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절한K] “자책 말라”…법정 울린 ‘양형 이유’

입력 2024.01.24 (19:43) 수정 2024.01.24 (2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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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임대인 최 모 씨의 사기 행각을 지난해 4월부터 취재해 온 김옥천 기자와 좀 더 자세한 이야기 나눠보겠습니다.

우선 최 씨의 여태 행적을 정리해볼까요?

[기자]

네, 최 씨는 수영구 오피스텔을 포함해 부산에서만 9개 건물에서 임대 사업을 한 50대 여성입니다.

제가 처음 취재를 시작한 지난해 4월부터 세입자들의 연락을 받지 않았는데요.

최 씨는 당장 갈 곳이 없는 세입자들을 철저히 외면했습니다.

그런데 취재진에게는 연락을 해와 "부동산 경기가 얼어붙어 돈을 돌려주지 못하는 거지, 절대 사기가 아니다"라고 하소연하기도 했습니다.

수사 결과를 보면 최 씨 소유의 빌라 거래 가액보다 빌라 전세보증금, 대출금의 합이 더 많았습니다.

이른바 '무자본 갭투자'를 했던 겁니다.

최 씨는 빌라마다 "자신이 실형을 살게 되면 보증금을 한 푼도 줄 수 없게 된다"는 안내문까지 붙이는 등 피해자들에게 더 큰 고통을 주기도 했는데요.

호텔도 팔며 전세금 변제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재판부에 호소했지만, 결국, 사기죄로 15년의 징역형을 선고받았습니다.

[앵커]

검찰 구형보다 2년 더 많은 15년이 선고됐는데, 어떤 이유죠?

[기자]

이번 재판을 담당한 박주영 판사는 판결문에 이런 말을 담았습니다.

"전세 제도나 금융 시스템 등에도 많은 문제가 있지만, 자신의 탐욕이 누군가에게 피해를 줬다면, 그 탐욕은 타인의 고통 앞에서 즉시 멈춰야 한다." 라고 적시했습니다.

결국, 무분별한 탐욕적 주택 매입이 '전세 사기'로 이어졌고, 그 피해는 '세입자 고통'으로 이어졌다고 해석할 수 있는데요.

특히 피해자 대부분이 청년 세대인데, 박 판사는 이들이 재산을 잃은 뒤 '여전히 회복되지 않은 점'을 양형에 반영한 것으로 보입니다.

[앵커]

말씀하신 대로 피해자 대부분이 청년입니다.

법원에 엄벌을 요구하는 탄원서도 쏟아졌죠?

[기자]

네, 제가 확인한 탄원서만 40개가 넘습니다.

오늘 법정에서는 박 판사가 직접 이 탄원서들을 요약해 읽었는데, 세입자들의 고통이 하나하나 전해졌습니다.

결혼을 앞둔 한 피해자는 전세 사기로 상견례 전날 파혼을 당하고 고통 속에 지내다 백내장까지 앓고 있다고 사연을 전했는데요.

한 피해자는 40대 중반에서야 어렵게 모은 돈으로 독립했지만 결국, 사기를 당했다며, "자신이 잘못한 것이 없는데 잘못한 것 같다"고 자책하기도 했습니다.

또 부모님이 보내준 천6백만 원을 다 잃은 딸은, "자신이 불안해할까 봐 부모님이 슬퍼하지도 못하고 있다"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박 판사가 탄원서를 읽자 방청객들이 훌쩍이기 시작했고 법정은 눈물 바다가 됐습니다.

[앵커]

재판부가 재산뿐 아니라 피해자들의 소중한 시간 그리고 인생까지 앗아간 나쁜 범죄라고 했는데, 무엇보다 피해자가 자책할까 봐 걱정됩니다.

재판부가 당부의 말도 전했다고요?

[기자]

박주영 판사는 선고를 마치고 피해자들에게 따로 담담히 말을 전했습니다.

"절대로 자신을 원망하거나, 자책하지 말라"는 당부였는데요.

앞서 보신 엄벌 탄원서에서 40대 피해자가 말했듯, 잘못한 것 없는데, 잘못한 것 같은 게 전세 사기 피해자분들 마음일 겁니다.

그러면서 "부디 마음과 몸을 잘 챙기고, 스스로를 아끼고 또 아껴서, 하루빨리 평온한 일상으로 복귀하기를 진심으로 기원한다"고 말했습니다.

선고 후 피해자들을 취재진이 만나봤는데요.

형량이 얼마이든 "우리 잘못이 아니라는 걸 인정받은 것 같다"는 말이 제일 기억에 남습니다.

또 피해자들은 "하루빨리 평온한 일상으로 복귀"하려면 국가가 전세 사기 피해자들을 위한 실질적인 대책을 내어달라고 촉구하기도 했습니다.

[앵커]

무엇보다 피해자들이 다시 새 출발을 할 수 있는 정책 마련이 우선돼야 할 것이고, 앞으로 이런 전세 사기 피해는 다신 발생해선 안 되겠습니다.

