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반 해외 도피 전 시의원 자수…조력자 부인 ‘처벌 불가’

입력 2024.02.01 (11:32) 수정 2024.02.01 (1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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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조사받는 최영환 전 광주 시의원. 사진 출처 : 연합뉴스경찰 조사받는 최영환 전 광주 시의원. 사진 출처 : 연합뉴스

어제 뜻밖의 소식이 들려왔습니다. 최영환 전 광주광역시 의원이 체포됐다는 겁니다. 최 전 의원은 현직 시의원 신분이던 2022년 6월 필리핀으로 출국해 잠적한 뒤 행방이 묘연했습니다. 그러다 1년 7개월만에 모습을 드러낸 겁니다.

출국 당시 최 전 의원은 경찰 조사를 앞두고 있었습니다. 사립유치원을 공립으로 전환하는 '매입형 유치원' 사업과 관련해 수천만 원을 받고, 특정 유치원이 선정되도록 영향력을 행사한 한 혐의로 수사를 받던 시점이었습니다.

해외 도피 1년 7개월 만에 모습을 드러낸 최 전 의원, 그동안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요?

'뇌물수수' 혐의 소환 통보받고 해외 도피

'매입형 유치원' 사업은 교육청이 사립 유치원을 사들여 공립으로 전환하는 사업입니다. 광주시교육청은 당시 예산 수십억 원을 들여 한 사립 유치원을 매입했습니다. 경찰은 이 과정에서 당시 최 전 의원이 해당 유치원 원장으로부터 청탁과 함께 금품 6천만 원을 받은 정황을 포착했습니다.

경찰은 최 전 의원에게 소환 조사를 통보했습니다. 하지만 다음날, 최 전 의원은 필리핀으로 도피했습니다. 최 전 의원과 연락이 끊긴 경찰은 그의 여권을 무효화하고, 국제형사기구(인터폴)에 적색수배를 내렸습니다. 하지만 그의 행적은 좀처럼 발견되지 않았습니다.

■ 필리핀→일본→캐나다 도피생활

필리핀에 있을 것으로 추정됐던 최 전 의원의 소식이 들려온 곳은 캐나다였습니다. 캐나다영사관을 통해 자수 의사를 밝힌 것입니다.

알고 보니 최 전 의원은 경찰이 여권만료를 신청하고, 실제로 그 효력이 게시되기 전에 필리핀에서 일본을 경유해 캐나다로 향한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경찰보다 한발 빠르게 움직인 겁니다. 필리핀에는 최 전 의원이 학창시절을 보낸 친구가 있고, 캐나다에는 최 전 의원의 친척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최 전 의원은 출국 당시 현금 500만 원을 들고 필리핀으로 도주했습니다. 항공권을 결제하고 나니 남는 돈이 얼마 없었습니다. 캐나다에 도착했을 땐 이미 여권이 만료돼 불법체류자 신분이 된 뒤였습니다. 최 전 의원은 경찰 조사에서 "식당 등지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며 생활했다"고 진술했습니다.

돈이 떨어지면 부인의 카드를 썼습니다. 최 전 의원 본인 카드가 아닌 부인의 카드를 사용하다 보니 경찰 추적도 불가능했습니다. 가족의 신용카드 사용 내역을 보기 위해선 통신 영장을 발부받아야 했기 때문입니다.

최 전 의원은 도피 생활을 이어가는 사이 지병이 악화돼 건강상태가 나빠졌습니다. 가족이 설득했고, 결국 자수를 결심하게 됐습니다.
최 전 의원은 그제 오후 6시 30분쯤 캐나다에서 입국했고, 공항에서 체포됐습니다. 1년 7개월의 도피생활이 막을 내리던 순간이었습니다.

■ 유일한 조력자 '부인'...처벌은?

보통 도피 생활엔 조력자가 있기 마련입니다. 최 전 의원의 경우 사실상 부인이 유일한 조력자였습니다. 조력자는 보통 범죄인을 숨겨준 죄로 처벌받기도 하지만 가족은 그렇지 않습니다. 바로 '친족상도례' 때문입니다.

형법 제151조(범인은닉과 친족간의 특례)
① 벌금 이상의 형에 해당하는 죄를 범한 자를 은닉 또는 도피하게 한 자는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② 친족 또는 동거의 가족이 본인을 위하여 전항의 죄를 범한 때에는 처벌하지 아니한다.

형법 제151조 2항은 '친족 또는 동거의 가족이 범인은닉죄를 저질렀을 때는 처벌하지 않는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이처럼 '친족상도례'는 가족들 사이의 범죄에 대해선 국가의 형벌권을 일부 제한하는 제도입니다.

범인은닉죄, 증거인멸죄, 사기 공갈죄, 횡령 배임죄, 장물죄 등이 친족상도례의 적용을 받습니다. 여기서 '친족'이란 8촌 이내의 혈족, 4촌 이내의 인척, 배우자를 뜻합니다. 관련법에 따라 부인은 처벌받지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경찰은 어제(1월 31일) 체포한 최 전 의원을 상대로 조사를 마친 뒤 구속영장을 신청했습니다.

