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골에서 말리는 바다 생선…원산지 때문에 수출 중단

입력 2024.02.02 (16:39) 수정 2024.02.02 (16: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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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약

강원도 인제의 대표적인 특산물 바로 '황태'입니다. 명태를 겨울 바람에 말린 생선인데요. 그런데 황태가 이달부터 미국 수출길이 막히게 됐습니다. 미국이 러시아산 수산물은 물론 제3국에서 가공한 러시아산 수산물까지 수입을 금지했기 때문인데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여파가 강원도 시골 농특산물 수출까지 영향을 미친 셈이죠.


■산골에서 말리는 바다 생선…이름도 다양한 '황태'

산골에서 겨우 내내 말리는 바다 생선이 있습니다. 바로 '황태'입니다. 생태, 동태, 명태, 코다리, 먹태, 북어, 깡태....원물부터 가공 상태에 따라 이렇게 다양한 이름의 생선도 드물 겁니다.

우리가 먹는 별미 '황태'는 강원도 설악산의 차디찬 겨울 바람과 눈을 석 달 이상 맞으며 만들어집니다. 황태 주산지 인제에서는 올해 1,600만 마리를 생산해 매출 400억 원을 달성하는게 목푭니다. 인제 용대리 주변의 수십 곳 황태 전문 식당이 성업중인 것을 감안하면 황태 산업은 지역 경제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눈과 추위, 바람이 황태의 품질 좌우…"하늘과 동업합니다."

황태는 바다에서 잡은 명태를 건조시켜 만듭니다. 황태 품질은 눈과 추위, 바람 3가지 요소가 결정합니다. 겨울철 내내 얼었다 녹았다를 반복하며 질 좋은 황태가 만들어지는데 뽀송뽀송하고 도톰하며 황금빛을 띠어야 좋은 황태라고 합니다. 인제에서 30년 넘게 황태를 만들어온 이강열 씨는 ' 하늘과 동업' 한다는 표현으로 날씨와 기상의 중요성을 강조했습니다. 눈과 추위, 바람, 따스함이 어우러질수록 질 좋은 황태가 되는 셈입니다. 숙취 해소에 그만인 황태는 국과 구이, 반찬 등 다양한 모습으로 우리 식탁에 오르고 있죠.

또, 해외에서 황태는 고국에 가지 못하는 수많은 우리 동포들에게 향수를 달래주는 아주 중요한 향토 음식입니다. 강원도의 경우, 미국에서 판매촉진 행사를 하면 가져간 황태가 순식간에 다 팔려나가곤 했습니다. 말 그대로 없어서 못파는 상황이었던 것입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여파…원산지 때문에 중단되는 미국 수출

인제에서 30년 넘게 황태를 만들어온 최종국 씨는 요즘 걱정이 큽니다. 전체 매출의 30%가 미국 수출이었는데 이달부터 사실상 중단됐기 때문입니다. 주로 미국 LA 쪽 한인 마트에 납품하거나 인터넷 쇼핑몰로 판매해왔는데, 이달 21일부터는 이 수출길이 막힙니다. 시간이 남았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선박 하역과 통관 절차 등에 보름 이상 걸리는 점을 감안하면 사실상 황태 수출은 이미 중단된 것이나 다름없습니다.


■미국의 엄격한 수입 금지 조치…"대책이 없습니다."

미국에는 황태포, 황태, 코다리, 황태 껍질 등 우리나라에서 소비되는 모든 명태 가공품이 수출됩니다. 미국은 지난해 12월 22일 행정명령 14068호를 확장해 러시아 해역에서 잡힌 생선이나 러시아 국적 선박에 의해 어획된 수산물이 제3국에서 가공된 경우에도 수입을 금지하겠다고 밝혔습니다. 해당되는 어종은 연어와 대구, 명태, 게 등입니다. 미국은 지난해 12월 22일 이전에 계약된 건에 한해서만 수입을 제한적으로 허용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신규 수출길이 사실상 모두 막혀버린 겁니다.


