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년 전 ‘흑백영화’를 북한과 러시아가 함께 관람한 이유는?

입력 2024.01.31 (07:00) 수정 2024.01.31 (1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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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년 전 소련 기록영화' …평양 영화관에서 상영

북한 평양 대동문영화관에서 지난 29일 영화감상회가 열렸습니다. 상영 영화는 소련 기록영화 <레닌그라드에서의 위대한 승리>. 제2차 세계 대전 당시 벌어진 독일과 소련 간 레닌그라드(현 상트페테르부르크) 공방전을 다룬 영상기록물입니다. 1시간 3분 길이의 장편 영화로 레닌그라드 공방전이 끝난 해인 1944년에 제작됐습니다.

80년 전에 만든 영화를 지금 평양에서 상영한 데는 이유가 있습니다.

이번 영화감상회는 북한러시아친선협회와 북한 주재 러시아대사관 공동 명의로 개최됐습니다. 양국이 함께 연 친선 행사인 겁니다. 영화 시작에 앞서 참석한 이들의 연설도 있었는데, 그들은 " 영화감상회가 조로(북러) 두 나라 인민들 사이의 친선의 유대를 강화하고 전략적이며 전통적인 친선협조 관계를 더욱 발전시키는데 이바지하는 계기될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지난 29일 북한 평양 레닌그라드에서의, <레닌그라드에서의 위대한 승리> 영화감상회지난 29일 북한 평양 레닌그라드에서의, <레닌그라드에서의 위대한 승리> 영화감상회

■ "봉쇄 속에서도 끝내 승리하자"… 북한과 러시아의 '동병상련'

소련 기록영화 <레닌그라드에서의 위대한 승리>는 제목에서 '위대한 승리'를 강조했지만, 사실 당시 상황은 참혹 그 자체였습니다. 레닌그라드 공방전은 1941년 9월 시작돼 무려 871일 동안 이어졌습니다. 독일군은 레닌그라드 점령을 위해 도시를 봉쇄하고 포격을 가했습니다. 함락해야만 하는 독일군과 버텨야만 하는 소련군 사이의 지난한 전투가 계속됐고, 레닌그라드 시민들은 고립돼 극심한 식량난에 시달렸습니다. 레닌그라드 승리는 시민들의 참혹한 희생을 동반했습니다.

러시아는 북한과 같이 현재 국제사회로부터 고립돼 있습니다. 2022년 2월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서방의 경제 제재를 받고 있습니다. 결국, 희생을 통해 고립을 이겨내고 승리를 거둔 기록인 <레닌그라드에서의 위대한 승리>에는 북한과 러시아 두 나라의 현재 바람이 담겨있습니다.

동병상련인 두 나라는 지금 서로의 조력자가 되어주고 있습니다. 북한은 재래식 무기를 지원하고, 러시아는 외화와 군사 기술 이전으로 값을 치르며 서로의 아쉬운 부분을 채워주고 있는 겁니다.

■ "전략적으로 러시아가 북한과 더 밀착할 수도"

조민 전 통일연구원 부원장은 러시아가 북한과 가까워지는 건 '전략적 의미'도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조 전 부원장은 "러시아로서는 북한이 동북아 지역에서 전략적 단위로서 부각되는 것이 대미 전략에서도 나쁘지 않다 보는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가자지구 전쟁을 비롯해 미국이 개입한 분쟁이 늘어나는 상황에서 북한이 한반도에서 긴장 분위기를 고조시키면 미국의 전략적 무게 중심이 쪼개질 수밖에 없다는 겁니다.

조 전 부원장은 "러시아가 한국을 제어하는 데 있어서 북한 카드를 활용할 수 있다"고도 짚었는데, 결국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러시아가 북한산 무기를 더는 필요로 하지 않게 되더라도 러시아에게는 북한의 '전략적 가치'가 더 남아있다는 겁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올해 3월 러시아 대선 이후 방북할 가능성이 큽니다. 최근 최선희 북한 외무상이 러시아를 방문해 푸틴 대통령 방북 일정을 협의한 것으로 보입니다. 지난 21일 북한 조선중앙TV는 "푸틴 대통령 동지는 김정은 국무위원장 동지께서 편리한 시기에 평양을 방문하도록 초청하신 데 대하여 다시금 깊은 사의를 표하고 빠른 시일 내에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을 방문하려는 용의를 표명하였다"고 보도했습니다.

