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신은 번갈아 가면서” “조부상이 대수냐”…이런 직장 상사가 아직도?

입력 2024.01.31 (11:54) 수정 2024.01.31 (1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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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인 A : "회사에서 임신은 번갈아 가며 하라는 공문이 내려왔어요."

직장인 B : "할아버지가 돌아가셨을 때 상사가 '할아버지 돌아가신 게 대수냐, 나와서 일해라' 고 하더라고요."

직장인 C : "여직원 속옷 색깔 맞히기로 점심 내기하던 부장들…잘 살고 있으려나요."

'이런 회사가 아직도 있나?' 싶은, 직장인들의 분노를 자아내는 상사의 언행들. 지난해에도 이런 상사를 '존중하며 버텨온' 직장인들이 있었습니다.

기업정보 플랫폼 '잡플래닛'이 최근 '제2회 잡춘문예'를 공개했습니다. 지난해 하반기 올라온 기업 리뷰 중 일부를 선정해 200여 명의 이용자들을 대상으로 투표를 진행했고, 총 8개 부문에서 각각 상위 리뷰 3개가 선정됐습니다.

직장 갑질부터 성희롱까지…"웃음도 안 나와"

먼저 '인류애상실상' 부문에서는 조부상을 당했는데도 "나와서 일하라"는 지시를 받았다는 리뷰가 최다 득표(131표)를 차지했습니다. 뒤이어 " 임신을 번갈아가며 하라는 공문이 내려왔다"는 리뷰가 2위를, "주변에서 불이 나 연기가 계속 들어오는 와중에 매장 지키라고 해서 연기를 마셨던 기억이 있다"는 리뷰가 3위를 차지했습니다.

잡플래닛 제공잡플래닛 제공
직장 갑질에 대한 토로도 나왔습니다. '우리대표진상' 부문에서는 "사장이 직원에게 돈을 빌리려 한다"는 리뷰가 1위를 차지했습니다. " 회장님 별장 청소와 사모님 개인 화실 가구·작품 이동을 시킨다"는 내용과 "대표가 기독교인이라 출근하면 찬송가 틀어놓고 짜파게티 끓여달라고 했다"는 내용이 그 뒤를 이었습니다.

직장 내 성희롱을 고발하는 내용도 있었습니다. '철컹철컹상' 부문은 " 여직원 속옷 색깔 맞히기로 점심 내기하던 sales 부장들은 잘 있나 몰라 ?"가 최다 득표(138표)를 받았습니다. 또 "워크숍에서 여직원들만 불러 회장 앞에서 훌라후프 돌리게 하고, 벌칙으로 엉덩이로 이름 쓰게 했다", " 여직원 한 명이 인형 옷을 벗기는 중이었는데 그걸 보더니 잘 벗길 거 같다며 성희롱을 했다"는 폭로가 뒤를 이었습니다.

상사로부터 감시를 당하는 직장인들도 고충을 토로했습니다. '지켜보고있상' 부문에서 한 이용자는 " CCTV로 감시하고 녹음기를 몰래 설치해 직원들끼리 하는 이야기를 따로 들어요. 사무실 안 모든 직원 컴퓨터 모니터는 벽을 보고 배치하고, '딴짓할 수 있다'며 모든 사람 모니터가 보이는 구조"라고 밝혔습니다.

또 다른 이용자는 "최근 한국에 근무하는 모든 직원들에게 개인의 인터넷 활동을 추적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강제로 설치했다"면서, "이전에도 보안상 이유로 추적프로그램을 설치했지만, 이번엔 개인정보 보호법이 엄격한 영미권이나 유럽 직원들은 제외하고 한국 직원들만 대상"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모두 '직장 내 괴롭힘'…"신고·진정 제기로 법적 보호 가능"

가족상 중에 일하라는 지시를 하고, 상사의 수발을 들게 하고, 직원들을 감시하는 일 등은 모두 '직장내 괴롭힘'에 해당합니다. 위 설문 결과는 직장내 괴롭힘과 성희롱 등 법적으로 처분이 가능한 내용이 주류를 이뤘습니다.

근로기준법은 직장 내 괴롭힘을 "사용자 또는 근로자가 직장에서의 지위 또는 관계 등의 우위를 이용하여 업무상 적정범위를 넘어 다른 근로자에게 신체적·정신적 고통을 주거나 근무환경을 악화시키는 행위"로 정의합니다. 즉, 상사가 그 지위를 이용해 행한 괴롭힘은 법적 조치의 대상이 됩니다.

