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기 위해 모였다” 서로의 손 잡은 범죄 피해자들 [취재후]

입력 2024.01.29 (16:43) 수정 2024.01.29 (16: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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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8일 인천지방법원에서 '인천 스토킹 살인 사건' 1심 선고가 열렸습니다.

스토킹을 일삼던 전 남자친구가 접근금지 명령마저 어기고, 故 이은총 씨를 흉기로 무참히 살해한 사건입니다. 피해자는 새벽 출근길에 현관문을 열자마자 살해당했고, 이 씨의 어린 딸과 어머니는 그 장면을 목격했습니다.

앞서 검찰의 구형은 법정 최고형인 사형.

하지만 재판부의 판단은 달랐습니다. 피고인에게 징역 25년을 선고하고 10년간 전자장치 부착을 명령했습니다.

구형보다 훨씬 낮은 형량에 유족 A 씨는 울음을 감추지 못하며 "피해자의 어린 딸을 지켜주지 못한 판결"이라고 비판했습니다.

‘인천 스토킹 사건’ 유족 A 씨‘인천 스토킹 사건’ 유족 A 씨

이날 곁에서 유족을 안아준 사람들이 있었습니다. 다름 아닌 또 다른 범죄 피해자와 그 가족들이었습니다.

남자친구에게 감금당해 구타와 성폭행에 시달린 '바리캉 폭행 사건' 피해자의 가족들은 첫 재판부터 선고까지 참석해 A 씨의 손을 잡아줬습니다.

이날엔 함께하지 못했지만, '부산 돌려차기 사건' 피해자와 '인천 가정폭력' 피해자 가족도 A 씨와 늘 함께였습니다.

한자리에 모인 범죄 피해자들. 이들은 "살기 위해 모였다"고 말합니다.

강력 범죄로 인한 가혹한 현실 속에서, 서로를 위로하고 행복해지기 위해 모였다고 하는데요. 이들의 첫 만남은 이랬습니다.

■ "살아줘서 고맙다"는 말을 전하고 싶었어요

‘범죄피해자연대’ 인터뷰 현장‘범죄피해자연대’ 인터뷰 현장

'인천 스토킹 살인' 유족 A 씨는 살면서 겪을 거라곤 상상조차 못 했던 일을 겪고 난 후, 누군가의 도움이 절실했습니다.

무엇보다 수사와 재판에 대해서 아는 게 전혀 없었고, 범죄 피해자 지원을 받으려면 어디에 전화해야 하는지도 몰랐습니다.

주위에서 '비슷한 범죄 피해를 당한 사람에게 연락해 보면 어떻겠냐'는 말을 듣고, '부산 돌려차기' 피해자 B 씨의 연락처를 수소문했습니다. 그렇게 하나 둘씩 모이기 시작했습니다.

'바리캉 폭행' 피해자 가족 C 씨는 A 씨에게 처음으로 전화 받은 날을 생생히 기억합니다.

첫 전화는 아내가 받았어요. 아내가 방에서 펑펑 울길래 제가 '무슨 내용이냐' 물어봤어요. 그랬더니 '인천 스토킹 살인' 유족분이 연락이 왔는데 "일단 우리 딸이 살아줘서 고맙다"는 얘기를 했다는 거예요. 그 얘기 듣는 순간 바로 울컥해서. 우리는 경황이 없다 보니까 딸 아이에게 미처 해주지 못했던 말인데 말이죠.
- '바리캉 폭행' 피해자 가족 C 씨

첫 만남에서 이들은 '사건명'으로 서로를 소개했다고 합니다. 만남은 예상 외로 웃음이 가득했습니다.

범죄 피해를 당한 뒤 한 번도 마음 놓고 웃어본 적이 없었던 이들은, 그 날에서야 온전히 즐거울 수 있었다고 합니다.

저희가 이 일이 터지고 어디 가서 그렇게 편하게 웃어본 날이 없었거든요. 그 웃음 자체에 어이없는 감정도, 허무함도 있고, 슬픔도 있고. 서로 편안하게 얘기하고 공감하다 보니 처음 만났을 때는 정말 그냥 환하게 웃었어요.
- '인천 스토킹 살인' 유족 A 씨

■ 세상에 나서야만 했던 이유

‘부산 돌려차기’ 범행 CCTV 영상 캡쳐‘부산 돌려차기’ 범행 CCTV 영상 캡쳐

이들의 공통점은 언론과 인터넷에 범죄 피해를 직접 알렸다는 겁니다. 공론화가 된 후로 수사 기관 등의 태도가 눈에 띄게 달라졌다고 합니다.

