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아빠가 구청장인데…” 150억 원대 사기 행각의 끝은?

입력 2024.01.17 (1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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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약

부산의 한 전직 구청장 딸인 40대 여성이 어제(16일) 구속됐습니다. 이 여성은 150억 원대 투자 사기를 벌여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사기 혐의를 받고 있습니다. 이 여성을 '구청장 딸'로 소개한 데는 이유가 있습니다. 투자금을 끌어모으면서 자신을 '구청장 딸'로 소개하고 다녔기 때문입니다. 사기 피해 규모는 갈수록 늘고 있는데 이 여성은 피해자를 주거침입으로 신고하거나 보복 협박을 하는 등 적반하장 태도를 보여 피해자들이 분통을 터뜨리고 있습니다.


■ 동창부터 아르바이트생, SNS 친구까지 '스치면 사기'

이번 사기 사건은 지난달 22일 피해자 4명이 부산 남부경찰서에 고소장을 접수하면서 세상에 알려졌습니다.

쓰고 난 술병 등을 세척해 다시 납품하는 사업에 투자하면 일정 비율의 수익금을 주겠다는 말에 투자했는데, 몇 차례 들어오던 수익금이 어느 순간 끊기더니 아예 연락이 닿지 않는다는 거였습니다.

경찰에 신고한 피해자는 현재까지 20명으로 늘어났고 이들이 주장하는 피해 금액은 모두 합해 150억 원이 넘습니다.

언론 인터뷰에 나선 피해자들언론 인터뷰에 나선 피해자들

피해자는 대부분 여성입니다. 연령대는 20대부터 60대까지였습니다.

'구청장 딸'을 알게 된 경로도 다양했습니다. 가게 주인과 아르바이트생 관계로 만나기도, SNS를 통해 서로를 알게 되기도 했습니다. 고등학교 동창이거나 유학 시절 사귄 지인들도 있습니다.

최근에는 자신이 고용한 고령의 가사 도우미에게 수천만 원의 투자금을 받아 챙긴 사실까지 알려졌는데 피해자들은 "그야말로 스쳐 지나간 모든 사람에게 사기를 친 수준"이라며 분통을 터뜨렸습니다.

■ '진짜' 구청장 딸의 투자 권유…피해자들, 몇 년씩 친분 쌓고 지내

이 여성의 사기 행각은 아버지가 구청장으로 재임하던 2016년부터 시작됐습니다.

대다수 사기 사건에서 범죄자들은 피해자들의 신뢰를 얻기 위해 거짓말로 자신의 지위를 포장하는데 이 여성은 '진짜' 구청장 아버지를 내세웠습니다. 게다가 남편이 국립대 교수로 일하고 있다는 사실도 피해자들에게 은근슬쩍 알렸습니다.

피해자들은 "SNS에 아들 사진까지 여러 장 공개했다. 신분이 확실해 사기를 칠 거로 생각하지 못했다"고 말했습니다.

더욱이 피해자들은 이 여성과 길게는 몇 년씩 친분을 쌓은 사이였습니다. 평범한 아는 언니, 동생 사이로 지내며 밥도 먹고 여행도 다녔다고 합니다.

공병을 납품받을 주류 회사로 소개하며 피해자들에게 보여준 사진공병을 납품받을 주류 회사로 소개하며 피해자들에게 보여준 사진

그러다가 이 여성이 어느 날 갑자기 돈을 불리는 방법을 알려주겠다는 식으로 투자를 권유했다고 합니다. 공병을 세척할 공장과 공병을 제공할 주류 회사 사진을 보여주고, 관계자들과 나눈 메시지까지 직접 보여줬습니다.

피해자들은 돈을 벌고 싶은 마음도 있었지만, 친한 지인의 끈질긴 투자 요구를 차마 뿌리치지 못했다고 합니다.

■ 생존 부모까지 고인(故人) 만들며 거짓말…결국 들통난 사기

처음에는 먼저 연락을 하지 않아도 날짜에 맞춰 입금된 수익금이 어느 순간 밀리기 시작했습니다.

핑계도 다양했습니다. '원래 겨울에는 공병 수거가 잘 안 된다'거나 '불꽃 축제, 수능 시즌이 되면 곧 물량이 많아지니 기다려달라.'고 둘러댔습니다.

피해자들의 항의가 이어지자 나중에는 '어머니가 갑자기 쓰러져 응급실에 왔다'는 등 주로 부모님에게 일이생겼다고 했다는데 심한 경우 부모님이 돌아가셨다고까지 거짓말을 했습니다. 피해자들은 "피해자마다 여성의 부모님 생사 여부를 각기 다르게 알고 있을 정도"라며 혀를 내둘렀습니다.

