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안부는 매춘의 일종’ 류석춘 무죄…판결문 들여다 보니

입력 2024.01.24 (14:44) 수정 2024.01.24 (15: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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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석춘 전 연세대 교수가 강의 중 '위안부는 자발적인 매춘'이라고 발언한 것은 위안부 피해자들에 대한 명예훼손으로 볼 수 없다는 법원의 판단이 나왔습니다.

류 전 교수가 2019년 9월 연세대학교의 전공 수업에서 해당 발언을 한 지 4년 만에 나온 법원의 첫 판단입니다.

■ 류 전 교수 "위안부는 매춘의 일종…가해자는 일본이 아니다"

류 전 교수는 2019년 9월 연세대 사회학과 전공과목 '발전사회학' 강의에서 학생들과 일제강점기 관련 내용을 논의하던 중 "(위안부 관련) 직접적인 가해자는 일본이 아니다"라며 "(위안부는) 매춘의 일종"이라고 말했습니다.

이어 "매춘은 오래된 산업이고 과거에도 있었고 미래에도 있을 것"이라며 "위안부는 일본 민간이 주도하고 일본 정부가 방치한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한 학생이 '위안부 피해자는 강제 연행된 것이 아닌가'라고 반박하자 류 교수는 "지금 매춘하는 사람들은 어떻게 한 것인가, 부모가 판 것인가"라며 "살기 어려운데 조금 일하면 돈 받는다는 매춘 유혹이 있고, 예전에도 그런 것"이라고 답하기도 했습니다.

류 교수는 정의기억연대의 전신인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정대협)에 대해서도 "정대협이 개입해 할머니들을 교육한 것"이라며 "(위안부 피해자들은) 해방 이후 쥐죽은 듯이 와서 살던 분들인데 정대협이 개입해 국가적 피해자라는 생각을 갖게 한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파장은 컸습니다. 연세대 총학생회와 연세민주동문회 등 동문 단체들은 규탄 성명을 냈고, 연세대는 문제의 발언의 나왔던 '발전사회학' 강의를 즉시 중단했습니다.

자유한국당 혁신위원회 위원장을 지내기도 했었던 류 전 교수에 대한 정치권의 비난도 이어졌습니다. 당시 자유한국당과 더불어민주당, 바른정당 등 여야 4당은 한목소리로 '류 전 교수의 발언은 망언'이라며 비판했습니다.

사회 각계각층에서 류 전 교수의 발언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나왔지만, 류 전 교수는 당시 "자신의 강의 스타일이 직선적이어서 싫어할 수는 있지만, 차별이나 혐오 발언은 아니다"라고 입장을 밝혔습니다. 또 "잘못한 게 있어야 사과하는데, 학교에는 학문의 자유가 보장돼 있고 나는 잘못한 게 없다"며 사과 요구도 거부했습니다.

결국 정의기억연대가 2019년 10월 류 전 교수를 명예훼손 혐의로 검찰에 고발하면서, 류 교수의 발언은 법원의 판단을 받게 됐습니다. 그리고 오늘 4년 만에 법원의 첫 판단이 나왔습니다.

■ 재판부 '학문의 자유로 보호받아야 할 교수 행위…피해자 특정 안 돼'

서울서부지법 형사4단독 정금영 부장판사는 오늘(24일) 류 전 교수가 위안부들이 강제로 연행되지 않았다고 발언함으로써 위안부 피해자들의 명예를 훼손하였다는 부분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습니다.

재판부가 류 전 교수의 해당 발언을 무죄로 보며 강조한 건 크게 두 가지입니다.

하나는 '특정성'입니다. 명예훼손죄가 성립하려면 명예가 훼손당한 대상이 어느 정도 특정돼야 합니다. 특히 우리 법원은 '집단'에 대한 명예훼손이 인정되려면 집단에 속한 개개인들의 명예를 훼손한 것과 동등한 효과가 발생할 수 있어야 한다고 판단해왔습니다.

