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K] ‘동네 책방들의 연대’…문학상 만든 이유는?

입력 2024.01.29 (19:58) 수정 2024.01.29 (20: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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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전북에 사는 우리 이웃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는 '열린K' 시간입니다.

동네마다 책방 지기만의 특색을 살린 이른바 독립서점들이 있는데요,

군산에는 13개의 동네 책방이 있습니다.

이 책방들이 모여 문학상을 만들고, 수상 작품집도 냈다는데, 작지만 의미 있는 도전, 어떻게 이뤄졌는지 임현주 책방지기와 얘기 나눠봅니다.

어서 오세요.

지역의 책방들이 모여 문학상을 만들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어보이는데요,

이번 공모전을 직접 기획하셨죠.

어떻게 하게 되셨는지요?

[답변]

먼저 군산초단편문학상 공모전이 이렇게 많은 관심을 받을 거라 생각하지 않았어요.

그만큼 시작도 미미했습니다.

작년 3월 제가 ‘군산초단편문학상 공모전’ 기획안을 만들어서 출판문화산업진흥원의 지역출판활성화지원사업에 제출했고, 운좋게 선정이 되었어요.

선정이 되고 나니 덜컥 겁이 나더라고요.

가장 먼저 군산에서 가장 크고 오래된 서점인 한길문고에게 도움을 요청했는데, 흔쾌히 받아주었어요.

뿐만 아니라 상금 100만원을 지원해주었습니다.

그것이 계기가 되어 리루서점, 조용한 흥분색, 심리서점 쓰담, 버틀러북스토어, 그림산책, 봄날의 산책, 양우당, 예스트, 시간여행자의 책방, 하늘책방 등 12곳의 서점이 참여하는 일이 되었어요.

상금도 400만원으로 늘었고요.

그러므로 이번 일은 마리서사가 시작하고, 한길문고가 판을 키우고, 리루서점과 조용한흥분색의 밤샘 작업, 그 외 책방들의 지지와 응원으로 완성된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앵커]

그런데 단편이나 중편이 아닌 초단편에 집중했습니다.

초단편이면 원고지 50장 이내의 짧은 글을 의미하는데, 초단편을 선택한 이유가 있을까요?

[답변]

‘군산초단편문학상 공모전’을 기획하며 가장 먼저 결정한 것이 ‘문학 공모전’이라는 형식입니다.

초단편은 나중에 결정이 되었어요.

문학 공모전을 생각한 것은 2022년 연말입니다.

한 해를 정리하며 그간 책방 행사 신청자들이 작성한 신청서를 살펴봤어요.

신청하게 된 이유, 작가에게 궁금한 점 등을 읽으면서 문득 독자들 상당수가 글을 쓰고 있구나!라는 생각이 스쳐듯 지나갔어요.

독자와 저자의 경계가 사라지고 있다면, 책방에서 예비 저자를 위한 기획을 해보면 좋겠다라는 생각으로 이어졌고, 가장 문턱 낮은 공모전을 고민하게 되었습니다.

그렇게 해서 다듬어진 단어가 군산초단편문학상입니다.

원고지 1매부터 50매 내외 문학 작품이면 누구나 어떤 장르의 작품으로도 응모할 수 있는 문턱 낮은 공모전이었습니다.

[앵커]

공모전 인기가 대단했네요.

응모작이 2천 719편이나 됐다면서요?

심사부터 보통 일이 아니었을 것 같은데요?

[답변]

집계를 하고나서 저희도 깜짝 놀랐습니다.

처음엔 한 5백여편 올줄 알고 심사일정을 잡았었는데, 7월 말에 이미 응모작이 5백편을 넘었어요.

8월 31일 마감일 저녁에는 접수 이메일을 열어 놓고 있었는데, 마치 실시간 댓글이 올라오는 것처럼 작품이 접수되었어요.

응모작들을 심사위원에게 전달하기 위해 저와 리루서점 김미경 대표, 조용한 흥분색 권세나 대표가 며칠 밤을 지새웠어요.