언론에서 공론화가 되고 안 되고에 따라 수사 단계와 재판 단계에서 차이가 커요. 태도가 미온적이었다가 공론화 후에는 적극적으로, 친절하게 대응을 해줘서 이질감을 느낀 적도 매우 많거든요. (중략) 그러면 언론의 주목을 받지 않은 사건들은 얼마나 사각지대에 있을까, 이게 언론을 통하지 않더라도 제대로 돌아가야 하는 게 시스템 아닌가요?
-'부산 돌려차기' 피해자 B 씨

사람들이 사건에 얼마나 관심을 두는지에 따라서 수사를 더 적극적으로 해주고, 가해자의 형량에도 영향을 미치고요. 세상이 그렇게 돌아가니까 좀 더 절박한 심정으로 (세상에 나서고자) 용기를 냈어요.
-'인천 가정폭력' 피해자 가족 D 씨

'인천 스토킹 살인' 유족 A 씨는 수사 기관 대신 '보복 살인'의 증거를 찾으려 피해자의 생전 통화 녹음을 100번도 넘게 들었다고 합니다. 사건을 알리려 인터넷에 직접 글을 쓰기도 했습니다.

이런 노력 끝에 재판에 가서야, 검찰은 피고인의 죄명을 '일반 살인죄'에서 최소 형량이 더 높은 '보복살인'으로 변경 신청했습니다.

'부산 돌려차기' 피해자 B 씨도, '바리캉 사건' 피해자 가족 C 씨도 범죄의 증거가 되는 CCTV 영상을 직접 수집했습니다. 또, 언론에 이를 제보해 공개했습니다.

C 씨는 다른 범죄피해자들을 위해 'CCTV 확보 점검표'를 직접 만들기도 했습니다.

C 씨가 직접 쓴 ‘CCTV 확보 점검표’ (C 씨 제공)C 씨가 직접 쓴 ‘CCTV 확보 점검표’ (C 씨 제공)

'부산 돌려차기' 피해자 B 씨는 "수사와 재판 단계에서 피해자가 완전히 배제당하는 것 같았다"고 말했습니다.

이들이 세상 밖으로 나선 이유입니다.

본인이 겪은 고통을 또 다른 피해자들은 겪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마음에서였습니다.

저도 CCTV 보여주고 싶지 않았고, 이런 피해 사실을 한 번도 즐겁게 알린 적이 없었어요. 그런데도 불구하고 저는 다른 피해자가 안 생겼으면 해서 진짜 너무 아프거든요.
-'부산 돌려차기' 피해자 B 씨

'우리 가족이 더 큰 상처와 짐을 갖게 되면 어떡하지?' 언론 보도를 결심하기까지 큰 용기가 필요했던 것 같아요. (중략) 이런 법 제도에서 어떤 식으로 우리가 소외되고 있는지 조금이나마 말을 해야 또 다른 저희 엄마를 구할 기회가 있겠다, 이런 마음으로 용기를 냈어요.
-'인천 가정폭력' 피해자 가족 D 씨

■ "잠자코 있을 수만은 없었어요"

네이버 카페 ‘대한민국 범죄피해자 커뮤니티’ 게시판 (https://cafe.naver.com/victim911)네이버 카페 ‘대한민국 범죄피해자 커뮤니티’ 게시판 (https://cafe.naver.com/victim911)

"살기 위해 모였던" 피해자들은 '범죄피해자연대'를 만들었습니다. 범죄 피해자들이 서로 도울 수 있는 커뮤니티를 구축한 겁니다.

가해자들이 서로 감형받을 수 있는 팁 같은 정보를 공유한다고 하더라고요. 그런데 피해자들이 서로 정보를 공유할 수 있는 곳이 없는 거예요. 저는 '부산 돌려차기' 피해자분께 먼저 연락을 드려서 탄원서는 어떻게 쓰는 건지부터 여쭤봤었거든요. 그래서 우리도 서로 정보를 공유할 수 있는 채널이 있으면 좋겠다. 그런 것에 대해서 목마름을 많이 느꼈어요.
-'인천 가정폭력' 피해자 가족 D 씨

피해 구조나 이런 것들도 검찰에 전화하면 진짜 간단하게 받을 수 있어요. 그런데 저희는 안내를 못 받아서 여기저기에 전화했었거든요. 피해자들을 위해 생긴 시스템인데 피해자들이 모르는 게 문제이니, 서로 정보를 나누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 '인천 스토킹 살인' 유족 A 씨

피해자들의 발걸음은 이제 시작입니다. 이들은 작은 발걸음을 시작으로 '피해자들의 이야기'가 공론장에 오르길 바란다고 말했습니다.