■지역경제 한 축인데 6년 만에 미국 수출 중단 '유탄'

인제 황태의 경우, 미국 수출 실적은 2018년 5,000만 원대에서 시작해 2021년 9억 원 이상을 팔았고 6년 누적 매출은 23억 8천만 원에 달했습니다. 황태는 인제군 수출의 40%를 차지할 만큼 효자 노릇을 톡톡히 해왔습니다.

이게 한꺼번에 막히게 된다면 지역 경제 전반에 타격이 불가피합니다. 인제군은 다른 국가로 판로를 개척하고 러시아산이 아닌 미국 알래스카산 명태를 수입하는 등 대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더 큰 문제는 따로 있습니다.


■"문제는 황태뿐 아니라 명태 가공산업 전반"

더 큰 문제는 앞서 지적한대로 황태 외에도 연어와 대구, 게 등 러시아에서 나온 모든 수산물이 미국의 수입 규제 대상이란 점입니다. 속초와 강릉, 포항, 울산, 부산 등 동해안의 많은 지역이 러시아에서 수입되는 명태와 그 부산물로 여러 제품을 만들면서 나름대로 산업 생태계를 구축하고 있습니다. 대표적인게 명란젓, 창란젓 젓갈 종류입니다. 우리나라에서 만든 질 좋은 젓갈도 미국에 많이 수출되고 있습니다. 그 외에 햄버거에 들어가는 '휘시버거 패티'도 명태로 만드는 경우가 많다고 합니다. 이 때문에 미국 수출 중단의 파장이 국내 수산업 전반으로 확산될 수도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직까지 이렇다 할 정부 차원의 대책은 나오지 않고 있습니다. 젓갈이나 황태를 생산하는 업체가 대부분 영세한데다 구심점이 없다 보니 대책 마련을 촉구하는 업계의 통일된 목소리가 나오지 않는 듯합니다. KBS는 러시아산 수산물의 미국 수출 중단으로 인한 부작용이나 또 다른 파급 효과는 없는지 잘 살펴보고 있습니다. 그리고 대책이 필요하다면 수산물 업계의 목소리를 들어보고 추가 보도를 이어갈 생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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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도 인제의 대표적인 특산물 바로 '황태'입니다. 명태를 겨울 바람에 말린 생선인데요. 그런데 황태가 이달부터 미국 수출길이 막히게 됐습니다. 미국이 러시아산 수산물은 물론 제3국에서 가공한 러시아산 수산물까지 수입을 금지했기 때문인데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여파가 강원도 시골 농특산물 수출까지 영향을 미친 셈이죠.

■산골에서 말리는 바다 생선…이름도 다양한 '황태'

산골에서 겨우 내내 말리는 바다 생선이 있습니다. 바로 '황태'입니다. 생태, 동태, 명태, 코다리, 먹태, 북어, 깡태....원물부터 가공 상태에 따라 이렇게 다양한 이름의 생선도 드물 겁니다.

우리가 먹는 별미 '황태'는 강원도 설악산의 차디찬 겨울 바람과 눈을 석 달 이상 맞으며 만들어집니다. 황태 주산지 인제에서는 올해 1,600만 마리를 생산해 매출 400억 원을 달성하는게 목푭니다. 인제 용대리 주변의 수십 곳 황태 전문 식당이 성업중인 것을 감안하면 황태 산업은 지역 경제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눈과 추위, 바람이 황태의 품질 좌우…"하늘과 동업합니다."

황태는 바다에서 잡은 명태를 건조시켜 만듭니다. 황태 품질은 눈과 추위, 바람 3가지 요소가 결정합니다. 겨울철 내내 얼었다 녹았다를 반복하며 질 좋은 황태가 만들어지는데 뽀송뽀송하고 도톰하며 황금빛을 띠어야 좋은 황태라고 합니다. 인제에서 30년 넘게 황태를 만들어온 이강열 씨는 ' 하늘과 동업' 한다는 표현으로 날씨와 기상의 중요성을 강조했습니다. 눈과 추위, 바람, 따스함이 어우러질수록 질 좋은 황태가 되는 셈입니다. 숙취 해소에 그만인 황태는 국과 구이, 반찬 등 다양한 모습으로 우리 식탁에 오르고 있죠.