신기하게도 몸은 힘들었지만 그땐 정말 즐거웠어요.

전국에서, 해외에서 작품을 보내주신 모든 분들에게 감사하다는 말씀을 꼭 전하고 싶습니다.

심사는 군산대학교 류보선 교수님과 강형철 시인님, 작가이자 번역가 신유진 님 이렇게 세 분이 맡아주었어요.

심사 기준은 좀 복잡하지만 저는 “짧고 아름다운 작품, 한 호흡에 읽히는 서사, 과감한 시도와 모험”이라고 전달하고 싶어요.

[앵커]

이번 공모전이 성공할 수 있었던 데는 동네서점들의 노력과 연대가 있었기에 가능한 것 아니었을까 싶은데요,

어떻습니까?

[답변]

이번 공모전을 하면서 군산은 물론이고 전국 서점들에도 포스터를 보내서 일일이 연락을 드렸습니다.

모두들 한마음으로 이번 공모전이 잘 되길 바라고 또 지원해줬죠.

지역을 넘어 동네책방들이 함께 한다는 연대의식을 한데 모아줬습니다.

군산지역은 말할 것도 없지요.

수상자들에게 전달할 상금을 십시일반 모으는등 개별적 서점들이 하나의 공동체가 된것입니다.

[앵커]

동네 책방들이 이렇게 힘을 모으는 건 아무래도 어려운 지역 출판계의 활로를 찾기 위한 것이기도 할텐데요,

최근 정부가 도서정가제를 손보겠다고 하면서 동네 서점에 어떤 영향을 줄 지도 관심인데요,

어떻게 전망하시나요?

[답변]

현재 동네책방에 대한 정부지원이 끊긴 상탭니다.

출판문화산업진흥원의 지역출판활성화지원사업도 올해에는 모집 계획이 없는 것으로 알고 있어요.

단군 이래 최대불황이 아니라 파피루스 발명 이후 최대 불황이라는 농담이 나올 정도로요.

이런 상황에서 도서정가제를 손보겠다고 했는데, 좀 더 깊게 생각해봐야 합니다.

사실 영세서점이 어려움을 겪는 근본적인 이유는 비틀어진 도서공급시스템입니다.

대형서점은 정가의 60~70%로 책을 공급받지만 영세서점은 이보다 비싼 값에 책을 받는다는 게 문제란 거죠.

이런 상황에서 영세서점에 '할인유연화' 정책을 적용한다? 출판사로부터 책을 비싸게 받는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다면 효과는 거의 없을 것으로 봅니다.

[앵커]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버티고 있는 지역 책방들을 응원하는 독자, 시민들도 있는데요,

올해도 두 번째 군산 초단편 문학상, 기대해봐도 될까요?

[답변]

제2회 문학상공모 계획이 있냐는 것은 최근 가장 많이 듣는 질문입니다.

그럴 땐 “이렇게 책을 사는 분이 있으니 개최해야겠지요?”라고 답하고 있어요.

솔직히 작년 업무량을 떠올리면, 엄두가 나지 않아요. 필요한 비용을 헤아리면 걱정이 앞서고요.

반면 작년에 응모자들로부터 받은 응원과 격려, 그리고 책방지기들과 일하며 느낀 연대감을 떠올리면 가시밭길이라도 가고 싶습니다.

제 1회 공모전 홍보 문구가 “그 누구에게도 기댈 곳 없는 이 황량한 시대에 우리들에게 야트막한 사랑을 안겨줄 짧고, 아름다운 작품을 모으려 합니다.” 였는데요,

작년에 군산의 서점들이 한 일은 (야트막한) 사랑의 실천이었다고 생각해요.

지원금이 없더라도 새로운 방법을 찾아 군산초단편문학상을 이어가려고 다각도로 방법을 찾고 있습니다.

[앵커]

여기까지 듣겠습니다.

고맙습니다.

