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 이슈] 일본 비자금 스캔들 ‘일파만파’…파벌 정치 ‘흔들’

입력 2024.01.25 (20:40) 수정 2024.01.25 (20: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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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일본 정치권에선 지난해 있었던 비자금 스캔들의 파문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기시다 일본 총리가 기시다파의 해산까지 선언하면서 일본 정치의 특징으로 꼽히는 파벌 정치도 흔들리고 있는데요.

일본 파벌 정치를 월드 이슈에서 홍희정 기자와 함께 알아보겠습니다.

이번 파문의 시작이었던 비자금 스캔들 먼저 살펴볼까요?

정치자금 모금 행사에서 걷은 돈으로 비자금을 조성한게 문제가 됐죠?

[기자]

일본에서 '파티'라고 부르는 정치자금 모금행사를 통해 비자금을 조성했다는 게 이른바 비자금 스캔들의 내용입니다.

문제는 이런 방식으로 비자금을 조성한 의원들이 너무 많았던 데 있습니다.

자민당 최대 파벌인 아베파는 파티를 주최하면서 파티권을 할당량 이상 판 의원들에게 초과분의 돈을 다시 넘겨줬는데요.

이 돈을 돌려받은 의원들이 장부에 기재하지 않고 비자금을 조성해 왔다고 합니다.

비자금 스캔들의 파문이 확산되면서 '파벌에서 하라는 대로 한 것일뿐'이라는 양심선언까지 나왔는데요.

[미야자와/전 일본 방위부대신/아베파 : "파벌 측에서 과거에 수지 보고서에 기재하지 않아도 좋다는 지시가 있었습니다. 이제는 말할 수밖에 없다고 생각해서 결단했습니다."]

마침내 도쿄지검 특수부가 아베파뿐 아니라 거의 모든 파벌에 대한 전격적인 수사에 나서면서 일본 정치권은 일대 혼란에 빠졌습니다.

대부분 의원들이 파벌에 속해 있는 만큼 이 비자금 의혹에 사실상 모든 파벌 소속 의원들이 얽혀 있었기 때문입니다.

[앵커]

도쿄지검 특수부가 연말에 압수수색도 하고 적극적으로 수사하는 것처럼 보였는데 결과는 어땠나요?

[기자]

도쿄지검은 국회의원 3명과 아베파 등의 전·현직 회계 책임자를 기소하는 선에서 수사를 마무리했습니다.

거물급 정치인의 형사 처벌로 이어지지 않아 용두사미 수사였다는 비판이 나왔는데요.

하지만, 이번 파문으로 자민당의 파벌 정치에 대한 불신은 더욱 커져가고 있습니다.

낮은 지지율로 고전하고 있는 기시다 총리는 결국, 본인이 이끌던 기시다파를 해산하겠다고 밝히며 승부수를 던졌습니다.

이후 아베파와 니카이파도 파벌 해산 대열에 동참했습니다.

소속 의원이 96명으로 당내 최대 파벌인 아베파와 46명이 속한 기시다파, 38명이 속한 니카이파, 또 가장 규모가 작은 파벌인 모리야마파도 해산하겠다고 밝혔는데요.

이렇게 되면 자민당 의원 가운데 70%에 달하는 의원들이 파벌에 속하지 않게 됩니다.

한편, 자민당은 이번 비자금 스캔들에 연루된 아베파 간부들을 상대로 탈당과 의원직 사퇴도 요구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앵커]

우리나라에도 계파 정치가 없는 건 아니지만, 일본의 파벌 정치는 특이하네요.

이 파벌 정치 언제부터 어떻게 발전해 온 건가요?

[기자]

일본 정치의 중심은 집권 여당인 자민당으로 볼 수 있습니다.

보수 성향의 자민당은 1955년 출범한 이래 지금까지 5년여의 기간을 빼고는 계속해서 집권여당의 위치를 놓치지 않았습니다.

그러니까, 70년 가까운 기간을 자민당이 계속해서 집권해 온 겁니다.

이렇기 때문에 일본은 여당과 야당이 경쟁하는 정당 정치라기보다는 자민당 내의 파벌 정치가 뿌리 깊이 자리를 잡게 됐는데요.

