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한반도] “남북관계 종지부”…“극초음속 미사일 발사”

입력 2024.01.20 (08:18) 수정 2024.01.20 (09: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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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시청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러시아를 방문한 최선희 북한 외무상이 지난 16일 크렘린궁에서 푸틴 대통령을 만났습니다.

푸틴이 다른 나라 외교 수장을 만나는 것 자체가 이례적인 일인데, 최 외무상과 10초 넘게 악수를 하는 등 그야말로 ‘환대’를 했습니다.

북러 간 밀착 심화를 상징하는 모습인데, 북한이 러시아에 군수 물자를 넘겨주고, 러시아로부터는 고도화된 군사 기술을 지원받는 거 아닌가 이렇게 의심해 온 우리에게는 걱정스런 모양
새죠.

이번 면담을 놓고 크렘린궁이 ‘민감한 분야’ 등에서 북한과 관계를 발전시키겠다고 한 점, 또 북러 외무장관 회담에 북한 노동당의 군수공업부장이 배석한 점 등은 우려를 한층 깊게 만듭니다.

1월 셋째 주 <남북의창> 시작하겠습니다.

김정은 위원장이 대한민국을 제1 적대국으로 삼고, 만약 전쟁이 나면 우리 영토를 완전히 점령하는 내용을 헌법에 넣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남북을 동족으로 보는 말은 쓰지 말라고 지시하고, 각종 대남기구들도 폐지했는데요.

여기에 북한은 고체연료를 사용한 극초음속 중장거리 미사일, IRBM 시험 발사에 성공했다고 주장했습니다.

사실이라면, 극초음속으로 비행하는데다 회피기동까지 할 수 있어 한미일 미사일방어체계에 큰 도전이 될 거란 우려가 나옵니다.

오늘 <이슈&한반도>는 연초부터 도발 수위를 높여가고 있는 북한 소식부터 전해드립니다.

[리포트]

검은 양복을 입은 김정은 위원장이 간부들의 박수를 받으며 만수대의사당에 입장합니다.

최고인민회의 시정연설에 나선 김 위원장은 헌법에 대한민국을 제1적대국으로 명기하고, 전쟁이 일어나면 남한을 완전히 점령해 북한에 편입시키는 내용도 반영해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지난 8일 한국을 처음으로‘주적’으로 언급한 데 이어, 영토 흡수 통일 의지까지 아예 헌법에 못 박겠다는 겁니다.

[김정은 위원장 최고인민회의 시정연설 : "대한민국을 철두철미 제1의 적대국으로, 불변의 주적으로 확고히 간주하도록 (헌법의) 해당 조문에 명기하는 것이 옳다고 생각합니다."]

또, 삼천리 금수강산, 8천만 겨레 같은 말도 쓰지 말라고 지시하고, 남북 교류 업무를 담당해온 기구들도 폐지했다고 밝혔습니다.

[김정은 위원장 최고인민회의 시정연설 : "우리 공화국의 민족 역사에서 통일, 화해, 동족이라는 개념 자체를 완전히 제거해 버려야 합니다."]

할아버지 김일성의 통일 업적 중 하나였던 조국통일 3대 헌장 기념탑을 철거하고, 김정일 국방위원장 집권 당시 남북 경협의 유산이었던 경의선도 회복불가한 수준으로 완전히 끊겠다고 했습니다.

선대의 유산까지 부정하며 남북 관계에 종지부를 찍겠다고 선언한 겁니다.

김 위원장은 다만, 적들이 건드리지 않는 한 일방적으로 전쟁을 하지는 않겠다며 여지를 남기기도 했습니다.

[김동엽/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 : "이걸 한 마디로 말씀드리면 대단히 공세적인 조건부라고 생각해요. 단순히 물리적인 것뿐만 아니라 그걸 넘어서서 자신들을 위협하고 옥죄는, 소위 말해서 이것은 안보적인 측면을 넘어서서 경제적인 측면도 이야기하고 있다고 봐요. 실제적으로 제재 같은 것도 마찬가지고. 대단히 우리(북한)를 소위 궁지로 몬다는 거죠. 궁지로 몰게 되면 우리는 결국 쓸 수밖에 없고, 그냥 쥐가 고양이를 물겠다는 거예요."]

새해 들어 두 번째 국무회의를 주재한 윤석열 대통령은 북한 정권을 강하게 규탄했습니다.