영상편집:최승리/글·구성:진경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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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4-01-29 19:58:41
    • 수정2024-01-29 20:46: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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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전북에 사는 우리 이웃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는 '열린K' 시간입니다.

동네마다 책방 지기만의 특색을 살린 이른바 독립서점들이 있는데요,

군산에는 13개의 동네 책방이 있습니다.

이 책방들이 모여 문학상을 만들고, 수상 작품집도 냈다는데, 작지만 의미 있는 도전, 어떻게 이뤄졌는지 임현주 책방지기와 얘기 나눠봅니다.

어서 오세요.

지역의 책방들이 모여 문학상을 만들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어보이는데요,

이번 공모전을 직접 기획하셨죠.

어떻게 하게 되셨는지요?

[답변]

먼저 군산초단편문학상 공모전이 이렇게 많은 관심을 받을 거라 생각하지 않았어요.

그만큼 시작도 미미했습니다.

작년 3월 제가 ‘군산초단편문학상 공모전’ 기획안을 만들어서 출판문화산업진흥원의 지역출판활성화지원사업에 제출했고, 운좋게 선정이 되었어요.

선정이 되고 나니 덜컥 겁이 나더라고요.

가장 먼저 군산에서 가장 크고 오래된 서점인 한길문고에게 도움을 요청했는데, 흔쾌히 받아주었어요.

뿐만 아니라 상금 100만원을 지원해주었습니다.

그것이 계기가 되어 리루서점, 조용한 흥분색, 심리서점 쓰담, 버틀러북스토어, 그림산책, 봄날의 산책, 양우당, 예스트, 시간여행자의 책방, 하늘책방 등 12곳의 서점이 참여하는 일이 되었어요.

상금도 400만원으로 늘었고요.

그러므로 이번 일은 마리서사가 시작하고, 한길문고가 판을 키우고, 리루서점과 조용한흥분색의 밤샘 작업, 그 외 책방들의 지지와 응원으로 완성된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앵커]

그런데 단편이나 중편이 아닌 초단편에 집중했습니다.

초단편이면 원고지 50장 이내의 짧은 글을 의미하는데, 초단편을 선택한 이유가 있을까요?

[답변]

‘군산초단편문학상 공모전’을 기획하며 가장 먼저 결정한 것이 ‘문학 공모전’이라는 형식입니다.

초단편은 나중에 결정이 되었어요.

문학 공모전을 생각한 것은 2022년 연말입니다.

한 해를 정리하며 그간 책방 행사 신청자들이 작성한 신청서를 살펴봤어요.

신청하게 된 이유, 작가에게 궁금한 점 등을 읽으면서 문득 독자들 상당수가 글을 쓰고 있구나!라는 생각이 스쳐듯 지나갔어요.

독자와 저자의 경계가 사라지고 있다면, 책방에서 예비 저자를 위한 기획을 해보면 좋겠다라는 생각으로 이어졌고, 가장 문턱 낮은 공모전을 고민하게 되었습니다.

그렇게 해서 다듬어진 단어가 군산초단편문학상입니다.

원고지 1매부터 50매 내외 문학 작품이면 누구나 어떤 장르의 작품으로도 응모할 수 있는 문턱 낮은 공모전이었습니다.

[앵커]

공모전 인기가 대단했네요.

응모작이 2천 719편이나 됐다면서요?

심사부터 보통 일이 아니었을 것 같은데요?

[답변]

집계를 하고나서 저희도 깜짝 놀랐습니다.

처음엔 한 5백여편 올줄 알고 심사일정을 잡았었는데, 7월 말에 이미 응모작이 5백편을 넘었어요.

8월 31일 마감일 저녁에는 접수 이메일을 열어 놓고 있었는데, 마치 실시간 댓글이 올라오는 것처럼 작품이 접수되었어요.

응모작들을 심사위원에게 전달하기 위해 저와 리루서점 김미경 대표, 조용한 흥분색 권세나 대표가 며칠 밤을 지새웠어요.

