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화 현장 뛰어든 이웃들…“용기에 감사, 천만다행”

입력 2024.01.17 (18:00) 수정 2024.01.17 (18:51)

읽어주기 기능은 크롬기반의
브라우저에서만 사용하실 수 있습니다.

■ 오토바이 훔치려다 방화… 10대 방화범 "불장난하고 싶었다."

지난 10일 새벽, 충남 서천의 한 단독주택에 불이 났습니다.

CCTV에는 한 남성이 오토바이를 훔치려다 뜻대로 되지 않자 불을 지르고, 30분 넘게 불이 옮겨 붙는 것을 지켜보다 유유히 떠나는 모습이 찍혔습니다.

삽시간에 불이 번져 목조 기둥이 주저앉았고, 집 주변은 폭격을 맞은 듯 잿더미가 됐습니다.
40여 분 만에 불은 꺼졌지만, 이미 집 절반이 무너져 내렸습니다.

이 불로 치매를 앓는 90대 노모와 폐섬유증 등 희귀 병을 앓는 60대 아들은 삶의 터전을 잃었습니다.

경찰은 화재 17시간 만에 방화범을 체포했습니다. 이웃 마을에 사는 16살 청소년이었습니다.
방화범은 경찰에 "불장난을 하고 싶었다"고 진술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 터전 잃었지만 '삶'은 지킨 모자… "이웃 용기에 감사…. 천만다행"

삶의 '터전'은 잃었지만, 90대 노모와 60대 아들이 '삶'을 이어갈 수 있던 건 거센 불길을 무릅쓰고 구조에 나선 이웃들 덕이었습니다.

방화 피해자인 최병호 씨의 이웃 이석구 씨는 불이 활활 타오르던 10일 새벽 3시 56분, 최 씨의 도움 요청에
'사람을 구해야겠다'는 마음 하나로 불길에 뛰어들었습니다.

평소 왕래가 잦아 사정을 뻔히 아는 이 씨는 최 씨를 도와 치매를 앓는 90대 노모를 먼저 구하고,
불이 본채로 번지지 않도록 소방대가 오기 전까지 계속해서 물을 끼얹으며 불을 잡으려고 했습니다.

마침 직장에서 일을 마치고 퇴근하던 또 다른 이웃 주민 이 모 씨도 이들을 도와 노모를 구하고는
주변에 세워져 있던 LPG 차량을 이동시키는 등 추가 피해를 막았습니다.

이들의 선행은, 10대 청소년의 범행 확인에 결정적인 증거가 된 방범 CCTV에 고스란히 담겼습니다. 당시에는 범행에 초점이 맞춰져 주목받지 못했지만, 상황이 어느 정도 정리되고 나자 이웃 사이에서 의로운 행동으로 회자 되고 있습니다.

이석구 씨는 취재진에 "아무 생각 없었다. 그냥, 그냥 사람을 구해야 한다는 생각 때문에
들어간 것"이라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습니다.

이어 "저 친구가 어려우니까 최대한 소방대 오기 전에 본채에는 불이 안 붙게 하려고,
돈도 없고 어려운 친구니까. 이렇게 생각했다"며, "그 순간에는 누구나 그렇듯이
그런(위험하다는) 생각을 않게 되더라. 불 끄는 데만 집중했다."라고 말했습니다.

현재 마을회관을 임시 거처로 두고 이웃 주민들과 여러 기관의 도움을 받고 있는 최병호 씨는
"사람을 구하려면 보통 마음으로는 어렵다"며, "고마운 일이고 그 덕에 사람이 다치지 않고 무사히
넘어가서 천만다행이라고 생각한다"고 거듭 감사함을 표했습니다.

■ 제보하기
▷ 카카오톡 : 'KBS제보' 검색, 채널 추가
▷ 전화 : 02-781-1234, 4444
▷ 이메일 : kbs1234@kbs.co.kr
▷ 유튜브, 네이버, 카카오에서도 KBS뉴스를 구독해주세요!


  • 방화 현장 뛰어든 이웃들…“용기에 감사, 천만다행”
    • 입력 2024-01-17 18:00:45
    • 수정2024-01-17 18:51:08
    심층K
■ 오토바이 훔치려다 방화… 10대 방화범 "불장난하고 싶었다."

지난 10일 새벽, 충남 서천의 한 단독주택에 불이 났습니다.

CCTV에는 한 남성이 오토바이를 훔치려다 뜻대로 되지 않자 불을 지르고, 30분 넘게 불이 옮겨 붙는 것을 지켜보다 유유히 떠나는 모습이 찍혔습니다.

삽시간에 불이 번져 목조 기둥이 주저앉았고, 집 주변은 폭격을 맞은 듯 잿더미가 됐습니다.
40여 분 만에 불은 꺼졌지만, 이미 집 절반이 무너져 내렸습니다.

이 불로 치매를 앓는 90대 노모와 폐섬유증 등 희귀 병을 앓는 60대 아들은 삶의 터전을 잃었습니다.

경찰은 화재 17시간 만에 방화범을 체포했습니다. 이웃 마을에 사는 16살 청소년이었습니다.
방화범은 경찰에 "불장난을 하고 싶었다"고 진술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 터전 잃었지만 '삶'은 지킨 모자… "이웃 용기에 감사…. 천만다행"

삶의 '터전'은 잃었지만, 90대 노모와 60대 아들이 '삶'을 이어갈 수 있던 건 거센 불길을 무릅쓰고 구조에 나선 이웃들 덕이었습니다.

방화 피해자인 최병호 씨의 이웃 이석구 씨는 불이 활활 타오르던 10일 새벽 3시 56분, 최 씨의 도움 요청에
'사람을 구해야겠다'는 마음 하나로 불길에 뛰어들었습니다.

평소 왕래가 잦아 사정을 뻔히 아는 이 씨는 최 씨를 도와 치매를 앓는 90대 노모를 먼저 구하고,
불이 본채로 번지지 않도록 소방대가 오기 전까지 계속해서 물을 끼얹으며 불을 잡으려고 했습니다.

마침 직장에서 일을 마치고 퇴근하던 또 다른 이웃 주민 이 모 씨도 이들을 도와 노모를 구하고는
주변에 세워져 있던 LPG 차량을 이동시키는 등 추가 피해를 막았습니다.

이들의 선행은, 10대 청소년의 범행 확인에 결정적인 증거가 된 방범 CCTV에 고스란히 담겼습니다. 당시에는 범행에 초점이 맞춰져 주목받지 못했지만, 상황이 어느 정도 정리되고 나자 이웃 사이에서 의로운 행동으로 회자 되고 있습니다.

이석구 씨는 취재진에 "아무 생각 없었다. 그냥, 그냥 사람을 구해야 한다는 생각 때문에
들어간 것"이라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습니다.

이어 "저 친구가 어려우니까 최대한 소방대 오기 전에 본채에는 불이 안 붙게 하려고,
돈도 없고 어려운 친구니까. 이렇게 생각했다"며, "그 순간에는 누구나 그렇듯이
그런(위험하다는) 생각을 않게 되더라. 불 끄는 데만 집중했다."라고 말했습니다.

현재 마을회관을 임시 거처로 두고 이웃 주민들과 여러 기관의 도움을 받고 있는 최병호 씨는
"사람을 구하려면 보통 마음으로는 어렵다"며, "고마운 일이고 그 덕에 사람이 다치지 않고 무사히
넘어가서 천만다행이라고 생각한다"고 거듭 감사함을 표했습니다.

이 기사가 좋으셨다면

오늘의 핫 클릭

실시간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 뉴스

이 기사에 대한 의견을 남겨주세요.

수신료 수신료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