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인사이트] 욕망 파고드는 ‘리딩방 사기 공식’…구제책은 마땅치 않아

입력 2024.01.31 (18:19) 수정 2024.01.31 (1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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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투자 정보를 공유한다며 대화방에 사람을 모으는 이른바 '리딩방'에서 사기 피해가 끊이질 않고 있습니다.

하지만 피해 금액을 돌려받기는 어려워, 사실상 예방 만이 유일한 대책인 상황입니다.

어떤 점을 조심해야 하는지, 대책은 없는지 사회부 최인영 기자와 짚어봅니다.

최 기자, 최근에도 또 리딩방에서 대규모 사기 피해가 발생했다고요?

[기자]

네, 그렇습니다.

자신을 유명 투자 전문가 '박승철 교수'라고 소개한 사람이 주식 강의를 해주겠다고 속이면서 투자자들을 끌어 모았는데요.

처음에는 SNS에서 주식 정보가 담긴 신간 도서를 무료로 나눠준다는 광고로 피해자들에게 접근했습니다.

피해자 이야기 들어보시죠.

[김 모 씨/투자사기 피해자/음성변조 : "본인이 이제 출간을 할 거다, 신간 발표회를 언제 열 것이다. 그리고 이제 주식에 대한 강의도 해주신다는 말에…"]

이런 방식으로 당한 피해자만 현재까지 150명이 넘고, 피해 금액도 100억 원 이상인 걸로 파악됐습니다.

[앵커]

아무리 주식 강의를 해준다고 해도, 무턱대고 큰 돈을 맡기기는 쉽지 않을 것 같은데 또 어떤 수법들이 있었나요?

[기자]

우선, 실제 상장 예정인 공모주를 싸게, 많이 받을 수 있다고 안내했습니다.

그 뒤에는 휴대전화에 특정 거래 앱을 내려 받게 했는데요.

앱 화면에서는 해당 공모주를 2만 주 넘게 배정받은 것처럼 보였지만, 출금은 이뤄지지 않았습니다.

앱 자체가 가짜였던 겁니다.

피해자 얘기 들어보시겠습니다.

[김 모 씨/투자사기 피해자/음성변조 : "생각보다 너무 많은 수량이 배정이 된 거예요. 2만 9천 주를. 완납을 또 하고 다시 고객센터에 연락을 해서 신청을 했는데 출금이 또 안 된다는 거예요."]

뿐만 아니라, 투자 심리를 자극하기 위해서 수익을 얻었다는 후기를 매크로를 이용해 반복적으로 올리기도 했습니다.

[앵커]

이런 리딩방에 참여하다보면 실제로 수익금을 조금씩 돌려주기도 하나요?

[기자]

네, 더 큰 돈을 투자하게끔 하려고 수익금을 일부분 돌려주면서 실제로 수익이 난 것처럼 보이게 하는 건데요.

그런데 사실 이 수익금은 또 다른 피해자에게서 받은 돈입니다.

경찰은 이른바 폰지사기, 즉 돌려막기 구조만 잘 이해해도 사기 피해를 막을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유지훈/경찰청 금융범죄수사계장 : "다른 사람들의 돈을 받아서 그걸로 윗사람들한테 수당을 주면서 계속 끌어들이다가 한계가 오면 정리하고 그 돈을 가지고 도망가는 겁니다."]

[앵커]

이렇게 사기를 당하면 피해자들은 투자금을 되찾고 싶은 마음이 클 텐데, 우선 계좌부터 지급정지를 해서 피해금을 확보해둬야 하지 않나요?

[기자]

네, 그렇습니다.

이런 범죄의 경우 자금 세탁 등을 위해 돈이 바로 빠져나가는 만큼 지급 정지는 피해금 환수를 위한 최소 조치인데요.

투자 사기를 당한 60대 A 씨는 신고를 통해 투자금을 입금한 계좌를 지급 정지했지만, 며칠 뒤 확인하니 계좌가 원상 복구됐다고 설명했습니다.

이유는 A 씨가 당한 범죄가 보이스피싱이 아닌 투자 사기라는 거였습니다.

[앵커]

투자 사기에 이용된 계좌를 정지하기 위한 관련 법안은 없는 건가요?

[기자]

네, 현재 전자통신금융사기 범죄는 지급 정지 요건으로 명시돼 있지만 투자 사기는 별도의 법이 없는 상탭니다.

사기 유형과 관계없이 계좌 지급 정지와 통신 차단 등을 하도록 법안이 발의됐지만, 아직 국회에 계류되어 있습니다.

전문가 얘기 들어보시죠.

[한상준/변호사 : "사기 피해를 방지하는데 통장에서 돈을 못찾아가게 하는 게 가장 중요한데…지급정지 필요성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안 되는 게 많아서 법 개정은 매우 시급하다고 보고 있습니다."]

현재로서는 사실상 예방만이 유일한 대책인 건데요.

금융당국은 제도권 투자 기관만 이용하고, 공모주 청약은 전자공시시스템을 통해 관련 사항을 반드시 확인하라고 당부했습니다.

[앵커]

네, 최인영 기자 잘 들었습니다.