["이는 북한 정권 스스로가 반민족적이고 반역사적 집단이라는 사실을 자인한 것입니다. ‘전쟁이냐 평화냐’를 협박하는 재래의 위장 평화 전술은 더 이상 통하지 않습니다."]

북한이 대남 정책을 근본적으로 전환한 건, 한반도 문제에서 남한은 더 이상 당사자가 아니며, 정전협정에 입각해 미국과 직접 상대하겠다는 메시지라는 분석이 나옵니다.

[홍민/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 : "미국에 가장 강력한, (자신들의) 변화되지 않는 어떤 정책의 지속성 장기성을 보여주는 측면에서 헌법이 가장 유효한 수단으로 보는 거죠."]

일각에선 북한이 남북, 북미 관계 개선에 대한 미련을 완전히 접고 신냉전 구도를 적극 활용하는 쪽으로 궤도를 수정했기 때문이란 분석도 있습니다.

전쟁을 불사하는 관계로 남북 관계를 설정해 배수의 진을 치고, 핵무력 증강과 내부 결속, 민생 개선에서 반드시 가시적 성과를 내겠다는 전략이란 겁니다.

[김동엽/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 : "이제는 더 이상 기대할 가치가 없다는 거죠. 좀 더 아주 생생하게 이야기하자면 정말 싫은 거예요, 말 그대로. 북중 관계, 북러 관계를 돈독히 하면서 결국은 이쪽에서 내려놓은 북미 관계, 미국과 한국을 통해서 받지 못하는 것들을 이쪽에서 챙기는 거예요. (중러를 통해) 훨씬 더 많은 것을 안정적으로 챙길 수 있다고 생각을 하게 되는 거죠."]

이런 가운데 북한은 극초음속 중장거리 고체연료 미사일 시험 발사에도 성공했다고 밝혔습니다.

지난 극초음속 미사일 발사 때와 미사일 탄두와 형상은 유사하지만, 기습 공격에 효과적인 고체연료를 처음 적용한 게 차이점입니다.

최고 속도가 음속의 10배에, 변칙 기동까지 하는 이 미사일이 실전 배치되면 오키나와와 괌의 미군기지까지 타격 가능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김동엽/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 : "북은 고체 연료로 KN-23, 24, 25라는 걸 갖고 있고요. 아주 짧은 시간 내에 남쪽에 도착하는 사거리 600~800km 미사일을 갖고 있기 때문에 굳이 그 미사일에 (극초음속 기술을) 적용할 이유는 별로 없어요. 북한의 이런 기술이 향후 중거리와 또 소위 북이 지금 완성했다 얘기하는 ICBM, 장거리미사일과 접목을 하게 되면 대단히 위험한 무기 체계가 되는 거죠."]

북한 핵미사일 위협에 대응하기 위해 한미일 3국은 3일간 제주 남방 공해상에서 첫 정례 해상 훈련을 실시했습니다. 특히 미 칼빈슨함은 지난해 11월 이후 2달 만에 한반도를 찾아 해상 훈련을 펼쳤습니다.

[앵커]

지금 남북관계 외에 우리가 예의주시할 부분이 또 있습니다.

바로 타이완인데요.

최근 ‘하나의 중국’을 거부하는 반중 노선의 라이칭더 후보가 차기 타이완 총통에 당선되면서 동북아 정세를 좌우할 또 다른 변수가 등장했습니다.

사실 미국과 중국의 대리전이었다, 이런 말까지 나왔던 이번 선거가 우리에게는 어떤 영향을 미칠지, 또 북한은 어떤 셈법으로 타이완을 바라보고 있을지 이어서 짚어보겠습니다.

[리포트]

["같이 환영합시다! 타이완 새 총통 라이칭더!"]

전 세계의 이목이 쏠렸던 제16대 타이완 총통 선거, 결국 민심은 친미, 독립 성향의 라이칭더 후보를 택했습니다.

중국이 라이칭더 후보를 견제하며 타이완을 군사적으로 압박하고 통일을 강조해 왔지만, 오히려 유권자들의 표심을 자극했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라이칭더/타이완 총통 당선인/1월 13일 : "타이완인들은 행동을 통해 외부 세력의 개입을 성공적으로 막아냈습니다. 자신의 총통을 스스로 선출해야 한다고 믿기 때문입니다."]