40대 여성이 거래처인 주류회사로부터 받았다며 피해자들에게 보여준 메시지40대 여성이 거래처인 주류회사로부터 받았다며 피해자들에게 보여준 메시지

계속된 변명에 의심을 한 일부 피해자는 공병 세척 공장에 직접 전화를 걸었습니다. 공장 관계자는 40대 여성의 이름도, 공병 세척 사실도 모르는 일이라고 했다고 합니다. 피해자들은 그제야 사기라는 걸 깨닫고 경찰에 고소했습니다.

이 여성은 전화기를 꺼둔 채 피해자와 경찰 전화를 모두 피했는데요. 취재진은 지난 11일 이 여성과 어렵게 통화 연결에 성공했습니다.

여성은 "투자금을 변제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면서도 공병 세척 공장은 운영하고 있지 않다고 밝혔는데요. 최근 경찰에 체포된 이 여성은 제기된 혐의를 모두 인정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사건을 수사 중인 부산 남부경찰서사건을 수사 중인 부산 남부경찰서

■ 투자금 돌려받을 수 있을지 '막막'…기망당한 세월에 '분통'

여성이 경찰에 붙잡힌 건 고소장이 처음 접수된 지 23일 만입니다. 경찰은 이 여성과 계속 연락이 닿지 않자 구속영장을 발부받아 체포했습니다.

한 피해자는 "매일 정신과 약을 먹어야 할 정도로 하루 하루를 힘들게 버티고 있는데, 정작 사기를 저지른 여성은 자유롭게 다니는 모습을 보는 게 견디기 힘들었다"고 했습니다.

무엇보다도 피해자들은 그동안 여성이 투자금으로 받아 챙긴 돈을 차명으로 돌려두는 등 빼돌리지 않았을지 걱정이 큽니다. 한 피해자는 "그 여성은 평소 명품을 많이 두르고 다녔는데 중고로 내다 팔고 있다는 소문이 들린다. 현금으로 만들어서 돈을 숨기면 찾을 방법이 없지 않느냐"고 답답해했습니다.

실제 피해자들이 민사 소송을 제기한다고 하더라도 돈을 온전히 돌려받는다는 보장은 없습니다. 여성의 재산이 파악된다면 가압류나 가처분 등 보전 처분을 진행해 돈을 숨기거나 써버리지 않도록 묶어둘 수 있지만, 은닉된 재산은 수사기관에서도 찾아내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피해자들은 금전적 피해도 크지만, 친하게 지낸 지인으로부터 오랜 세월을 기망당했다는 사실에도 분통을 터뜨리고 있습니다. 지나간 시간을 되돌릴 수는 없지만, 피해자들은 여성이 정당한 죗값이라도 치르길 간절히 바라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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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4-01-17 10:0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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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rong>부산의 한 전직 구청장 딸인 40대 여성이 어제(16일) 구속됐습니다. 이 여성은 150억 원대 투자 사기를 벌여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사기 혐의를 받고 있습니다. 이 여성을 '구청장 딸'로 소개한 데는 이유가 있습니다. 투자금을 끌어모으면서 자신을 '구청장 딸'로 소개하고 다녔기 때문입니다. 사기 피해 규모는 갈수록 늘고 있는데 이 여성은 피해자를 주거침입으로 신고하거나 보복 협박을 하는 등 적반하장 태도를 보여 피해자들이 분통을 터뜨리고 있습니다.</strong><br />

■ 동창부터 아르바이트생, SNS 친구까지 '스치면 사기'

이번 사기 사건은 지난달 22일 피해자 4명이 부산 남부경찰서에 고소장을 접수하면서 세상에 알려졌습니다.

쓰고 난 술병 등을 세척해 다시 납품하는 사업에 투자하면 일정 비율의 수익금을 주겠다는 말에 투자했는데, 몇 차례 들어오던 수익금이 어느 순간 끊기더니 아예 연락이 닿지 않는다는 거였습니다.

경찰에 신고한 피해자는 현재까지 20명으로 늘어났고 이들이 주장하는 피해 금액은 모두 합해 150억 원이 넘습니다.

언론 인터뷰에 나선 피해자들
피해자는 대부분 여성입니다. 연령대는 20대부터 60대까지였습니다.

'구청장 딸'을 알게 된 경로도 다양했습니다. 가게 주인과 아르바이트생 관계로 만나기도, SNS를 통해 서로를 알게 되기도 했습니다. 고등학교 동창이거나 유학 시절 사귄 지인들도 있습니다.

최근에는 자신이 고용한 고령의 가사 도우미에게 수천만 원의 투자금을 받아 챙긴 사실까지 알려졌는데 피해자들은 "그야말로 스쳐 지나간 모든 사람에게 사기를 친 수준"이라며 분통을 터뜨렸습니다.

■ '진짜' 구청장 딸의 투자 권유…피해자들, 몇 년씩 친분 쌓고 지내

이 여성의 사기 행각은 아버지가 구청장으로 재임하던 2016년부터 시작됐습니다.