김옥천 기자, 잘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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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수정2024-01-24 20:0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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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임대인 최 모 씨의 사기 행각을 지난해 4월부터 취재해 온 김옥천 기자와 좀 더 자세한 이야기 나눠보겠습니다.

우선 최 씨의 여태 행적을 정리해볼까요?

[기자]

네, 최 씨는 수영구 오피스텔을 포함해 부산에서만 9개 건물에서 임대 사업을 한 50대 여성입니다.

제가 처음 취재를 시작한 지난해 4월부터 세입자들의 연락을 받지 않았는데요.

최 씨는 당장 갈 곳이 없는 세입자들을 철저히 외면했습니다.

그런데 취재진에게는 연락을 해와 "부동산 경기가 얼어붙어 돈을 돌려주지 못하는 거지, 절대 사기가 아니다"라고 하소연하기도 했습니다.

수사 결과를 보면 최 씨 소유의 빌라 거래 가액보다 빌라 전세보증금, 대출금의 합이 더 많았습니다.

이른바 '무자본 갭투자'를 했던 겁니다.

최 씨는 빌라마다 "자신이 실형을 살게 되면 보증금을 한 푼도 줄 수 없게 된다"는 안내문까지 붙이는 등 피해자들에게 더 큰 고통을 주기도 했는데요.

호텔도 팔며 전세금 변제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재판부에 호소했지만, 결국, 사기죄로 15년의 징역형을 선고받았습니다.

[앵커]

검찰 구형보다 2년 더 많은 15년이 선고됐는데, 어떤 이유죠?

[기자]

이번 재판을 담당한 박주영 판사는 판결문에 이런 말을 담았습니다.

"전세 제도나 금융 시스템 등에도 많은 문제가 있지만, 자신의 탐욕이 누군가에게 피해를 줬다면, 그 탐욕은 타인의 고통 앞에서 즉시 멈춰야 한다." 라고 적시했습니다.

결국, 무분별한 탐욕적 주택 매입이 '전세 사기'로 이어졌고, 그 피해는 '세입자 고통'으로 이어졌다고 해석할 수 있는데요.

특히 피해자 대부분이 청년 세대인데, 박 판사는 이들이 재산을 잃은 뒤 '여전히 회복되지 않은 점'을 양형에 반영한 것으로 보입니다.

[앵커]

말씀하신 대로 피해자 대부분이 청년입니다.

법원에 엄벌을 요구하는 탄원서도 쏟아졌죠?

[기자]

네, 제가 확인한 탄원서만 40개가 넘습니다.

오늘 법정에서는 박 판사가 직접 이 탄원서들을 요약해 읽었는데, 세입자들의 고통이 하나하나 전해졌습니다.

결혼을 앞둔 한 피해자는 전세 사기로 상견례 전날 파혼을 당하고 고통 속에 지내다 백내장까지 앓고 있다고 사연을 전했는데요.

한 피해자는 40대 중반에서야 어렵게 모은 돈으로 독립했지만 결국, 사기를 당했다며, "자신이 잘못한 것이 없는데 잘못한 것 같다"고 자책하기도 했습니다.

또 부모님이 보내준 천6백만 원을 다 잃은 딸은, "자신이 불안해할까 봐 부모님이 슬퍼하지도 못하고 있다"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박 판사가 탄원서를 읽자 방청객들이 훌쩍이기 시작했고 법정은 눈물 바다가 됐습니다.

[앵커]

재판부가 재산뿐 아니라 피해자들의 소중한 시간 그리고 인생까지 앗아간 나쁜 범죄라고 했는데, 무엇보다 피해자가 자책할까 봐 걱정됩니다.

재판부가 당부의 말도 전했다고요?

[기자]

박주영 판사는 선고를 마치고 피해자들에게 따로 담담히 말을 전했습니다.

"절대로 자신을 원망하거나, 자책하지 말라"는 당부였는데요.

앞서 보신 엄벌 탄원서에서 40대 피해자가 말했듯, 잘못한 것 없는데, 잘못한 것 같은 게 전세 사기 피해자분들 마음일 겁니다.

그러면서 "부디 마음과 몸을 잘 챙기고, 스스로를 아끼고 또 아껴서, 하루빨리 평온한 일상으로 복귀하기를 진심으로 기원한다"고 말했습니다.

선고 후 피해자들을 취재진이 만나봤는데요.

형량이 얼마이든 "우리 잘못이 아니라는 걸 인정받은 것 같다"는 말이 제일 기억에 남습니다.

또 피해자들은 "하루빨리 평온한 일상으로 복귀"하려면 국가가 전세 사기 피해자들을 위한 실질적인 대책을 내어달라고 촉구하기도 했습니다.

[앵커]

무엇보다 피해자들이 다시 새 출발을 할 수 있는 정책 마련이 우선돼야 할 것이고, 앞으로 이런 전세 사기 피해는 다신 발생해선 안 되겠습니다.

김옥천 기자, 잘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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