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차에 소금 넣는 게 외교 사안?…유명 화학자가 만든 파문 [특파원 리포트]

입력 2024.01.26 (08:35) 수정 2024.01.26 (09:10)

읽어주기 기능은 크롬기반의
브라우저에서만 사용하실 수 있습니다.


홍차에 소금을 넣으라는 미국 유명 화학자의 조언에 미·영 외교가가 '앗 뜨거워'를 했습니다.

무슨 얘기냐고요?

현지 시각으로 24일, 런던주재 미국대사관이 부랴부랴 보도자료를 내놨습니다.

내용의 핵심은 " 영국의 국민 음료인 차에 소금을 첨가한다는 상상할 수 없는 개념은 미국의 공식적인 정책이 아닙니다. 앞으로도 그럴 것입니다"로 요약됩니다.

지난 24일 런던 주재 미국대사관이 내놓은 보도자료.지난 24일 런던 주재 미국대사관이 내놓은 보도자료.
왜 이런 보도자료가 예정도 없이 갑자기 나오게 된걸까요?

발단은 최근 왕립화학협회가 출판한 미국의 한 유명 화학자의 책 때문입니다.

펜실베이아주 브린모어대학 화학과 교수인 미셸 프랜클(Michelle Francl) 이 자신의 책 "액체에 담근(Steeped)"이라는 책에서 더 맛있는 차를 만드는 방법을 소개했습니다.

3년간의 실험과 연구를 통해 100개 이상의 화합물 구조를 찾았다는 프랜클 교수의 제안은 다음과 같습니다.

차에 따뜻한 우유와 약간의 소금을 사용하라. 또, 미리 데워진 냄비로 차를 만들고, 봉지를 짧지만 세게 휘저어라. 그리고 열을 보존하기 위해 짧고 튼튼한 머그를 사용하라. 우유는 나중에 넣어라 등입니다.

특히, 소금을 사용하면 소금의 나트륨이 입에 쓴맛을 느끼게 하는 수용체를 차단해 덜 쓰게 느끼게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미국 화학자 미셸 프랜클 교수가 최근 발간한 책의 표지 . 출처:아마존미국 화학자 미셸 프랜클 교수가 최근 발간한 책의 표지 . 출처:아마존

이런 제안에, 먼저 반응을 보인 건 영국의 언론과 소셜미디어입니다.

굿모닝 브리튼(Good Morning Britain)'은 소셜미디어에서 "이건 범죄처럼 느껴진다"면서 앵커 중 한 명이 이런 소금 추가는 "완전히 미친 짓"이라고 말하는 영상을 공유했습니다.

인기 소셜 미디어 계정인 '매우 영국적인 문제들 (VeryBritishProblems)'은 이 책이 "특별한 관계(미·영 관계)에 나쁜 날"을 만들었다고 평가했습니다.

그러면서 계정을 통해 "오늘 미국은 무엇을 추천할까요? 시리얼 한 그릇에 양파? 케이크에 겨자?"라고 꼬집었습니다.

이런 비난과 분노가 확산하자, 프랭클 교수는 BBC와의 인터뷰에서 "외교적 문제를 일으키려는 의도는 없었다"고 말하고 "차를 사랑하는 영국인들이 자신의 연구를 편견이 아닌 열린 마음으로 이해해달라"고 부탁했습니다.

프랭클 교수는 그러면서도 영국인들의 분노를 의식한 듯 "저는 미국의 고급 레스토랑에서 마신 것보다 아일랜드의 주유소에서 더 맛있는 차를 마셨다"고 덧붙였습니다.


1773년 미국 ‘보스턴 차 사건’을 묘사한 작품.1773년 미국 ‘보스턴 차 사건’을 묘사한 작품.

차를 놓고 이렇게 양국이 예민한 건 역사적 맥락이 있다는 분석입니다.

미국의 독립을 촉발한 것도 다 '차'때문이었습니다. 역사 시간에 한번은 들어보셨을 '보스턴 차 사건'입니다.

1773년 미국 보스턴에서 영국의 세금에 항의하며 차 상자 300개를 바다에 던진게 미국 독립을 촉발하는 순간이었습니다.

차는 영국인이 하루에 1억 잔을 마시는 일종의 문화입니다. 차에 대한 사랑만큼 자부심도 강합니다.

"하이 티"라고도 알려진 전통적인 영국의 티타임은 수 세기 동안 전통으로 자리잡았습니다.

런던의 고급 호텔은 케이크 쟁반이 놓인 화려한 객실에서 고급 차를 마실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호텔의 품격이라고 생각할 정도입니다.

그래서 영국인들은 전자레인지로 차를 끓이는 미국인을 얼간이로 보는 고정관념도 있습니다.

이번에 논란이 된 프랭클 교수도 절대로 물을 전자레인지에 데우지 말라고 조언했습니다.

그것은 "건강에 덜 좋고 맛도 좋지 않다"는 겁니다.

하지만 전자레인지로 물과 차를 데우는 것은 미국에서 완전히 흔한 일입니다.

이 때문인지, "차에 관해서는 우리는 하나로 뭉쳤다"며 서둘러 봉합에 나선 미국대사관도 보도자료의 마지막은 이렇게 마무리지었습니다.

“미국 대사관은 계속해서 적절한 방법으로 차를 만들 것입니다. 전자레인지에 돌려서요.”

