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에게 전화했는데 다른 사람이 받았다”…KT는 “껐다 켜라”?

입력 2024.01.25 (06:00) 수정 2024.01.25 (09: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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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트업을 운영하는 김 모 씨는 지난 5일 황당한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다른 가족이 김 씨 아내 휴대전화에 전화를 걸었는데, 누군지 모르는 남자가 받았다는 겁니다. 010 번호를 직접 눌러 전화한 것도 아니고, 평소처럼 연락처에 저장된 이름을 눌러 전화했는데도 다른 사람이 전화를 받았습니다.

■ 아내 전화에 걸었는데 전혀 모르는 남성이 받았다…KT "껐다 켜라"

김 씨가 직접 아내의 휴대전화를 앞에 두고 전화를 걸어봤습니다. 아내의 휴대전화로 몇 번 신호가 가더니 통화가 연결됐습니다. 어떤 남성이 전화를 받았습니다. 동시에, 아내 전화는 더는 신호가 울리지 않았습니다. 전화를 받은 사람은 아내와 전화번호도 아예 다른, 모르는 사람이었습니다.


놀란 마음에 통신사인 KT 고객센터에 문의했지만 황당한 답변이 돌아왔습니다. KT 측이 "스마트워치의 IP 연결 문제로 추정된다."라며 "재부팅 해보라"고 했다는 겁니다. 한마디로 껐다 켜면 해결된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러나 전혀 아니었습니다. 며칠 뒤에도 똑같은 일이 발생했습니다. 업무상 받아야 하는 중요한 전화가 있었는데, 다른 사람이 받았습니다. 아내와 문자를 나눴던 사람이 그 문자 화면에서 바로 전화를 걸었는데도 아예 다른 사람으로 연결된 겁니다.


김 씨는 "제 눈 앞에서 아내 핸드폰에 전화를 걸었는데 전화벨이 울리는데 한두 번, 세 번 울리고 나서 다른 사람이 받더라고요"라며 "걱정이 많이 됐죠. 지인들한테 전화를 걸지 말라고 할 수도 없고…."라고 말했습니다.

김 씨는 "저는 아내랑 같이 있었기 때문에 괜찮았지만, 같이 있지 않은 상황에서 다른 사람이 받으면 불안했을 것 같아요."라고 했습니다. 내게 걸려온 전화가 다른 사람에게 연결되는 상황이다 보니 전화 금융사기나 납치 상황으로 오해할 수도 있고, 2차 피해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기 때문입니다.

■ 기자가 직접 전화 걸어보니…역시 다른 사람이 응답

기자가 직접 아내의 휴대전화를 앞에 둔 채 전화를 걸어봤습니다. 아내의 휴대전화로 신호가 가다가 갑자기 통화가 연결됐습니다. 김 씨의 아내가 아니었습니다. 전화번호를 물어보니, 전혀 다른 번호였습니다. 지역도 달랐습니다. 제보자 김 씨의 말은 사실이었습니다.

기자 : 안녕하세요. KBS 신지수 기자라고 합니다. 제가 010-****-**** 번호로 전화를 걸었는데 혹시 선생님 전화번호 끝자리가 어떻게 되시나요?

전화 수신자 : xxxx요.

기자 : 지금 저 같이 원래 선생님한테 전화를 건 게 아니라 다른 사람 찾은 전화를 받으신 게 몇 번 정도 되시나요?

전화 수신자 : 화가 잔뜩 나 있어요. 이렇게 연락 오는 게 하루에 3, 4개씩 오고 있거든요. 인터넷 번호면 안 받겠는데, '010'인 휴대폰 번호로 밤낮으로 연락이 오니까. 스트레스죠.

다른 사람과 통화했지만, 김 씨 아내 휴대전화에는 '다른 기기에서 응답함'이라고 나와 있었습니다. 김 씨 아내의 전화기에 연결된 스마트워치나 PC 등은 모두 김 씨의 아내 소유. 다른 사람의 기기가 연결돼있지 않은데도 나에게 걸려온 전화를 모르는 사람이 받고 전화기에는 '다른 기기에서 받음' 표시가 뜨는 상황이 반복되고 있는 겁니다.