또, 해외에서 황태는 고국에 가지 못하는 수많은 우리 동포들에게 향수를 달래주는 아주 중요한 향토 음식입니다. 강원도의 경우, 미국에서 판매촉진 행사를 하면 가져간 황태가 순식간에 다 팔려나가곤 했습니다. 말 그대로 없어서 못파는 상황이었던 것입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여파…원산지 때문에 중단되는 미국 수출

인제에서 30년 넘게 황태를 만들어온 최종국 씨는 요즘 걱정이 큽니다. 전체 매출의 30%가 미국 수출이었는데 이달부터 사실상 중단됐기 때문입니다. 주로 미국 LA 쪽 한인 마트에 납품하거나 인터넷 쇼핑몰로 판매해왔는데, 이달 21일부터는 이 수출길이 막힙니다. 시간이 남았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선박 하역과 통관 절차 등에 보름 이상 걸리는 점을 감안하면 사실상 황태 수출은 이미 중단된 것이나 다름없습니다.


■미국의 엄격한 수입 금지 조치…"대책이 없습니다."

미국에는 황태포, 황태, 코다리, 황태 껍질 등 우리나라에서 소비되는 모든 명태 가공품이 수출됩니다. 미국은 지난해 12월 22일 행정명령 14068호를 확장해 러시아 해역에서 잡힌 생선이나 러시아 국적 선박에 의해 어획된 수산물이 제3국에서 가공된 경우에도 수입을 금지하겠다고 밝혔습니다. 해당되는 어종은 연어와 대구, 명태, 게 등입니다. 미국은 지난해 12월 22일 이전에 계약된 건에 한해서만 수입을 제한적으로 허용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신규 수출길이 사실상 모두 막혀버린 겁니다.


■지역경제 한 축인데 6년 만에 미국 수출 중단 '유탄'

인제 황태의 경우, 미국 수출 실적은 2018년 5,000만 원대에서 시작해 2021년 9억 원 이상을 팔았고 6년 누적 매출은 23억 8천만 원에 달했습니다. 황태는 인제군 수출의 40%를 차지할 만큼 효자 노릇을 톡톡히 해왔습니다.

이게 한꺼번에 막히게 된다면 지역 경제 전반에 타격이 불가피합니다. 인제군은 다른 국가로 판로를 개척하고 러시아산이 아닌 미국 알래스카산 명태를 수입하는 등 대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더 큰 문제는 따로 있습니다.


■"문제는 황태뿐 아니라 명태 가공산업 전반"

더 큰 문제는 앞서 지적한대로 황태 외에도 연어와 대구, 게 등 러시아에서 나온 모든 수산물이 미국의 수입 규제 대상이란 점입니다. 속초와 강릉, 포항, 울산, 부산 등 동해안의 많은 지역이 러시아에서 수입되는 명태와 그 부산물로 여러 제품을 만들면서 나름대로 산업 생태계를 구축하고 있습니다. 대표적인게 명란젓, 창란젓 젓갈 종류입니다. 우리나라에서 만든 질 좋은 젓갈도 미국에 많이 수출되고 있습니다. 그 외에 햄버거에 들어가는 '휘시버거 패티'도 명태로 만드는 경우가 많다고 합니다. 이 때문에 미국 수출 중단의 파장이 국내 수산업 전반으로 확산될 수도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직까지 이렇다 할 정부 차원의 대책은 나오지 않고 있습니다. 젓갈이나 황태를 생산하는 업체가 대부분 영세한데다 구심점이 없다 보니 대책 마련을 촉구하는 업계의 통일된 목소리가 나오지 않는 듯합니다. KBS는 러시아산 수산물의 미국 수출 중단으로 인한 부작용이나 또 다른 파급 효과는 없는지 잘 살펴보고 있습니다. 그리고 대책이 필요하다면 수산물 업계의 목소리를 들어보고 추가 보도를 이어갈 생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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