한편, 최 전 의원에게 뇌물을 건넨 원장과 사업에 개입한 브로커, 기자, 광주시교육청 공무원 등은 검찰에 기소돼 오는 27일 1심 선고를 앞두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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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조사받는 최영환 전 광주 시의원. 사진 출처 : 연합뉴스
어제 뜻밖의 소식이 들려왔습니다. 최영환 전 광주광역시 의원이 체포됐다는 겁니다. 최 전 의원은 현직 시의원 신분이던 2022년 6월 필리핀으로 출국해 잠적한 뒤 행방이 묘연했습니다. 그러다 1년 7개월만에 모습을 드러낸 겁니다.

출국 당시 최 전 의원은 경찰 조사를 앞두고 있었습니다. 사립유치원을 공립으로 전환하는 '매입형 유치원' 사업과 관련해 수천만 원을 받고, 특정 유치원이 선정되도록 영향력을 행사한 한 혐의로 수사를 받던 시점이었습니다.

해외 도피 1년 7개월 만에 모습을 드러낸 최 전 의원, 그동안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요?

'뇌물수수' 혐의 소환 통보받고 해외 도피

'매입형 유치원' 사업은 교육청이 사립 유치원을 사들여 공립으로 전환하는 사업입니다. 광주시교육청은 당시 예산 수십억 원을 들여 한 사립 유치원을 매입했습니다. 경찰은 이 과정에서 당시 최 전 의원이 해당 유치원 원장으로부터 청탁과 함께 금품 6천만 원을 받은 정황을 포착했습니다.

경찰은 최 전 의원에게 소환 조사를 통보했습니다. 하지만 다음날, 최 전 의원은 필리핀으로 도피했습니다. 최 전 의원과 연락이 끊긴 경찰은 그의 여권을 무효화하고, 국제형사기구(인터폴)에 적색수배를 내렸습니다. 하지만 그의 행적은 좀처럼 발견되지 않았습니다.

■ 필리핀→일본→캐나다 도피생활

필리핀에 있을 것으로 추정됐던 최 전 의원의 소식이 들려온 곳은 캐나다였습니다. 캐나다영사관을 통해 자수 의사를 밝힌 것입니다.

알고 보니 최 전 의원은 경찰이 여권만료를 신청하고, 실제로 그 효력이 게시되기 전에 필리핀에서 일본을 경유해 캐나다로 향한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경찰보다 한발 빠르게 움직인 겁니다. 필리핀에는 최 전 의원이 학창시절을 보낸 친구가 있고, 캐나다에는 최 전 의원의 친척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최 전 의원은 출국 당시 현금 500만 원을 들고 필리핀으로 도주했습니다. 항공권을 결제하고 나니 남는 돈이 얼마 없었습니다. 캐나다에 도착했을 땐 이미 여권이 만료돼 불법체류자 신분이 된 뒤였습니다. 최 전 의원은 경찰 조사에서 "식당 등지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며 생활했다"고 진술했습니다.

돈이 떨어지면 부인의 카드를 썼습니다. 최 전 의원 본인 카드가 아닌 부인의 카드를 사용하다 보니 경찰 추적도 불가능했습니다. 가족의 신용카드 사용 내역을 보기 위해선 통신 영장을 발부받아야 했기 때문입니다.

최 전 의원은 도피 생활을 이어가는 사이 지병이 악화돼 건강상태가 나빠졌습니다. 가족이 설득했고, 결국 자수를 결심하게 됐습니다.
최 전 의원은 그제 오후 6시 30분쯤 캐나다에서 입국했고, 공항에서 체포됐습니다. 1년 7개월의 도피생활이 막을 내리던 순간이었습니다.

■ 유일한 조력자 '부인'...처벌은?

보통 도피 생활엔 조력자가 있기 마련입니다. 최 전 의원의 경우 사실상 부인이 유일한 조력자였습니다. 조력자는 보통 범죄인을 숨겨준 죄로 처벌받기도 하지만 가족은 그렇지 않습니다. 바로 '친족상도례' 때문입니다.

형법 제151조(범인은닉과 친족간의 특례)
① 벌금 이상의 형에 해당하는 죄를 범한 자를 은닉 또는 도피하게 한 자는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② 친족 또는 동거의 가족이 본인을 위하여 전항의 죄를 범한 때에는 처벌하지 아니한다.

형법 제151조 2항은 '친족 또는 동거의 가족이 범인은닉죄를 저질렀을 때는 처벌하지 않는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이처럼 '친족상도례'는 가족들 사이의 범죄에 대해선 국가의 형벌권을 일부 제한하는 제도입니다.

범인은닉죄, 증거인멸죄, 사기 공갈죄, 횡령 배임죄, 장물죄 등이 친족상도례의 적용을 받습니다. 여기서 '친족'이란 8촌 이내의 혈족, 4촌 이내의 인척, 배우자를 뜻합니다. 관련법에 따라 부인은 처벌받지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경찰은 어제(1월 31일) 체포한 최 전 의원을 상대로 조사를 마친 뒤 구속영장을 신청했습니다.

한편, 최 전 의원에게 뇌물을 건넨 원장과 사업에 개입한 브로커, 기자, 광주시교육청 공무원 등은 검찰에 기소돼 오는 27일 1심 선고를 앞두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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