재소자들은 출소할 날만을 기다리는데 우리는 출소한 날만을 기다리면서 생명을 하나씩 하나씩 지우는 느낌. 제가 항상 얘기하는 게 재판이 끝나면 '어떤 심정이냐'고 묻잖아요. 저는 피해자는 이제 시작이라고 답했어요. 재판은 가해자에게 끝인 거지 저한테는 시작에 불과했거든요.
-'부산 돌려차기' 피해자 B 씨

피해자들이 어떤 제도나 보호 장치가 필요하다고 말하면 이게 현실성이 있는 건지, 어떤 기준으로 적용할 건지부터 시작해서 되게 많이 말이 나올 거잖아요. 그런데 그랬으면 좋겠는 거예요. 계속 얘기하다 보면 저희가 생각하지도 못한 방법이 나올 수도 있는 거니까요. 그 정도라도 갑론을박이 됐으면 좋겠는 거죠.
- '인천 스토킹 살인' 유족 A 씨

인터뷰를 마무리하며, 이들에게 마지막으로 꼭 전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는지 물었습니다. - '바리캉 폭행' 피해자 가족 C 씨는 '우리를 오해하지 말아달라'는 이야기를 꺼냈습니다.

'피해자답지 않다,' '피해자가 왜 나서냐'며 비난하는 사람들에게, C 씨는 "우리는 피해자지만, 잠자코 있을 수 없는 사람들이기 때문에 이렇게 뭉친 것뿐"이라고 말했습니다.

제가 여기 이렇게 살아있는 건, '부산 돌려차기' 피해자분이 힘내주셨기 때문에 그걸 보고 위로를 얻어서 힘내서 버틸 수 있었거든요. 그래서 다른 피해자들도 저희들을 보면서 힘내줬으면 좋겠는 마음이 있어요.
-'인천 가정폭력' 피해자 가족 D 씨

여기 있는 분들 모두 자기가 너무 아프니까 그걸 남이 겪지 않았으면 하는 거거든요. (중략) 저는 제가 죽을 때까지 이거를 계속 지켜볼 거고 (피해자를 위한 법과 제도가) 바뀌는지 계속 지켜볼 거예요.
-'부산 돌려차기' 피해자 B 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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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살기 위해 모였다” 서로의 손 잡은 범죄 피해자들 [취재후]
    • 입력 2024-01-29 16:43:28
    • 수정2024-01-29 16:43:35
    취재후·사건후

지난 18일 인천지방법원에서 '인천 스토킹 살인 사건' 1심 선고가 열렸습니다.

스토킹을 일삼던 전 남자친구가 접근금지 명령마저 어기고, 故 이은총 씨를 흉기로 무참히 살해한 사건입니다. 피해자는 새벽 출근길에 현관문을 열자마자 살해당했고, 이 씨의 어린 딸과 어머니는 그 장면을 목격했습니다.

앞서 검찰의 구형은 법정 최고형인 사형.

하지만 재판부의 판단은 달랐습니다. 피고인에게 징역 25년을 선고하고 10년간 전자장치 부착을 명령했습니다.

구형보다 훨씬 낮은 형량에 유족 A 씨는 울음을 감추지 못하며 "피해자의 어린 딸을 지켜주지 못한 판결"이라고 비판했습니다.

‘인천 스토킹 사건’ 유족 A 씨
이날 곁에서 유족을 안아준 사람들이 있었습니다. 다름 아닌 또 다른 범죄 피해자와 그 가족들이었습니다.

남자친구에게 감금당해 구타와 성폭행에 시달린 '바리캉 폭행 사건' 피해자의 가족들은 첫 재판부터 선고까지 참석해 A 씨의 손을 잡아줬습니다.

이날엔 함께하지 못했지만, '부산 돌려차기 사건' 피해자와 '인천 가정폭력' 피해자 가족도 A 씨와 늘 함께였습니다.

한자리에 모인 범죄 피해자들. 이들은 "살기 위해 모였다"고 말합니다.

강력 범죄로 인한 가혹한 현실 속에서, 서로를 위로하고 행복해지기 위해 모였다고 하는데요. 이들의 첫 만남은 이랬습니다.