신기하게도 몸은 힘들었지만 그땐 정말 즐거웠어요.

전국에서, 해외에서 작품을 보내주신 모든 분들에게 감사하다는 말씀을 꼭 전하고 싶습니다.

심사는 군산대학교 류보선 교수님과 강형철 시인님, 작가이자 번역가 신유진 님 이렇게 세 분이 맡아주었어요.

심사 기준은 좀 복잡하지만 저는 “짧고 아름다운 작품, 한 호흡에 읽히는 서사, 과감한 시도와 모험”이라고 전달하고 싶어요.

[앵커]

이번 공모전이 성공할 수 있었던 데는 동네서점들의 노력과 연대가 있었기에 가능한 것 아니었을까 싶은데요,

어떻습니까?

[답변]

이번 공모전을 하면서 군산은 물론이고 전국 서점들에도 포스터를 보내서 일일이 연락을 드렸습니다.

모두들 한마음으로 이번 공모전이 잘 되길 바라고 또 지원해줬죠.

지역을 넘어 동네책방들이 함께 한다는 연대의식을 한데 모아줬습니다.

군산지역은 말할 것도 없지요.

수상자들에게 전달할 상금을 십시일반 모으는등 개별적 서점들이 하나의 공동체가 된것입니다.

[앵커]

동네 책방들이 이렇게 힘을 모으는 건 아무래도 어려운 지역 출판계의 활로를 찾기 위한 것이기도 할텐데요,

최근 정부가 도서정가제를 손보겠다고 하면서 동네 서점에 어떤 영향을 줄 지도 관심인데요,

어떻게 전망하시나요?

[답변]

현재 동네책방에 대한 정부지원이 끊긴 상탭니다.

출판문화산업진흥원의 지역출판활성화지원사업도 올해에는 모집 계획이 없는 것으로 알고 있어요.

단군 이래 최대불황이 아니라 파피루스 발명 이후 최대 불황이라는 농담이 나올 정도로요.

이런 상황에서 도서정가제를 손보겠다고 했는데, 좀 더 깊게 생각해봐야 합니다.

사실 영세서점이 어려움을 겪는 근본적인 이유는 비틀어진 도서공급시스템입니다.

대형서점은 정가의 60~70%로 책을 공급받지만 영세서점은 이보다 비싼 값에 책을 받는다는 게 문제란 거죠.

이런 상황에서 영세서점에 '할인유연화' 정책을 적용한다? 출판사로부터 책을 비싸게 받는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다면 효과는 거의 없을 것으로 봅니다.

[앵커]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버티고 있는 지역 책방들을 응원하는 독자, 시민들도 있는데요,

올해도 두 번째 군산 초단편 문학상, 기대해봐도 될까요?

[답변]

제2회 문학상공모 계획이 있냐는 것은 최근 가장 많이 듣는 질문입니다.

그럴 땐 “이렇게 책을 사는 분이 있으니 개최해야겠지요?”라고 답하고 있어요.

솔직히 작년 업무량을 떠올리면, 엄두가 나지 않아요. 필요한 비용을 헤아리면 걱정이 앞서고요.

반면 작년에 응모자들로부터 받은 응원과 격려, 그리고 책방지기들과 일하며 느낀 연대감을 떠올리면 가시밭길이라도 가고 싶습니다.

제 1회 공모전 홍보 문구가 “그 누구에게도 기댈 곳 없는 이 황량한 시대에 우리들에게 야트막한 사랑을 안겨줄 짧고, 아름다운 작품을 모으려 합니다.” 였는데요,

작년에 군산의 서점들이 한 일은 (야트막한) 사랑의 실천이었다고 생각해요.

지원금이 없더라도 새로운 방법을 찾아 군산초단편문학상을 이어가려고 다각도로 방법을 찾고 있습니다.

[앵커]

여기까지 듣겠습니다.

고맙습니다.

영상편집:최승리/글·구성:진경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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