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에 아이 유기한 중국인 아빠…풀려난 이유는?

입력 2024.01.19 (16: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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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8월 25일 오전 제주 서귀포시 서호동의 한 공원 화장실 앞에서 9살 중국인 남자 아이가 서성이는 모습.지난해 8월 25일 오전 제주 서귀포시 서호동의 한 공원 화장실 앞에서 9살 중국인 남자 아이가 서성이는 모습.

지난해 8월 25일 오전 8시쯤 제주의 한 공무원이 출근 하다 서귀포 서호동의 한 공원에서 펑펑 울고 있는 중국인 남자 아이를 발견했습니다.

한국어를 전혀 할 줄 모르는 아이의 곁에는 편지 한 통이 있었습니다.

영어로 쓰인 편지에는 "삶을 유지하기 어려운데 아이를 낳은 것은 나의 잘못이다. 아이와 노숙 생활을 함께하길 바라지 않는다. 한국의 기관이나 개인 가정에 입양돼 좋은 교육을 받고 자라길 바란다. 실패한 아버지가"라는 내용의 글이 쓰여 있었습니다.

중국 산둥성 시골에서 온 아이의 나이는 9살(2014년생). 아빠와 무비자로 제주에 온 뒤 일주일 넘게 공원에서 노숙 생활을 한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공원에서 지낸 지 8일째 되던 날 아침, 아빠는 사라지고 잠에서 깬 아이는 화들짝 놀라 애타게 아빠를 찾아 헤맨겁니다.

지난해 8월 25일 서귀포 모 공원에서 9살 중국인 남자 아이가 홀로 있는 모습.지난해 8월 25일 서귀포 모 공원에서 9살 중국인 남자 아이가 홀로 있는 모습.

경찰은 인근 CCTV를 분석해 이튿날 아이가 있던 공원에서 좀 떨어진 서귀포 다른 곳에서 38살 중국인 아빠를 붙잡았습니다.

당시 담당 경찰은 취재진에 이 중국인 아빠가 "이혼 뒤 홀로 아이를 키우면서 생활고에 시달려왔다고 한다"며 "후회는 하면서도 굽히지 않는 게, 자기는 교도소에 가더라도 아이는 꼭 좋은 환경에 보내야 한다고 했다"고 말했습니다.

경찰은 아이의 아빠를 아동복지법 위반 혐의로 구속했습니다.

사건 직후 아이는 제주도 내 한 아동보호시설에 머무르다, 친척에게 인계돼 중국으로 돌아갔습니다.

중국인 아빠가 남긴 편지. 마지막에 ‘실패한 아빠가’라고 쓰여 있다.중국인 아빠가 남긴 편지. 마지막에 ‘실패한 아빠가’라고 쓰여 있다.

아동복지법상 아동 유기와 방임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아빠는 "아들을 공원에 홀로 남겨두고 떠나긴 했지만 버릴 생각은 없었다. 한국의 시설에 맡기려는 의도였다"고 주장했습니다.

1심 재판을 맡은 제주지방법원 형사2단독은 "아이의 진술과 장소, 편지 등을 고려했을 때 혐의가 인정된다"며 지난해 11월 15일 징역 1년을 선고했습니다.

이에 항소한 아이의 아빠는 "반성하고 있다. 빨리 귀국할 수 있도록 해달라. 아이와 함께 살겠다"며 선처를 호소했습니다.

지난 18일 항소심 선고 공판을 연 제주지방법원 제1형사부는 원심 판결을 파기하고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습니다.

지난해 8월 중국인 부자가 함께 CCTV에 포착된 모습.지난해 8월 중국인 부자가 함께 CCTV에 포착된 모습.

항소심 재판부는 "죄질은 나쁘지만, 혐의를 인정한 점 등을 고려했다"면서 "아이가 경찰 조사에서 '힘들고 배고파도 아빠와 함께 지내고 싶다'고 한 말을 명심하길 바란다"고 감형 사유를 밝혔습니다.

재판부의 선처로 풀려난 아빠는 5개월 만에 중국으로 돌아가 아들을 만날 수 있게 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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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제주에 아이 유기한 중국인 아빠…풀려난 이유는?
    • 입력 2024-01-19 16:29: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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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8월 25일 오전 제주 서귀포시 서호동의 한 공원 화장실 앞에서 9살 중국인 남자 아이가 서성이는 모습.
지난해 8월 25일 오전 8시쯤 제주의 한 공무원이 출근 하다 서귀포 서호동의 한 공원에서 펑펑 울고 있는 중국인 남자 아이를 발견했습니다.

한국어를 전혀 할 줄 모르는 아이의 곁에는 편지 한 통이 있었습니다.

영어로 쓰인 편지에는 "삶을 유지하기 어려운데 아이를 낳은 것은 나의 잘못이다. 아이와 노숙 생활을 함께하길 바라지 않는다. 한국의 기관이나 개인 가정에 입양돼 좋은 교육을 받고 자라길 바란다. 실패한 아버지가"라는 내용의 글이 쓰여 있었습니다.

중국 산둥성 시골에서 온 아이의 나이는 9살(2014년생). 아빠와 무비자로 제주에 온 뒤 일주일 넘게 공원에서 노숙 생활을 한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공원에서 지낸 지 8일째 되던 날 아침, 아빠는 사라지고 잠에서 깬 아이는 화들짝 놀라 애타게 아빠를 찾아 헤맨겁니다.

지난해 8월 25일 서귀포 모 공원에서 9살 중국인 남자 아이가 홀로 있는 모습.
경찰은 인근 CCTV를 분석해 이튿날 아이가 있던 공원에서 좀 떨어진 서귀포 다른 곳에서 38살 중국인 아빠를 붙잡았습니다.

당시 담당 경찰은 취재진에 이 중국인 아빠가 "이혼 뒤 홀로 아이를 키우면서 생활고에 시달려왔다고 한다"며 "후회는 하면서도 굽히지 않는 게, 자기는 교도소에 가더라도 아이는 꼭 좋은 환경에 보내야 한다고 했다"고 말했습니다.

경찰은 아이의 아빠를 아동복지법 위반 혐의로 구속했습니다.

사건 직후 아이는 제주도 내 한 아동보호시설에 머무르다, 친척에게 인계돼 중국으로 돌아갔습니다.

중국인 아빠가 남긴 편지. 마지막에 ‘실패한 아빠가’라고 쓰여 있다.
아동복지법상 아동 유기와 방임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아빠는 "아들을 공원에 홀로 남겨두고 떠나긴 했지만 버릴 생각은 없었다. 한국의 시설에 맡기려는 의도였다"고 주장했습니다.

1심 재판을 맡은 제주지방법원 형사2단독은 "아이의 진술과 장소, 편지 등을 고려했을 때 혐의가 인정된다"며 지난해 11월 15일 징역 1년을 선고했습니다.

이에 항소한 아이의 아빠는 "반성하고 있다. 빨리 귀국할 수 있도록 해달라. 아이와 함께 살겠다"며 선처를 호소했습니다.

지난 18일 항소심 선고 공판을 연 제주지방법원 제1형사부는 원심 판결을 파기하고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습니다.

지난해 8월 중국인 부자가 함께 CCTV에 포착된 모습.
항소심 재판부는 "죄질은 나쁘지만, 혐의를 인정한 점 등을 고려했다"면서 "아이가 경찰 조사에서 '힘들고 배고파도 아빠와 함께 지내고 싶다'고 한 말을 명심하길 바란다"고 감형 사유를 밝혔습니다.

재판부의 선처로 풀려난 아빠는 5개월 만에 중국으로 돌아가 아들을 만날 수 있게 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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