재판부는 류 전 교수의 '위안부 발언'에 대해 "일본군 위안부 전체 규모는 40만 명까지로 추산되고 있고 그중 조선인이 차지하는 비율은 50% 이상으로 추정된다"며 "조선인 일본군 위안부를 구성원 개개인이 추정될 수 소규모 집단으로 정의하기 어렵다"고 봤습니다. 그러면서 "해당 발언은 조선인 일본군 위안부 전체에 대한 일반 추상적 표현"이라고 봤습니다. 류 전 교수의 발언이 특정성이라는 기준을 충족하지 못했기 때문에 특정인의 명예도 훼손됐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한 겁니다.

재판부가 판결에서 강조한 또 한 가지는 헌법상 보장되는 '학문의 자유'였습니다. 재판부는 "헌법이 대학에서의 학문의 자유와 교수의 자유를 특별히 보호하고 있는 취지에 비춰보면 교수의 자유에 대한 제한은 필요 최소한에 있어야 한다"며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원칙적으로 학문적 연구와 교수를 위한 정당한 행위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말했습니다.

다만 재판부는 류 전 교수가 '정대협이 일본군에 강제 동원당한 것처럼 증언하도록 위안부 할머니들을 교육했다'는 취지의 발언을 한 데 대해선 정대협에 대한 명예훼손에 해당한다고 판단해 벌금 200만 원을 선고했습니다.

■ 정의기억연대 "역사를 거꾸로 돌리는 반역사적 판결"

류 전 교수는 이날 법정을 나서며 "제일 중요한 건 위안부가 매춘했다는 발언이 무죄가 나왔다는 것"이라며 일단 환영의 입장을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강의에서 얘기한 거로 언론이 4년 동안 난리를 피웠다"며 언론에 화살을 돌리기도 했습니다.

한편 정의기억연대는 즉각 반발했습니다. 정의연은 오늘 입장문을 내고 "이번 판결은 역사를 부정하고 왜곡하는 일본 정부와 극우 역사부정 세력들의 공격 속에 또 인권 침해를 당하고 있는 피해자들을 외면하는 반인권적 판결일 뿐 아니라 대한민국 역사를 거꾸로 돌리는 반역사적 판결"이라며 강하게 비판했습니다.

그러면서 "국제 사회가 공히 인정하고 있는 일본군 위안부 문제의 실체적 진실을 재판부는 부인하는 것인가"라며 "검찰은 즉각 항소하여 다시금 죄를 물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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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석춘 전 연세대 교수가 강의 중 '위안부는 자발적인 매춘'이라고 발언한 것은 위안부 피해자들에 대한 명예훼손으로 볼 수 없다는 법원의 판단이 나왔습니다.

류 전 교수가 2019년 9월 연세대학교의 전공 수업에서 해당 발언을 한 지 4년 만에 나온 법원의 첫 판단입니다.

■ 류 전 교수 "위안부는 매춘의 일종…가해자는 일본이 아니다"

류 전 교수는 2019년 9월 연세대 사회학과 전공과목 '발전사회학' 강의에서 학생들과 일제강점기 관련 내용을 논의하던 중 "(위안부 관련) 직접적인 가해자는 일본이 아니다"라며 "(위안부는) 매춘의 일종"이라고 말했습니다.

이어 "매춘은 오래된 산업이고 과거에도 있었고 미래에도 있을 것"이라며 "위안부는 일본 민간이 주도하고 일본 정부가 방치한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한 학생이 '위안부 피해자는 강제 연행된 것이 아닌가'라고 반박하자 류 교수는 "지금 매춘하는 사람들은 어떻게 한 것인가, 부모가 판 것인가"라며 "살기 어려운데 조금 일하면 돈 받는다는 매춘 유혹이 있고, 예전에도 그런 것"이라고 답하기도 했습니다.

류 교수는 정의기억연대의 전신인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정대협)에 대해서도 "정대협이 개입해 할머니들을 교육한 것"이라며 "(위안부 피해자들은) 해방 이후 쥐죽은 듯이 와서 살던 분들인데 정대협이 개입해 국가적 피해자라는 생각을 갖게 한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파장은 컸습니다. 연세대 총학생회와 연세민주동문회 등 동문 단체들은 규탄 성명을 냈고, 연세대는 문제의 발언의 나왔던 '발전사회학' 강의를 즉시 중단했습니다.

