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87 블랙홀’ 그후 1년 뒤…“크기는 똑같고 밝기 분포는 변해!”

입력 2024.01.18 (18: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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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약

M87 블랙홀 이미지 비교... 2017년 4월 11일(왼쪽) VS 2018년 4월 21일(오른쪽)
(출처: ©EHT Collaboration)


■ 'M87 블랙홀' 1년 뒤 어떻게 달라졌나? "크기는 일정하고 밝기 분포는 변해!"

"어? 마치 그 도넛처럼 생겼네? 달달한 그거?"
이 모습이 지구로부터 5천4백만 광년 떨어진 M87 은하 중심에 있는 거대한 초질량 블랙홀이란 사실을 알기 전엔 누구나 한 번쯤 떠올릴 법한 생각이죠.

왼쪽의 블랙홀 모습은 2017년 4월 국제 공동 연구진이 최초로 '사건의 지평선 전파망원경(EHT, Event Horizon Telescope)'으로 M87 블랙홀을 포착해 2년 뒤인 2019년 4월 10일 발표한 모습입니다.

M87 블랙홀은 뒤에 '포웨히(Pōwehi)'라는 새로운 이름도 붙었는데, 어원은 하와이 신화로 '영원한 창조물이 장식된 어둠의 원천'을 의미한다고 합니다. 이 블랙홀은 우리 은하의 중심핵에서 약 60광년 떨어진 곳에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가운데 중심에는 '블랙홀 그림자'로 불리는 검은 부분이 있고, 블랙홀의 중력에 의해 휘어진 빛이 '고리 모양'의 구조를 띠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번에 그로부터 1년 뒤인 2018년 4월에 관측한 M87 블랙홀의 모습이 6년 만에 다시 공개됐습니다.

2018년에 포착한 오른쪽의 블랙홀 모습을 보면 블랙홀 그림자와 빛의 고리 구조 크기는 2017년 모습과 일치했지만, 고리 구조의 가장 밝은 부분의 위치에 차이가 있었습니다.

M87의 중심부 블랙홀 관측 영상 (출처: ©EHT Collaboration)

■ 아인슈타인 '일반 상대성 이론'을 입증하다

블랙홀 그림자와 빛의 고리 구조 크기는 블랙홀의 질량에 의해서 결정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이 M87 블랙홀의 무게는 태양 질량의 65억 배에 달하며 지름은 380억 km에 달합니다. 그런데 M87 블랙홀의 질량은 매우 천천히 증가하기 때문에 인류의 역사보다 긴 시간이 지나더라도 질량에는 거의 변화가 없다는 것입니다.

아인슈타인의 일반 상대성 이론에 따르면 결국 블랙홀 고리 구조의 크기는 시간이 흐름에 따라 일정하게 관측될 것으로 예상된다는 것이죠.

그런데 이번에 2017년에 이어 1년 뒤인 2018년에 관측한 영상을 비교 분석한 결과 시간이 흘러도 고리 구조의 크기 변화가 없다는 것을 확인함으로써 아인슈타인의 일반 상대성 이론을 입증하게 된 것입니다.

이번 국제 공동 연구의 총괄 책임자인 대만중앙연구원 천문 천체물리연구소 소속 케이치 아사다(Keiichi Asada) 박사는 “과학 연구에 있어 가장 중요한 가치 중 하나가 관측 결과의 재현성이다”며, “블랙홀 그림자의 존재를 새로운 관측을 통해 확인했다는 것은 아인슈타인의 일반 상대성 이론을 확실하게 입증하는 중요한 결과다”라고 언급했습니다.


■ 고리 구조의 밝기 분포는 왜 변할까?

그런데 2018년에 관측한 영상을 보면 2017년 블랙홀의 그림자 부분과 고리 크기는 거의 일치하지만, 고리에서 가장 밝은 부분의 위치가 다릅니다. 그렇다면 밝기의 분포는 왜 바뀌는 걸까요?

국제 공동 연구진은 블랙홀 주변의 플라스마에 존재하는 난류 등의 영향으로 변할 수 있다는 걸 확인했습니다.

