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아빠가 딸 성추행” 2년 만의 감옥행에 이주여성 눈물

입력 2024.01.18 (17: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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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딸을 데리고 한국 남자와 재혼해 새 가정을 꾸린 우즈베키스탄 출신 A 씨.2019년 딸을 데리고 한국 남자와 재혼해 새 가정을 꾸린 우즈베키스탄 출신 A 씨.

지난 2019년 딸을 데리고 한국 남자와 재혼해 새 가정을 꾸린 우즈베키스탄 출신 A 씨.

지난해 6월 취재진과 만난 A 씨는 "2020년 3월부터 1년 가까이 남편이 초등학생인 의붓딸을 성추행하면서 악몽이 시작됐다"고 말했습니다.

A 씨는 방 안에서 아빠와 놀 때마다 소리를 지르는 딸에게 이유를 물었지만, 한동안 제대로 된 답을 듣지 못했습니다.

그러다 몇 개월이 흘러 딸은 자신의 가슴을 가리키며 "아빠 장난이 좀 이상하다"면서 "아빠한테 하지 말라고 했지만 '아빤 가족이니까 괜찮다', '이렇게 하면 가슴이 커진다'고 했다"고 A 씨에게 털어놓았습니다.

장기간 이어졌던 추행 사실을 알게 된 A 씨는 곧바로 이혼 절차를 밟았지만, 막내딸의 친아빠라는 게 마음에 걸려 차마 경찰에 알리진 못했습니다.

그런데 큰딸의 정신적 충격은 좀처럼 가시지 않았습니다.

큰딸을 데리고 성폭력 피해 전담 기관을 찾은 A 씨는 상담을 통해 당시 성추행 피해가 훨씬 더 심각했단 사실을 알게 됐습니다.

그제야 딸이 매일 밤 방문을 잠근 이유를 알게 된 A 씨는 "내 잘못인 것만 같아 딸에게 미안했다"며 울음을 터트렸습니다.

A 씨는 결국 2022년 3월 전 남편을 경찰에 고소했고, 경찰은 같은 해 8월 기소 의견으로 사건을 검찰에 넘겼습니다.

■ 진척 없는 검찰 수사…"좁은 지역사회에서 2차 피해"

이주 여성 A 씨가 지난해 6월 취재진과 만나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모습.이주 여성 A 씨가 지난해 6월 취재진과 만나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모습.

하지만 1년이 다 되도록 검찰 수사가 진척되지 않으면서 A 씨 모녀의 마음은 타들어 갔습니다.

취재진을 찾은 A 씨는 "딸이 편의점도 편하게 다니지 못하고 있다"면서 "혹시 새아빠나 새아빠 친구와 마주칠까 봐 두려워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전 남편 주변인을 통해 모녀를 둘러싼 추문이 큰딸이 다니던 학교에까지 퍼지면서, 큰딸은 학교를 옮기기까지 했습니다.

A 씨는 "잘못한 사람은 그 사람인데 왜 우리가 피해를 받아야 하느냐"면서 "나한테 하면 괜찮지만 왜 피해자인 딸에게까지 상처를 주는지 모르겠다"고 토로했습니다.

A 씨가 전 남편이 주변인들에게 퍼트린 추문을 모은 증거 자료.A 씨가 전 남편이 주변인들에게 퍼트린 추문을 모은 증거 자료.

이주여성인 A 씨 모녀에게 전남편이 있는 지역 사회는 공포나 다름없었습니다.

A 씨의 전남편은 취재진과의 통화에서 "잠결에 당시 큰딸의 신체 일부를 만진 건 인정하지만, 맨정신에 추행한 적은 단 한 번도 없다"며 "A 씨가 억지 주장을 하고 있다"고 반박했습니다.

취재가 시작되자 제주지검은 "대검찰청에 피해 아동 진술 분석을 의뢰하느라 시간이 지체됐다"면서 "조속히 처리하겠다"고 말했습니다.

■ 보도 하루 만에 재판행…징역 6년 선고에 안도의 한숨


뉴스가 보도된 다음 날 제주지검은 A 씨의 전남편을 재판에 넘겼습니다.

검찰이 적용한 혐의는 성폭력범죄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상 친족 관계에 의한 강제추행과 13살 미만 미성년자 강제추행, 통신매체 이용 음란 등입니다.

이후 반년 간 6번의 재판이 열렸고, 제주지방법원 제2형사부(부장판사 진재경)는 오늘(18일) 전 남편에게 징역 6년을 선고하고 법정 구속했습니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모친과의 통화에서 '감옥에 가기 싫다'고 말했을 뿐, '오해하고 있다'는 식으로 항의하지 않았다"며 "피해 아동과 모친이 진술한 내용도 매우 구체적"이라고 판시했습니다.

재판부는 이어 "피해 아동은 상당한 정신적 고통을 겪고 있지만, 피고인은 진지한 용서를 구하지 않고, 오히려 피해자를 비방하고 2차 가해를 했다"며 양형 이유를 밝혔습니다.

검찰이 청구한 위치추적 전자장치 부착명령 청구에 대해서는 "피고인은 성폭력 범죄로 처벌받은 전력은 없는 데다 부착명령을 할 정도로 위험성이 크다고 볼 수는 없다"며 기각하고, 대신 직권으로 보호관찰을 받을 것을 명령했습니다.

판결이 내려지고 전남편이 법정 구속되자 A 씨는 법정에서 눈물을 쏟아냈습니다.

