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경은 예쁘지만 허리가 끊어질 판”…폭설 내린 강원

입력 2024.01.21 (17:25) 수정 2024.01.26 (15: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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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론으로 본 강릉시 왕산면 전경 (촬영기자 최진호)

"설경이 정말 예쁘고 아름다워요. 그런데 제 허리는 끊어지기 직전이에요. 어제도 치웠고 오늘도 아침 8시부터 밥도 못 먹고 눈을 치우기 시작했는데, 아직 점심도 못 챙기고 계속 눈만 치우고 있어요." - 최쥴리(강릉시 왕산면 주민)

■ 치우고 또 치우고…쌓이고 또 쌓이고

강원도 강릉시 왕산면에 쌓인 눈은 40센티미터가 넘습니다. 지난 18일 눈발이 날리기 시작해, 오늘까지 나흘 동안 내린 누적 적설량입니다. 상대적으로 눈에 익숙한 산간마을 주민들이지만, 버티기가 쉽지 않았습니다. 눈을 치우면 금세 쌓이고, 다시 치우면 쌓이는 상황이 반복됐기 때문입니다.

산간마을에선 이른 아침부터 '눈과의 전쟁'이 이어졌습니다. 이장을 포함해 마을 주민들이 트랙터와 중장비를 몰고 나왔고, 종일 눈 치우기에 바빴습니다. 주택을 연결하는 마을 안길을 중심으로 최소한의 이동 통로를 확보하기 위한 제설 작업이 진행됐습니다.

산간마을 진입로에 쌓인 눈을 중장비로 치우는 모습(촬영기자 최진호)

강릉시 왕산면 주민 최쥴리 씨는 "계속 치우는데도 계속 쌓여서 힘들다"고 말했습니다.

그래도 마을 이장과 주민들이 서로 도와주는 게 힘이 됐습니다. 최 씨는 "시골 인심이 좋다"면서 "다들 따뜻한 마음으로 폭설에 대응하고 있다"고 표현했습니다.

이번 눈은 고지대 산간에 집중됐습니다. 강릉 삽당령에 40.5센티미터, 삼척 도계 38.8센티미터, 태백 22.9센티미터 등 많은 눈이 쌓였습니다.

폭설로 쓰러진 나무가 주택을 덮친 모습폭설로 쓰러진 나무가 주택을 덮친 모습

■ 폭설로 쓰러진 나무가 주택 덮치기도…정전 피해도 잇따라

폭설의 무게를 견디진 못한 나무가 쓰러지는 경우도 속출했습니다.

강릉시 왕산면의 한 주택에선 키가 10 미터 넘는 나무가 쓰러져 지붕을 덮쳤습니다. 주택 주인은 "쓰러진 나무를 보고 정말 깜짝 놀랐다"면서 "누가 다치기라도 했으면 큰일 날 뻔했다"고 가슴을 쓸어내렸습니다.

일부 산간마을 정전으로 가동이 중단된 보일러일부 산간마을 정전으로 가동이 중단된 보일러

정전 피해도 잇따랐습니다. 취재진이 오늘(21일) 오전 찾은 강릉시 왕산면 일명 '옷밥골' 일대 주택 10여 가구는 전기가 끊긴 상태였습니다. 정전으로 보일러 가동이 중단되면서 일부 주민들은 밤새 추위에 떨어야 했습니다.

주민 조상범 씨는 "어젯밤부터 전기가 끊겨 밤새 냉골에서 추위에 떨었다"고 하소연했습니다. 이후 복구 작업을 거쳐 낮부터 전기가 들어왔지만, "냉장고에 넣어둔 음식물을 다 버려야 할 것 같아 걱정"이라고 덧붙였습니다.