■ "살아줘서 고맙다"는 말을 전하고 싶었어요

‘범죄피해자연대’ 인터뷰 현장
'인천 스토킹 살인' 유족 A 씨는 살면서 겪을 거라곤 상상조차 못 했던 일을 겪고 난 후, 누군가의 도움이 절실했습니다.

무엇보다 수사와 재판에 대해서 아는 게 전혀 없었고, 범죄 피해자 지원을 받으려면 어디에 전화해야 하는지도 몰랐습니다.

주위에서 '비슷한 범죄 피해를 당한 사람에게 연락해 보면 어떻겠냐'는 말을 듣고, '부산 돌려차기' 피해자 B 씨의 연락처를 수소문했습니다. 그렇게 하나 둘씩 모이기 시작했습니다.

'바리캉 폭행' 피해자 가족 C 씨는 A 씨에게 처음으로 전화 받은 날을 생생히 기억합니다.

첫 전화는 아내가 받았어요. 아내가 방에서 펑펑 울길래 제가 '무슨 내용이냐' 물어봤어요. 그랬더니 '인천 스토킹 살인' 유족분이 연락이 왔는데 "일단 우리 딸이 살아줘서 고맙다"는 얘기를 했다는 거예요. 그 얘기 듣는 순간 바로 울컥해서. 우리는 경황이 없다 보니까 딸 아이에게 미처 해주지 못했던 말인데 말이죠.
- '바리캉 폭행' 피해자 가족 C 씨

첫 만남에서 이들은 '사건명'으로 서로를 소개했다고 합니다. 만남은 예상 외로 웃음이 가득했습니다.

범죄 피해를 당한 뒤 한 번도 마음 놓고 웃어본 적이 없었던 이들은, 그 날에서야 온전히 즐거울 수 있었다고 합니다.

저희가 이 일이 터지고 어디 가서 그렇게 편하게 웃어본 날이 없었거든요. 그 웃음 자체에 어이없는 감정도, 허무함도 있고, 슬픔도 있고. 서로 편안하게 얘기하고 공감하다 보니 처음 만났을 때는 정말 그냥 환하게 웃었어요.
- '인천 스토킹 살인' 유족 A 씨

■ 세상에 나서야만 했던 이유

‘부산 돌려차기’ 범행 CCTV 영상 캡쳐
이들의 공통점은 언론과 인터넷에 범죄 피해를 직접 알렸다는 겁니다. 공론화가 된 후로 수사 기관 등의 태도가 눈에 띄게 달라졌다고 합니다.

언론에서 공론화가 되고 안 되고에 따라 수사 단계와 재판 단계에서 차이가 커요. 태도가 미온적이었다가 공론화 후에는 적극적으로, 친절하게 대응을 해줘서 이질감을 느낀 적도 매우 많거든요. (중략) 그러면 언론의 주목을 받지 않은 사건들은 얼마나 사각지대에 있을까, 이게 언론을 통하지 않더라도 제대로 돌아가야 하는 게 시스템 아닌가요?
-'부산 돌려차기' 피해자 B 씨

사람들이 사건에 얼마나 관심을 두는지에 따라서 수사를 더 적극적으로 해주고, 가해자의 형량에도 영향을 미치고요. 세상이 그렇게 돌아가니까 좀 더 절박한 심정으로 (세상에 나서고자) 용기를 냈어요.
-'인천 가정폭력' 피해자 가족 D 씨

'인천 스토킹 살인' 유족 A 씨는 수사 기관 대신 '보복 살인'의 증거를 찾으려 피해자의 생전 통화 녹음을 100번도 넘게 들었다고 합니다. 사건을 알리려 인터넷에 직접 글을 쓰기도 했습니다.

이런 노력 끝에 재판에 가서야, 검찰은 피고인의 죄명을 '일반 살인죄'에서 최소 형량이 더 높은 '보복살인'으로 변경 신청했습니다.

'부산 돌려차기' 피해자 B 씨도, '바리캉 사건' 피해자 가족 C 씨도 범죄의 증거가 되는 CCTV 영상을 직접 수집했습니다. 또, 언론에 이를 제보해 공개했습니다.

C 씨는 다른 범죄피해자들을 위해 'CCTV 확보 점검표'를 직접 만들기도 했습니다.

C 씨가 직접 쓴 ‘CCTV 확보 점검표’ (C 씨 제공)
'부산 돌려차기' 피해자 B 씨는 "수사와 재판 단계에서 피해자가 완전히 배제당하는 것 같았다"고 말했습니다.

이들이 세상 밖으로 나선 이유입니다.

본인이 겪은 고통을 또 다른 피해자들은 겪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마음에서였습니다.