연구진은 컴퓨터 시뮬레이션을 이용한 후속 연구를 통해 고리 구조의 밝기 변화를 분석함으로써 블랙홀이 주변 물질을
어떻게 빨아들이고 제트기류처럼 내뱉는지 그 유입과 방출 과정에 대한 더 큰 실마리를 찾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블랙홀 영상화팀의 공동 리더 경희대학교 우주과학과 박종호 교수는 “이번 결과는 2017년에 관측한 최초의 M87 블랙홀 이미지를 다시 한번 검증했을 뿐만 아니라, 1년이라는 짧은 시간 동안 변한 밝기 분포를 포착했다는 점에서 큰 의의가 있다”며 “해당 결과는 지속적인 블랙홀 관측의 중요성을 보여주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번 연구 결과는 Astronomy & Astrophysics 2024년 1월호에 게재됐습니다.

그린란드 망원경 (Greenland Telescope)
The Greenland Telescope Project_ Studying Black Holes in the Arctic.
(화면제공:한국천문연구원)

■ 전 세계 9대 망원경 참여.. 새로 포함된 그린란드 망원경 (GLT) 큰 역할

이번 관측에는 2018년 새로 참여한 그린란드 망원경(Greenland Telescope)의 역할이 컸습니다. 기존 8대의 EHT에 신규 망원경이 추가되고 자체 망원경 성능도 향상돼 블랙홀 영상의 정확도가 크게 개선된 겁니다.

※ 연구에 참여한 9개 망원경 : 아타카마 밀리미터/서브밀리미터 전파간섭계(ALMA), 아타카마 패스파인더(APEX),
유럽 국제전파천문학연구소(IRAM) 30미터 망원경, 제임스 클러크 맥스웰 망원경(JCMT), 대형 밀리미터 망원경(LMT), 서브밀리미터 망원경 집합체(SMA), 서브밀리미터 망원경(SMT), 남극 망원경(SPT), 그린란드 망원경(GLT)

블랙홀의 모습은 전 세계 각 지역에 있는 이 전파 망원경들이 같은 날 같은 시각에 동시에 관측해 얻은 전파, 즉 신호 데이터를 받아 이를 분석하고 그걸 통해 영상화하는 것입니다. 거대한 용량의 이 신호 데이터를 수년간 분석하고 한 장의 사진처럼 크기를 줄여 영상화하고 논문으로 발표하는 데까지 많은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관측 시점보다 발표 공개 시점이 늦어지는 겁니다.

또 관측과 분석, 영상화 과정을 위해서는 엄청난 비용이 들기 때문에 자주 관측할 수도 없습니다. 국제 공동 연구진은 2017년을 시작으로 2018년, 2021년(미공개), 2022년(미공개)에 M87 블랙홀을 관측했으며 2024년에도 관측을 수행할 예정입니다.

블랙홀 영상화팀의 공동 리더인 한국천문연구원 박사후연구원(연세대)인 조일제 박사는 "블랙홀 영상화는 페타바이트에 달하는 방대한 관측 자료를 과학연구에 필요한 영상으로 변환하는 중요한 과정”이라며, “이번 영상화 과정에서 한국 연구자들이 영상화팀의 공동 리더를 맡음으로써 거대 국제 협력 프로젝트에서 주도적인 임무를 수행했다”고 밝혔습니다.

평창에 있는 한국천문연구원 망원경 (화면제공:한국천문연구원)


■ 올해부터 한국우주전파관측망(KVN, Korean VLBI Network)도 관측 참여

올해부터는 한국천문연구원이 운영하는 한국우주전파관측망(KVN, Korean VLBI Network)이 M87 블랙홀 관측에 직접 참여합니다. 새로 구축한 강원도 평창 망원경을 비롯해 서울 연세대, 울산, 제주 등 4대의 망원경으로 구성돼 있습니다.

연구에 참여한 경북대학교 지구시스템과학부 천문대기전공 김재영 교수는 “그린란드 망원경 참여를 시작으로 후속 관측에는 KVN을 포함한 더 많은 망원경의 참여가 예상되고, 그동안 보지 못했던 블랙홀의 모습을 포착할 가능성이 기대된다”고 밝혔습니다.

