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날씨 지도에 한반도가 갈라졌다…이유는?

입력 2024.01.19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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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기예보' 지도 바꾼 북한 …한반도에서 남한을 분리

북한 방송에도 일기예보가 있습니다. 관영매체인 조선중앙TV가 날마다 북한 전 지역의 날씨를 전합니다. 기상캐스터가 전반적인 날씨 동향을 살피고 지역별 기온까지 설명하는 모습은 우리나라 기상예보와 닮았습니다. 다소 투박하지만 지도와 그래픽도 적절히 활용합니다.

1월 16일부터 조선중앙TV의 일기예보 지도 그래픽이 달라졌습니다. 하루 전 화면과 비교해보면 지도 상 한반도가 갈라졌습니다. 남한 지역을 따로 분리해 어둡게 표시한 겁니다. 국경 북쪽 중국과 러시아 지역보다도 더 어두운 색으로 칠했습니다.


■ 지도가 바뀐 이유는? … 김정은 연설에 답이 있다

지도가 바뀐 이유는 지난 16일 북한매체들이 전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최고인민회의 시정연설에서 찾을 수 있습니다. 남한의 국회격인 북한 최고인민회의는 지난 15일 평양 만수대의사당에서 열린 회의에서 남북 간 회담이나 교류사업, 경제협력을 담당해온 조국평화통일위원회, 민족경제협력국, 금강산국제관광국을 폐지했습니다.

김 위원장은 이 자리에서 80년 가까이 이어져 온 남북관계사에 종지부를 찍었다고 말했습니다. 남한과 통일의 길을 함께 갈 수 없다며, 통일노선 폐기를 선언했습니다. '통일을 지향하는 특수관계'였던 남북을 두 개의 서로 다른 국가로 못 박은 겁니다.

“오늘 최고인민회의에서는 근 80년간의 북남관계사에 종지부를 찍고 조선반도에서 병존하는 두 개 국가를 인정한 기초 우(위)에서 우리 공화국의 대남정책을 새롭게 법화했습니다”

-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지난 15일 최고인민위원회 시정연설)

헌법도 고치기로 했습니다. 북한 헌법에 남한을 화해·통일의 상대이자 '동족'이라고 규정한 개념을 지우고 철저한 타국, 가장 적대적인 국가로 규정하자고 했습니다.

바로 이날 북한은 일기예보에 있는 한반도 지도를 바꿨습니다.

"대한민국을 철두철미 제1의 적대국으로, 불변의 주적으로 확고히 간주하도록 교육·교양사업을 강화한다는 것을 해당 (헌법) 조문에 명기하는 것이 옳다고 생각합니다."

-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지난 15일 최고인민위원회 시정연설)

김 위원장은 지난해 연말 전원회의에서 남북을 '적대적 두 국가'로 선언한 이후 이를 공고히 하는 작업을 단계별로 진행하고 있습니다. 김 위원장은 15일 김일성·김정일의 통일 유훈이 담긴 표현을 지우고 관련 기념물의 철거도 예고했습니다.

■ 남북을 다른 나라로 규정짓는 김정은의 속내는?

김정은 위원장이 할아버지와 아버지 때부터 이어져 온 통일노선을 폐기하고 남북을 다른 나라로 규정한 이유는 무엇일까요. 전문가들은 내부 통제를 노린 조치로 분석합니다.

"김정은은 김일성, 김정일과는 다른 남한관을 갖고 있다는 것을 우리가 확인할 수가 있습니다. 한국의 MZ세대들이 북한과 굳이 통일할 필요가 있느냐란 생각을 많이 하는 것처럼 김정은도 남한에 대해서 동족이라는 생각이 원래 약합니다. 또 남한의 존재가 북한 체제에 심각한 위협이 되고 있다고 보고 이 기회에 남북관계를 완전히 단절하는 것이 북한 체제의 장기 생존에 도움이 되겠다고 판단해 결단을 내린 것으로 보입니다".

- 정성장 세종연구소 한반도전략센터장

북한 내부에는 영화, 드라마 등 남한 문화가 이미 많이 퍼져있습니다. 2020년 12월 북한 주민들의 외부 정보 접근을 차단하는 '반동사상 문화 배격법'까지 제정했지만, 통제가 쉽지 않습니다. 따라서 한국을 아예 적대국으로 만들어 문화 통제를 강화하려는 의도도 있어 보인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입니다.

김영호 통일부 장관은 어제(18일) 열린 토크콘서트에서 "(북한 주민들이) USB나 미디어 기기를 통해서 외부 영상물을 시청하고 있고, 김정은 정권의 경제 사회 정책이 효과를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고 평가한다"며 북한사회가 내부적으로 변화하고 있음을 시사했습니다.