저도 CCTV 보여주고 싶지 않았고, 이런 피해 사실을 한 번도 즐겁게 알린 적이 없었어요. 그런데도 불구하고 저는 다른 피해자가 안 생겼으면 해서 진짜 너무 아프거든요.
-'부산 돌려차기' 피해자 B 씨

'우리 가족이 더 큰 상처와 짐을 갖게 되면 어떡하지?' 언론 보도를 결심하기까지 큰 용기가 필요했던 것 같아요. (중략) 이런 법 제도에서 어떤 식으로 우리가 소외되고 있는지 조금이나마 말을 해야 또 다른 저희 엄마를 구할 기회가 있겠다, 이런 마음으로 용기를 냈어요.
-'인천 가정폭력' 피해자 가족 D 씨

■ "잠자코 있을 수만은 없었어요"

네이버 카페 ‘대한민국 범죄피해자 커뮤니티’ 게시판 (https://cafe.naver.com/victim911)
"살기 위해 모였던" 피해자들은 '범죄피해자연대'를 만들었습니다. 범죄 피해자들이 서로 도울 수 있는 커뮤니티를 구축한 겁니다.

가해자들이 서로 감형받을 수 있는 팁 같은 정보를 공유한다고 하더라고요. 그런데 피해자들이 서로 정보를 공유할 수 있는 곳이 없는 거예요. 저는 '부산 돌려차기' 피해자분께 먼저 연락을 드려서 탄원서는 어떻게 쓰는 건지부터 여쭤봤었거든요. 그래서 우리도 서로 정보를 공유할 수 있는 채널이 있으면 좋겠다. 그런 것에 대해서 목마름을 많이 느꼈어요.
-'인천 가정폭력' 피해자 가족 D 씨

피해 구조나 이런 것들도 검찰에 전화하면 진짜 간단하게 받을 수 있어요. 그런데 저희는 안내를 못 받아서 여기저기에 전화했었거든요. 피해자들을 위해 생긴 시스템인데 피해자들이 모르는 게 문제이니, 서로 정보를 나누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 '인천 스토킹 살인' 유족 A 씨

피해자들의 발걸음은 이제 시작입니다. 이들은 작은 발걸음을 시작으로 '피해자들의 이야기'가 공론장에 오르길 바란다고 말했습니다.

재소자들은 출소할 날만을 기다리는데 우리는 출소한 날만을 기다리면서 생명을 하나씩 하나씩 지우는 느낌. 제가 항상 얘기하는 게 재판이 끝나면 '어떤 심정이냐'고 묻잖아요. 저는 피해자는 이제 시작이라고 답했어요. 재판은 가해자에게 끝인 거지 저한테는 시작에 불과했거든요.
-'부산 돌려차기' 피해자 B 씨

피해자들이 어떤 제도나 보호 장치가 필요하다고 말하면 이게 현실성이 있는 건지, 어떤 기준으로 적용할 건지부터 시작해서 되게 많이 말이 나올 거잖아요. 그런데 그랬으면 좋겠는 거예요. 계속 얘기하다 보면 저희가 생각하지도 못한 방법이 나올 수도 있는 거니까요. 그 정도라도 갑론을박이 됐으면 좋겠는 거죠.
- '인천 스토킹 살인' 유족 A 씨

인터뷰를 마무리하며, 이들에게 마지막으로 꼭 전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는지 물었습니다. - '바리캉 폭행' 피해자 가족 C 씨는 '우리를 오해하지 말아달라'는 이야기를 꺼냈습니다.

'피해자답지 않다,' '피해자가 왜 나서냐'며 비난하는 사람들에게, C 씨는 "우리는 피해자지만, 잠자코 있을 수 없는 사람들이기 때문에 이렇게 뭉친 것뿐"이라고 말했습니다.

제가 여기 이렇게 살아있는 건, '부산 돌려차기' 피해자분이 힘내주셨기 때문에 그걸 보고 위로를 얻어서 힘내서 버틸 수 있었거든요. 그래서 다른 피해자들도 저희들을 보면서 힘내줬으면 좋겠는 마음이 있어요.
-'인천 가정폭력' 피해자 가족 D 씨

여기 있는 분들 모두 자기가 너무 아프니까 그걸 남이 겪지 않았으면 하는 거거든요. (중략) 저는 제가 죽을 때까지 이거를 계속 지켜볼 거고 (피해자를 위한 법과 제도가) 바뀌는지 계속 지켜볼 거예요.
-'부산 돌려차기' 피해자 B 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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