타이완 총통 선거가 끝나기 무섭게 미중 간 신경전도 가열됐습니다.

미국 대표단은 타이완을 찾아 앞으로의 지원을 약속했고, 중국 외교 사령탑, 왕이 외교부장은 해외 순방 중에도 날선 경고를 쏟아냈습니다.

[왕이/중국 외교부장/1월 14일 : "타이완섬에서 누구든 타이완을 독립시키려 하면 이는 중국의 국토를 분열시키려 하는 것이고 역사와 법률의 엄중한 처벌을 받게 될 것입니다."]

중국이 강력히 반발하지만, 현재로선 미국과 일전까지 감수하면서 당장 타이완 무력통일에 나설 가능성은 적어 보입니다.

다만 중국이 타이완에 대한 무력시위를 강화하는 과정에서 사소한 불씨가 급격하게 확대될 가능성을 배제할 순 없습니다.

타이완 해협에서 무력 충돌 시 최악의 경우 주한미군까지 가세하면서 방위력 공백을 불러올 수 있고, 이런 틈새를 노린 북한의 도발로 한반도가 위기에 빠질 거란 우려도 나옵니다.

타이완 선거 이튿날, 북한이 동해상으로 중거리미사일을 발사한 것도, 한미의 대응을 살피기 위한 노림수라는 분석이 제기됩니다.

[강준영/한국외대 국제지역대학원 교수 : "이 흐름을 지켜보고 미 대선 이후 북미 대화에서 이니셔티브(주도권)를 갖고 오려는, 축적하는 흐름이 아닌가라고 생각이 들고요. 이런 상황에서 러시아와 가까워지면서 최선희가 그래서 갔잖아요. 외무상이. 가면서 북중러 삼각 연대 고도를 계속 추진하고 있는 거죠. 일종의 자기(북한)가 선봉장으로서 북미 대화라든지 세계적 관심을 끌려는 의도가 복합적으로 얽혀 있는 게 아닌가."]

남중국해와 타이완 해협은 세계 주요 해상 교통로로, 특히 우리나라 수출입 물량의 45%, 중동산 원유 수입량의 80% 정도가 이곳을 거쳐 오가고 있습니다.

만약 타이완 해협이 봉쇄될 경우 한국 경제는 그야말로 직격탄을 맞을 수밖에 없습니다.

앞서 미국 민간 연구기관은 타이완 해협 무력충돌 시 한국 GDP가 23% 넘게 줄어들면서 경제적 피해 규모가 전쟁 당사국인 타이완에 이어 두 번째로 클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여기에 미국으로부터 타이완 문제에 보다 깊숙이 개입할 것을 요구받을 경우, 자칫 한중 관계와 북핵 문제 해결에도 또 다른 악재로 작용할 거란 분석입니다.

[강준영/한국외대 국제지역대학원 교수 : "우리 같은 경우는 북한으로부터 핵위협을 비롯해서 한반도 안전과 평화가 늘 위협을 받고 있는데 여기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두 나라가 사이가 안 좋으면 사실 한반도 문제를 풀어가기도 굉장히 어려운 거죠. 물론 중국이 우리를 특별히 도와주거나 그런 건 없지만 나름대로 상황 악화 방지를 하려고 현재로선 중국도 일정한 역할을 하고 있다고 봐야 됩니다."]

우리 정부는 라이칭더 당선 이후 “타이완 해협의 평화와 안정이 유지되길 기대한다”는 원칙적인 입장을 밝혔습니다.

[강준영/한국외대 국제지역대학원 교수 : "소위 우리가 이번 양안 관계 특히 타이완 선거를 친미, 친중 프레임으로 보면 안 되는 이유가 바로 거기에 있습니다. 이걸 친중, 친미, 반미 개념으로 보면 우리도 뭔가 거기에 대한 선택을 해야 되는, 스스로 우리가 그 프레임 안으로 들어갈 수밖에 없는 그런 구조가 된단 말이죠. 국제주의 원칙에 따라서 현상 변경 반대 정도 이런 큰 흐름을 갖고 가는 게 중요하다 생각이 됩니다."]