앞으로 대한민국의 우주전파관측망이 M87 블랙홀의 신비한 수수께끼를 푸는 데 큰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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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M87 블랙홀’ 그후 1년 뒤…“크기는 똑같고 밝기 분포는 변해!”
    • 입력 2024-01-18 18:13:02
    심층K
M87 블랙홀 이미지 비교... 2017년 4월 11일(왼쪽) VS 2018년 4월 21일(오른쪽)<br /> (출처: &copy;EHT Collaboration)

■ 'M87 블랙홀' 1년 뒤 어떻게 달라졌나? "크기는 일정하고 밝기 분포는 변해!"

"어? 마치 그 도넛처럼 생겼네? 달달한 그거?"
이 모습이 지구로부터 5천4백만 광년 떨어진 M87 은하 중심에 있는 거대한 초질량 블랙홀이란 사실을 알기 전엔 누구나 한 번쯤 떠올릴 법한 생각이죠.

왼쪽의 블랙홀 모습은 2017년 4월 국제 공동 연구진이 최초로 '사건의 지평선 전파망원경(EHT, Event Horizon Telescope)'으로 M87 블랙홀을 포착해 2년 뒤인 2019년 4월 10일 발표한 모습입니다.

M87 블랙홀은 뒤에 '포웨히(Pōwehi)'라는 새로운 이름도 붙었는데, 어원은 하와이 신화로 '영원한 창조물이 장식된 어둠의 원천'을 의미한다고 합니다. 이 블랙홀은 우리 은하의 중심핵에서 약 60광년 떨어진 곳에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가운데 중심에는 '블랙홀 그림자'로 불리는 검은 부분이 있고, 블랙홀의 중력에 의해 휘어진 빛이 '고리 모양'의 구조를 띠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번에 그로부터 1년 뒤인 2018년 4월에 관측한 M87 블랙홀의 모습이 6년 만에 다시 공개됐습니다.

2018년에 포착한 오른쪽의 블랙홀 모습을 보면 블랙홀 그림자와 빛의 고리 구조 크기는 2017년 모습과 일치했지만, 고리 구조의 가장 밝은 부분의 위치에 차이가 있었습니다.

M87의 중심부 블랙홀 관측 영상 (출처: ©EHT Collaboration)

■ 아인슈타인 '일반 상대성 이론'을 입증하다

블랙홀 그림자와 빛의 고리 구조 크기는 블랙홀의 질량에 의해서 결정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이 M87 블랙홀의 무게는 태양 질량의 65억 배에 달하며 지름은 380억 km에 달합니다. 그런데 M87 블랙홀의 질량은 매우 천천히 증가하기 때문에 인류의 역사보다 긴 시간이 지나더라도 질량에는 거의 변화가 없다는 것입니다.

아인슈타인의 일반 상대성 이론에 따르면 결국 블랙홀 고리 구조의 크기는 시간이 흐름에 따라 일정하게 관측될 것으로 예상된다는 것이죠.

그런데 이번에 2017년에 이어 1년 뒤인 2018년에 관측한 영상을 비교 분석한 결과 시간이 흘러도 고리 구조의 크기 변화가 없다는 것을 확인함으로써 아인슈타인의 일반 상대성 이론을 입증하게 된 것입니다.

이번 국제 공동 연구의 총괄 책임자인 대만중앙연구원 천문 천체물리연구소 소속 케이치 아사다(Keiichi Asada) 박사는 “과학 연구에 있어 가장 중요한 가치 중 하나가 관측 결과의 재현성이다”며, “블랙홀 그림자의 존재를 새로운 관측을 통해 확인했다는 것은 아인슈타인의 일반 상대성 이론을 확실하게 입증하는 중요한 결과다”라고 언급했습니다.


■ 고리 구조의 밝기 분포는 왜 변할까?

그런데 2018년에 관측한 영상을 보면 2017년 블랙홀의 그림자 부분과 고리 크기는 거의 일치하지만, 고리에서 가장 밝은 부분의 위치가 다릅니다. 그렇다면 밝기의 분포는 왜 바뀌는 걸까요?

국제 공동 연구진은 블랙홀 주변의 플라스마에 존재하는 난류 등의 영향으로 변할 수 있다는 걸 확인했습니다.