기사(https://news.kbs.co.kr/news/pc/view/view.do?ncd=7874407)가 나간 뒤, 비슷한 현상을 겪었다는 내용의 댓글들이 달렸습니다. 김 씨만 겪는 특이한 현상이라고 치부하고 넘기기 어려워 보입니다.

p****
나도 이런 적이 있었는데……. 지인한테 전화했는데……. 다른 사람이 받았던….

f****
나도 저런 비슷한 현상 며칠 전에 겪었는데...그것도 저장된 번호였는데.. 걸면 다른 번호로 발신되는 현상.. 처음 잘못 걸었을 땐 실수거니 했는데.. 다음에 다시 거니 또 다른 번호로 가는게 휴대폰 화면서 보였고 역시나 다른 사람이 받았음.. 심각한듯..

전문가는 정부와 통신사, 제조사 등이 여러 가능성을 열어두고 원인을 파악해 조치해야 한다고 지적합니다.

박진호 동국대 AI소프트웨어융합학부 교수는 "범죄에 악용된다면 금전적인 문제, 그리고 개인 정보와 관련된 문제, 그리고 그것들과 관련된 2차, 3차 피해가 있을 수 있다."라며 "관계부처, 통신사, 제조사 등이 피해자들을 모아보고, 그들의 공통된 특징이 무엇인지 분석해 어디서 문제가 있었는지 파악을 해야 한다"라고 설명했습니다.

KT는 "일부 특정 단말과 웨어러블 기기 사이에 이상 동작이 발생해 벌어진 것으로 추정된다"며 "이상 동작이 발생하지 않도록 조치했고, 정확한 원인을 파악하기 위해 다각도로 조사 중"이라고 밝혔습니다.

이와 비슷한 상황을 겪은 분은 아래 이메일 주소로 제보 부탁드립니다.
신지수 기자 이메일(js@kbs.co.kr), KBS 제보메일, KBS 제보전화 02-781-44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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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내에게 전화했는데 다른 사람이 받았다”…KT는 “껐다 켜라”?
    • 입력 2024-01-25 06:00:32
    • 수정2024-01-25 09:48: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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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트업을 운영하는 김 모 씨는 지난 5일 황당한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다른 가족이 김 씨 아내 휴대전화에 전화를 걸었는데, 누군지 모르는 남자가 받았다는 겁니다. 010 번호를 직접 눌러 전화한 것도 아니고, 평소처럼 연락처에 저장된 이름을 눌러 전화했는데도 다른 사람이 전화를 받았습니다.

■ 아내 전화에 걸었는데 전혀 모르는 남성이 받았다…KT "껐다 켜라"

김 씨가 직접 아내의 휴대전화를 앞에 두고 전화를 걸어봤습니다. 아내의 휴대전화로 몇 번 신호가 가더니 통화가 연결됐습니다. 어떤 남성이 전화를 받았습니다. 동시에, 아내 전화는 더는 신호가 울리지 않았습니다. 전화를 받은 사람은 아내와 전화번호도 아예 다른, 모르는 사람이었습니다.


놀란 마음에 통신사인 KT 고객센터에 문의했지만 황당한 답변이 돌아왔습니다. KT 측이 "스마트워치의 IP 연결 문제로 추정된다."라며 "재부팅 해보라"고 했다는 겁니다. 한마디로 껐다 켜면 해결된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러나 전혀 아니었습니다. 며칠 뒤에도 똑같은 일이 발생했습니다. 업무상 받아야 하는 중요한 전화가 있었는데, 다른 사람이 받았습니다. 아내와 문자를 나눴던 사람이 그 문자 화면에서 바로 전화를 걸었는데도 아예 다른 사람으로 연결된 겁니다.


김 씨는 "제 눈 앞에서 아내 핸드폰에 전화를 걸었는데 전화벨이 울리는데 한두 번, 세 번 울리고 나서 다른 사람이 받더라고요"라며 "걱정이 많이 됐죠. 지인들한테 전화를 걸지 말라고 할 수도 없고…."라고 말했습니다.