타이완 해협을 둘러싼 미중 간 패권 경쟁이 지속되는 상황에서, 중러와 전략적 이해관계를 공유하려는 북한까지 가세하면서, 동북아는 민주주의 진영과 권위주의 국가들 간의 거대한 각축장으로 변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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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슈&한반도] “남북관계 종지부”…“극초음속 미사일 발사”
    • 입력 2024-01-20 08:18:48
    • 수정2024-01-20 09:41:30
    남북의 창
[앵커]

시청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러시아를 방문한 최선희 북한 외무상이 지난 16일 크렘린궁에서 푸틴 대통령을 만났습니다.

푸틴이 다른 나라 외교 수장을 만나는 것 자체가 이례적인 일인데, 최 외무상과 10초 넘게 악수를 하는 등 그야말로 ‘환대’를 했습니다.

북러 간 밀착 심화를 상징하는 모습인데, 북한이 러시아에 군수 물자를 넘겨주고, 러시아로부터는 고도화된 군사 기술을 지원받는 거 아닌가 이렇게 의심해 온 우리에게는 걱정스런 모양
새죠.

이번 면담을 놓고 크렘린궁이 ‘민감한 분야’ 등에서 북한과 관계를 발전시키겠다고 한 점, 또 북러 외무장관 회담에 북한 노동당의 군수공업부장이 배석한 점 등은 우려를 한층 깊게 만듭니다.

1월 셋째 주 <남북의창> 시작하겠습니다.

김정은 위원장이 대한민국을 제1 적대국으로 삼고, 만약 전쟁이 나면 우리 영토를 완전히 점령하는 내용을 헌법에 넣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남북을 동족으로 보는 말은 쓰지 말라고 지시하고, 각종 대남기구들도 폐지했는데요.

여기에 북한은 고체연료를 사용한 극초음속 중장거리 미사일, IRBM 시험 발사에 성공했다고 주장했습니다.

사실이라면, 극초음속으로 비행하는데다 회피기동까지 할 수 있어 한미일 미사일방어체계에 큰 도전이 될 거란 우려가 나옵니다.

오늘 <이슈&한반도>는 연초부터 도발 수위를 높여가고 있는 북한 소식부터 전해드립니다.

[리포트]

검은 양복을 입은 김정은 위원장이 간부들의 박수를 받으며 만수대의사당에 입장합니다.

최고인민회의 시정연설에 나선 김 위원장은 헌법에 대한민국을 제1적대국으로 명기하고, 전쟁이 일어나면 남한을 완전히 점령해 북한에 편입시키는 내용도 반영해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지난 8일 한국을 처음으로‘주적’으로 언급한 데 이어, 영토 흡수 통일 의지까지 아예 헌법에 못 박겠다는 겁니다.

[김정은 위원장 최고인민회의 시정연설 : "대한민국을 철두철미 제1의 적대국으로, 불변의 주적으로 확고히 간주하도록 (헌법의) 해당 조문에 명기하는 것이 옳다고 생각합니다."]

또, 삼천리 금수강산, 8천만 겨레 같은 말도 쓰지 말라고 지시하고, 남북 교류 업무를 담당해온 기구들도 폐지했다고 밝혔습니다.

[김정은 위원장 최고인민회의 시정연설 : "우리 공화국의 민족 역사에서 통일, 화해, 동족이라는 개념 자체를 완전히 제거해 버려야 합니다."]

할아버지 김일성의 통일 업적 중 하나였던 조국통일 3대 헌장 기념탑을 철거하고, 김정일 국방위원장 집권 당시 남북 경협의 유산이었던 경의선도 회복불가한 수준으로 완전히 끊겠다고 했습니다.

선대의 유산까지 부정하며 남북 관계에 종지부를 찍겠다고 선언한 겁니다.

김 위원장은 다만, 적들이 건드리지 않는 한 일방적으로 전쟁을 하지는 않겠다며 여지를 남기기도 했습니다.

[김동엽/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 : "이걸 한 마디로 말씀드리면 대단히 공세적인 조건부라고 생각해요. 단순히 물리적인 것뿐만 아니라 그걸 넘어서서 자신들을 위협하고 옥죄는, 소위 말해서 이것은 안보적인 측면을 넘어서서 경제적인 측면도 이야기하고 있다고 봐요. 실제적으로 제재 같은 것도 마찬가지고. 대단히 우리(북한)를 소위 궁지로 몬다는 거죠. 궁지로 몰게 되면 우리는 결국 쓸 수밖에 없고, 그냥 쥐가 고양이를 물겠다는 거예요."]

새해 들어 두 번째 국무회의를 주재한 윤석열 대통령은 북한 정권을 강하게 규탄했습니다.

