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사주 제도’ 개선책 나왔는데…증시 저평가 해소될까?

입력 2024.01.31 (06:00) 수정 2024.01.31 (06: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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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과 일본 등 주요국 증시가 강세를 보이는 것과 달리 우리 주식 시장은 2,400~2,500선에 갇혀 반등하지 못하는 답답한 행보를 보이고 있습니다.

숫자로 보면 우리 증시 수준이 어떤지 더 확연히 드러납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 초부터 이달 24일까지 코스피지수는 비교 대상 23개 주요국 지수 가운데 최하위였습니다.

수익률 측면에서도 주요 증시에 한참 밀립니다. 대신증권이 지난해 11월부터 주요국 주가지수 19개의 수익률을 분석한 결과 코스피 수익률은 8.8%에 그쳤습니다. 신흥국으로 함께 분류되는 멕시코(15.9%) 보다 뒤처진 수준입니다.

■ 낮은 수익성·주주환원 정책 미비…한국 증시 매력↓

이렇다 보니 국내 증시에 들어왔던 투자금은 계속 빠지고 있습니다. 지난 5년 동안 국내 증시에서 60조 넘게 팔아치운 국내 개인과 기관투자자들이 같은 기간 미국 증시에선 72조 원 가까이 사들였습니다.

전문가들은 투자자 입장에서 수익성이 낮고 주주환원 정책도 미비한 우리 증시의 매력이 떨어진다고 말합니다. 자사주 매입 같은 주주환원 정책에 우리 기업들이 여전히 소극적인 탓입니다.


에프엔가이드 등 조사기관에 따르면 2022년 기준 미국의 주주환원율이 2.89%인 반면 우리나라는 0.22%에 그쳤습니다.

기업이 자사주를 매입해 소각하면 발행주식 수는 줄어들고 주당 가치는 올라가는 효과를 볼 수 있습니다. 다시 말해 자사주 매입이 주가 상승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뜻입니다.

기업이 자사주를 매입한 뒤 소각하면 배당처럼 주주에게 이익을 환원하는 효과도 있는데요. 미국에서는 배당보다 자사주 매입이 주주환원 정책으로 더 선호됩니다.

■ 대주주 지배력 확대 악용…'자사주 마법' 막는다

문제는 우리나라에서 자사주 매입이 주주가치 제고라는 본래의 목적과 달리 대주주 지배력 확대 등에 악용됐다는 데 있습니다.

금융위원회는 기업의 인적분할 과정에서 일반 주주의 권익이 침해되지 않도록 상장회사의 인적분할 시 자사주에 대한 신주배정을 금지하기로 했습니다.

인적분할은 기존 회사 주주들이 지분율대로 신설 법인의 주식을 나눠 갖는 방식의 기업 분할로, 인적분할이 되면 법적으로 독립된 회사가 되고 분할 뒤 곧바로 주식을 상장할 수 있습니다.

자사주가 의결권과 배당권, 신주인수권 등 거의 모든 주주권이 정지되는 데 비해 인적분할에 대해서는 그동안 법령과 판례가 명확하지 않아 자사주 신주 배정이 이뤄져 왔습니다.

이 과정에서 대주주가 추가 비용 없이 지배력을 확대할 수 있는 이른바 '자사주 마법'이 발생한다는 비판을 받아왔는데 이를 막겠다는 것입니다. 미국과 유럽연합(EU), 일본 등 주요국에서도 자사주에 대한 인적분할 시 신주배정권리를 인정하지 않고 있습니다.

■ 자사주 취득·처분 '공시 강화'

자사주의 취득·보유·처분 등 전 과정에 대해 시장에 더 투명한 정보가 공개되도록 공시도 강화합니다.

그동안 자사주 취득 이후 소각과 처분 등 기업의 처리 계획이 주가에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정보인데도 체계적인 공시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 있었습니다.

앞으로는 상장법인의 자사주 보유 비중이 일정수준, 예를 들어 발행주식 수의 10% 이상이 될 경우 이사회가 자사주 보유 사유, 향후 계획 등 적정성을 검토하고 공시하도록 하는 의무가 부과됩니다.