특히 회장이나 사장 등 사용자나 그 친족인 근로자가 괴롭힌 경우 1천만 원 이하 과태료 처분을 내릴 수 있습니다.

시민단체 '직장갑질 119' 소속 신하나 변호사는 "지속적인 괴롭힘이 아닌 일회성 행동이라고 해도 그 행동과 그에 따른 피해의 정도가 심하면 직장 내 괴롭힘에 해당한다"면서, "사용자가 괴롭힘의 주체일 경우 고용노동부 관할 지청에 진정을 넣을 수 있다"고 설명합니다.

직장 내 괴롭힘은 상사로부터 행해졌다면 1차적으로 회사에 신고해야 합니다. 다만 회사 대표나 사장 등 사용자가 괴롭힘을 행했을 경우, 사내 조사가 제대로 이뤄지기를 기대하기 어렵겠지요. 이 경우 곧바로 고용노동부에 진정이 가능합니다. 진정서를 직접 작성해 관할 고용청에 직접 접수하거나, 고용노동부 홈페이지에서 민원신청을 통해 진정하는 방법이 있습니다.

다만 5인 미만 사업장의 경우 직장 내 괴롭힘과 관련한 근로기준법 적용이 되지 않습니다. 이때문에 소규모 사업장의 직장 내 괴롭힘 피해자는 아직도 법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는 것이 현실입니다.

직장 내 성희롱은 남녀고용평등법 위반 행위로, 고용노동청 뿐 아니라 국가인권위원회에도 신고가 가능합니다. 5인 미만의 소규모 사업장이라 해도 직장 내 성희롱의 경우는 법의 보호를 받을 수 있습니다.

괴롭힘과 성희롱 모두 일터에서 일어나서는 안될 일입니다. 하지만 위 설문 결과처럼 현실은 팍팍하기만 합니다. 이런 직장·이런 상사에게서 나를 보호할 수 있는 법, 한 번씩은 새겨 두면 좋을 것 같습니다.

※참고 사이트
고용노동부 직장 내 성희롱 익명 신고센터
https://labor.moel.go.kr/reportCntr/sexualHrss.do
고용노동부 민원 (괴롭힘 신고 시 서식민원→기타 진정신고서 우측 신청버튼을 클릭하여 작성)
https://minwon.moel.go.kr/minwon2008/lc_minwon/lc_form_apply.do
국가인권위원회 진정
https://case.humanrights.go.kr/rprsnt/rprsntGuide.d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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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인 B : "할아버지가 돌아가셨을 때 상사가 '할아버지 돌아가신 게 대수냐, 나와서 일해라' 고 하더라고요."

직장인 C : "여직원 속옷 색깔 맞히기로 점심 내기하던 부장들…잘 살고 있으려나요."

'이런 회사가 아직도 있나?' 싶은, 직장인들의 분노를 자아내는 상사의 언행들. 지난해에도 이런 상사를 '존중하며 버텨온' 직장인들이 있었습니다.

기업정보 플랫폼 '잡플래닛'이 최근 '제2회 잡춘문예'를 공개했습니다. 지난해 하반기 올라온 기업 리뷰 중 일부를 선정해 200여 명의 이용자들을 대상으로 투표를 진행했고, 총 8개 부문에서 각각 상위 리뷰 3개가 선정됐습니다.

직장 갑질부터 성희롱까지…"웃음도 안 나와"

먼저 '인류애상실상' 부문에서는 조부상을 당했는데도 "나와서 일하라"는 지시를 받았다는 리뷰가 최다 득표(131표)를 차지했습니다. 뒤이어 " 임신을 번갈아가며 하라는 공문이 내려왔다"는 리뷰가 2위를, "주변에서 불이 나 연기가 계속 들어오는 와중에 매장 지키라고 해서 연기를 마셨던 기억이 있다"는 리뷰가 3위를 차지했습니다.

잡플래닛 제공 직장 갑질에 대한 토로도 나왔습니다. '우리대표진상' 부문에서는 "사장이 직원에게 돈을 빌리려 한다"는 리뷰가 1위를 차지했습니다. " 회장님 별장 청소와 사모님 개인 화실 가구·작품 이동을 시킨다"는 내용과 "대표가 기독교인이라 출근하면 찬송가 틀어놓고 짜파게티 끓여달라고 했다"는 내용이 그 뒤를 이었습니다.