["이는 북한 정권 스스로가 반민족적이고 반역사적 집단이라는 사실을 자인한 것입니다. ‘전쟁이냐 평화냐’를 협박하는 재래의 위장 평화 전술은 더 이상 통하지 않습니다."]

북한이 대남 정책을 근본적으로 전환한 건, 한반도 문제에서 남한은 더 이상 당사자가 아니며, 정전협정에 입각해 미국과 직접 상대하겠다는 메시지라는 분석이 나옵니다.

[홍민/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 : "미국에 가장 강력한, (자신들의) 변화되지 않는 어떤 정책의 지속성 장기성을 보여주는 측면에서 헌법이 가장 유효한 수단으로 보는 거죠."]

일각에선 북한이 남북, 북미 관계 개선에 대한 미련을 완전히 접고 신냉전 구도를 적극 활용하는 쪽으로 궤도를 수정했기 때문이란 분석도 있습니다.

전쟁을 불사하는 관계로 남북 관계를 설정해 배수의 진을 치고, 핵무력 증강과 내부 결속, 민생 개선에서 반드시 가시적 성과를 내겠다는 전략이란 겁니다.

[김동엽/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 : "이제는 더 이상 기대할 가치가 없다는 거죠. 좀 더 아주 생생하게 이야기하자면 정말 싫은 거예요, 말 그대로. 북중 관계, 북러 관계를 돈독히 하면서 결국은 이쪽에서 내려놓은 북미 관계, 미국과 한국을 통해서 받지 못하는 것들을 이쪽에서 챙기는 거예요. (중러를 통해) 훨씬 더 많은 것을 안정적으로 챙길 수 있다고 생각을 하게 되는 거죠."]

이런 가운데 북한은 극초음속 중장거리 고체연료 미사일 시험 발사에도 성공했다고 밝혔습니다.

지난 극초음속 미사일 발사 때와 미사일 탄두와 형상은 유사하지만, 기습 공격에 효과적인 고체연료를 처음 적용한 게 차이점입니다.

최고 속도가 음속의 10배에, 변칙 기동까지 하는 이 미사일이 실전 배치되면 오키나와와 괌의 미군기지까지 타격 가능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김동엽/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 : "북은 고체 연료로 KN-23, 24, 25라는 걸 갖고 있고요. 아주 짧은 시간 내에 남쪽에 도착하는 사거리 600~800km 미사일을 갖고 있기 때문에 굳이 그 미사일에 (극초음속 기술을) 적용할 이유는 별로 없어요. 북한의 이런 기술이 향후 중거리와 또 소위 북이 지금 완성했다 얘기하는 ICBM, 장거리미사일과 접목을 하게 되면 대단히 위험한 무기 체계가 되는 거죠."]

북한 핵미사일 위협에 대응하기 위해 한미일 3국은 3일간 제주 남방 공해상에서 첫 정례 해상 훈련을 실시했습니다. 특히 미 칼빈슨함은 지난해 11월 이후 2달 만에 한반도를 찾아 해상 훈련을 펼쳤습니다.

[앵커]

지금 남북관계 외에 우리가 예의주시할 부분이 또 있습니다.

바로 타이완인데요.

최근 ‘하나의 중국’을 거부하는 반중 노선의 라이칭더 후보가 차기 타이완 총통에 당선되면서 동북아 정세를 좌우할 또 다른 변수가 등장했습니다.

사실 미국과 중국의 대리전이었다, 이런 말까지 나왔던 이번 선거가 우리에게는 어떤 영향을 미칠지, 또 북한은 어떤 셈법으로 타이완을 바라보고 있을지 이어서 짚어보겠습니다.

[리포트]

["같이 환영합시다! 타이완 새 총통 라이칭더!"]

전 세계의 이목이 쏠렸던 제16대 타이완 총통 선거, 결국 민심은 친미, 독립 성향의 라이칭더 후보를 택했습니다.

중국이 라이칭더 후보를 견제하며 타이완을 군사적으로 압박하고 통일을 강조해 왔지만, 오히려 유권자들의 표심을 자극했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라이칭더/타이완 총통 당선인/1월 13일 : "타이완인들은 행동을 통해 외부 세력의 개입을 성공적으로 막아냈습니다. 자신의 총통을 스스로 선출해야 한다고 믿기 때문입니다."]