강릉 도심 주택가에서 눈을 치우고 있는 트랙터(촬영기자 최진호)

■ 도심 나타난 농사용 '트랙터' …제설 '총력'

해안가 인근 강릉시 도심도 종일 눈 치우느라 바빴습니다. 도심 주택가에 농사용 트랙터와 중장비들이 대거 투입됐습니다. 대형 제설장비가 투입되기 어려워, 트랙터같이 상대적으로 작은 장비들이 주택가 제설작업을 진행했습니다.

주민들과 상가 주인들은 삽을 바쁘게 움직였습니다. 강릉시에서 상가를 운영하는 이우연 씨는 "손님들이 미끄러져 다치면 안 되니까 열심히 치우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또 일단 많이 쌓이면 치우기 힘들다면서 "수시로 나와서 치우고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강원 해안가에 쌓인 눈도 북강릉 15.4센티미터, 속초 청호 5.2센티미터, 양양 하조대 2.3센티미터 등입니다. 상대적으로 기온이 높은 탓에 눈이 잘 쌓이지 않는 상황을 감안하면, 제법 많은 눈이 내렸습니다.

인도에 쌓인 눈을 치우고 있는 강릉시청 공무원들인도에 쌓인 눈을 치우고 있는 강릉시청 공무원들

■추가 눈 예보에 기온 급강하…'빙판길·살얼음' 주의해야

강원 산지와 내륙에 한파특보가 내려진 가운데, 내일(22일) 아침 기온은 산지가 영하 12도에서 영하 10도, 동해안도 영하 6도에서 영하 3도로, 오늘보다 5도에서 10도 정도 떨어질 것으로 전망됐습니다.

특히 강원 산지와 내륙에는 내일 새벽까지 2에서 7센티미터, 동해안에는 1센티미터 미만의 눈이 더 내릴 것으로 예보됐습니다.

이 때문에 눈이 내린 지역에서는 인도가 '빙판길'로 변하거나 도로에 '살얼음'도 예상됩니다. 보행자는 최대한 조심해서 걷고, 교통 안전에도 주의해야 합니다.

기상청은 화요일인 모레(23일)는 더 추워져, 동해안 아침 기온이 영하 10도 아래로 더 떨어지겠다며, 건강 관리에 유의해야 한다고 당부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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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수정2024-01-26 15:21: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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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론으로 본 강릉시 왕산면 전경 (촬영기자 최진호)

"설경이 정말 예쁘고 아름다워요. 그런데 제 허리는 끊어지기 직전이에요. 어제도 치웠고 오늘도 아침 8시부터 밥도 못 먹고 눈을 치우기 시작했는데, 아직 점심도 못 챙기고 계속 눈만 치우고 있어요." - 최쥴리(강릉시 왕산면 주민)

■ 치우고 또 치우고…쌓이고 또 쌓이고

강원도 강릉시 왕산면에 쌓인 눈은 40센티미터가 넘습니다. 지난 18일 눈발이 날리기 시작해, 오늘까지 나흘 동안 내린 누적 적설량입니다. 상대적으로 눈에 익숙한 산간마을 주민들이지만, 버티기가 쉽지 않았습니다. 눈을 치우면 금세 쌓이고, 다시 치우면 쌓이는 상황이 반복됐기 때문입니다.

산간마을에선 이른 아침부터 '눈과의 전쟁'이 이어졌습니다. 이장을 포함해 마을 주민들이 트랙터와 중장비를 몰고 나왔고, 종일 눈 치우기에 바빴습니다. 주택을 연결하는 마을 안길을 중심으로 최소한의 이동 통로를 확보하기 위한 제설 작업이 진행됐습니다.

산간마을 진입로에 쌓인 눈을 중장비로 치우는 모습(촬영기자 최진호)

강릉시 왕산면 주민 최쥴리 씨는 "계속 치우는데도 계속 쌓여서 힘들다"고 말했습니다.

그래도 마을 이장과 주민들이 서로 도와주는 게 힘이 됐습니다. 최 씨는 "시골 인심이 좋다"면서 "다들 따뜻한 마음으로 폭설에 대응하고 있다"고 표현했습니다.