자민당 주요 인물들을 중심으로 뭉친 각 파벌들이 서로 경쟁하고 때로는 합의하면서 일본 정치를 이끌어 왔습니다.

하지만, 파벌 정치의 폐해가 문제가 된 적은 여러 번이었는데요.

[하토야마/2007년 당시 민주당 간사장 : "놀랄 만한 파벌 담합 인사라는 인상을 받았습니다."]

특히, 인사와 관련해서 파벌 줄세우기 등 문제가 된 적이 많았던 겁니다.

[앵커]

그러면, 이번에 자민당 최대 파벌 등이 해산되면서 일본의 이 뿌리 깊은 파벌 정치에도 변화가 오게 될까요?

[기자]

기시다 총리의 파벌 해산이라는 승부수에도 불구하고 파벌 정치에 변화가 올 거라는 데에는 회의적인 시각이 많습니다.

내각 지지율이 20%대에 머물고 있어서 기시다 총리가 제대로 된 구심점 역할을 못 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또, 최대 파벌인 아베파가 해산을 표명하긴 했지만, 두 번째와 세 번째 규모의 아소파와 모테기파는 정책집단 형태로 파벌을 유지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습니다.

자민당 내 개혁 방안을 논의하는 정치쇄신본부는 파벌을 자금 모집과 인사 추천 기능이 없는 정책 집단으로 존속시키는 것은 용인한다는 계획입니다.

활동비 명목으로 의원들에게 나눠주는 이른바 떡값을 폐지하는 방침도 나왔는데요.

[기시다 후미오/일본 총리 : "정치는 국민을 위한 것이라는 창당의 출발점으로 돌아가, 우리 당 자체가 바뀌어야 한다는 각오와 결의로 논의를 마쳤습니다."]

하지만, 파벌 인맥에 의지할 수밖에 없는 일본 정치의 구조적인 부분 등은 여전히 남아 있습니다.

자민당은 1994년에도 파벌 해산을 선언했지만 그다음 해에 파벌 활동이 재개된 적도 있는 만큼 파벌 정치 지속 여부는 좀 더 지켜봐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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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4-01-25 20:40:38
    • 수정2024-01-25 20:58: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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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정치권에선 지난해 있었던 비자금 스캔들의 파문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기시다 일본 총리가 기시다파의 해산까지 선언하면서 일본 정치의 특징으로 꼽히는 파벌 정치도 흔들리고 있는데요.

일본 파벌 정치를 월드 이슈에서 홍희정 기자와 함께 알아보겠습니다.

이번 파문의 시작이었던 비자금 스캔들 먼저 살펴볼까요?

정치자금 모금 행사에서 걷은 돈으로 비자금을 조성한게 문제가 됐죠?

[기자]

일본에서 '파티'라고 부르는 정치자금 모금행사를 통해 비자금을 조성했다는 게 이른바 비자금 스캔들의 내용입니다.

문제는 이런 방식으로 비자금을 조성한 의원들이 너무 많았던 데 있습니다.

자민당 최대 파벌인 아베파는 파티를 주최하면서 파티권을 할당량 이상 판 의원들에게 초과분의 돈을 다시 넘겨줬는데요.

이 돈을 돌려받은 의원들이 장부에 기재하지 않고 비자금을 조성해 왔다고 합니다.

비자금 스캔들의 파문이 확산되면서 '파벌에서 하라는 대로 한 것일뿐'이라는 양심선언까지 나왔는데요.

[미야자와/전 일본 방위부대신/아베파 : "파벌 측에서 과거에 수지 보고서에 기재하지 않아도 좋다는 지시가 있었습니다. 이제는 말할 수밖에 없다고 생각해서 결단했습니다."]

마침내 도쿄지검 특수부가 아베파뿐 아니라 거의 모든 파벌에 대한 전격적인 수사에 나서면서 일본 정치권은 일대 혼란에 빠졌습니다.

대부분 의원들이 파벌에 속해 있는 만큼 이 비자금 의혹에 사실상 모든 파벌 소속 의원들이 얽혀 있었기 때문입니다.