또 자사주 처분 시에는 처분 목적과 처분 상대방 선정 사유, 일반 주주의 권익에 미치는 영향 등을 구체적으로 공시하도록 합니다. 임의적인 자사주 처분에 대한 시장 감시와 견제 기능을 강화하자는 취지입니다.

한편 앞으로는 시가총액 산정 시 자사주를 제외한 정보도 투자자에게 제공할 예정입니다. 현재는 시가총액을 산정할 때 자사주가 포함돼 자사주 보유비율이 높을수록 시가 총액이 과대평가될 수 있다는 지적이 있어 왔습니다.

■ '자사주 소각 의무화'는 빠져

이번 자사주 개선 방안에 소각 의무화는 빠졌습니다.

김광일 금융위 공정시장과장은 "자사주 제도가 주주가치 제고에 기여할 수 있도록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에 공감한다"면서도 "자사주를 일률적으로 소각하도록 하면 기업의 경영 활동을 과도하게 제약할 우려가 있다는 의견도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면서 "주요국의 경우에도 독일을 제외하면 자사주 소각을 의무화한 국가는 드문 것으로 파악된다"고 덧붙였습니다.

일각에서는 우리나라의 경우 발행 주식 수가 중요한 만큼 자사주 소각까지 이어져야 진정한 주주환원 정책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미국은 유통주식 수가 시가총액 계산에 활용되기 때문에 자사주 매입만으로도 주당순이익이 개선되는 효과를 볼 수 있지만 우리는 자사주 매입만으로는 주가 상승에 한계가 있다는 주장입니다.

■ 달라진 분위기…'증시 부양' 효과로 이어질까?


다만 지난해부터 조금씩 분위기는 달라지고 있습니다. 국내 상장사들도 주주환원 정책을 강화하면서 자사주 소각이 늘고 있는 겁니다. 지난해 코스피와 코스닥 상장사의 자사주 소각 규모는 6조 원으로 2021년과 비교하면 2배 이상 늘었습니다.


기업 입장에선 주주들의 주주환원 요구가 거세지자 이에 응한 영향이 큰데, 주가가 부진한 기업일수록 주가 부양 차원에서 자사주 소각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모습입니다.

지난해 상장사 가운데 가장 큰 규모의 자기주식을 취득한 회사는 셀트리온이었습니다. 셀트리온은 셀트리온헬스케어와 합병을 앞두고 주가 부양을 위해 3,600억 원어치의 주식을 소각하기도 했습니다.

지난해 자사주 처분 금액이 가장 많은 상장사는 현대차였고, 자사주 소각 규모가 가장 큰 상장사는 신한지주였습니다. 특히 지난해 자사주 소각 규모 상위 20곳 가운데 금융지주사기 5곳(신한지주·메리츠금융지주·KB금융·하나금융지주·우리금융지주)이나 있다는 점이 눈에 띕니다.

자사주 제도 개선에 이어 다음 단계는 지배구조 개선이 될 전망입니다. 우리나라는 주요국 대비 주가순자산비율(PBR)이 현저히 낮습니다. 삼성이나 현대차 같은 세계적 기업이 있지만, 주가 수준은 다른 글로벌 기업보다 저평가 돼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지배구조를 견제할 수 있는 이사회 기능, 소액주주 권리 보호 수단을 강화하고 기관 투자자 기반도 확충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합니다.

앞서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을 통해 상장사의 순자산비율(PBR)이나 자기자본이익률(ROE) 등 주요 투자 지표를 시가총액과 업종별로 비교 공시하는 한편 기업가치 개선 우수 기업으로 구성된 지수 개발, ETF(현물상장지수펀드) 도입할 계획이라고 밝혔습니다.

기업 가치 제고를 통해 주가 부양 효과를 거두겠다는 건데, 이와 관련해 한국거래소는 상장사들과 협의를 거쳐 우수 기업으로 구성된 '(가칭) 코리아 프리미엄 지수' 개발 등 세부 방안을 다음 달 중 발표할 계획입니다.