이번 눈은 고지대 산간에 집중됐습니다. 강릉 삽당령에 40.5센티미터, 삼척 도계 38.8센티미터, 태백 22.9센티미터 등 많은 눈이 쌓였습니다.

폭설로 쓰러진 나무가 주택을 덮친 모습
■ 폭설로 쓰러진 나무가 주택 덮치기도…정전 피해도 잇따라

폭설의 무게를 견디진 못한 나무가 쓰러지는 경우도 속출했습니다.

강릉시 왕산면의 한 주택에선 키가 10 미터 넘는 나무가 쓰러져 지붕을 덮쳤습니다. 주택 주인은 "쓰러진 나무를 보고 정말 깜짝 놀랐다"면서 "누가 다치기라도 했으면 큰일 날 뻔했다"고 가슴을 쓸어내렸습니다.

일부 산간마을 정전으로 가동이 중단된 보일러
정전 피해도 잇따랐습니다. 취재진이 오늘(21일) 오전 찾은 강릉시 왕산면 일명 '옷밥골' 일대 주택 10여 가구는 전기가 끊긴 상태였습니다. 정전으로 보일러 가동이 중단되면서 일부 주민들은 밤새 추위에 떨어야 했습니다.

주민 조상범 씨는 "어젯밤부터 전기가 끊겨 밤새 냉골에서 추위에 떨었다"고 하소연했습니다. 이후 복구 작업을 거쳐 낮부터 전기가 들어왔지만, "냉장고에 넣어둔 음식물을 다 버려야 할 것 같아 걱정"이라고 덧붙였습니다.

강릉 도심 주택가에서 눈을 치우고 있는 트랙터(촬영기자 최진호)

■ 도심 나타난 농사용 '트랙터' …제설 '총력'

해안가 인근 강릉시 도심도 종일 눈 치우느라 바빴습니다. 도심 주택가에 농사용 트랙터와 중장비들이 대거 투입됐습니다. 대형 제설장비가 투입되기 어려워, 트랙터같이 상대적으로 작은 장비들이 주택가 제설작업을 진행했습니다.

주민들과 상가 주인들은 삽을 바쁘게 움직였습니다. 강릉시에서 상가를 운영하는 이우연 씨는 "손님들이 미끄러져 다치면 안 되니까 열심히 치우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또 일단 많이 쌓이면 치우기 힘들다면서 "수시로 나와서 치우고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강원 해안가에 쌓인 눈도 북강릉 15.4센티미터, 속초 청호 5.2센티미터, 양양 하조대 2.3센티미터 등입니다. 상대적으로 기온이 높은 탓에 눈이 잘 쌓이지 않는 상황을 감안하면, 제법 많은 눈이 내렸습니다.

인도에 쌓인 눈을 치우고 있는 강릉시청 공무원들
■추가 눈 예보에 기온 급강하…'빙판길·살얼음' 주의해야

강원 산지와 내륙에 한파특보가 내려진 가운데, 내일(22일) 아침 기온은 산지가 영하 12도에서 영하 10도, 동해안도 영하 6도에서 영하 3도로, 오늘보다 5도에서 10도 정도 떨어질 것으로 전망됐습니다.

특히 강원 산지와 내륙에는 내일 새벽까지 2에서 7센티미터, 동해안에는 1센티미터 미만의 눈이 더 내릴 것으로 예보됐습니다.

이 때문에 눈이 내린 지역에서는 인도가 '빙판길'로 변하거나 도로에 '살얼음'도 예상됩니다. 보행자는 최대한 조심해서 걷고, 교통 안전에도 주의해야 합니다.

기상청은 화요일인 모레(23일)는 더 추워져, 동해안 아침 기온이 영하 10도 아래로 더 떨어지겠다며, 건강 관리에 유의해야 한다고 당부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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