타이완 총통 선거가 끝나기 무섭게 미중 간 신경전도 가열됐습니다.

미국 대표단은 타이완을 찾아 앞으로의 지원을 약속했고, 중국 외교 사령탑, 왕이 외교부장은 해외 순방 중에도 날선 경고를 쏟아냈습니다.

[왕이/중국 외교부장/1월 14일 : "타이완섬에서 누구든 타이완을 독립시키려 하면 이는 중국의 국토를 분열시키려 하는 것이고 역사와 법률의 엄중한 처벌을 받게 될 것입니다."]

중국이 강력히 반발하지만, 현재로선 미국과 일전까지 감수하면서 당장 타이완 무력통일에 나설 가능성은 적어 보입니다.

다만 중국이 타이완에 대한 무력시위를 강화하는 과정에서 사소한 불씨가 급격하게 확대될 가능성을 배제할 순 없습니다.

타이완 해협에서 무력 충돌 시 최악의 경우 주한미군까지 가세하면서 방위력 공백을 불러올 수 있고, 이런 틈새를 노린 북한의 도발로 한반도가 위기에 빠질 거란 우려도 나옵니다.

타이완 선거 이튿날, 북한이 동해상으로 중거리미사일을 발사한 것도, 한미의 대응을 살피기 위한 노림수라는 분석이 제기됩니다.

[강준영/한국외대 국제지역대학원 교수 : "이 흐름을 지켜보고 미 대선 이후 북미 대화에서 이니셔티브(주도권)를 갖고 오려는, 축적하는 흐름이 아닌가라고 생각이 들고요. 이런 상황에서 러시아와 가까워지면서 최선희가 그래서 갔잖아요. 외무상이. 가면서 북중러 삼각 연대 고도를 계속 추진하고 있는 거죠. 일종의 자기(북한)가 선봉장으로서 북미 대화라든지 세계적 관심을 끌려는 의도가 복합적으로 얽혀 있는 게 아닌가."]

남중국해와 타이완 해협은 세계 주요 해상 교통로로, 특히 우리나라 수출입 물량의 45%, 중동산 원유 수입량의 80% 정도가 이곳을 거쳐 오가고 있습니다.

만약 타이완 해협이 봉쇄될 경우 한국 경제는 그야말로 직격탄을 맞을 수밖에 없습니다.

앞서 미국 민간 연구기관은 타이완 해협 무력충돌 시 한국 GDP가 23% 넘게 줄어들면서 경제적 피해 규모가 전쟁 당사국인 타이완에 이어 두 번째로 클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여기에 미국으로부터 타이완 문제에 보다 깊숙이 개입할 것을 요구받을 경우, 자칫 한중 관계와 북핵 문제 해결에도 또 다른 악재로 작용할 거란 분석입니다.

[강준영/한국외대 국제지역대학원 교수 : "우리 같은 경우는 북한으로부터 핵위협을 비롯해서 한반도 안전과 평화가 늘 위협을 받고 있는데 여기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두 나라가 사이가 안 좋으면 사실 한반도 문제를 풀어가기도 굉장히 어려운 거죠. 물론 중국이 우리를 특별히 도와주거나 그런 건 없지만 나름대로 상황 악화 방지를 하려고 현재로선 중국도 일정한 역할을 하고 있다고 봐야 됩니다."]

우리 정부는 라이칭더 당선 이후 “타이완 해협의 평화와 안정이 유지되길 기대한다”는 원칙적인 입장을 밝혔습니다.

[강준영/한국외대 국제지역대학원 교수 : "소위 우리가 이번 양안 관계 특히 타이완 선거를 친미, 친중 프레임으로 보면 안 되는 이유가 바로 거기에 있습니다. 이걸 친중, 친미, 반미 개념으로 보면 우리도 뭔가 거기에 대한 선택을 해야 되는, 스스로 우리가 그 프레임 안으로 들어갈 수밖에 없는 그런 구조가 된단 말이죠. 국제주의 원칙에 따라서 현상 변경 반대 정도 이런 큰 흐름을 갖고 가는 게 중요하다 생각이 됩니다."]

타이완 해협을 둘러싼 미중 간 패권 경쟁이 지속되는 상황에서, 중러와 전략적 이해관계를 공유하려는 북한까지 가세하면서, 동북아는 민주주의 진영과 권위주의 국가들 간의 거대한 각축장으로 변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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