(그래픽: 권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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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수정2024-01-31 06:09: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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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과 일본 등 주요국 증시가 강세를 보이는 것과 달리 우리 주식 시장은 2,400~2,500선에 갇혀 반등하지 못하는 답답한 행보를 보이고 있습니다.

숫자로 보면 우리 증시 수준이 어떤지 더 확연히 드러납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 초부터 이달 24일까지 코스피지수는 비교 대상 23개 주요국 지수 가운데 최하위였습니다.

수익률 측면에서도 주요 증시에 한참 밀립니다. 대신증권이 지난해 11월부터 주요국 주가지수 19개의 수익률을 분석한 결과 코스피 수익률은 8.8%에 그쳤습니다. 신흥국으로 함께 분류되는 멕시코(15.9%) 보다 뒤처진 수준입니다.

■ 낮은 수익성·주주환원 정책 미비…한국 증시 매력↓

이렇다 보니 국내 증시에 들어왔던 투자금은 계속 빠지고 있습니다. 지난 5년 동안 국내 증시에서 60조 넘게 팔아치운 국내 개인과 기관투자자들이 같은 기간 미국 증시에선 72조 원 가까이 사들였습니다.

전문가들은 투자자 입장에서 수익성이 낮고 주주환원 정책도 미비한 우리 증시의 매력이 떨어진다고 말합니다. 자사주 매입 같은 주주환원 정책에 우리 기업들이 여전히 소극적인 탓입니다.


에프엔가이드 등 조사기관에 따르면 2022년 기준 미국의 주주환원율이 2.89%인 반면 우리나라는 0.22%에 그쳤습니다.

기업이 자사주를 매입해 소각하면 발행주식 수는 줄어들고 주당 가치는 올라가는 효과를 볼 수 있습니다. 다시 말해 자사주 매입이 주가 상승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뜻입니다.

기업이 자사주를 매입한 뒤 소각하면 배당처럼 주주에게 이익을 환원하는 효과도 있는데요. 미국에서는 배당보다 자사주 매입이 주주환원 정책으로 더 선호됩니다.

■ 대주주 지배력 확대 악용…'자사주 마법' 막는다

문제는 우리나라에서 자사주 매입이 주주가치 제고라는 본래의 목적과 달리 대주주 지배력 확대 등에 악용됐다는 데 있습니다.

금융위원회는 기업의 인적분할 과정에서 일반 주주의 권익이 침해되지 않도록 상장회사의 인적분할 시 자사주에 대한 신주배정을 금지하기로 했습니다.

인적분할은 기존 회사 주주들이 지분율대로 신설 법인의 주식을 나눠 갖는 방식의 기업 분할로, 인적분할이 되면 법적으로 독립된 회사가 되고 분할 뒤 곧바로 주식을 상장할 수 있습니다.

자사주가 의결권과 배당권, 신주인수권 등 거의 모든 주주권이 정지되는 데 비해 인적분할에 대해서는 그동안 법령과 판례가 명확하지 않아 자사주 신주 배정이 이뤄져 왔습니다.

이 과정에서 대주주가 추가 비용 없이 지배력을 확대할 수 있는 이른바 '자사주 마법'이 발생한다는 비판을 받아왔는데 이를 막겠다는 것입니다. 미국과 유럽연합(EU), 일본 등 주요국에서도 자사주에 대한 인적분할 시 신주배정권리를 인정하지 않고 있습니다.

■ 자사주 취득·처분 '공시 강화'

자사주의 취득·보유·처분 등 전 과정에 대해 시장에 더 투명한 정보가 공개되도록 공시도 강화합니다.

그동안 자사주 취득 이후 소각과 처분 등 기업의 처리 계획이 주가에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정보인데도 체계적인 공시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 있었습니다.

앞으로는 상장법인의 자사주 보유 비중이 일정수준, 예를 들어 발행주식 수의 10% 이상이 될 경우 이사회가 자사주 보유 사유, 향후 계획 등 적정성을 검토하고 공시하도록 하는 의무가 부과됩니다.