■ 제보하기
▷ 카카오톡 : 'KBS제보' 검색, 채널 추가
▷ 전화 : 02-781-1234, 4444
▷ 이메일 : kbs1234@kbs.co.kr
▷ 유튜브, 네이버, 카카오에서도 KBS뉴스를 구독해주세요!


  • 홍차에 소금 넣는 게 외교 사안?…유명 화학자가 만든 파문 [특파원 리포트]
    • 입력 2024-01-26 08:35:53
    • 수정2024-01-26 09:10:56
    글로벌K

홍차에 소금을 넣으라는 미국 유명 화학자의 조언에 미·영 외교가가 '앗 뜨거워'를 했습니다.

무슨 얘기냐고요?

현지 시각으로 24일, 런던주재 미국대사관이 부랴부랴 보도자료를 내놨습니다.

내용의 핵심은 " 영국의 국민 음료인 차에 소금을 첨가한다는 상상할 수 없는 개념은 미국의 공식적인 정책이 아닙니다. 앞으로도 그럴 것입니다"로 요약됩니다.

지난 24일 런던 주재 미국대사관이 내놓은 보도자료.왜 이런 보도자료가 예정도 없이 갑자기 나오게 된걸까요?

발단은 최근 왕립화학협회가 출판한 미국의 한 유명 화학자의 책 때문입니다.

펜실베이아주 브린모어대학 화학과 교수인 미셸 프랜클(Michelle Francl) 이 자신의 책 "액체에 담근(Steeped)"이라는 책에서 더 맛있는 차를 만드는 방법을 소개했습니다.

3년간의 실험과 연구를 통해 100개 이상의 화합물 구조를 찾았다는 프랜클 교수의 제안은 다음과 같습니다.

차에 따뜻한 우유와 약간의 소금을 사용하라. 또, 미리 데워진 냄비로 차를 만들고, 봉지를 짧지만 세게 휘저어라. 그리고 열을 보존하기 위해 짧고 튼튼한 머그를 사용하라. 우유는 나중에 넣어라 등입니다.

특히, 소금을 사용하면 소금의 나트륨이 입에 쓴맛을 느끼게 하는 수용체를 차단해 덜 쓰게 느끼게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미국 화학자 미셸 프랜클 교수가 최근 발간한 책의 표지 . 출처:아마존
이런 제안에, 먼저 반응을 보인 건 영국의 언론과 소셜미디어입니다.

굿모닝 브리튼(Good Morning Britain)'은 소셜미디어에서 "이건 범죄처럼 느껴진다"면서 앵커 중 한 명이 이런 소금 추가는 "완전히 미친 짓"이라고 말하는 영상을 공유했습니다.

인기 소셜 미디어 계정인 '매우 영국적인 문제들 (VeryBritishProblems)'은 이 책이 "특별한 관계(미·영 관계)에 나쁜 날"을 만들었다고 평가했습니다.

그러면서 계정을 통해 "오늘 미국은 무엇을 추천할까요? 시리얼 한 그릇에 양파? 케이크에 겨자?"라고 꼬집었습니다.

이런 비난과 분노가 확산하자, 프랭클 교수는 BBC와의 인터뷰에서 "외교적 문제를 일으키려는 의도는 없었다"고 말하고 "차를 사랑하는 영국인들이 자신의 연구를 편견이 아닌 열린 마음으로 이해해달라"고 부탁했습니다.

프랭클 교수는 그러면서도 영국인들의 분노를 의식한 듯 "저는 미국의 고급 레스토랑에서 마신 것보다 아일랜드의 주유소에서 더 맛있는 차를 마셨다"고 덧붙였습니다.


1773년 미국 ‘보스턴 차 사건’을 묘사한 작품.
차를 놓고 이렇게 양국이 예민한 건 역사적 맥락이 있다는 분석입니다.

미국의 독립을 촉발한 것도 다 '차'때문이었습니다. 역사 시간에 한번은 들어보셨을 '보스턴 차 사건'입니다.

1773년 미국 보스턴에서 영국의 세금에 항의하며 차 상자 300개를 바다에 던진게 미국 독립을 촉발하는 순간이었습니다.

차는 영국인이 하루에 1억 잔을 마시는 일종의 문화입니다. 차에 대한 사랑만큼 자부심도 강합니다.

"하이 티"라고도 알려진 전통적인 영국의 티타임은 수 세기 동안 전통으로 자리잡았습니다.

런던의 고급 호텔은 케이크 쟁반이 놓인 화려한 객실에서 고급 차를 마실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호텔의 품격이라고 생각할 정도입니다.

그래서 영국인들은 전자레인지로 차를 끓이는 미국인을 얼간이로 보는 고정관념도 있습니다.

이번에 논란이 된 프랭클 교수도 절대로 물을 전자레인지에 데우지 말라고 조언했습니다.

그것은 "건강에 덜 좋고 맛도 좋지 않다"는 겁니다.

하지만 전자레인지로 물과 차를 데우는 것은 미국에서 완전히 흔한 일입니다.

이 때문인지, "차에 관해서는 우리는 하나로 뭉쳤다"며 서둘러 봉합에 나선 미국대사관도 보도자료의 마지막은 이렇게 마무리지었습니다.

“미국 대사관은 계속해서 적절한 방법으로 차를 만들 것입니다. 전자레인지에 돌려서요.”

이 기사가 좋으셨다면

오늘의 핫 클릭

실시간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 뉴스

이 기사에 대한 의견을 남겨주세요.

수신료 수신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