직장 내 성희롱을 고발하는 내용도 있었습니다. '철컹철컹상' 부문은 " 여직원 속옷 색깔 맞히기로 점심 내기하던 sales 부장들은 잘 있나 몰라 ?"가 최다 득표(138표)를 받았습니다. 또 "워크숍에서 여직원들만 불러 회장 앞에서 훌라후프 돌리게 하고, 벌칙으로 엉덩이로 이름 쓰게 했다", " 여직원 한 명이 인형 옷을 벗기는 중이었는데 그걸 보더니 잘 벗길 거 같다며 성희롱을 했다"는 폭로가 뒤를 이었습니다.

상사로부터 감시를 당하는 직장인들도 고충을 토로했습니다. '지켜보고있상' 부문에서 한 이용자는 " CCTV로 감시하고 녹음기를 몰래 설치해 직원들끼리 하는 이야기를 따로 들어요. 사무실 안 모든 직원 컴퓨터 모니터는 벽을 보고 배치하고, '딴짓할 수 있다'며 모든 사람 모니터가 보이는 구조"라고 밝혔습니다.

또 다른 이용자는 "최근 한국에 근무하는 모든 직원들에게 개인의 인터넷 활동을 추적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강제로 설치했다"면서, "이전에도 보안상 이유로 추적프로그램을 설치했지만, 이번엔 개인정보 보호법이 엄격한 영미권이나 유럽 직원들은 제외하고 한국 직원들만 대상"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모두 '직장 내 괴롭힘'…"신고·진정 제기로 법적 보호 가능"

가족상 중에 일하라는 지시를 하고, 상사의 수발을 들게 하고, 직원들을 감시하는 일 등은 모두 '직장내 괴롭힘'에 해당합니다. 위 설문 결과는 직장내 괴롭힘과 성희롱 등 법적으로 처분이 가능한 내용이 주류를 이뤘습니다.

근로기준법은 직장 내 괴롭힘을 "사용자 또는 근로자가 직장에서의 지위 또는 관계 등의 우위를 이용하여 업무상 적정범위를 넘어 다른 근로자에게 신체적·정신적 고통을 주거나 근무환경을 악화시키는 행위"로 정의합니다. 즉, 상사가 그 지위를 이용해 행한 괴롭힘은 법적 조치의 대상이 됩니다.

특히 회장이나 사장 등 사용자나 그 친족인 근로자가 괴롭힌 경우 1천만 원 이하 과태료 처분을 내릴 수 있습니다.

시민단체 '직장갑질 119' 소속 신하나 변호사는 "지속적인 괴롭힘이 아닌 일회성 행동이라고 해도 그 행동과 그에 따른 피해의 정도가 심하면 직장 내 괴롭힘에 해당한다"면서, "사용자가 괴롭힘의 주체일 경우 고용노동부 관할 지청에 진정을 넣을 수 있다"고 설명합니다.

직장 내 괴롭힘은 상사로부터 행해졌다면 1차적으로 회사에 신고해야 합니다. 다만 회사 대표나 사장 등 사용자가 괴롭힘을 행했을 경우, 사내 조사가 제대로 이뤄지기를 기대하기 어렵겠지요. 이 경우 곧바로 고용노동부에 진정이 가능합니다. 진정서를 직접 작성해 관할 고용청에 직접 접수하거나, 고용노동부 홈페이지에서 민원신청을 통해 진정하는 방법이 있습니다.

다만 5인 미만 사업장의 경우 직장 내 괴롭힘과 관련한 근로기준법 적용이 되지 않습니다. 이때문에 소규모 사업장의 직장 내 괴롭힘 피해자는 아직도 법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는 것이 현실입니다.

직장 내 성희롱은 남녀고용평등법 위반 행위로, 고용노동청 뿐 아니라 국가인권위원회에도 신고가 가능합니다. 5인 미만의 소규모 사업장이라 해도 직장 내 성희롱의 경우는 법의 보호를 받을 수 있습니다.

괴롭힘과 성희롱 모두 일터에서 일어나서는 안될 일입니다. 하지만 위 설문 결과처럼 현실은 팍팍하기만 합니다. 이런 직장·이런 상사에게서 나를 보호할 수 있는 법, 한 번씩은 새겨 두면 좋을 것 같습니다.

※참고 사이트
고용노동부 직장 내 성희롱 익명 신고센터
https://labor.moel.go.kr/reportCntr/sexualHrss.do
고용노동부 민원 (괴롭힘 신고 시 서식민원→기타 진정신고서 우측 신청버튼을 클릭하여 작성)
https://minwon.moel.go.kr/minwon2008/lc_minwon/lc_form_apply.do
국가인권위원회 진정
https://case.humanrights.go.kr/rprsnt/rprsntGuide.d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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