연구진은 컴퓨터 시뮬레이션을 이용한 후속 연구를 통해 고리 구조의 밝기 변화를 분석함으로써 블랙홀이 주변 물질을
어떻게 빨아들이고 제트기류처럼 내뱉는지 그 유입과 방출 과정에 대한 더 큰 실마리를 찾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블랙홀 영상화팀의 공동 리더 경희대학교 우주과학과 박종호 교수는 “이번 결과는 2017년에 관측한 최초의 M87 블랙홀 이미지를 다시 한번 검증했을 뿐만 아니라, 1년이라는 짧은 시간 동안 변한 밝기 분포를 포착했다는 점에서 큰 의의가 있다”며 “해당 결과는 지속적인 블랙홀 관측의 중요성을 보여주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번 연구 결과는 Astronomy & Astrophysics 2024년 1월호에 게재됐습니다.

그린란드 망원경 (Greenland Telescope)
The Greenland Telescope Project_ Studying Black Holes in the Arctic.
(화면제공:한국천문연구원)

■ 전 세계 9대 망원경 참여.. 새로 포함된 그린란드 망원경 (GLT) 큰 역할

이번 관측에는 2018년 새로 참여한 그린란드 망원경(Greenland Telescope)의 역할이 컸습니다. 기존 8대의 EHT에 신규 망원경이 추가되고 자체 망원경 성능도 향상돼 블랙홀 영상의 정확도가 크게 개선된 겁니다.

※ 연구에 참여한 9개 망원경 : 아타카마 밀리미터/서브밀리미터 전파간섭계(ALMA), 아타카마 패스파인더(APEX),
유럽 국제전파천문학연구소(IRAM) 30미터 망원경, 제임스 클러크 맥스웰 망원경(JCMT), 대형 밀리미터 망원경(LMT), 서브밀리미터 망원경 집합체(SMA), 서브밀리미터 망원경(SMT), 남극 망원경(SPT), 그린란드 망원경(GLT)

블랙홀의 모습은 전 세계 각 지역에 있는 이 전파 망원경들이 같은 날 같은 시각에 동시에 관측해 얻은 전파, 즉 신호 데이터를 받아 이를 분석하고 그걸 통해 영상화하는 것입니다. 거대한 용량의 이 신호 데이터를 수년간 분석하고 한 장의 사진처럼 크기를 줄여 영상화하고 논문으로 발표하는 데까지 많은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관측 시점보다 발표 공개 시점이 늦어지는 겁니다.

또 관측과 분석, 영상화 과정을 위해서는 엄청난 비용이 들기 때문에 자주 관측할 수도 없습니다. 국제 공동 연구진은 2017년을 시작으로 2018년, 2021년(미공개), 2022년(미공개)에 M87 블랙홀을 관측했으며 2024년에도 관측을 수행할 예정입니다.

블랙홀 영상화팀의 공동 리더인 한국천문연구원 박사후연구원(연세대)인 조일제 박사는 "블랙홀 영상화는 페타바이트에 달하는 방대한 관측 자료를 과학연구에 필요한 영상으로 변환하는 중요한 과정”이라며, “이번 영상화 과정에서 한국 연구자들이 영상화팀의 공동 리더를 맡음으로써 거대 국제 협력 프로젝트에서 주도적인 임무를 수행했다”고 밝혔습니다.

평창에 있는 한국천문연구원 망원경 (화면제공:한국천문연구원)


■ 올해부터 한국우주전파관측망(KVN, Korean VLBI Network)도 관측 참여

올해부터는 한국천문연구원이 운영하는 한국우주전파관측망(KVN, Korean VLBI Network)이 M87 블랙홀 관측에 직접 참여합니다. 새로 구축한 강원도 평창 망원경을 비롯해 서울 연세대, 울산, 제주 등 4대의 망원경으로 구성돼 있습니다.

연구에 참여한 경북대학교 지구시스템과학부 천문대기전공 김재영 교수는 “그린란드 망원경 참여를 시작으로 후속 관측에는 KVN을 포함한 더 많은 망원경의 참여가 예상되고, 그동안 보지 못했던 블랙홀의 모습을 포착할 가능성이 기대된다”고 밝혔습니다.

앞으로 대한민국의 우주전파관측망이 M87 블랙홀의 신비한 수수께끼를 푸는 데 큰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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