또 자사주 처분 시에는 처분 목적과 처분 상대방 선정 사유, 일반 주주의 권익에 미치는 영향 등을 구체적으로 공시하도록 합니다. 임의적인 자사주 처분에 대한 시장 감시와 견제 기능을 강화하자는 취지입니다.

한편 앞으로는 시가총액 산정 시 자사주를 제외한 정보도 투자자에게 제공할 예정입니다. 현재는 시가총액을 산정할 때 자사주가 포함돼 자사주 보유비율이 높을수록 시가 총액이 과대평가될 수 있다는 지적이 있어 왔습니다.

■ '자사주 소각 의무화'는 빠져

이번 자사주 개선 방안에 소각 의무화는 빠졌습니다.

김광일 금융위 공정시장과장은 "자사주 제도가 주주가치 제고에 기여할 수 있도록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에 공감한다"면서도 "자사주를 일률적으로 소각하도록 하면 기업의 경영 활동을 과도하게 제약할 우려가 있다는 의견도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면서 "주요국의 경우에도 독일을 제외하면 자사주 소각을 의무화한 국가는 드문 것으로 파악된다"고 덧붙였습니다.

일각에서는 우리나라의 경우 발행 주식 수가 중요한 만큼 자사주 소각까지 이어져야 진정한 주주환원 정책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미국은 유통주식 수가 시가총액 계산에 활용되기 때문에 자사주 매입만으로도 주당순이익이 개선되는 효과를 볼 수 있지만 우리는 자사주 매입만으로는 주가 상승에 한계가 있다는 주장입니다.

■ 달라진 분위기…'증시 부양' 효과로 이어질까?


다만 지난해부터 조금씩 분위기는 달라지고 있습니다. 국내 상장사들도 주주환원 정책을 강화하면서 자사주 소각이 늘고 있는 겁니다. 지난해 코스피와 코스닥 상장사의 자사주 소각 규모는 6조 원으로 2021년과 비교하면 2배 이상 늘었습니다.


기업 입장에선 주주들의 주주환원 요구가 거세지자 이에 응한 영향이 큰데, 주가가 부진한 기업일수록 주가 부양 차원에서 자사주 소각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모습입니다.

지난해 상장사 가운데 가장 큰 규모의 자기주식을 취득한 회사는 셀트리온이었습니다. 셀트리온은 셀트리온헬스케어와 합병을 앞두고 주가 부양을 위해 3,600억 원어치의 주식을 소각하기도 했습니다.

지난해 자사주 처분 금액이 가장 많은 상장사는 현대차였고, 자사주 소각 규모가 가장 큰 상장사는 신한지주였습니다. 특히 지난해 자사주 소각 규모 상위 20곳 가운데 금융지주사기 5곳(신한지주·메리츠금융지주·KB금융·하나금융지주·우리금융지주)이나 있다는 점이 눈에 띕니다.

자사주 제도 개선에 이어 다음 단계는 지배구조 개선이 될 전망입니다. 우리나라는 주요국 대비 주가순자산비율(PBR)이 현저히 낮습니다. 삼성이나 현대차 같은 세계적 기업이 있지만, 주가 수준은 다른 글로벌 기업보다 저평가 돼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지배구조를 견제할 수 있는 이사회 기능, 소액주주 권리 보호 수단을 강화하고 기관 투자자 기반도 확충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합니다.

앞서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을 통해 상장사의 순자산비율(PBR)이나 자기자본이익률(ROE) 등 주요 투자 지표를 시가총액과 업종별로 비교 공시하는 한편 기업가치 개선 우수 기업으로 구성된 지수 개발, ETF(현물상장지수펀드) 도입할 계획이라고 밝혔습니다.

기업 가치 제고를 통해 주가 부양 효과를 거두겠다는 건데, 이와 관련해 한국거래소는 상장사들과 협의를 거쳐 우수 기업으로 구성된 '(가칭) 코리아 프리미엄 지수' 개발 등 세부 방안을 다음 달 중 발표할 계획입니다.

(그래픽: 권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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