대다수 사기 사건에서 범죄자들은 피해자들의 신뢰를 얻기 위해 거짓말로 자신의 지위를 포장하는데 이 여성은 '진짜' 구청장 아버지를 내세웠습니다. 게다가 남편이 국립대 교수로 일하고 있다는 사실도 피해자들에게 은근슬쩍 알렸습니다.

피해자들은 "SNS에 아들 사진까지 여러 장 공개했다. 신분이 확실해 사기를 칠 거로 생각하지 못했다"고 말했습니다.

더욱이 피해자들은 이 여성과 길게는 몇 년씩 친분을 쌓은 사이였습니다. 평범한 아는 언니, 동생 사이로 지내며 밥도 먹고 여행도 다녔다고 합니다.

공병을 납품받을 주류 회사로 소개하며 피해자들에게 보여준 사진
그러다가 이 여성이 어느 날 갑자기 돈을 불리는 방법을 알려주겠다는 식으로 투자를 권유했다고 합니다. 공병을 세척할 공장과 공병을 제공할 주류 회사 사진을 보여주고, 관계자들과 나눈 메시지까지 직접 보여줬습니다.

피해자들은 돈을 벌고 싶은 마음도 있었지만, 친한 지인의 끈질긴 투자 요구를 차마 뿌리치지 못했다고 합니다.

■ 생존 부모까지 고인(故人) 만들며 거짓말…결국 들통난 사기

처음에는 먼저 연락을 하지 않아도 날짜에 맞춰 입금된 수익금이 어느 순간 밀리기 시작했습니다.

핑계도 다양했습니다. '원래 겨울에는 공병 수거가 잘 안 된다'거나 '불꽃 축제, 수능 시즌이 되면 곧 물량이 많아지니 기다려달라.'고 둘러댔습니다.

피해자들의 항의가 이어지자 나중에는 '어머니가 갑자기 쓰러져 응급실에 왔다'는 등 주로 부모님에게 일이생겼다고 했다는데 심한 경우 부모님이 돌아가셨다고까지 거짓말을 했습니다. 피해자들은 "피해자마다 여성의 부모님 생사 여부를 각기 다르게 알고 있을 정도"라며 혀를 내둘렀습니다.

40대 여성이 거래처인 주류회사로부터 받았다며 피해자들에게 보여준 메시지
계속된 변명에 의심을 한 일부 피해자는 공병 세척 공장에 직접 전화를 걸었습니다. 공장 관계자는 40대 여성의 이름도, 공병 세척 사실도 모르는 일이라고 했다고 합니다. 피해자들은 그제야 사기라는 걸 깨닫고 경찰에 고소했습니다.

이 여성은 전화기를 꺼둔 채 피해자와 경찰 전화를 모두 피했는데요. 취재진은 지난 11일 이 여성과 어렵게 통화 연결에 성공했습니다.

여성은 "투자금을 변제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면서도 공병 세척 공장은 운영하고 있지 않다고 밝혔는데요. 최근 경찰에 체포된 이 여성은 제기된 혐의를 모두 인정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사건을 수사 중인 부산 남부경찰서
■ 투자금 돌려받을 수 있을지 '막막'…기망당한 세월에 '분통'

여성이 경찰에 붙잡힌 건 고소장이 처음 접수된 지 23일 만입니다. 경찰은 이 여성과 계속 연락이 닿지 않자 구속영장을 발부받아 체포했습니다.

한 피해자는 "매일 정신과 약을 먹어야 할 정도로 하루 하루를 힘들게 버티고 있는데, 정작 사기를 저지른 여성은 자유롭게 다니는 모습을 보는 게 견디기 힘들었다"고 했습니다.

무엇보다도 피해자들은 그동안 여성이 투자금으로 받아 챙긴 돈을 차명으로 돌려두는 등 빼돌리지 않았을지 걱정이 큽니다. 한 피해자는 "그 여성은 평소 명품을 많이 두르고 다녔는데 중고로 내다 팔고 있다는 소문이 들린다. 현금으로 만들어서 돈을 숨기면 찾을 방법이 없지 않느냐"고 답답해했습니다.

실제 피해자들이 민사 소송을 제기한다고 하더라도 돈을 온전히 돌려받는다는 보장은 없습니다. 여성의 재산이 파악된다면 가압류나 가처분 등 보전 처분을 진행해 돈을 숨기거나 써버리지 않도록 묶어둘 수 있지만, 은닉된 재산은 수사기관에서도 찾아내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피해자들은 금전적 피해도 크지만, 친하게 지낸 지인으로부터 오랜 세월을 기망당했다는 사실에도 분통을 터뜨리고 있습니다. 지나간 시간을 되돌릴 수는 없지만, 피해자들은 여성이 정당한 죗값이라도 치르길 간절히 바라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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