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다리 아저씨의 선행…“더 많이 못 보내 죄송”

입력 2024.01.26 (16:38) 수정 2024.01.26 (16: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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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더 많이 못 보내드려 죄송합니다"

"올해 기부금은 2억 8백만 원입니다. 경제가 어려워졌는데, 더 많이 못 보내드려서 죄송합니다."
익명의 시민 A 씨가 지난 23일 충남 논산시에 수억 원대 기부금을 보내며 남긴 말입니다.
A 씨는 3년 전부터 해마다 논산시에 익명으로 기부를 이어왔는데요.

A 씨가 지금까지 논산시에 기부한 금액은 올해까지 누적 10억 3천 백 5십만 원으로 집계됐습니다.

논산시는 A 씨의 뜻에 따라 올해 기부금을 어린 자녀를 키우는 149개 저소득층 가구에 지원할 계획입니다.

이 익명의 기부자는 아내의 고향이 충남 논산이라는 것 말고는 알려진 게 없는데요. 3년 전인 2021년 초 5억 4천여만 원을 시작으로 4년째 선행을 베풀고 있습니다.

A 씨는 논산시에 보낸 기부 신청서를 통해 "경제적으로 어려운 상황에서 아이를 키우는 분들께 작은 힘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기부를 시작했다"고 밝혔습니다. 또 "아내의 고향인 논산 지역의 어린이와 청소년들이 건강하게 성장하는 데 보탬이 되기를 바란다."라고도 했습니다.


■ '어린이·청소년 키우는 어려운 가정에 써 달라'...수혜 가구 1,000 곳 넘겨

A 씨가 올해 2억 원이 넘는 금액을 논산시에 기증하며 요청한 기부 조건은 하나였습니다. 18살 이하 어린이와 청소년을 키우는 저소득층 가구를 위해 써달라는 거였습니다.

이 같은 요청에 따라 논산시는 오는 31일부터 어린 자녀를 키우는 취약계층 가구에 자녀 수에 따라 매달 20만 원에서 40만 원의 지원금을 5개월 동안 지급할 계획입니다. 한 가정에 백만 원에서 2백만 원을 기부하는 셈입니다.

지난해 KBS 취재진은 수소문 끝에 A 씨가 전달한 기부금을 받은 수혜가정을 방문할 수 있었습니다. 어린 손주를 키우며 하루하루 녹록지 않은 생활을 해 온 이 모 씨는 "처음 기부금을 받고 잠을 못 잤다"라고 소회를 밝히기도 했습니다. "이게 무슨 돈이지? 어디에 써야 하나? 무슨 돈인데 나를 줬지?" 하고 생각할 정도로 깜짝 선물처럼 느껴졌다고도 했습니다.

논산 지역에서 이 씨처럼 A 씨의 기부금을 지원받은 가구는 올해로 천여 가구를 넘어섰습니다. 기부자가 논산시에 '익명 기부를 원하며 기부를 전제로 어떤 혜택도 원하지 않는다'고 밝힌 만큼 도움을 받은 가구는 더 존재할지도 모릅니다.

앞서 논산시는 A 씨에게 감사패를 전하고 싶다는 뜻을 밝혔지만 A 씨는 '마음으로만 받겠다'고 거절했습니다.
논산시 관계자는 "매년 보내주는 기부자의 귀한 마음에 감사한다"며 "기부금을 소중히 전달하겠다"고 밝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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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키다리 아저씨의 선행…“더 많이 못 보내 죄송”
    • 입력 2024-01-26 16:38:26
    • 수정2024-01-26 16:3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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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더 많이 못 보내드려 죄송합니다"

"올해 기부금은 2억 8백만 원입니다. 경제가 어려워졌는데, 더 많이 못 보내드려서 죄송합니다."
익명의 시민 A 씨가 지난 23일 충남 논산시에 수억 원대 기부금을 보내며 남긴 말입니다.
A 씨는 3년 전부터 해마다 논산시에 익명으로 기부를 이어왔는데요.

A 씨가 지금까지 논산시에 기부한 금액은 올해까지 누적 10억 3천 백 5십만 원으로 집계됐습니다.

논산시는 A 씨의 뜻에 따라 올해 기부금을 어린 자녀를 키우는 149개 저소득층 가구에 지원할 계획입니다.

이 익명의 기부자는 아내의 고향이 충남 논산이라는 것 말고는 알려진 게 없는데요. 3년 전인 2021년 초 5억 4천여만 원을 시작으로 4년째 선행을 베풀고 있습니다.

A 씨는 논산시에 보낸 기부 신청서를 통해 "경제적으로 어려운 상황에서 아이를 키우는 분들께 작은 힘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기부를 시작했다"고 밝혔습니다. 또 "아내의 고향인 논산 지역의 어린이와 청소년들이 건강하게 성장하는 데 보탬이 되기를 바란다."라고도 했습니다.


■ '어린이·청소년 키우는 어려운 가정에 써 달라'...수혜 가구 1,000 곳 넘겨

A 씨가 올해 2억 원이 넘는 금액을 논산시에 기증하며 요청한 기부 조건은 하나였습니다. 18살 이하 어린이와 청소년을 키우는 저소득층 가구를 위해 써달라는 거였습니다.

이 같은 요청에 따라 논산시는 오는 31일부터 어린 자녀를 키우는 취약계층 가구에 자녀 수에 따라 매달 20만 원에서 40만 원의 지원금을 5개월 동안 지급할 계획입니다. 한 가정에 백만 원에서 2백만 원을 기부하는 셈입니다.

지난해 KBS 취재진은 수소문 끝에 A 씨가 전달한 기부금을 받은 수혜가정을 방문할 수 있었습니다. 어린 손주를 키우며 하루하루 녹록지 않은 생활을 해 온 이 모 씨는 "처음 기부금을 받고 잠을 못 잤다"라고 소회를 밝히기도 했습니다. "이게 무슨 돈이지? 어디에 써야 하나? 무슨 돈인데 나를 줬지?" 하고 생각할 정도로 깜짝 선물처럼 느껴졌다고도 했습니다.

논산 지역에서 이 씨처럼 A 씨의 기부금을 지원받은 가구는 올해로 천여 가구를 넘어섰습니다. 기부자가 논산시에 '익명 기부를 원하며 기부를 전제로 어떤 혜택도 원하지 않는다'고 밝힌 만큼 도움을 받은 가구는 더 존재할지도 모릅니다.

앞서 논산시는 A 씨에게 감사패를 전하고 싶다는 뜻을 밝혔지만 A 씨는 '마음으로만 받겠다'고 거절했습니다.
논산시 관계자는 "매년 보내주는 기부자의 귀한 마음에 감사한다"며 "기부금을 소중히 전달하겠다"고 밝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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