지난해 9월 김정은 국무위원장 방러에 이어 올해 푸틴 대통령의 답방이 이어지면 두 나라 간 관계는 지금보다 더 밀착할 수 있습니다. 이 과정에서 러시아의 도움으로 북한의 무기 개발이 한층 더 고도화될 가능성도 농후합니다. 북한과 러시아 사이 친교를 우리가 우려하는 이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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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년 전 소련 기록영화' …평양 영화관에서 상영

북한 평양 대동문영화관에서 지난 29일 영화감상회가 열렸습니다. 상영 영화는 소련 기록영화 <레닌그라드에서의 위대한 승리>. 제2차 세계 대전 당시 벌어진 독일과 소련 간 레닌그라드(현 상트페테르부르크) 공방전을 다룬 영상기록물입니다. 1시간 3분 길이의 장편 영화로 레닌그라드 공방전이 끝난 해인 1944년에 제작됐습니다.

80년 전에 만든 영화를 지금 평양에서 상영한 데는 이유가 있습니다.

이번 영화감상회는 북한러시아친선협회와 북한 주재 러시아대사관 공동 명의로 개최됐습니다. 양국이 함께 연 친선 행사인 겁니다. 영화 시작에 앞서 참석한 이들의 연설도 있었는데, 그들은 " 영화감상회가 조로(북러) 두 나라 인민들 사이의 친선의 유대를 강화하고 전략적이며 전통적인 친선협조 관계를 더욱 발전시키는데 이바지하는 계기될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지난 29일 북한 평양 레닌그라드에서의, <레닌그라드에서의 위대한 승리> 영화감상회
■ "봉쇄 속에서도 끝내 승리하자"… 북한과 러시아의 '동병상련'

소련 기록영화 <레닌그라드에서의 위대한 승리>는 제목에서 '위대한 승리'를 강조했지만, 사실 당시 상황은 참혹 그 자체였습니다. 레닌그라드 공방전은 1941년 9월 시작돼 무려 871일 동안 이어졌습니다. 독일군은 레닌그라드 점령을 위해 도시를 봉쇄하고 포격을 가했습니다. 함락해야만 하는 독일군과 버텨야만 하는 소련군 사이의 지난한 전투가 계속됐고, 레닌그라드 시민들은 고립돼 극심한 식량난에 시달렸습니다. 레닌그라드 승리는 시민들의 참혹한 희생을 동반했습니다.

러시아는 북한과 같이 현재 국제사회로부터 고립돼 있습니다. 2022년 2월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서방의 경제 제재를 받고 있습니다. 결국, 희생을 통해 고립을 이겨내고 승리를 거둔 기록인 <레닌그라드에서의 위대한 승리>에는 북한과 러시아 두 나라의 현재 바람이 담겨있습니다.

동병상련인 두 나라는 지금 서로의 조력자가 되어주고 있습니다. 북한은 재래식 무기를 지원하고, 러시아는 외화와 군사 기술 이전으로 값을 치르며 서로의 아쉬운 부분을 채워주고 있는 겁니다.

■ "전략적으로 러시아가 북한과 더 밀착할 수도"

조민 전 통일연구원 부원장은 러시아가 북한과 가까워지는 건 '전략적 의미'도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조 전 부원장은 "러시아로서는 북한이 동북아 지역에서 전략적 단위로서 부각되는 것이 대미 전략에서도 나쁘지 않다 보는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가자지구 전쟁을 비롯해 미국이 개입한 분쟁이 늘어나는 상황에서 북한이 한반도에서 긴장 분위기를 고조시키면 미국의 전략적 무게 중심이 쪼개질 수밖에 없다는 겁니다.

조 전 부원장은 "러시아가 한국을 제어하는 데 있어서 북한 카드를 활용할 수 있다"고도 짚었는데, 결국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러시아가 북한산 무기를 더는 필요로 하지 않게 되더라도 러시아에게는 북한의 '전략적 가치'가 더 남아있다는 겁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올해 3월 러시아 대선 이후 방북할 가능성이 큽니다. 최근 최선희 북한 외무상이 러시아를 방문해 푸틴 대통령 방북 일정을 협의한 것으로 보입니다. 지난 21일 북한 조선중앙TV는 "푸틴 대통령 동지는 김정은 국무위원장 동지께서 편리한 시기에 평양을 방문하도록 초청하신 데 대하여 다시금 깊은 사의를 표하고 빠른 시일 내에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을 방문하려는 용의를 표명하였다"고 보도했습니다.

지난해 9월 김정은 국무위원장 방러에 이어 올해 푸틴 대통령의 답방이 이어지면 두 나라 간 관계는 지금보다 더 밀착할 수 있습니다. 이 과정에서 러시아의 도움으로 북한의 무기 개발이 한층 더 고도화될 가능성도 농후합니다. 북한과 러시아 사이 친교를 우리가 우려하는 이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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