A 씨는 "지난 2년간 우리 모녀에게 너무 힘든 시간이었다"며 "아이에게 이제 편하게 다녀도 된다고 얘기해줄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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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아빠가 딸 성추행…수사는 언제쯤” 이주여성 눈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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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새아빠가 딸 성추행” 2년 만의 감옥행에 이주여성 눈물
    • 입력 2024-01-18 17:3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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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딸을 데리고 한국 남자와 재혼해 새 가정을 꾸린 우즈베키스탄 출신 A 씨.
지난 2019년 딸을 데리고 한국 남자와 재혼해 새 가정을 꾸린 우즈베키스탄 출신 A 씨.

지난해 6월 취재진과 만난 A 씨는 "2020년 3월부터 1년 가까이 남편이 초등학생인 의붓딸을 성추행하면서 악몽이 시작됐다"고 말했습니다.

A 씨는 방 안에서 아빠와 놀 때마다 소리를 지르는 딸에게 이유를 물었지만, 한동안 제대로 된 답을 듣지 못했습니다.

그러다 몇 개월이 흘러 딸은 자신의 가슴을 가리키며 "아빠 장난이 좀 이상하다"면서 "아빠한테 하지 말라고 했지만 '아빤 가족이니까 괜찮다', '이렇게 하면 가슴이 커진다'고 했다"고 A 씨에게 털어놓았습니다.

장기간 이어졌던 추행 사실을 알게 된 A 씨는 곧바로 이혼 절차를 밟았지만, 막내딸의 친아빠라는 게 마음에 걸려 차마 경찰에 알리진 못했습니다.

그런데 큰딸의 정신적 충격은 좀처럼 가시지 않았습니다.

큰딸을 데리고 성폭력 피해 전담 기관을 찾은 A 씨는 상담을 통해 당시 성추행 피해가 훨씬 더 심각했단 사실을 알게 됐습니다.

그제야 딸이 매일 밤 방문을 잠근 이유를 알게 된 A 씨는 "내 잘못인 것만 같아 딸에게 미안했다"며 울음을 터트렸습니다.

A 씨는 결국 2022년 3월 전 남편을 경찰에 고소했고, 경찰은 같은 해 8월 기소 의견으로 사건을 검찰에 넘겼습니다.

■ 진척 없는 검찰 수사…"좁은 지역사회에서 2차 피해"

이주 여성 A 씨가 지난해 6월 취재진과 만나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모습.
하지만 1년이 다 되도록 검찰 수사가 진척되지 않으면서 A 씨 모녀의 마음은 타들어 갔습니다.

취재진을 찾은 A 씨는 "딸이 편의점도 편하게 다니지 못하고 있다"면서 "혹시 새아빠나 새아빠 친구와 마주칠까 봐 두려워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전 남편 주변인을 통해 모녀를 둘러싼 추문이 큰딸이 다니던 학교에까지 퍼지면서, 큰딸은 학교를 옮기기까지 했습니다.

A 씨는 "잘못한 사람은 그 사람인데 왜 우리가 피해를 받아야 하느냐"면서 "나한테 하면 괜찮지만 왜 피해자인 딸에게까지 상처를 주는지 모르겠다"고 토로했습니다.

A 씨가 전 남편이 주변인들에게 퍼트린 추문을 모은 증거 자료.
이주여성인 A 씨 모녀에게 전남편이 있는 지역 사회는 공포나 다름없었습니다.

A 씨의 전남편은 취재진과의 통화에서 "잠결에 당시 큰딸의 신체 일부를 만진 건 인정하지만, 맨정신에 추행한 적은 단 한 번도 없다"며 "A 씨가 억지 주장을 하고 있다"고 반박했습니다.

취재가 시작되자 제주지검은 "대검찰청에 피해 아동 진술 분석을 의뢰하느라 시간이 지체됐다"면서 "조속히 처리하겠다"고 말했습니다.

■ 보도 하루 만에 재판행…징역 6년 선고에 안도의 한숨


뉴스가 보도된 다음 날 제주지검은 A 씨의 전남편을 재판에 넘겼습니다.

검찰이 적용한 혐의는 성폭력범죄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상 친족 관계에 의한 강제추행과 13살 미만 미성년자 강제추행, 통신매체 이용 음란 등입니다.

이후 반년 간 6번의 재판이 열렸고, 제주지방법원 제2형사부(부장판사 진재경)는 오늘(18일) 전 남편에게 징역 6년을 선고하고 법정 구속했습니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모친과의 통화에서 '감옥에 가기 싫다'고 말했을 뿐, '오해하고 있다'는 식으로 항의하지 않았다"며 "피해 아동과 모친이 진술한 내용도 매우 구체적"이라고 판시했습니다.

재판부는 이어 "피해 아동은 상당한 정신적 고통을 겪고 있지만, 피고인은 진지한 용서를 구하지 않고, 오히려 피해자를 비방하고 2차 가해를 했다"며 양형 이유를 밝혔습니다.

검찰이 청구한 위치추적 전자장치 부착명령 청구에 대해서는 "피고인은 성폭력 범죄로 처벌받은 전력은 없는 데다 부착명령을 할 정도로 위험성이 크다고 볼 수는 없다"며 기각하고, 대신 직권으로 보호관찰을 받을 것을 명령했습니다.

판결이 내려지고 전남편이 법정 구속되자 A 씨는 법정에서 눈물을 쏟아냈습니다.

A 씨는 "지난 2년간 우리 모녀에게 너무 힘든 시간이었다"며 "아이에게 이제 편하게 다녀도 된다고 얘기해줄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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