영상편집:김선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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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뉴스 인사이트] 욕망 파고드는 ‘리딩방 사기 공식’…구제책은 마땅치 않아
    • 입력 2024-01-31 18:19:18
    • 수정2024-01-31 18:4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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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투자 정보를 공유한다며 대화방에 사람을 모으는 이른바 '리딩방'에서 사기 피해가 끊이질 않고 있습니다.

하지만 피해 금액을 돌려받기는 어려워, 사실상 예방 만이 유일한 대책인 상황입니다.

어떤 점을 조심해야 하는지, 대책은 없는지 사회부 최인영 기자와 짚어봅니다.

최 기자, 최근에도 또 리딩방에서 대규모 사기 피해가 발생했다고요?

[기자]

네, 그렇습니다.

자신을 유명 투자 전문가 '박승철 교수'라고 소개한 사람이 주식 강의를 해주겠다고 속이면서 투자자들을 끌어 모았는데요.

처음에는 SNS에서 주식 정보가 담긴 신간 도서를 무료로 나눠준다는 광고로 피해자들에게 접근했습니다.

피해자 이야기 들어보시죠.

[김 모 씨/투자사기 피해자/음성변조 : "본인이 이제 출간을 할 거다, 신간 발표회를 언제 열 것이다. 그리고 이제 주식에 대한 강의도 해주신다는 말에…"]

이런 방식으로 당한 피해자만 현재까지 150명이 넘고, 피해 금액도 100억 원 이상인 걸로 파악됐습니다.

[앵커]

아무리 주식 강의를 해준다고 해도, 무턱대고 큰 돈을 맡기기는 쉽지 않을 것 같은데 또 어떤 수법들이 있었나요?

[기자]

우선, 실제 상장 예정인 공모주를 싸게, 많이 받을 수 있다고 안내했습니다.

그 뒤에는 휴대전화에 특정 거래 앱을 내려 받게 했는데요.

앱 화면에서는 해당 공모주를 2만 주 넘게 배정받은 것처럼 보였지만, 출금은 이뤄지지 않았습니다.

앱 자체가 가짜였던 겁니다.

피해자 얘기 들어보시겠습니다.

[김 모 씨/투자사기 피해자/음성변조 : "생각보다 너무 많은 수량이 배정이 된 거예요. 2만 9천 주를. 완납을 또 하고 다시 고객센터에 연락을 해서 신청을 했는데 출금이 또 안 된다는 거예요."]

뿐만 아니라, 투자 심리를 자극하기 위해서 수익을 얻었다는 후기를 매크로를 이용해 반복적으로 올리기도 했습니다.

[앵커]

이런 리딩방에 참여하다보면 실제로 수익금을 조금씩 돌려주기도 하나요?

[기자]

네, 더 큰 돈을 투자하게끔 하려고 수익금을 일부분 돌려주면서 실제로 수익이 난 것처럼 보이게 하는 건데요.

그런데 사실 이 수익금은 또 다른 피해자에게서 받은 돈입니다.

경찰은 이른바 폰지사기, 즉 돌려막기 구조만 잘 이해해도 사기 피해를 막을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유지훈/경찰청 금융범죄수사계장 : "다른 사람들의 돈을 받아서 그걸로 윗사람들한테 수당을 주면서 계속 끌어들이다가 한계가 오면 정리하고 그 돈을 가지고 도망가는 겁니다."]

[앵커]

이렇게 사기를 당하면 피해자들은 투자금을 되찾고 싶은 마음이 클 텐데, 우선 계좌부터 지급정지를 해서 피해금을 확보해둬야 하지 않나요?

[기자]

네, 그렇습니다.

이런 범죄의 경우 자금 세탁 등을 위해 돈이 바로 빠져나가는 만큼 지급 정지는 피해금 환수를 위한 최소 조치인데요.

투자 사기를 당한 60대 A 씨는 신고를 통해 투자금을 입금한 계좌를 지급 정지했지만, 며칠 뒤 확인하니 계좌가 원상 복구됐다고 설명했습니다.

이유는 A 씨가 당한 범죄가 보이스피싱이 아닌 투자 사기라는 거였습니다.

[앵커]

투자 사기에 이용된 계좌를 정지하기 위한 관련 법안은 없는 건가요?

[기자]

네, 현재 전자통신금융사기 범죄는 지급 정지 요건으로 명시돼 있지만 투자 사기는 별도의 법이 없는 상탭니다.

사기 유형과 관계없이 계좌 지급 정지와 통신 차단 등을 하도록 법안이 발의됐지만, 아직 국회에 계류되어 있습니다.

전문가 얘기 들어보시죠.

[한상준/변호사 : "사기 피해를 방지하는데 통장에서 돈을 못찾아가게 하는 게 가장 중요한데…지급정지 필요성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안 되는 게 많아서 법 개정은 매우 시급하다고 보고 있습니다."]

현재로서는 사실상 예방만이 유일한 대책인 건데요.

금융당국은 제도권 투자 기관만 이용하고, 공모주 청약은 전자공시시스템을 통해 관련 사항을 반드시 확인하라고 당부했습니다.

[앵커]

네, 최인영 기자 잘 들었습니다.

영상편집:김선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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