자유한국당 혁신위원회 위원장을 지내기도 했었던 류 전 교수에 대한 정치권의 비난도 이어졌습니다. 당시 자유한국당과 더불어민주당, 바른정당 등 여야 4당은 한목소리로 '류 전 교수의 발언은 망언'이라며 비판했습니다.

사회 각계각층에서 류 전 교수의 발언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나왔지만, 류 전 교수는 당시 "자신의 강의 스타일이 직선적이어서 싫어할 수는 있지만, 차별이나 혐오 발언은 아니다"라고 입장을 밝혔습니다. 또 "잘못한 게 있어야 사과하는데, 학교에는 학문의 자유가 보장돼 있고 나는 잘못한 게 없다"며 사과 요구도 거부했습니다.

결국 정의기억연대가 2019년 10월 류 전 교수를 명예훼손 혐의로 검찰에 고발하면서, 류 교수의 발언은 법원의 판단을 받게 됐습니다. 그리고 오늘 4년 만에 법원의 첫 판단이 나왔습니다.

■ 재판부 '학문의 자유로 보호받아야 할 교수 행위…피해자 특정 안 돼'

서울서부지법 형사4단독 정금영 부장판사는 오늘(24일) 류 전 교수가 위안부들이 강제로 연행되지 않았다고 발언함으로써 위안부 피해자들의 명예를 훼손하였다는 부분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습니다.

재판부가 류 전 교수의 해당 발언을 무죄로 보며 강조한 건 크게 두 가지입니다.

하나는 '특정성'입니다. 명예훼손죄가 성립하려면 명예가 훼손당한 대상이 어느 정도 특정돼야 합니다. 특히 우리 법원은 '집단'에 대한 명예훼손이 인정되려면 집단에 속한 개개인들의 명예를 훼손한 것과 동등한 효과가 발생할 수 있어야 한다고 판단해왔습니다.

재판부는 류 전 교수의 '위안부 발언'에 대해 "일본군 위안부 전체 규모는 40만 명까지로 추산되고 있고 그중 조선인이 차지하는 비율은 50% 이상으로 추정된다"며 "조선인 일본군 위안부를 구성원 개개인이 추정될 수 소규모 집단으로 정의하기 어렵다"고 봤습니다. 그러면서 "해당 발언은 조선인 일본군 위안부 전체에 대한 일반 추상적 표현"이라고 봤습니다. 류 전 교수의 발언이 특정성이라는 기준을 충족하지 못했기 때문에 특정인의 명예도 훼손됐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한 겁니다.

재판부가 판결에서 강조한 또 한 가지는 헌법상 보장되는 '학문의 자유'였습니다. 재판부는 "헌법이 대학에서의 학문의 자유와 교수의 자유를 특별히 보호하고 있는 취지에 비춰보면 교수의 자유에 대한 제한은 필요 최소한에 있어야 한다"며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원칙적으로 학문적 연구와 교수를 위한 정당한 행위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말했습니다.

다만 재판부는 류 전 교수가 '정대협이 일본군에 강제 동원당한 것처럼 증언하도록 위안부 할머니들을 교육했다'는 취지의 발언을 한 데 대해선 정대협에 대한 명예훼손에 해당한다고 판단해 벌금 200만 원을 선고했습니다.

■ 정의기억연대 "역사를 거꾸로 돌리는 반역사적 판결"

류 전 교수는 이날 법정을 나서며 "제일 중요한 건 위안부가 매춘했다는 발언이 무죄가 나왔다는 것"이라며 일단 환영의 입장을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강의에서 얘기한 거로 언론이 4년 동안 난리를 피웠다"며 언론에 화살을 돌리기도 했습니다.

한편 정의기억연대는 즉각 반발했습니다. 정의연은 오늘 입장문을 내고 "이번 판결은 역사를 부정하고 왜곡하는 일본 정부와 극우 역사부정 세력들의 공격 속에 또 인권 침해를 당하고 있는 피해자들을 외면하는 반인권적 판결일 뿐 아니라 대한민국 역사를 거꾸로 돌리는 반역사적 판결"이라며 강하게 비판했습니다.

그러면서 "국제 사회가 공히 인정하고 있는 일본군 위안부 문제의 실체적 진실을 재판부는 부인하는 것인가"라며 "검찰은 즉각 항소하여 다시금 죄를 물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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