행사에 함께 참여한 2030세대 탈북민 영화감독 박유성 씨도 "북한에 텔레비전이 있는 가정 대부분이 한국 영화를 접했다고 볼 수 있다"며 “한류를 접한 젊은 층이 김주애를 내세운 4대 세습에 불만이 크며, 북한당국은 이들이 외부 문화를 접하지 못하도록 철저히 막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인포그래픽 : 권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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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기예보' 지도 바꾼 북한 …한반도에서 남한을 분리

북한 방송에도 일기예보가 있습니다. 관영매체인 조선중앙TV가 날마다 북한 전 지역의 날씨를 전합니다. 기상캐스터가 전반적인 날씨 동향을 살피고 지역별 기온까지 설명하는 모습은 우리나라 기상예보와 닮았습니다. 다소 투박하지만 지도와 그래픽도 적절히 활용합니다.

1월 16일부터 조선중앙TV의 일기예보 지도 그래픽이 달라졌습니다. 하루 전 화면과 비교해보면 지도 상 한반도가 갈라졌습니다. 남한 지역을 따로 분리해 어둡게 표시한 겁니다. 국경 북쪽 중국과 러시아 지역보다도 더 어두운 색으로 칠했습니다.


■ 지도가 바뀐 이유는? … 김정은 연설에 답이 있다

지도가 바뀐 이유는 지난 16일 북한매체들이 전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최고인민회의 시정연설에서 찾을 수 있습니다. 남한의 국회격인 북한 최고인민회의는 지난 15일 평양 만수대의사당에서 열린 회의에서 남북 간 회담이나 교류사업, 경제협력을 담당해온 조국평화통일위원회, 민족경제협력국, 금강산국제관광국을 폐지했습니다.

김 위원장은 이 자리에서 80년 가까이 이어져 온 남북관계사에 종지부를 찍었다고 말했습니다. 남한과 통일의 길을 함께 갈 수 없다며, 통일노선 폐기를 선언했습니다. '통일을 지향하는 특수관계'였던 남북을 두 개의 서로 다른 국가로 못 박은 겁니다.

“오늘 최고인민회의에서는 근 80년간의 북남관계사에 종지부를 찍고 조선반도에서 병존하는 두 개 국가를 인정한 기초 우(위)에서 우리 공화국의 대남정책을 새롭게 법화했습니다”

-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지난 15일 최고인민위원회 시정연설)

헌법도 고치기로 했습니다. 북한 헌법에 남한을 화해·통일의 상대이자 '동족'이라고 규정한 개념을 지우고 철저한 타국, 가장 적대적인 국가로 규정하자고 했습니다.

바로 이날 북한은 일기예보에 있는 한반도 지도를 바꿨습니다.

"대한민국을 철두철미 제1의 적대국으로, 불변의 주적으로 확고히 간주하도록 교육·교양사업을 강화한다는 것을 해당 (헌법) 조문에 명기하는 것이 옳다고 생각합니다."

-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지난 15일 최고인민위원회 시정연설)

김 위원장은 지난해 연말 전원회의에서 남북을 '적대적 두 국가'로 선언한 이후 이를 공고히 하는 작업을 단계별로 진행하고 있습니다. 김 위원장은 15일 김일성·김정일의 통일 유훈이 담긴 표현을 지우고 관련 기념물의 철거도 예고했습니다.

■ 남북을 다른 나라로 규정짓는 김정은의 속내는?

김정은 위원장이 할아버지와 아버지 때부터 이어져 온 통일노선을 폐기하고 남북을 다른 나라로 규정한 이유는 무엇일까요. 전문가들은 내부 통제를 노린 조치로 분석합니다.

"김정은은 김일성, 김정일과는 다른 남한관을 갖고 있다는 것을 우리가 확인할 수가 있습니다. 한국의 MZ세대들이 북한과 굳이 통일할 필요가 있느냐란 생각을 많이 하는 것처럼 김정은도 남한에 대해서 동족이라는 생각이 원래 약합니다. 또 남한의 존재가 북한 체제에 심각한 위협이 되고 있다고 보고 이 기회에 남북관계를 완전히 단절하는 것이 북한 체제의 장기 생존에 도움이 되겠다고 판단해 결단을 내린 것으로 보입니다".

- 정성장 세종연구소 한반도전략센터장

북한 내부에는 영화, 드라마 등 남한 문화가 이미 많이 퍼져있습니다. 2020년 12월 북한 주민들의 외부 정보 접근을 차단하는 '반동사상 문화 배격법'까지 제정했지만, 통제가 쉽지 않습니다. 따라서 한국을 아예 적대국으로 만들어 문화 통제를 강화하려는 의도도 있어 보인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입니다.

김영호 통일부 장관은 어제(18일) 열린 토크콘서트에서 "(북한 주민들이) USB나 미디어 기기를 통해서 외부 영상물을 시청하고 있고, 김정은 정권의 경제 사회 정책이 효과를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고 평가한다"며 북한사회가 내부적으로 변화하고 있음을 시사했습니다.

행사에 함께 참여한 2030세대 탈북민 영화감독 박유성 씨도 "북한에 텔레비전이 있는 가정 대부분이 한국 영화를 접했다고 볼 수 있다"며 “한류를 접한 젊은 층이 김주애를 내세운 4대 세습에 불만이 크며, 북한당국은 이들이 외부 문화를 접하지 못하도록 철저히 막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인포그래픽 : 권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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