000만 원을 먹사연에 송금했습니다.

하지만 다음 달 송 전 대표 측으로부터 “먹사연에 돈이 많이 든다”는 취지의 말을 듣게 되자, C 씨는 추가로 2,500만 원을 송금하기도 했습니다.

송 전 대표는 자신의 지역구 병원장에게 기부금을 유치 받고 총선 공약에 포함 시키기도 했습니다. 송 전 대표와 특별한 친분 관계가 없던 병원장 D 씨는 송 전 대표에게 종합병원 신설 계획을 말하며 먹사연에 모두 1억 300만 원의 후원금을 기부하자, 송 전 대표는 자신의 총선 공약에 '계양구 종합병원 유치' 계획을 포함 시켰습니다.

검찰은 먹사연 기부금 가운데 7억 6,300만 원이 불법정치자금이라고 보고, 송 전 대표와 박씨가 "(송 전 대표를) 지지하는 '먹사연 고문'이나 '지역 특별 보좌관'에게도 주변 사람들에게 권유해 먹사연 후원금을 모집해줄 것을 요청하기도 했다"고 공소장에 적시했습니다.



■ "잘 전달하겠습니다"…윤관석, 송영길 앞에서 돈 봉투 10개 테이블에 올려

검찰은 1차로 돈 봉투 10개가 살포된 2021년 4월 28일 저녁 무소속 윤관석 의원이 송 전 대표를 찾아가 추가로 살포할 돈 봉투 10개를 보여준 정황도 공소장에 적시했습니다.

이날 오전 국회에서 윤 의원은 송 전 대표를 지지하는 '국회의원 모임' 참석자들에게 300만 원씩 든 돈 봉투 10개를 모두 제공했지만, 애초 제공하려고 계획했던 국회의원 중 일부가 불참해 돈 봉투를 받지 못한 상황이 발생했습니다.

이에 송 전 대표의 최측근으로 경선캠프의 부외 선거자금을 총괄한 박용수 전 보좌관이 300만 원씩 든 봉투 10개를 준비해 종이봉투에 담은 뒤 이정근 전 민주당 사무부총장에게 전했고, 이후 경선캠프 사무실에서 윤 의원에게 전달됐다고 검찰은 보고 있습니다.

추가 자금을 마련한 윤 의원은 같은 건물 후보 사무실에 있던 송 전 대표를 만나 돈 봉투 10개가 담긴 종이봉투를 테이블에 올려놓고 “의원들에게 잘 전달하겠다”는 취지로 대화를 나눴다는 내용이 공소장에 적시되어 있습니다.

검찰은 이런 정황 등을 토대로 송 전 대표가 경선캠프 조직본부 관계자들 사이에 '부외 선거자금'을 조성하고 이를 활용해 국회의원들에게 현금을 제공하는 방안을 보고받고 승인한 것으로도 보고 있습니다.

특히 강래구 전 한국수자원공사 상임감사위원 등으로부터 지역본부장 등에게 금품을 나눠준 사실을 보고하자 송 전 대표가 잘했다고 칭찬하기도 했다는 진술을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 송 전 대표 측 "검찰의 명백한 정치적·별건 수사"

하지만 송 전 대표 측은 수사 초기부터 기소 시점까지 검찰이 정치적 수사, 별건 수사를 벌이고 있다는 입장입니다.

송 전 대표는 지난달 26일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에서 "먹사연 비용 중 제가 개인적으로 가져간 것은 한 푼도 없고 거기서 꽃 하나 화한 하나 보낸 것도 없다"고 주장했습니다. 돈봉투 살포 의혹 역시 "아는 게 없다"는 입장을 고수해 왔습니다.

이 기사가 좋으셨다면

오늘의 핫 클릭

실시간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 뉴스

이 기사에 대한 의견을 남겨주세요.

수신료 수신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