[앵커]

도쿄지검 특수부가 연말에 압수수색도 하고 적극적으로 수사하는 것처럼 보였는데 결과는 어땠나요?

[기자]

도쿄지검은 국회의원 3명과 아베파 등의 전·현직 회계 책임자를 기소하는 선에서 수사를 마무리했습니다.

거물급 정치인의 형사 처벌로 이어지지 않아 용두사미 수사였다는 비판이 나왔는데요.

하지만, 이번 파문으로 자민당의 파벌 정치에 대한 불신은 더욱 커져가고 있습니다.

낮은 지지율로 고전하고 있는 기시다 총리는 결국, 본인이 이끌던 기시다파를 해산하겠다고 밝히며 승부수를 던졌습니다.

이후 아베파와 니카이파도 파벌 해산 대열에 동참했습니다.

소속 의원이 96명으로 당내 최대 파벌인 아베파와 46명이 속한 기시다파, 38명이 속한 니카이파, 또 가장 규모가 작은 파벌인 모리야마파도 해산하겠다고 밝혔는데요.

이렇게 되면 자민당 의원 가운데 70%에 달하는 의원들이 파벌에 속하지 않게 됩니다.

한편, 자민당은 이번 비자금 스캔들에 연루된 아베파 간부들을 상대로 탈당과 의원직 사퇴도 요구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앵커]

우리나라에도 계파 정치가 없는 건 아니지만, 일본의 파벌 정치는 특이하네요.

이 파벌 정치 언제부터 어떻게 발전해 온 건가요?

[기자]

일본 정치의 중심은 집권 여당인 자민당으로 볼 수 있습니다.

보수 성향의 자민당은 1955년 출범한 이래 지금까지 5년여의 기간을 빼고는 계속해서 집권여당의 위치를 놓치지 않았습니다.

그러니까, 70년 가까운 기간을 자민당이 계속해서 집권해 온 겁니다.

이렇기 때문에 일본은 여당과 야당이 경쟁하는 정당 정치라기보다는 자민당 내의 파벌 정치가 뿌리 깊이 자리를 잡게 됐는데요.

자민당 주요 인물들을 중심으로 뭉친 각 파벌들이 서로 경쟁하고 때로는 합의하면서 일본 정치를 이끌어 왔습니다.

하지만, 파벌 정치의 폐해가 문제가 된 적은 여러 번이었는데요.

[하토야마/2007년 당시 민주당 간사장 : "놀랄 만한 파벌 담합 인사라는 인상을 받았습니다."]

특히, 인사와 관련해서 파벌 줄세우기 등 문제가 된 적이 많았던 겁니다.

[앵커]

그러면, 이번에 자민당 최대 파벌 등이 해산되면서 일본의 이 뿌리 깊은 파벌 정치에도 변화가 오게 될까요?

[기자]

기시다 총리의 파벌 해산이라는 승부수에도 불구하고 파벌 정치에 변화가 올 거라는 데에는 회의적인 시각이 많습니다.

내각 지지율이 20%대에 머물고 있어서 기시다 총리가 제대로 된 구심점 역할을 못 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또, 최대 파벌인 아베파가 해산을 표명하긴 했지만, 두 번째와 세 번째 규모의 아소파와 모테기파는 정책집단 형태로 파벌을 유지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습니다.

자민당 내 개혁 방안을 논의하는 정치쇄신본부는 파벌을 자금 모집과 인사 추천 기능이 없는 정책 집단으로 존속시키는 것은 용인한다는 계획입니다.

활동비 명목으로 의원들에게 나눠주는 이른바 떡값을 폐지하는 방침도 나왔는데요.

[기시다 후미오/일본 총리 : "정치는 국민을 위한 것이라는 창당의 출발점으로 돌아가, 우리 당 자체가 바뀌어야 한다는 각오와 결의로 논의를 마쳤습니다."]

하지만, 파벌 인맥에 의지할 수밖에 없는 일본 정치의 구조적인 부분 등은 여전히 남아 있습니다.

자민당은 1994년에도 파벌 해산을 선언했지만 그다음 해에 파벌 활동이 재개된 적도 있는 만큼 파벌 정치 지속 여부는 좀 더 지켜봐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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