김 씨는 "저는 아내랑 같이 있었기 때문에 괜찮았지만, 같이 있지 않은 상황에서 다른 사람이 받으면 불안했을 것 같아요."라고 했습니다. 내게 걸려온 전화가 다른 사람에게 연결되는 상황이다 보니 전화 금융사기나 납치 상황으로 오해할 수도 있고, 2차 피해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기 때문입니다.

■ 기자가 직접 전화 걸어보니…역시 다른 사람이 응답

기자가 직접 아내의 휴대전화를 앞에 둔 채 전화를 걸어봤습니다. 아내의 휴대전화로 신호가 가다가 갑자기 통화가 연결됐습니다. 김 씨의 아내가 아니었습니다. 전화번호를 물어보니, 전혀 다른 번호였습니다. 지역도 달랐습니다. 제보자 김 씨의 말은 사실이었습니다.

기자 : 안녕하세요. KBS 신지수 기자라고 합니다. 제가 010-****-**** 번호로 전화를 걸었는데 혹시 선생님 전화번호 끝자리가 어떻게 되시나요?

전화 수신자 : xxxx요.

기자 : 지금 저 같이 원래 선생님한테 전화를 건 게 아니라 다른 사람 찾은 전화를 받으신 게 몇 번 정도 되시나요?

전화 수신자 : 화가 잔뜩 나 있어요. 이렇게 연락 오는 게 하루에 3, 4개씩 오고 있거든요. 인터넷 번호면 안 받겠는데, '010'인 휴대폰 번호로 밤낮으로 연락이 오니까. 스트레스죠.

다른 사람과 통화했지만, 김 씨 아내 휴대전화에는 '다른 기기에서 응답함'이라고 나와 있었습니다. 김 씨 아내의 전화기에 연결된 스마트워치나 PC 등은 모두 김 씨의 아내 소유. 다른 사람의 기기가 연결돼있지 않은데도 나에게 걸려온 전화를 모르는 사람이 받고 전화기에는 '다른 기기에서 받음' 표시가 뜨는 상황이 반복되고 있는 겁니다.

기사(https://news.kbs.co.kr/news/pc/view/view.do?ncd=7874407)가 나간 뒤, 비슷한 현상을 겪었다는 내용의 댓글들이 달렸습니다. 김 씨만 겪는 특이한 현상이라고 치부하고 넘기기 어려워 보입니다.

p****
나도 이런 적이 있었는데……. 지인한테 전화했는데……. 다른 사람이 받았던….

f****
나도 저런 비슷한 현상 며칠 전에 겪었는데...그것도 저장된 번호였는데.. 걸면 다른 번호로 발신되는 현상.. 처음 잘못 걸었을 땐 실수거니 했는데.. 다음에 다시 거니 또 다른 번호로 가는게 휴대폰 화면서 보였고 역시나 다른 사람이 받았음.. 심각한듯..

전문가는 정부와 통신사, 제조사 등이 여러 가능성을 열어두고 원인을 파악해 조치해야 한다고 지적합니다.

박진호 동국대 AI소프트웨어융합학부 교수는 "범죄에 악용된다면 금전적인 문제, 그리고 개인 정보와 관련된 문제, 그리고 그것들과 관련된 2차, 3차 피해가 있을 수 있다."라며 "관계부처, 통신사, 제조사 등이 피해자들을 모아보고, 그들의 공통된 특징이 무엇인지 분석해 어디서 문제가 있었는지 파악을 해야 한다"라고 설명했습니다.

KT는 "일부 특정 단말과 웨어러블 기기 사이에 이상 동작이 발생해 벌어진 것으로 추정된다"며 "이상 동작이 발생하지 않도록 조치했고, 정확한 원인을 파악하기 위해 다각도로 조사 중"이라고 밝혔습니다.

이와 비슷한 상황을 겪은 분은 아래 이메일 주소로 제보 부탁드립니다.
신지수 기자 이메일(js@kbs.co.kr), KBS 제보메일, KBS 제보전화 02-781-44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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